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또 뭔가했네.. 발레? 참내 고수놈이 발레를 알기는 하냐? 여자무용수 각선미나 보고 침이나 질질 안흘리면 다행이지"
"어유~ 언니"
"적어도 우리혁재씨처럼 예술을 이해할줄 아는 사람정도는 되야지.. 있잖아 어제는 우리혁재씨가..." 은진은 언제인가부터 우리혁재씨 소리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먼산을 바라보는 묘한 버릇이 생겼다 -_-;;
토요일이라서 금방 퇴근시간이 되었다. 은진은 서둘러서 회사를 나가자 보라는 뒤에서
"좋은 시간보내고 내 안부도 전해줘~.."
"네에... 언니 고마워요..언니도 주말 잘보내세요."
집으로 돌아와서 우선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입고나갈 옷도 고르고 화장도 하고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서 약속시간이 다되어서 만나기로 한 강남의 까페 푸른정원으로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15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은진은 창가자리에 앉아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아..은진씨네요.." 은진은 시선을 돌려서 옆을 보았다.
"아..신대리님..왠일이세요..여기는요?"
"저도 여기서 오늘 약속이 있네요."
"아하~ 그래요.."
"여기 앉아도 될까요?"
"저기..거기는..." 은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신대리는 은진의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죄송한데요...올 사람이 있는데요.."
"그래요? 그러면 그분이 올때까지 앉아있을께요.."
"아..네에.." 은진은 약간 당황되었다.
"커피 마셔야죠..주문할까요? 뭐 드실래요?"
신대리는 메뉴판을 열어서 훑어보더니
"가요마운틴이 있네..이것 안드셔보셨죠?..한번 드셔보세요..정말 괜찮아요..
"저는 그냥 조금 있다가 주문할께요."
신대리는 손을 들어서 주문을 한다..
"저는 블루마운틴으로 주시고 이쪽 분은 가요마운틴 주세요."
은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신대리를 봤다.
"화 나셨어요?"
"네에...조금.."
"어허..이를 어쩌나? 제가 은진씨를 화나게 했나봐여?"
"이제 곧 약속한 사람이 올텐데.. 죄송하지만 자리좀 옮겨주시면 안될까요?"
"그러면 은진씨 화가 풀리나요?"
"네에.."
"간단하네요 ...그러면 제가 자리를 옮길께요.." 하면서 신대리는 은진의 바로 뒷좌석으로 옮겼다. 둘은 마치 등을 맞대고 앉은것처럼 되었다.
은진은 뒤를 돌아보면서
"아니..신대리님..장난이...."
"은진씨 그 분은 안와요. 고수씨라는분..."
"네에? 어떻게 아시죠? 신대리님이..고수씨를..?"
신대리는 안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내 보이면서
"이것을 주면서 은진씨 잘부탁한다고 하더군요..."
"정말이요?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네에..그리고 고수씨가 은진씨랑은 직장동료정도이지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하던데 그런가요?"
"하아~..그랬군요..직장동료..." '나는 아닌데...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나는 아닌데...'
은진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두사람은 정지된 그림처럼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신대리는 조금전의 자리로 돌아와서
"저는 항상 이렇게 은진씨를 마주보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랑을 하면서 혼자만의 사랑으로 가슴앓이 하면서 그렇게 바보같이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네에..그래요. 어쩌면 제가 그분에 비해 못한점이 너무나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은진씨 마음속에 아주 작은부분이라도 그것에 제가 들어갈수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글쎄요..저란게 그렇게 노력하고 노력할만큼 대단한 존재인가요?"
신대리는 은진의 눈을 보면서
"대단한지 그렇치않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은진씨의 눈에 비치는 사람이 바로 저 신현호라는 사실이 중요한거죠."
은진은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신대리는 은진에게
"저기..괜찮으시면 자리를 옮길까요? 공연보기전에 식사라도 하죠..음악소리에 맞쳐서 꼬르륵 소리라면 곤란하잖습니까?"
