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를 다녀왔습니다. 지금까지 옛 소련에서 독립했고 카프카스(코카서스)에 있는 소국, 1990년대 초반 아제르바이잔과 영토분쟁으로 전쟁을 벌였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참, 1999년 의회에 난입한 폭도들의 총격으로 총리와 국회의장이 살해된 사건도 기억 나네요. 어쨌든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나라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니 인상적인 것이 많아 아르메니아 얘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카프카스 지역은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카프카스 산맥 인근 지역입니다. 체첸 등 러시아영에 속해 있는 지역을 빼면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3개국이 있습니다. 시인 미당 서정주 선생이 생전에 노후를 보내려고 꿈꾸기도 했던 물 좋고 공기 좋고 경치 아름다운, 자연조건만으로는 ‘지상 낙원’입니다.
우리하고는 별 이해관계가 없지만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에게는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지역입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위치와 카스피해 부근의 풍부한 석유 가스 자원 때문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산유국으로 유명하고 그루지야는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인 끝에 올해 초 셰바르드나제 정권을 시민 혁명으로 몰아내고 친미 성향의 사카슈빌리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반면 아르메니아는 한국에 알려진 게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은 ‘제2의 유대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술이 뛰어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기로 유명합니다. 아르메니아와 이스라엘도 서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
옛 소련 지역은 개방 이후 10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소련 잔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관료주의, 기막힌 통제 시스템, 부패, 불안한 치안 등은 어디가나 여전합니다. 물론 유럽 공동체에 완전히 편입된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 같은 예외가 있지만요.
아르메니아는 소련 냄새가 나지 않는 신기한 나라였습니다. 수도인 예레반의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옛 소련 지역을 여행할 때는 무심코 모든 것을 러시아와 비교하게 됩니다.
예레반 공항에서는 모스크바 공항같이 까다로운 짐 검사나 입국 심사가 없었습니다. 모스크바 공항은 세관이나 국경경비대나 외국인만 보면 무슨 트집을 잡아서라도 돈을 뜯어내고 사람을 괴롭히는 걸로 악명이 높습니다. 운이 나쁘면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3~4시간이 걸리는 건 보통입니다.
예레반 공항은 모스크바와는 딴판인 친절한 공항직원들이 신속하게 입국 수속을 처리해줬습니다. 입국 스탬프도 찍지 않더군요. 저는 잘 모르고 모스크바에 있는 아르메니아 영사관에서 입국 비자를 받아왔는데 알고 보니 단기간 체류하려는 외국인들은 그냥 아르메니아에 와도 공항에서 즉석 비자를 발급해 준다고 하더군요. 공항 규모는 작지만 아르메니아어와 러시아어 영어로 나란히 쓰여진 안내판이 잘 정비돼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곳곳에 건설 현장이 많이 보였습니다. 경제가 활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구 100만이 조금 넘는 예레반은 조그만 도시지만 깨끗하고 포근했습니다. 한가운데 있는 레닌 광장은 이름이 공화국 광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의회와 정부청사 매리어트 호텔 등이 모여 있는데, 붉은색 계통의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잘 조화를 이뤄 예뻤습니다. 호텔도 깨끗하고 역시 친절했습니다. 모스크바의 살인적인 호텔 가격의 3분의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쌌지만요.
역시 택시를 타보면 현지 분위기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2달러 정도면 시내 어디든지 갈 수 있었습니다. 모스크바 택시는 외국인 승객에게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을 받는 걸로 악명 높지만요, 예레반 택시 기사는 영수증까지 발급해줬습니다. 한국 명예총영사관 개관식과 한러 경제포럼 등 행사장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대부분 영어와 러시아어에 능통했습니다.
본국 인구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아르메니아인들이 외국에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국이 독립하자 재건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우연히 캐나다 국적의 한국인 한 분을 만났습니다. 이 분이 근무하는 캐나다 회사의 사장이 아르메니아계라고 합니다.
사장이 ‘조국’에 투자하면서 이 캐나다 교포 분이 회사를 대표해서 예레반에 파견돼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르메니아는 별다른 자원이 없지만 해외 교포들의 도움으로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특히 IT 산업과 바이오케미컬 산업을 집중 육성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한국 등이 주요 벤치마킹 대상입니다.
롯데가 벌써 이곳에 보일러 공장을 세웠습니다. 한국 기업이 합작으로 진출해 현지에 대규모 쇼핑몰을 세우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삼성과 LG 광고판이 시내 한복판에 서 있고 현대차도 많이 보였습니다. 세계에는 우리가 잘 모르지만 알고 보면 흥미 있는 지역이 많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벌써 일치감치 진출해서 맹활약하고 있는 나라도 많습니다. 아르메니아도 그런 곳이었습니다.
