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남자.. 기다려야 하나요?

힘들어...2003.10.31
조회1,109

사귄지 얼추 3년정도 된 커플입니다.

서로 학생일 때 만나 전 이제 경력 1년이 넘은 직장인이 되었고, 남친은 학교 졸업은 올 2월에 하였으나 아직 공부 중에 있습니다.

 

처음 남친이 사귈 때..  공부 중인건 알았지만, 그때 고시 공부를 한다고 했으면 저 아마 안사겼을 겁니다.

무슨  공부인지 말을 해주지 않아, 전 혹시 고시 공부인가 해서 분명 고시 공부하는거라면 안사귄다고 말도 전했습니다.

남친 그런거 아니라고 그냥 일종의 자격증 공부일 뿐이라고 하였기에 서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가 하던 공부는 변리사 시험이었습니다.

문과인 그에겐 힘든 공부였다고 하는데, 암튼 열심히 하는거는 같더라구요.

저희는 7월부터 사겼고... 변리사 셤은 다음해 5월에 있었습니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편이었죠.

 

근데 갑자기 남친이 그럽니다.

변리사 셤이랑 행시랑 셤 과목이 어느 정도 겹치는데.. 행시가 2월에 셤이 있으니 어차피 공부하는거 셤 한번 보겠다고...

제가 생각해도 어차피 공부한 과목이 비슷하다면 5월에 변리사 셤 보기 전에 한번 봐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하고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그때가 아마... 11월 중순, 말? 그 정도였던거 같습니다.

 

2월에 행시를 보고... 떨어졌습니다.

전 변리사에는 없는 행시 과목이 있었기에.. 게다가 그걸 공부한 시간이 불과 3~4달밖에는 안됐기에 .. 그리고 그건 그냥 보는 시험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합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모의고사 정도로만 생각을 했죠.

 

하지만 남친 기대가 컸었나봅니다.

원래 공부란게 조그만 더 하면 될것 같은.. 그런게 있잖아요.

게다가... 정말 몇 문제 차이로 떨어지고 나니 많이 힘들었었나봅니다.

 

글구 남친 집이 지방인데, 학교땜에 혼자 서울와 삽니다.

바보같이... 행시 셤 보는거면 집에는 말 안하고 그냥 봤으면 될껄.. 그걸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답니다.

당연히 부모님 기대하셨겠져.

 

남친 ... 울나라에서 최고 대학 다녔습니다.

그러니 자기도 그렇겠지만, 부모님의 신뢰는 굉장하죠.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런 아들이 행시에 떨어진걸 용납못하는 것 같더군요.

 

전 이해가 안됐죠.

그냥 한번 본다고 해놓고 뭐 저리 집착하나...

글구 천재라고 해도 3~4달 행시 공부해서 행시를 붙겠습니까?

그래서 더더욱 기대를 안하고 있었져, 전

 

근데 아쉬워하는 남친과 남친 부모님을 보면서.. 어쩌면 당사자들은 저럴수도 있겠다.. 그저 그렇게만 생각하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남친 5월에 변리사 셤 보지 않았습니다.

계속 행시 공부 하겠다고, 자기 애초에 변리사 적성에 안맞았는데 어쩌다 시작하게 된거라고.. 행시 체질이랍니다.

 

하지만 제가 고시 공부하는거 싫다고 말릴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못하게 해서 포기한거땜에 평생을 괴로워하고 절 원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져...

그래서 그냥 하라고 했습니다.

 

그때 강력하게 말리지 않은게 잘못일까여... 아님 고시 공부 하라 그러고 전 헤어졌어야 했을까여...

 

남친 1년 더 공부해서 올 2월이었나.. 3월이었나 -.- 가물가물...

셤 봤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머리도 좋은데다 제가 꿈자리도 좋아서 붙을거라 생각했는데

또 몇문제 차이로 아깝게 떨어졌습니다.

커트라인보다 1점 아래의 점수를 받았더군요.

 

원래 고시란게 그런거랍니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실력이 있기 때문에 떨어져도 어림없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몇 문제 차이로 떨어진다고.. 그래서 미련을 더욱더 못버리는거라구...

 

남친 저한테 말로는 이번 고시 떨어지면 다시는 고시공부 안하겠다고.. 취직하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공부 중입니다.

내년 고시를 위해서.. 말로는 또 내년에 떨어지면 다시는 안하겠답니다... 공부하는 남자.. 기다려야 하나요?

 

제가 넘 우유부단해서일까요... 올해 역시도 하지 말라는 말 못했습니다.

또 다시 남친의 후회와 원망이 두려워 하라고 승낙해버렸습니다.

 

남친 참 착하고 자상한 사람입니다.

공부 잘하고, 생긴것도 괜찮고, 착하고.. 어디 빠질데 없는 사람입니다.