"죄송한데요..저는 공연 볼 생각이 없는데요.."
"아~ 그래요? 그러면 식사는 같이 하실수 있죠? 어짜피 시간도 어중간하고 집에 가도 혼자 먹어야 하는데..."
은진은 망설이다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대리는 일어서면
"자~ 그러면 일어설까요?"
둘은 까페를 나와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주차요원이 차를 가지고 왔다.
검은색 포르쉐 911 터보였다.
눈이 휘둥레진 은진은
"신대리님 차 맞나요? 원래 이차 아니잖아요.."
"네에..출근할때는 국산차 타고 다니죠..아무래도 회사도 공동생활인데 상사보다 좋은 차타고 다니는것 조금 안좋게 보이죠...은진씨 타세요." 하면서 차문을 열어준다.
"양식 괜찮을까요? 제가 잘아는 집이 있는데요."
은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 앉자 경주용 자동차처럼 많은 계기판 불빛과 심플한듯 하지만 품위가 느껴지는 실내장식은 주눅들기에 충분했다.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와서 외각으로 빠지자
신대리는
"약간 속도를 낼께요.."
은진이 그렇게 하라고 하자 곧바로 차는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한마리 검은표범처럼 ..
`포르쉐 중의 포르쉐'라고 불리우는 911터보는 시속 305㎞를 넘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4.2초, 160㎞까지는 5초가 걸리고 3600㏄, 6기통 박서 엔진은 6000rpm에서 420마력을 내는 정말 말그대로 괴물같은 녀석이다.
속력을 내기 시작하자 앞에서 달린 차들이 순식간에 저만치 뒤쳐지더니 까만점으로 되어버렸다.
은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놀이동산에 기구를 타는듯 했다.
그리고 얼마간 달려서 도착한 곳은 프랑스전문레스토랑이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나이가 들어보이는 노신사가 정중히 인사를 하면서
"도련님 오셨습니까..정말 오랫간만이군요.. 회장님도 건강하시죠?"
"네에 걱정해주시는 덕분에...."
신대리는 가볍게 목례를 한다.
그 노신사 까르숑(주:홀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홀지배인)은 자리를 안내하고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신대리는 찬찬히 보다가 은진을 보면서
"주문 하시겠습니까?"
은진은 메뉴판을 보면서 당황했다..헉~도대체 먹어본게 있어야지 주문을 하지...
신대리는 눈치를 채고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주문을 해도 될까요?"
"네.."
신대리는 까르숑을 보면서
"오늘 치프(주:주방장) 추천메뉴는 뭔가요?"
"르 뵈프 부르귀뇽(Le Boeuf Bourguignon)입니다."
"부르고뉴지방 요리 아닌가요?"
"네에 맞습니다. 쇠고기를 홍당무, 양파, 파, 샐러드, 표고버섯, 향신료와 함께 포도주에 버무려 은근히 쪄서 느끼한 맛이 없어서 부담없이 드실수 있습니다."
"네에..그걸로 주시고요."
신대리는 메뉴판을 보면서 고심을 하더니
"저는 항상 코스요리 선택이 힘들어요.."
까르숑은 인자한 미소를 띄우면서
"천천히 고르세요..도련님"
"아페리티프(Aperitif) (주:식욕촉진을 위한 식전주)는 로얄키어로 주시고 샤르퀴트리는 훈제연어로 하고..스프는 포타쥬. 전채요리가 달팽이요리나 거위간 요리,개구리 뒷다리요리라면 숙녀분이 드시기에는 부담이 있네요..그것은 생략하고요..대신 가르니(Garni)으로 주세요. 소르베 (주:영어로는 샤베트)랑 로띠랑 샐러드는 늘 먹던대로 주시구요. 디저트는 쵸컬릿 무스로 주시고.. 커피는 에스프레소로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주문은 다 되었나요?"