코카서스의 Kashka-Tash산에서 실제 응급상황을 재연해 훈련중인 산악구조원들
지상 낙원 아르메니아
아르메니아를 다녀왔습니다. 지금까지 옛 소련에서 독립했고 카프카스(코카서스)에 있는 소국, 1990년대 초반 아제르바이잔과 영토분쟁으로 전쟁을 벌였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참, 1999년 의회에 난입한 폭도들의 총격으로 총리와 국회의장이 살해된 사건도 기억 나네요. 어쨌든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나라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니 인상적인 것이 많아 아르메니아 얘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카프카스 지역은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카프카스 산맥 인근 지역입니다. 체첸 등 러시아영에 속해 있는 지역을 빼면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3개국이 있습니다. 시인 미당 서정주 선생이 생전에 노후를 보내려고 꿈꾸기도 했던 물 좋고 공기 좋고 경치 아름다운, 자연조건만으로는 ‘지상 낙원’입니다.
우리하고는 별 이해관계가 없지만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에게는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지역입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위치와 카스피해 부근의 풍부한 석유 가스 자원 때문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산유국으로 유명하고 그루지야는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인 끝에 올해 초 셰바르드나제 정권을 시민 혁명으로 몰아내고 친미 성향의 사카슈빌리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반면 아르메니아는 한국에 알려진 게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은 ‘제2의 유대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술이 뛰어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기로 유명합니다. 아르메니아와 이스라엘도 서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옛 소련 지역은 개방 이후 10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소련 잔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관료주의, 기막힌 통제 시스템, 부패, 불안한 치안 등은 어디가나 여전합니다. 물론 유럽 공동체에 완전히 편입된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 같은 예외가 있지만요.
아르메니아는 소련 냄새가 나지 않는 신기한 나라였습니다. 수도인 예레반의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옛 소련 지역을 여행할 때는 무심코 모든 것을 러시아와 비교하게 됩니다.
예레반 공항에서는 모스크바 공항같이 까다로운 짐 검사나 입국 심사가 없었습니다. 모스크바 공항은 세관이나 국경경비대나 외국인만 보면 무슨 트집을 잡아서라도 돈을 뜯어내고 사람을 괴롭히는 걸로 악명이 높습니다. 운이 나쁘면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3~4시간이 걸리는 건 보통입니다.
예레반 공항은 모스크바와는 딴판인 친절한 공항직원들이 신속하게 입국 수속을 처리해줬습니다. 입국 스탬프도 찍지 않더군요. 저는 잘 모르고 모스크바에 있는 아르메니아 영사관에서 입국 비자를 받아왔는데 알고 보니 단기간 체류하려는 외국인들은 그냥 아르메니아에 와도 공항에서 즉석 비자를 발급해 준다고 하더군요. 공항 규모는 작지만 아르메니아어와 러시아어 영어로 나란히 쓰여진 안내판이 잘 정비돼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곳곳에 건설 현장이 많이 보였습니다. 경제가 활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구 100만이 조금 넘는 예레반은 조그만 도시지만 깨끗하고 포근했습니다. 한가운데 있는 레닌 광장은 이름이 공화국 광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의회와 정부청사 매리어트 호텔 등이 모여 있는데, 붉은색 계통의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잘 조화를 이뤄 예뻤습니다. 호텔도 깨끗하고 역시 친절했습니다. 모스크바의 살인적인 호텔 가격의 3분의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쌌지만요.
역시 택시를 타보면 현지 분위기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2달러 정도면 시내 어디든지 갈 수 있었습니다. 모스크바 택시는 외국인 승객에게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을 받는 걸로 악명 높지만요, 예레반 택시 기사는 영수증까지 발급해줬습니다. 한국 명예총영사관 개관식과 한러 경제포럼 등 행사장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대부분 영어와 러시아어에 능통했습니다.
본국 인구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아르메니아인들이 외국에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국이 독립하자 재건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우연히 캐나다 국적의 한국인 한 분을 만났습니다. 이 분이 근무하는 캐나다 회사의 사장이 아르메니아계라고 합니다.
사장이 ‘조국’에 투자하면서 이 캐나다 교포 분이 회사를 대표해서 예레반에 파견돼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르메니아는 별다른 자원이 없지만 해외 교포들의 도움으로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특히 IT 산업과 바이오케미컬 산업을 집중 육성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한국 등이 주요 벤치마킹 대상입니다.
롯데가 벌써 이곳에 보일러 공장을 세웠습니다. 한국 기업이 합작으로 진출해 현지에 대규모 쇼핑몰을 세우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삼성과 LG 광고판이 시내 한복판에 서 있고 현대차도 많이 보였습니다. 세계에는 우리가 잘 모르지만 알고 보면 흥미 있는 지역이 많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벌써 일치감치 진출해서 맹활약하고 있는 나라도 많습니다. 아르메니아도 그런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