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날에......

여울목200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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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하면 여름,
여름인가 하면 가을,
이제 가을인가 하니 만추의 시월의 끝입니다.

허무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런 순간성에
마냥 게을리 살아 온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가
다시금 가슴을 서늘케합니다.

그것도 인생의 가을이란 나이에 접하니
시간이 치닫는다는 속도의 진행감으로
조급함을 더하게 하는 까닭입니다.

어쩌면 그런 공허는 아직 집을 짓지 못했다는
느낌에서 오는 것은 아닌지요.
영원히 내가 존재할 수 있은 것도 아닌데
우린 내가 쉴 수 있는 어떤 집을 원하는가 봅니다.
그건 휴식을 원하는 또 다른 표현은 아닌지요..?

겨울을 맞아 곤한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십일월이 오면 충분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다시 새 봄이 올 때까지
인간도 긴 겨울을 쉬고 싶은 동물적 본능은 아닌지요..?

하여 우린 늘 그 준비를 위해 풍요로운 갈무리를 원하고
인생의 황금기인 내 나이엔
그런 생의 저축을 위해 각박한 삶의 싸움터에서
피곤한 사냥꾼이 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내가 포획할 수 있는 가을은 텅 빈 벌판 뿐인데...

.
.


그저

멀리 보이는 파란 하늘아래

고우신 님이 그립습니다...




시월의 마지막날에......




窓이 너무 맑은 오후입니다.

테라스 밖으로 보이는 단풍이
실핏줄처럼 퍼져있는 遠景의 거리에서도
그 맥을 짚어낼 수 있을 만큼
하늘도 대기도 파르스름하게 맑아
오늘도 난 유리창을 깨고 뛰쳐 나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힙니다.

서둘러 조락의 계절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건만
밤 새 집앞 나뭇잎도 이름모를 어느나무 단풍도
모두 낙엽이 되어 수북하게 옷을 벗어 놓고 있습니다.

아직 열매를 따지 않은 나무엔
그 은근한 노오란빛의 이름모를 열매가 향기를 익히고 있어
아마도 최고의 가을 풍경을 연출하는 느낌입니다...


고스란히
그 말간 가을색이 수채화처럼 그려진 한폭의 풍경화를
그리운 마음 가득 담아 그리며
이 황홀한 오색단풍 속에 가을을 그리며
그렇게 늘 마음으로만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풍경도 잠시,
오랜만에 무심코 들어선
마른 낙엽으로 어지러져 가을바람에 나딩구는 잎새들을 보며
시월의 가을은 무서리에 고개숙인 쓸쓸함만 남습니다...

시월과 십일월의 경계는
아주 긴 다리처럼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또 아주 긴 터널을 사이에 둔 느낌입니다.

이제.. 시월의 사이에 있는 터널을 빠져나와
십일월의 메마름으로 향한 세월의 화살촉은
바람처럼 쏜살같이 지나쳐 버릴 것 같습니다...

어느새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 한 해살이에서
갈무리 한 것도 없이 시달리며 쫒아오고 말았습니다.
실로 돌아보는 순간은 잠깐이라는 수식어처럼
이 가을이 서서히 저물어감을 느껴 봅니다.






시월의 마지막날에......







요즘 들어 그립다는 말을 아껴봅니다.


그립다...

그립다 말을 하게 되면 더 그립거든요.

그래서 참는 거지요.

그져 참습니다...




그렇게 많이 참았는데...





고웁고 그리운 님....

잘 지내시나요...?


고우신 님께 이 가을을 보냅니다....




시월의 마지막날에......



가을..!

그렇게 정겨운 조화를 눈부신 햇살속에서 봅니다.
남 몰래 물들어 오는 단풍잎에서도...
그 단풍잎에 이 편지를 써서 날려 보냅니다.


오랜만에 님들께 가을편지를 씁니다...

언제나 시작도 근원도 모르게 알 수 없는 그리움은
가슴에 안개처럼 피어나고 이 가을
나는 사랑이란 말에 또 다시 의문부호를 답니다.

그리곤 그리움보다 모를 게 사랑인 것 같아
이제 그 말을 쓰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가을볕 드는 창가에 앉아
너무 흔하게 나열된 그 말을 생각해 볼까요.
그러나 난 그 사랑이란 말은 저만큼 밀어놓고 말겁니다.
언제나 어울리지 않거나 감당치 못한 숙제 같아서...

이제..
일어 설 시간이 되는가 봅니다...

그리고..빈 잔에 고여드는 가을빛을 봅니다.
한동안 남겨져 있던 생각을 주워 담고
낙엽이 쓸쓸히 바람에 비틀거리는 이길을 돌아 나옵니다...


그럼..
좋은 나날들이 되시기를 소망하며..


안녕히...


.............. 여울목 드림



시월의 마지막날에......




그러함에도 늘 고운 이 카페
언제나 찾아 주신 고운 님들께..

제 마음이 담긴
따스한 차 한잔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