"저..와인은 어떻게 할까요?"하고 까르숑이 물어보자
이때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믈리아(주:와인추천전문가)가 앞으로 나온다.
"도련님께서 먼저 말씀하시죠.."
소믈리아는 퀴즈를 내는것처럼 빙긋웃는다..
"글쎄요..보르도레드와인 어떨까요?"
"맞았습니다.샤또·베이슈베르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네에..그렇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좋은 시간 되세요."
사람들이 물러나자 은진은 나즈막하게
"우와~ 어떻게 그렇게 잘아세요..자주 오시나 봐요?"
"어릴때부터 단골입니다. 어릴때는 테이블매너 배우느라고 아버지한테 많이 맞았죠.하하.."
음식이 나오고 식사를 하면서 신대리와 은진은 여러가지 애기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신대리는 까르숑에게
"오늘 요리는 너무 좋았다고 치프에게 전해주세요."
"음식이 입맛에 맞으시다고하니 저희도 기쁩니다. 종종 찾아주시고 좋은 밤되세요."
까르숑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자 신대리도 가볍게 인사를 한다.
은진은 집앞에서 내리면서
"덕분에 저녁도 잘먹고 너무 감사합니다.신대리님.."
은진은 꾸벅 인사를 했다.
"별말씀을...저야말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참 그런데요...제이름은 대리가 아닌데요... 앞으로는 둘이 있을때는 이름을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제 이름아시죠?...신.현.호.."
"죄송해요..아직은..."
"괜찮습니다..은진씨가 마음이 잡힐때까지 기다릴수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하지는 마세요. 그럼..들어가시고 좋은꿈꾸세요."
신대리의 차가 시야에서 없어질때까지 은진은 바라보았다.
한편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고수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심한듯 약속장소 앞까지 갔다가 돌아나와서 맞은편 까페로 들어가서 창문으로 은진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내심 신대리가 안오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신대리와 은진씨가 같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자 그냥 온몸에 힘이 쫘악 빠졌다.
'바보같은놈...행복하라고 놓아주었으면 그만이지.. 무슨 미련이 남아서 얼쩡얼쩡되는 거냐..에라 한심한놈아~"
이렇게 자신을 비난하면서도 은진에게서 고수는 눈을 떼지못했다.
'여전히 예쁘네..은진씨는... 그래요 행복하세요..아주 많이 행복하세요."
고수는 까페를 나왔다. 그때 은진씨와 신대리가 탄 차가 고수가 있는 옆을 지나가자 고수는 얼른 몸을 돌렸다. 그리고 멀어지는 차를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서희가
"아니 어디를 그렇게 뽈뽈거리고 쏘다녀?.. 집에서 붙어서 반찬좀 만들고 청소도 하고 그래라... 이 언니 신경 좀 안쓰게해 알았지?"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니.저게...내가 무슨 신데렐라야? 콩쥐팥쥐에 콩쥐야? "
그런데 갑자기 허한 느낌이 밀려들었다 저녁을 안먹어서 인가?하고 냉장고를 열어보고
"아니 진짜 반찬이 하나도 없네.서희가 투덜댈만도 하군.."
고수는 있는 반찬을 주섬주섬 꺼내서 밥솥에 다 집어놓고 콩나물 넣고 고추장 팍 넣고 참기름 넣고 김을 짤게 부셔서 넣어서 팍팍 비볐다.
은진과 신대리가 프랑스식레스토랑에서 클래식을 들으면서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그시간에 고수는 부엌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밥솥을 끼고 밥풀 묻혀가서 양볼이 터지게 비빔밥을 먹고 있었다.
"난 괜찮아...아무렇치도 않아..은진씨 없이도 난 잘살수있어.. 그래 괜찮다고...난 괜찮다구..."
내사랑 유령 (38)
38.
은진은 토요일 내내 기분이 좋았다.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지나가던 보라가
"너 약먹었냐? 왜 그렇게 기분이 붕~ 떠있냐?"
"하하하..언니 그런일이 있어요.."
