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국수

럽이2006.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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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국수

 

지난해 4월부터 하던 장사를 그만두고 아파트 입구에서 화초를 팔기 시작하였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모든 것이 서툴고, 화초의 이름도 잘 몰라 머뭇거리기가 일쑤였다.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해서 화초를 내리며 장사 준비를 하다보면 단지 내 아주머니와 새댁들이 하나 둘 나와서는 “아저씨 안녕하세요” 하며 반겨준다. 그렇게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장사는 시작된다.

 

날씨가 무척 더웠던 어느 날,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아범아 지금 어디서 장사하고 있노? 점심은 묵었나?” 하시며 점심을 가지고 오겠다고 하는 게다. “그럼 국시 끓여 오이소, 앞에 있는 아제랑 같이 먹게 두 그릇 해 오이소” 하며 위치를 알려드렸다. 어머니는 그렇게 점심으로 국수를 끓여다 주셨고, 고마운 마음에 “먹고 싶은 것 사 잡수소” 하며 5천 원을 드렸다.

 

그날부터 어머니는 오십이 넘은 아들이 배곯고 있을까 걱정하시며 국수를 끓여다 주신다. 그리고 나는 빈 그릇을 드릴 때마다 5천 원을 드린다. 어느 날은 나오지 말라고 얘기하려다가도 혹시 5천 원이 아까워서 그러는 걸로 오해하실까 봐 차마 말하지 못했다.

 

더운 날은 시원한 냉국수, 바람이 불고 좀 쌀쌀한 날에는 따끈한 국물이 있는 국수를 만들어 오셨다. 비빔국수를 해 오시는 날도 있다. 계란 지단으로 예쁘게 고명을 얹고, 호박을 송송 썰어 넣어 만든 국수를 가지고 저만치서 걸어오시던 어머니.

 

올 3월이면 나는 다시 화초를 차에 싣고 지난해 찾았던 그 아파트 앞에서 다시 장사를 할 것이다. 어머니는 올해도 국수를 끓여 오시겠지.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에 의존하여 점심을 들어 있는 보따리 들고서 가까이 와서는 “밥 안 묵었제?” 하시며 늘 미소를 듬뿍 담은 얼굴로 다가오시던 어머니. 어머니 고맙습니다.

 

유인태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