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이정록- 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마다별이 뜬다한 번에 깨지는알 껍질이 있겠는가밤하늘엔나를 꺼내려는 어미의빗나간 부리질이 있다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젖은 내 눈을 친다밤바다와 그리움이생진그대가 밤길을 걸으며 하늘을 보는 건 가슴속에 그리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밤에 어쩌자고 저 별은 내 가슴을 찌르는 걸까 그렇지 그도 내게 그리움이 있어 그러겠지그 나무-김용택 꽃이 진다 새가 운다너를 향한 이 그리움은 어디서 왔는지너를 향한 그리움은 어디로 갈른지꽃잎은 바람에 날리고사랑에는 길이 없다나는 너에게 눈멀고꽃이 지는나무 아래에서 하루해가 저물었다.꽃의 이유-마종기-꽃이 피는 이유를전에는 몰랐다.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꽃이 지는 이유도전에는 몰랐다.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잠에서 깨어나는물 젖은 바람 소리.사랑해본 적이 있는가.누가 물어보면 어쩔까.가을의 향기詩: 김현승남쪽에선과수원의 임금(林檎)이 익는 냄새.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산위엔 마른풀의 향기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당신에겐 떠나는 향기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이정하그대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아도 좋다.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말 한번 건네지도 못하면서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혼자 뜨겁게 사랑하다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가고 오지 않는 사람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더 기다려 줍시다더 많이 사랑했다고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더 오래 사랑한 일은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부디 먼저 사랑하고더 많이 사랑하고더 나중에까지지켜주는 이 됩시다가을인갑다-김용택외롭고, 그리고마음이 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바람이 지나는갑다운동장 포플러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어제와 다르다우리들이 사는 동안세월이 흘렀던 게지삶이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첫사랑-도 혜숙-비둘기색 그대의 겨울스웨터 갈대숲으로 지는 강가에는 그대가 부르던 바로코식 캐니로저스의 ‘Lady'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치자향만 둥둥 떠다니던 기억속에서 가슴 조인 어둠의 눈 흘림체로 떨고 있었지 그대 알까 그날 내게 준 별하나 해마다 꺼내어 닦는 것을 여기쯤에서-오 번탁여기쯤에서 그만 작별을 하자눈뜨고 사는 이에게는생애의 벼랑은 언제나 있는 법거기 피어 있는 이름모를 풀꽃하나 따서 가슴에 달고뜻없는 목숨 하나 따서만났던 그 자리 그 어둠 앞에우리의 죄로 젖어 있는 추억을 심고그만 여기쯤에서 작별을 하자똑같은 항아리가 어느 한쪽에깨어져서 들어가야 한다면그것은 이미 사랑도 아니다우리의 입술은 아침저녁 비가 오고내 몸에 묻어 있는 눈썹 하나머리칼 한 올이 나의 새벽까지따라와서 죄를 짓자고 속삭인다 해도너의 찬 손이 뜨거워지고나의 안경이 흐려진다 해도말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마작별을 하자 그만 여기쯤에서생애의 벼랑에서 뛰어내려젖은 입술을 입술에 비비며말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시 / 줄탁 외 9편
줄탁-이정록- 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마다별이 뜬다한 번에 깨지는알 껍질이 있겠는가밤하늘엔나를 꺼내려는 어미의빗나간 부리질이 있다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젖은 내 눈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