"무슨일인데? 나도 좀 알자."
은진은 나즈막하게
"오늘 저녁때 고수씨랑 발레 보기로 했어요..백조의 호수요.."
보라는 심드렁하게
"난 또 뭔가했네..
발레? 참내 고수놈이 발레를 알기는 하냐?
여자무용수 각선미나 보고 침이나 질질 안흘리면 다행이지"
"어유~ 언니"
"적어도 우리혁재씨처럼 예술을 이해할줄 아는 사람정도는 되야지..
있잖아 어제는 우리혁재씨가..."
은진은 언제인가부터 우리혁재씨 소리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먼산을 바라보는 묘한 버릇이 생겼다 -_-;;
토요일이라서 금방 퇴근시간이 되었다.
은진은 서둘러서 회사를 나가자 보라는 뒤에서
"좋은 시간보내고 내 안부도 전해줘~.."
"네에... 언니 고마워요..언니도 주말 잘보내세요."
집으로 돌아와서 우선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입고나갈 옷도 고르고
화장도 하고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서 약속시간이 다되어서
만나기로 한 강남의 까페 푸른정원으로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15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은진은 창가자리에 앉아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아..은진씨네요.."
은진은 시선을 돌려서 옆을 보았다.
"아..신대리님..왠일이세요..여기는요?"
"저도 여기서 오늘 약속이 있네요."
"아하~ 그래요.."
"여기 앉아도 될까요?"
"저기..거기는..."
은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신대리는 은진의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죄송한데요...올 사람이 있는데요.."
"그래요? 그러면 그분이 올때까지 앉아있을께요.."
"아..네에.." 은진은 약간 당황되었다.
"커피 마셔야죠..주문할까요? 뭐 드실래요?"
신대리는 메뉴판을 열어서 훑어보더니
"가요마운틴이 있네..이것 안드셔보셨죠?..한번 드셔보세요..정말 괜찮아요..
"저는 그냥 조금 있다가 주문할께요."
신대리는 손을 들어서 주문을 한다..
"저는 블루마운틴으로 주시고 이쪽 분은 가요마운틴 주세요."
은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신대리를 봤다.
"화 나셨어요?"
"네에...조금.."
"어허..이를 어쩌나? 제가 은진씨를 화나게 했나봐여?"
"이제 곧 약속한 사람이 올텐데.. 죄송하지만 자리좀 옮겨주시면 안될까요?"
"그러면 은진씨 화가 풀리나요?"
"네에.."
"간단하네요 ...그러면 제가 자리를 옮길께요.."
하면서 신대리는 은진의 바로 뒷좌석으로 옮겼다.
둘은 마치 등을 맞대고 앉은것처럼 되었다.
은진은 뒤를 돌아보면서
"아니..신대리님..장난이...."
"은진씨 그 분은 안와요. 고수씨라는분..."
"네에? 어떻게 아시죠? 신대리님이..고수씨를..?"
신대리는 안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내 보이면서
"이것을 주면서 은진씨 잘부탁한다고 하더군요..."
"정말이요?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네에..그리고
고수씨가 은진씨랑은 직장동료정도이지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하던데 그런가요?"
"하아~..그랬군요..직장동료..."
'나는 아닌데...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나는 아닌데...'
은진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두사람은 정지된 그림처럼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신대리는 조금전의 자리로 돌아와서
"저는 항상 이렇게 은진씨를 마주보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랑을 하면서 혼자만의 사랑으로
가슴앓이 하면서 그렇게 바보같이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네에..그래요.
어쩌면 제가 그분에 비해 못한점이
너무나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은진씨 마음속에 아주 작은부분이라도
그것에 제가 들어갈수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글쎄요..저란게 그렇게 노력하고 노력할만큼 대단한 존재인가요?"
신대리는 은진의 눈을 보면서
"대단한지 그렇치않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은진씨의 눈에 비치는 사람이 바로 저 신현호라는 사실이
중요한거죠."
