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nulpurn2003.10.30
조회628

 

근 한 달 열흘만에 머리를 잘랐다.
우리 집안 대대로-유전학적으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머리 숱이 무척 많은 편이다. 해서 머리를 감고 나면 욕실바닥에는 머리카락 투성이고, 방 청소에 나오는 대부분이 이 머리카락이고 보면 어쩔 땐 지긋지긋하기까지 하다.(대신 머리 벗겨질(대머리) 염려는 안하고 산다. 미용실에서..)
그 뿐만이 아니다. 수염도 문제가 된다.
무슨 놈의 수염이 깎으면 바로 자라곤 한다. 해서 하루만 안 깎아도 덥수룩해져서 망가진, 실업자가 된 사람 꼴이 되고 만다.
그래도 가끔은(여름 휴가 때라든가, 장기간 회사를 안 나갈 때...) 길러도 본다. 한 삼일만 안 깎고 놓아두면 제법 어설픈 시인이나 화가는 곧잘 흉내를 내, 치기 어린 마음에 멋있다는 생각이 동하기도 한다.(그러다 아내한테 죽도록 맞지만.. 미용실에서..

 

각설하고, 머리 숱이 많다는 건 그만큼 자라는 속도도 비례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연유로 내 머리 자르는 주기는 평균 20일 꼴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의 40일 동안 자르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이유는 정말로 머리 자를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고 새로 이사한 이 곳 회사 근처에 마땅히 자를 만한 곳이 없기도 하다.)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정말이지 불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내게는...)
그러고 보면 여자들, 특히 긴 머리의 소유자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본다. 관리가 참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한 때, 나도 머리를 꽤 기르고 다닌 적이 있었다. 20대 초반, 귀를 덮을 만큼하고 다녔었고 그 때는 왠지 그것이 멋있어 보였다. 그러나 군 입대를 하면서 짧은 머리를 삼년 가까이 하게 되면서 짧은 컷트 머리를 선호하게 됐다.(습관이라는게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머리 감고 말리기 등 관리하기가 너무나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 얼굴형이 가늘고 눈썹이 숯 검댕이 칠한 것처럼 진해 긴 머리를 하고 다니면 야위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난 머리가 조금만 길면 가차없이 잘라버리곤 한다.

 

그동안은 전 사무실 바로 앞에 'xxx 헤어연출'이라는, 이쁜(속보이지만...미용실에서..) 아가씨와 그에 못지 않은 보조 아가씨가 하는 곳이 있어 이용을 했었다.
이 곳 회사에 입사 후부터 쭉 다녔으니까 꽤 대단한 고객인 셈이다.(그 아가씨 입장에서는...)
손 맵씨도 제법이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곳을 찾았다.(다른 이유(?)는 정말로 없다 미용실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근무시간에 잠깐 틈을 내어 후다닥 해치워 버려 시간낭비도 안 된다. 가끔 나보다 먼저 온 손님들로 다소 시간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어김없이 차 한잔을 내 앞에 내놓는다.(이러니 다른데 갈 수가 있나...미용실에서..)
그러던 것이 회사가 이전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다른 곳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어제 퇴근후 지하철역 앞에 새로 생긴 미용실(블루클럽이랜?? 남성 컷트 전문이랜다 미용실에서..)에서 지저분해진 머리를 잘랐다.

 

미용실에 가면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머리가 잘려 나가는-꽤 오랫동안 보게 된다.
일상 생활에서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에만 보게 되는 내 얼굴을 이처럼 오랫동안-그것도 앉아서-보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싶다.(물론 여자들이야 다르지만...미용실에서..)
잘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부시시한 머리가 다듬어지고 형태가 바로 잡혀 가는 것을 보게 되면 왜 그리 시원하던지... 속이 다 후련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게 되면 부는 바람에 뒤 목 언저리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여자들은 잘 이해가 안되겠지만, 특히 목을 항상 덮고 다니는 이들은...)
물론 요즘처럼 기온이 쌀쌀한 날이나 추운 겨울엔 다소 고통이 따르지만...미용실에서..

