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 풍경

건빵200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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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삼아 이웃에 있는 중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았다.

10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지만 몇 몇은 쌍쌍이 몇 몇은 나 홀로 그렇게 운동장을 걷거나 뛰거나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가을이 시작되고, 바람이 차가와 지고부터 운동장을 도는 사람들이 부쩍 줄은 듯 하더니

하늘엔 별이 어느 때보다 환하고 찬란하게 빛난다.

별 자리를 읽을 줄 안다면, 저 별은 무엇이고 저 별은 무엇이라고.. 그 사연을 읽어가며 재밌어

했을 테지만 문외한이 난 그저 멀리 빛나는 별을 올려다 보며 그 영롱함에 마음을 뺏길 뿐이다.

 

운동장을 돌고 나서 느릿한 걸음으로 그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을 들렀다.

갑자기 느껴지는 뇨기(尿氣)에 서둘러 화장실 문을 여니 어린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담배를 펴 대고 있다. 순진한 얼굴을 한 그녀들을 위해 건강 생각해서 바깥에 나가 피우라 할까 어쩔까 하다가

볼 일 보고 나와보니 어느 새 모두들 저만치 밖으로 나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베드민턴 코트엔 젊은 남녀가 베드민턴을 치고 있다. 새삼 베드민턴이 치고 싶었지만 도리가 없으니

천천히 발길을 돌릴 수 밖에.

 

큰 길께로 돌아오는 길은 여느 도시의 쓸쓸한 밤 길과 다르지 않았다.

닫혀진 가게문들 사이로 흘러나오는 외로운 불 빛들.. 차도에도 더 이상 차는 다니지 않고

버려진 듯 주차해 있는 몇 몇 차들이 눈에 뜬다.

 

그리고 골목길..

누군가의 실루엣이 저만치 보인다.

가녈픈 여자의 실루엣. 무엇을 줍는 건지.  하는 순간.. 그 실루엣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내 비틀거리며 쓸어진다.

중년의 여인. 외출해서 돌아오는 듯한 차림의 그녀는 얼마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서서히 몸을 가누고 일어난다.

비틀 비틀.. 도와줄까? 하다가 댓 걸음 뒤에서 말 없이 그녀를 쫓는다.

쓰러질 듯 쓰러질 듯..   그녀는 발걸음을 옮기다 어느 집으로 쏟아지듯 들어가 버렸다.

이어서... 우당탕탕탕....   

 

그 소음을 뒤로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길을 재촉하는 난 잠시 상념의 젖는다.

누군가의 어머니일 그 여자가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먹었을까....  하면서...

골목 안으로 내 발자국 소리만 커다랗게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