은진은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신대리는 은진에게
"저기..괜찮으시면 자리를 옮길까요? 공연보기전에 식사라도 하죠..음악소리에 맞쳐서
꼬르륵 소리라면 곤란하잖습니까?"
"죄송한데요..저는 공연 볼 생각이 없는데요.."
"아~ 그래요? 그러면 식사는 같이 하실수 있죠? 어짜피 시간도 어중간하고
집에 가도 혼자 먹어야 하는데..."
은진은 망설이다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대리는 일어서면
"자~ 그러면 일어설까요?"
둘은 까페를 나와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주차요원이 차를 가지고 왔다.
검은색 포르쉐 911 터보였다.
눈이 휘둥레진 은진은
"신대리님 차 맞나요? 원래 이차 아니잖아요.."
"네에..출근할때는 국산차 타고 다니죠..아무래도 회사도 공동생활인데
상사보다 좋은 차타고 다니는것 조금 안좋게 보이죠...은진씨 타세요."
하면서 차문을 열어준다.
"양식 괜찮을까요? 제가 잘아는 집이 있는데요."
은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 앉자 경주용 자동차처럼 많은 계기판 불빛과 심플한듯 하지만 품위가
느껴지는 실내장식은 주눅들기에 충분했다.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와서 외각으로 빠지자
신대리는
"약간 속도를 낼께요.."
은진이 그렇게 하라고 하자 곧바로 차는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한마리 검은표범처럼 ..
`포르쉐 중의 포르쉐'라고 불리우는 911터보는 시속 305㎞를 넘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4.2초, 160㎞까지는 5초가 걸리고
3600㏄, 6기통 박서 엔진은 6000rpm에서 420마력을 내는
정말 말그대로 괴물같은 녀석이다.
속력을 내기 시작하자 앞에서 달린 차들이 순식간에 저만치 뒤쳐지더니
까만점으로 되어버렸다.
은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놀이동산에 기구를 타는듯 했다.
그리고 얼마간 달려서 도착한 곳은 프랑스전문레스토랑이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나이가 들어보이는 노신사가 정중히 인사를 하면서
"도련님 오셨습니까..정말 오랫간만이군요..
회장님도 건강하시죠?"
"네에 걱정해주시는 덕분에...."
신대리는 가볍게 목례를 한다.
그 노신사 까르숑(주:홀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홀지배인)은
자리를 안내하고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신대리는 찬찬히 보다가 은진을 보면서
"주문 하시겠습니까?"
은진은 메뉴판을 보면서 당황했다..헉~도대체 먹어본게 있어야지 주문을 하지...
신대리는 눈치를 채고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주문을 해도 될까요?"
"네.."
신대리는 까르숑을 보면서
"오늘 치프(주:주방장) 추천메뉴는 뭔가요?"
"르 뵈프 부르귀뇽(Le Boeuf Bourguignon)입니다."
"부르고뉴지방 요리 아닌가요?"
"네에 맞습니다.
쇠고기를 홍당무, 양파, 파, 샐러드, 표고버섯, 향신료와 함께
포도주에 버무려 은근히 쪄서
느끼한 맛이 없어서 부담없이 드실수 있습니다."
"네에..그걸로 주시고요."
신대리는 메뉴판을 보면서 고심을 하더니
"저는 항상 코스요리 선택이 힘들어요.."
까르숑은 인자한 미소를 띄우면서
"천천히 고르세요..도련님"
"아페리티프(Aperitif) (주:식욕촉진을 위한 식전주)는 로얄키어로 주시고
샤르퀴트리는 훈제연어로 하고..스프는 포타쥬.
전채요리가 달팽이요리나 거위간 요리,개구리 뒷다리요리라면 숙녀분이 드시기에는
부담이 있네요..그것은 생략하고요..대신 가르니(Garni)으로 주세요.
소르베 (주:영어로는 샤베트)랑 로띠랑 샐러드는 늘 먹던대로 주시구요.