 

언젠가 내 단골 미용실 아가씨-실명을 거론하면 초상권 침해가 되니까-는 내가 가면 유혹(?)을 하곤 했다. 한번은(3년이 조금 넘었던...) 그 유혹에 걸려 뭇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만 했었다. 한동안...
그 날도 머리를 자르려 갔었는데.. 뜸금없이 무시무시한 제안을 해 오는 것이다.
내 머리는 오리지널 가는 생머리다. 때문에 아무리 머리를 빗고 꼬고 드라이기 쑈를 해도 얼마안가 쏟아지고 만다. 그래서 매일 같이 머리에 힘(헤어 젤이나 무스 등...)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연유로 그 아가씨가 권한 것이 파마다.(뽀글은 아니고 스트레이트 뭔가하는 파마...)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나는 꼭 해야만 한다는, 꽤 장황한 설명을 듣고 너무나 손쉽게 유혹에 빠져 버렸다. 나이 서른 넘어서 미용실에서..
해서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나, 거리를 지나다가 본 미용실 유리창 안에서나 보았던 모습-머리에 커다란 하얀색 바가지 뒤집어쓰고, 그리고 잡지를 읽고 있는 모습-을 하고는 장장 1시간이 넘게 파마를 했었다.
작업을 끝내고 난 후, 거울을 통해 비친 어색한 내 모습을 보며 처음 후회를 했었고...
뒤집어진 사무실에서의 소동을 멋쩍게 바라보며 참담한 후회를 해 버린 아픈(?) 지난날의 기억들...
그리고 너나없이 한 소리 해대는 동료들... "애들도 아니고... 어쩌구 저쩌구"
그래도 머리는 쏟아지지 않고 깔끔한 상태를 유지해 주어 참 편리해 아주 잠깐 동안은 '또 해버려??미용실에서..'라는 무모한 생각도 했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갖가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이는 머리가 있는 반면, 너무도 이상하고 쳐다도 보기 싫은(이런 머리도 다 있구나 하는 신기함에 한번은 보겠지만...) 머리도 있다.
각자의 개성에, 분위기에, 취향에 맞게 하고 다니는 것은 좋지만 남들에게 혐오감이나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피했음 싶다.
요즘 거리에 나가보면 온통 무지개 색이다. 대갈통들이...
이런 무식한 말을 쓰는 것을 이해하기를, 하지만 자기 머리에 가학하고 머리를 너무 험하게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러한 머리는 이렇게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내 당위론이다.
머리는 그 사람의 또 다른 얼굴이다. 옷차림도 그렇지만...
유행이라지만 그 도를 넘어서는 것은 어느 것을 막론하고 그다지 좋지 못한 소리를 듣지 않을까?

 

요즘은 미용실도 하나의 기업화되어 가고 있다. 어제 내가 간 그 곳 역시 그러했다.
그 옛날 동네에 남아 있었던(지금도 여전히 골목 한 곳을 장악하고 있지만), 아줌마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규모가 아닌, 말 그대로 넓은 공간에 직원도 여럿 두고.. 이름도 거창하게 달고(xxx헤어 뷰티 숍?).. 번화가 큰길에서 아침이면 행사(?)를 요란스럽게 하는.. 서비스에 꽤 역점을 둔(그래서일까? 여자들은 미용실 가는 날을 별도로 정해두고 하루종일 거기서 산다. 미용실 가는 날이라고 다른 약속을 일체 안 하니 말이다.) 사업장인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는(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그렇게 거대하고 시설 좋은 곳엔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 돈도 돈이지만... 어쩐지 내 발로 찾아 들어갈 용기가 안 난다. 그저 내 수준에는 동네 미용실이 딱인 것이다.
어쩐지 쑥스럽고 낮 간지럽다는, 이러한 내 생각을 촌스럽다고 할는지 몰라도 내게는 여전히 어색할 뿐이다.
하긴 사 오십 대 이상인 분들은 지금도 이발소를 이용하지 미용실은 가지 않는걸 보면, 나 역시 젊은 친구들과의 세대차이가 분명 있는 듯 싶다.
인정 안하고 싶지만 말이다.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들어온 내게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얼마 줬어?"
"오천냥 --"
"그래? 괜찮은데! 음.. 나도 머리 스타일 좀 바꿀까? 너무 지겨워, 이 머리는!"
"글쎄.. 난 좋기만 한데. 모~ 알아서 해! 근데 여자들은 얼마나 들어?"
"음.. 이것 저것 하면 한 육, 칠만원 정도.."
허걱미용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