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를 꿈꾼다..

살수밖에없는이유2003.10.24
조회1,095

저번에....아버지 때문에 남친 집으로 가출한 애에요...

많은 분들이 격려글 주시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 중엔 무슨 증산도니 머 그런거하라구 권유해주신 분들도 계셨지만...ㅡ.ㅡ;;;

전 기독교랍니다....

 

어저껜가..집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오빠가 오빠집에다 요상하게 뻥을쳐서 내가 집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햇죠.

자기가 여러군데 이력서 써야하는데 자기는 글을 무지하게 못쓰고,

내가 글을 잘써서 합숙을 해가면서 써야 한다느니 어쩌느니..

어쩜 그렇게 거짓말에 소질이 없을까 했지만...

아버님 어머님은 우리 애기가 글도 잘쓰냐면서 기특해 하셨죠..

오빠네 부모님이니깐 속아주신듯 싶습니다.

암튼 그런 핑계로 계속 있을수만도 없고 엄마가 걱정되기도 해서 다시 들어왔습니다.

 

제 방에 들어오자 마자 깜짝 놀랬죠...

장판이 들려져 있고, 시멘트 바닥이 망치로 수없이 부신들이 제 주먹만한 크기의 돌멩이들로

부서져 있습니다.

아빠가 전에 술먹고 들어와서 망치로 신발장 부수고 마루도 부쉈던 기억이 순간 나더군요.

또 머리가 어질해서 그냥 침대에 주저 앉았습니다.

좋게 생각하려 애썼지요.

우리집은 방이 4갠데 그중에 제방만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개인 주택인데 이 집 살때 모든 리모델링 및 인테리어를 아빠가 다했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방만 보일러가 나오지 않더라구요.

사람들은 저희집오면 모두들 탄성을 지릅니다. 너무 집이 예쁘다고..

그러다 제방 오면 시골 촌구석방 같다고 합니다.

다른 곳처럼 실크벽지니 그런것도 아니고 젤 싸구려 벽지로 대충 방모양만 만들어놨습니다.

동생은 제 방을 "시베리아"라고 부르지요..제방 바로 옆방인 동생방만 해도 무척따뜻하니깐요.

보일러를 고쳐주려고 바닥을 뜯었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곧 그게 아니라는걸 알았지만...

냉기가 가득해서 손발이  얼것만 같은 방에 전기 장판을 키고 잠을 청해봤습니다.

전기세 많이 난다고 젤 낮은 온도로 하고 자라네요..

아빤 내가 집나갔다 들어온거에 관심도 없는지 또 욕을 하고 난리입니다.

집에 와서  동생한테 들은 얘기인데 내가 평소에 열시 넘어서 들어오면, 그때까지 아빤 내욕만

실컷 한답니다. " 역겨운게 역겨운짓만 하네. 얼굴보면 토할꺼같애. 안봤으면 속이 시원하겠네"

난 내가 들어올때마다 아빠는 자고 있길래..늘 그시간에 주무시는줄알았습니다.

내가 보기싫어 자는것인줄은 몰랐죠...

주워온 자식인가...싶기도 하지만...그건 절대 아니거든요...

 

신데렐라가 되고싶습니다.

신데렐라는 해피엔딩이잖아요..

오빠네 집에 시집간다면 정말 난 신데렐라가 되는 기분일껍니다.

오빠네 어머니는 꼭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엄마랑 어디좀갈래?"

"엄마가 머 맛있는거 해줄까?"

꼭 엄마랑 호칭을 쓰십니다.

같이 시장에 손붙들고 가셔서는 단골가게마다 새로 얻은 막내딸이라며 자랑하십니다.

오빠가 좋아하는 동그랑땡 해야한다고 하며 재료 사시고,

큰언니가 좋아하는 갈치 굽는다고 제주도 먹갈치 사시고,

막내언니가 좋아하는 굴 산다고, 또 젤 좋은걸로 고르시고..

나 머먹고 싶냐구 하십니다. 그냥 아무거나 잘 먹는 다고 했더니.

말도 참 이쁘게 한다고 날 위해서는 꽃게 찌개 한다고 꽃게를 사십니다.

그집은 항상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정말 썰렁한거가지고도 무지하게 웃지요.

아버님은 식구들 몰래 내손에 용돈 쥐어주시는 걸 무척 좋아하시고.

어머님은 밥먹는 내내 내 숫가락 위에 생선 발라 올려주시고, 게살발라 올려주십니다.

오빠는 이쁘다고 계속 머리를 쓰다듬구요.

정말.....오빠네 집에 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만 같습니다.

 

젤 좋은 학군에 위치하고, 주택 평수만 35평인 개인주택이고, 멋진 가구들로 장식된 우리집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함입니다.

오빠네 집은 전세고, 15평짜리 무지 오래된 빌라입니다.

근데 그집이 몇배나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오빠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샀다고 자랑을 하더군요.

"그 비싼걸 그냥 사달라니깐 사주셨어?"

"응 내가 요즘 너무 이것저것 바뻐서 스트레스도 쌓이고, 운동도 해야할것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사주셨어.^^"

난 문제집사려고 2, 3만원 달라고 할때도 며칠을 머라 할까 망설이고,...

겨우 말하면 아빠 하는 말이..

"저것은 아주 돈 구덩이야. 하는 짓마다 밥맛없어.."

내가 전교 일등을 할때도 아무 반응 없던 아빠가...

고3수험생인 내동생이 중간고사 백점 맞았다고, 동네방네 자랑하시며 머사줄까? 난리십니다.

 

엄마에게 은근슬쩍 이혼을 하라구 해봤지요..

엄마도 아빠에게 육체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많이 피해를 보셨으니깐요.

처녀때부터 아빠한테 성병도 옮고, 결혼해서도 아빤 바람피운애길 자랑스런듯 엄마에게 했고,

때리고, 욕하고.....했으니깐요..

근데 엄만 오히려 날 때리세요..

별거도 싫대요..자기가 선택한 남자니 자기가 책임지겠대요..

 

다시 집에 들어왔지만...다 부서진 방바닥을 보고 있으면...

저녁 열두시쯤 술먹고 와서 또 실컷 날보고 욕하는 아빨 보면...다시 오빠품에 안겨 자고싶어요..

오빠는 날 집에 보내놓고 걱정되서 몇번이고 전화해요..

낼 모레면 서른인 사람이...나 위로해준답시고, 목청껏 노래도 뽑고, 애교도 부리는것보면 정말..

행복해요.

 

내동생이 나랑 장난치다가 무의식적으로. " 아 너 정말 역겨워" 그랬다가 자기도 놀랬는지

미안하다고 몇번이나 사과해요. 아빠가 나한테 하는 말을 맨날 들으니 자기도 모르게 그랬겠지요..

 

오늘도..차가운 방에서 잘생각을 하니..더 몸이 추워지네요..

따뜻한 오빠 품에서 자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