디저트는 쵸컬릿 무스로 주시고..
커피는 에스프레소로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주문은 다 되었나요?"
"저..와인은 어떻게 할까요?"하고 까르숑이 물어보자
이때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믈리아(주:와인추천전문가)가 앞으로 나온다.
"도련님께서 먼저 말씀하시죠.."
소믈리아는 퀴즈를 내는것처럼 빙긋웃는다..
"글쎄요..보르도레드와인 어떨까요?"
"맞았습니다.샤또·베이슈베르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네에..그렇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좋은 시간 되세요."
사람들이 물러나자 은진은 나즈막하게
"우와~ 어떻게 그렇게 잘아세요..자주 오시나 봐요?"
"어릴때부터 단골입니다. 어릴때는 테이블매너 배우느라고 아버지한테
많이 맞았죠.하하.."
음식이 나오고 식사를 하면서 신대리와 은진은 여러가지 애기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신대리는
까르숑에게
"오늘 요리는 너무 좋았다고 치프에게 전해주세요."
"음식이 입맛에 맞으시다고하니 저희도 기쁩니다. 종종 찾아주시고 좋은 밤되세요."
까르숑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자 신대리도 가볍게 인사를 한다.
은진은 집앞에서 내리면서
"덕분에 저녁도 잘먹고 너무 감사합니다.신대리님.."
은진은 꾸벅 인사를 했다.
"별말씀을...저야말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참 그런데요...제이름은 대리가 아닌데요...
앞으로는 둘이 있을때는 이름을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제 이름아시죠?...신.현.호.."
"죄송해요..아직은..."
"괜찮습니다..은진씨가 마음이 잡힐때까지 기다릴수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하지는 마세요.
그럼..들어가시고 좋은꿈꾸세요."
신대리의 차가 시야에서 없어질때까지 은진은 바라보았다.
한편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고수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심한듯 약속장소 앞까지 갔다가 돌아나와서 맞은편 까페로 들어가서
창문으로 은진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내심 신대리가 안오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신대리와 은진씨가 같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자 그냥
온몸에 힘이 쫘악 빠졌다.
'바보같은놈...행복하라고 놓아주었으면 그만이지..
무슨 미련이 남아서 얼쩡얼쩡되는 거냐..에라 한심한놈아~"
이렇게 자신을 비난하면서도 은진에게서 고수는 눈을 떼지못했다.
'여전히 예쁘네..은진씨는...
그래요 행복하세요..아주 많이 행복하세요."
고수는 까페를 나왔다. 그때 은진씨와 신대리가 탄 차가 고수가 있는 옆을
지나가자 고수는 얼른 몸을 돌렸다.
그리고 멀어지는 차를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서희가
"아니 어디를 그렇게 뽈뽈거리고 쏘다녀?..
집에서 붙어서 반찬좀 만들고 청소도 하고 그래라...
이 언니 신경 좀 안쓰게해 알았지?"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니.저게...내가 무슨 신데렐라야? 콩쥐팥쥐에 콩쥐야? "
그런데 갑자기 허한 느낌이 밀려들었다
저녁을 안먹어서 인가?하고 냉장고를 열어보고
"아니 진짜 반찬이 하나도 없네.서희가 투덜댈만도 하군.."
고수는 있는 반찬을 주섬주섬 꺼내서 밥솥에 다 집어놓고
콩나물 넣고 고추장 팍 넣고 참기름 넣고 김을 짤게 부셔서 넣어서
팍팍 비볐다.
은진과 신대리가 프랑스식레스토랑에서 클래식을 들으면서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그시간에 고수는 부엌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밥솥을 끼고 밥풀 묻혀가서 양볼이 터지게 비빔밥을 먹고 있었다.
"난 괜찮아...아무렇치도 않아..은진씨 없이도 난 잘살수있어..
그래 괜찮다고...난 괜찮다구..."
눈물이 주르륵 흘러서 밥통속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