투표용지와 로또복권

은하철도 2003.10.07
조회3,213

 

세계화, 글로벌경제는 좋은 줄 알았다. 

그러나 잘 사는 사람끼리의 단합이며 못 사는 사람끼리의 내 몰림이었다.  우리의 경제가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시초였으며, 거리로 노숙자가 출발하는 선이었다.  농촌이 폭격을 당하는 결과도 초래했다.

 

50대가 몰려나고, 4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앞으로는 30대도 기회를 준다는 허울로 또 거리로 몰려날 신세다.  녹녹하고 말 잘 듣는 20대만 가지고 열중 쉬엇, 차렷을 부르짓으며 살아남겠다는 말이다.

 

꺼꾸로 돌아간다. 

모두에게 일자리를 잃게 만드는 경제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일자리와 밥그릇을 나누어 먹자는 일이 경제의 근본목적일진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실업자를 양산하는 지금의 경제는 어느것이 앞대가리인가,

도대체 무엇을 살리는 것이고, 무엇을 죽이는 것인가?

 

거리에는 명퇴를 얻어 맞은 사람들이 넘친다.  퇴직금을 가지고 할 일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며 로또복권을 산다.  인생역전이라 하지 않는가,  눈먼 장님이 문고리 잡듯이 한번 맞아 보아라.

 

그 옆에는 로또복권마저 사지 못하는 사람들이 꿈꾼다.  꽝이라도 좋으니 로또복권이나 한장 사 보았으면......

 

우리의 기상은 어디로 갔는가,

바위를 뚫어 고속도로를 만들고 열사의 사막을 달리며 연장을 휘두르던 우리는 어디에 서야 할 것인가,

 

어제 우리의 지도자는 말했다.

"나는 노조쪽으로 편향되어 있었다.  그 점이 마음에 부담이 된다.  경제가 제일이다."

 

노동자의 입장을 과거에 너무도 편향적으로 대변했다는 말이다. 

어떤 노동자를 대변했을까....... 노동자의 종류도 여러가지다.

 

정규직으로서 상여금과 퇴직금이 보장된 귀족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비정규직으로서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불안한 환경에 숨막히는 노동자도 있다.  상여금이나 퇴직금은 커녕 하루 벌어서 하루 먹는 노동자도 있으며,  파트타임으로 몇 천원에 몸을 파는 거리의 노동자도 있다.

 

국제회의의 공개적인 석상에서 우리의 지도자는 노동자의 편을 너무 들었다고 공언했다.

실망하지 않는다.  여태까지 그랬던 사람은 많았다.  막상 앞장을 서 보니 뒤에서 떠들며 몰아쳤던 상황하고 많이 다르겠지,  그것이 바로 정치라는 것이겠지,

 

그러나 섭섭한 마음은 남는다.

경제가 제일이라고 하지만, 무엇이 경제인지도 헷갈리는 와중에서 세계화의 명분으로 사람들은 사표를 냈다.  오직 돈으로만 회사를 생각치 않았던 순정파는 울었다.  그래도 정든 곳이었는데......

 

세계화는 국경을 허문다.  더 이상 국경은 없다.

그러나 하나의 전선이 형성된다.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그 사이에 전선의 참호는 깊게 파지고 철조망이 쳐진다. 

 

세계화가 안 되어도 좋으니 우리끼리 나누어 먹는 사회가 그립다.  두 끼니만 먹으면 어떠냐,  모두 같이 나누는 고통인데,

 

중산층이 몰락해 간다.

서울의 고층아파트에 켜진 불빛을 보라.  모두가 근심으로 들어찬 껍대기로 변해가는 중산층동네에 고지서는 날아든다.  그럴듯한 가격으로 뽐내던 물건이 세일이라는 떨이로 길거리에 나뒹군다.  다이아몬드형 선진국사회구조에서 허리가 잘룩한 절구통사회구조로 변해간다.   부유층과 서민층의 완충지대가 없어진다.

 

"경제가 제일이다.  노조에 너무 편향되어 있었다."

 

나는 지도자가 외국에서 공언한 그 말을 곱씹는다.  무엇이 경제란 말인가?

혼자서는 집안을 먹여 살릴 힘이 없어서 아내는 식당일 다니고, 큰 아이는 한 시간에 이천원 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온 집안식구가 총동원되는 노동자를 신경쓰는 자체가 그토록 부담스러웠는지,

 

행여나 귀족노동자를 뜻한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이런 뜻은 아닐까?

"귀족의 편에 기울어져 있었다.  앞으로는 정말로 못사는 노동자와 거리로 내쫓기는 실업자가 문제다."

 

내년이면 국회의원 선거다.  선거만 생각하면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르겠다.

투표용지......

 

투표용지보다는 꽝이라도 좋으니 로또복권 한장이라도 주었으면,

정치가의 말 보다는 일주일의 꿈이 더욱 소중하지 않은가.......

 

 

글 / 은하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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