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줄탁 외 9편

엔돌핀200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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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줄탁 외 9편 시 / 줄탁 외 9편
줄탁-이정록- 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마다별이 뜬다한 번에 깨지는알 껍질이 있겠는가밤하늘엔나를 꺼내려는 어미의빗나간 부리질이 있다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젖은 내 눈을 친다시 / 줄탁 외 9편밤바다와 그리움이생진그대가 밤길을 걸으며 하늘을 보는 건 가슴속에 그리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밤에 어쩌자고 저 별은 내 가슴을 찌르는 걸까 그렇지 그도 내게 그리움이 있어 그러겠지시 / 줄탁 외 9편그 나무-김용택 꽃이 진다 새가 운다너를 향한 이 그리움은 어디서 왔는지너를 향한 그리움은 어디로 갈른지꽃잎은 바람에 날리고사랑에는 길이 없다나는 너에게 눈멀고꽃이 지는나무 아래에서 하루해가 저물었다.시 / 줄탁 외 9편꽃의 이유-마종기-꽃이 피는 이유를전에는 몰랐다.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꽃이 지는 이유도전에는 몰랐다.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잠에서 깨어나는물 젖은 바람 소리.사랑해본 적이 있는가.누가 물어보면 어쩔까.시 / 줄탁 외 9편가을의 향기詩: 김현승남쪽에선과수원의 임금(林檎)이 익는 냄새.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산위엔 마른풀의 향기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당신에겐 떠나는 향기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시 / 줄탁 외 9편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이정하그대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아도 좋다.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말 한번 건네지도 못하면서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혼자 뜨겁게 사랑하다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시 / 줄탁 외 9편가고 오지 않는 사람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더 기다려 줍시다더 많이 사랑했다고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더 오래 사랑한 일은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부디 먼저 사랑하고더 많이 사랑하고더 나중에까지지켜주는 이 됩시다시 / 줄탁 외 9편가을인갑다-김용택외롭고, 그리고마음이 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바람이 지나는갑다운동장 포플러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어제와 다르다우리들이 사는 동안세월이 흘렀던 게지삶이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시 / 줄탁 외 9편첫사랑-도 혜숙-비둘기색 그대의 겨울스웨터 갈대숲으로 지는 강가에는 그대가 부르던 바로코식 캐니로저스의 ‘Lady'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치자향만 둥둥 떠다니던 기억속에서 가슴 조인 어둠의 눈 흘림체로 떨고 있었지 그대 알까 그날 내게 준 별하나 해마다 꺼내어 닦는 것을 시 / 줄탁 외 9편여기쯤에서-오 번탁여기쯤에서 그만 작별을 하자눈뜨고 사는 이에게는생애의 벼랑은 언제나 있는 법거기 피어 있는 이름모를 풀꽃하나 따서 가슴에 달고뜻없는 목숨 하나 따서만났던 그 자리 그 어둠 앞에우리의 죄로 젖어 있는 추억을 심고그만 여기쯤에서 작별을 하자똑같은 항아리가 어느 한쪽에깨어져서 들어가야 한다면그것은 이미 사랑도 아니다우리의 입술은 아침저녁 비가 오고내 몸에 묻어 있는 눈썹 하나머리칼 한 올이 나의 새벽까지따라와서 죄를 짓자고 속삭인다 해도너의 찬 손이 뜨거워지고나의 안경이 흐려진다 해도말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마작별을 하자 그만 여기쯤에서생애의 벼랑에서 뛰어내려젖은 입술을 입술에 비비며말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