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가슴에 달린 명예퇴직

은하철도200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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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가슴에 달린 명예퇴직



그늘진 곳만 찾아다녀야 하는가,  이제부터는 폐지 날리듯 뒷골목으로 스며들어야 하는가,  오십대라는 천명은 네온사인의 불빛마저도 외면한 구석진 곳에 구르는 빈소주병과 같다.  옛 가옥의 지붕에서 굴러 떨어진 조각난 기와조각이다.


1950대년부터 1960년대의 지하유적,

층층이 쌓인 신문명에 깔려 숨도 쉬지 못한 채, 빛바랜 시계의 초침소리 들으며 거리로 내몰리고 어둠으로 스며든다.  오십대는 범을 키웠던가,  손마디가 끊어져 나가는 아픔으로 건설했던 그 시대의 문명은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는 패륜아를 길렀던가,


흔한 컴퓨터 자판하나 두드리지 못하는 문맹으로 잉크 떨어진 만년필을 만지작거린다.  머쓱한 웃음 띠우며 돌아서는 사무실은 다시는 넘어오지 못할 문턱이었다.  배웅하는 사람들은 낙엽 같은 훈장을 하나 달아준다. 


명예로운 퇴직, 

쫓겨나는 자의 가슴에 무슨 명예가 존재한단 말인가,  정을 듬뿍 주었던 사람이 안 보겠다는데 무슨 명예가 그리도 빛난단 말인가,  굶어 죽든 말든 알바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감사하여 웃을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내일은 사십대의 동생도 명예퇴직이란다.  아직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식들이 있는데, 목마르게 기다리던 봉급을 잘라 버린다고 한다.  펄펄 뛰는 산송장들이 유령의 얼굴로 배회한다. 


이것이 국가경제다.  모두가 잘사는 길은 먼저 온 자가 죽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옛 공로는 알아주지만 이 자리에서 사라져 달라는 말이다.


생명을 명예퇴직 시킬까,

이만큼 살아 주었으니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 자신의 생명을 명퇴시키려는 충동도 일어난다.  오늘도 고층아파트에서는 명예로운 훈장을 달은 티셔츠가 날지 않는가,


밤 9시 뉴스.

명예퇴직도 없는 국회의원들이 핏발을 세운다.  돈으로 방안을 가득 채웠다는 신화를 창조한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며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평생 거짓말만 하고 살던 사람이 진실 앞에서 또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최후의 도피처인 애국자라는 미명을 뒤집어쓴다.  또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서로 말한다.


누가 사과를 받아 줄 것인가?

왜 저들은 별안간 국민 앞에 나서서 잘못 했다고 빌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누가 사과를 받아 준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원래 그렇게 살아온 사람인 줄을 모르고 우리가 표를 찍지는 않았다. 


힘이 없었기에 투표했을 뿐이다.  당신들을 믿었기에 국회의원을 해 달라고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세상에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민주원칙이 있다기에 그렇게 했을 뿐이다. 


당신의 말처럼 국민에게 정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면, 사과를 할 필요는 없다.  그 자리만 떠나면 된다.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피땀 어린 평생직장에서 내몰린 명퇴의 인간군상처럼 똑 같이 행동하면 될 것이다.  더 이상 치사한 소리는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십대의 지하유적으로 달리는 전철을 탄다면.


밤 9시 뉴스에 당신들의 얼굴이 안 보였으면 좋겠다.  당신들의 가슴에 번쩍거리는 명예퇴직 훈장이 달렸으면 좋겠다. 

그럴 뿐이다.  사과는 무슨 사과인가?  누가 사과해 달라고 애원했는가?


글 / 은하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