잠이 안온다는 절 위해 전화해서 노래를 불러주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저에게 전자파가 몸에 해롭다고.. 전자파를 막아준다는 선인장을 사가지고 회사로 찾아 오는 그런 사람입니다.

 

공부하는거땜에 많이 만나봤자 일주일에 한번밖에 보지도 못하고... 공부하는거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지긋지긋했지만,

저런 이유들 때문에 쉽게 그의 곁을 떠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그가 곧 집으로 내려간다고 하네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집에서 기대가 대단하고... 거의 태양이라고 보면 됩니다 공부하는 남자.. 기다려야 하나요?

작년에 3~4달 공부하고 떨어진걸로도 아들을 볶을 정도인데 1년을 제대로 공부하고도 떨어진 아들 가만히 놔둘리가 없죠.

 

집 어렵다는 이유로... 용돈도 안보내줘 과외 하면서.. (이번 행시 셤 보기 바로 전까지도 계속 과외 해야 했져..) 돈 벌어가며 계속 설에 있었습니다.

하루 3끼 밥 사먹어야 하는 사람인데 늘 돈이 모자라 제가 빌려준 돈만 해도 몇십만원입니다.

물론 갚는다고. 꼭 갚겠다고 말하지만, 그 돈 받으려는 생각있었으면 빌려주지도 않았을겁니다.

 

한번에 4~5만원씩 준게 돈이 그렇게 됐네요.

저 남친 만나면 돈 거의 제가 다 씁니다.

그래도 돈 버는 사람이 쓰면 되지.. 그러면서 아무 불만도 없었습니다.

남친 철 바뀔 때마다 옷도 사다 입혔습니다.

그에게 들어간 돈만 해도 얼만지 몰겠네요.

물론... 그 돈 전혀 아깝단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전 그의 부모님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정말 부모님 말씀처럼 그렇게 집이 어려운건지...

솔직히 저희 집은 부자는 아니어도 의식주, 공부 그런거는 과감하게 투자를 해주시는지라...

사실 집이 얼마나 어렵기에 공부한다는 아들 용돈도 안주나 싶을 정도입니다.

올해 2월 졸업하면서... 양복 한벌을 안해주더군요.

남친이 말로는 어차피 면접 보러 다닐 것도 아니고, 졸업식 하루에만 입기에 비싸게 주고 사는게 불합리해서 자기가 일부러 안샀다고 하는데,

안봐도 비디옵니다.

부모님이 비싸다고 안사주셨겠져.. 남친이 말한 저 이유를 대고...

그래서 졸업식 하는데, 졸업하는 사람 중에 유일하게 양복을 안입었더랍니다.

학교 선배 결혼식도 가끔 가는데.. 갈때마다 입을 정장이 없어 예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면바지를 입고 가거나, 연락만 하고 예식장을 안가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번에 남친 과외도 끝나면서 더이상 돈 벌데도 없고 .. 집으로 내려가야만 합니다.

 

저... 그런 남친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남친에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만,

더군다나.. 남들이 볼때는 남자 별볼일 없으니깐 떠난다고 할 수도 있겠져....

누가 머라 욕을 해도.. 전 더이상 힘이 들어서 견디기가 힘듭니다.

 

남친... 자긴 절대로 헤어질 수가 없다네요.

내년 행시까지 4달만 기달려달랍니다.

틈틈히 설 올라오겠다구.. 그때 만나자고

하지만 저 그의 집 분위기 익히 알고 있습니다.

 

감시와 통제... 그의 집의 분위기입니다.

전화 한통화를 해도 옆에서 누구인지 무슨 통화를 하는지 다 들어야 시원해 하는 어머니입니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더라도 누구를 만나는지 언제 들어올건지 꼬치꼬치 다 캐내셔야 하는 분인거 다 아는데,

 

그 그럽니다.

문제집 사러 간다고 거짓말 하고 저 보러 오면 된답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거짓말 하고 저 보러 오는거 싫습니다. 그런거 안할랍니다.

3년을 사겼지만 남친 집에서 저 아직 모르십니다.

공부 중인데.. 자 사귀신거 알면.. 지난 2번의 셤 저땜에 떠러졌다고 저 머리털 다 뽑힐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남친이 일부러 숨겼져...

 

그렇게 그 집안에서 존재하지도 않은 저때문에.. 남친이 거짓말을 하고 설을 올라오고, 눈치 봐가면서 전화를 할게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저 정말 그런거 싫거든여.

저희가 무슨 불륜도 아니구, 처녀 총각이 만나 사귀면서 이렇게까지 하며 만나야 하나요...

 

그래서 저 정말 지치고 너무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하는데...

남친이 싫어진게 아니라 그런지 헤어지려는 것 또한 너무 힘이 듭니다. ㅠ.ㅠ

남친은 계속해서 헤어질 수 없다고 그러고...

 

어째야 할까요...

조금만 더 기다려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