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 이야기(1)

플라워200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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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제 남친은 2000년 6월 7일에 만났습니다. 이 날은 잊혀지지가 않죠.

왜냐구여? 현충일 다음 날이라서여..우리 사랑 이야기(1)

 

저는 그때 지방에서 올라온지 딱 2달 정도 되었었죠..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데 너무 외로웠어요..우리 사랑 이야기(1)

 

회사에서 정시에 퇴근하면 갈 곳이라고는 집밖에 없었죠.

그리고 서울은 무서운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서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2달동안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했져..우리 사랑 이야기(1)

 

2달을 그렇게 보내니..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도 싫고..혼자 밥 먹는 것도 싫고...

아~ 그 때 역삼동에 있는 학원에 등록했었던 것 같네염...우리 사랑 이야기(1)

 

현충일을 쓸쓸히 방콕 생활로 보내고 그 담날 출근을 한 후..도저히 이렇게 내 젊음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저는 퇴근 시간 한 시간을 남겨두고 작업에 들어갔져. 뭔 작업이냐구여? 바로 채팅이였져..우리 사랑 이야기(1)

 

모클럽 사이트에 접속해서 모 방에 들어가서 야그를 나누는데..재미가 없었슴다.

때려쳐야지하고 생각하는 순간..제 눈에 들어온 쪽지가 있었습니다.우리 사랑 이야기(1)

 

"똑~똑~"

별 거 아닌 메시지에 전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더랬져..

좀 어이가 없더라구여..좀 촌스럽고..구식같은..그런 분위기를 풍겼져..

 

저도 쪽지를 보냈구..그러다 방을 하나 만들어서 약 한시간동안 야그를 나눴져.

음..매너는 괜찮았슴다. 서로 이야기도 잘 통하는 것 같았구여.

퇴근 시간이 임박해 오자 저는 방을 나가려고 했져..근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전 그 당시 채팅을 할때 전화번호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규칙을 세워놨었기 때문에...우리 사랑 이야기(1)

 

그냥 나오면 매너가 아닐 것 같아서 그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져.

내가 전화하겠다구 말이져..음냐..솔직히 맘 속으론 전화할 생각도 없었져..우리 사랑 이야기(1)

 

메모지에 전화번호를 적긴 했습니다. 퇴근 길에 그 메모지를 들고 나오다 쓰레기통에 버렸지요.

그런데...참으로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가는 일이였져..우리 사랑 이야기(1)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갑자기 나도 모르게 다시 뒤돌아 가서 버린 메모지를 갖고 왔습니다.

학원 시간이 한 시간 반정도 남아있었거든요..

근데 그 시간을 뭘로 때워야 할까 고민하다 그 버린 종이가 퍼뜩 떠오르는 거였어요..

마침 그 사람이 있는 곳이 강남이였거든요..잘 되었다 싶어서 가는 길에 전화해서 역삼으로 나오라고 했져.우리 사랑 이야기(1)

 

역삼역 4번 출구에서 기다렸습니다.

좀 있다 모자를 푹 눌러쓴 빼빼마른 한 남정네가 걸어오더군요..

어찌나 말랐던지..툭하면 쓰러질 것 같더라구염..우리 사랑 이야기(1)

 

첫인상은 맘에 안 들었슴다. 그래서 에휴..한 시간만 때우고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하며

강남역까지 걸어갔져..커피숍을 찾아서...

 

별로 맘에 안 들었지만 한 커피숍으로 들어가서 야그를 나눴습니다.

그는 안경을 썼고..코는 어찌나 높은지...여자 코보다 콧대가 더 높더군여..

한 시간 반을 떠들었습니다. 허~우리 사랑 이야기(1)

 

대화를 하는데 그날 첨 만난 사이가 아니라 꼭 옛날부터 알던 사이 같았습니다.

그리고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정말 남자가 맞나 할 정도록 말이 많았습니다.

저보다 더 잘 떠들었던 것 같군여..우리 사랑 이야기(1)

 

제가 커피숍에 한 시간 이상을 앉아 있지를 못하는데..왜냐구여..엉덩이가 가려워서염...

한 시간 반동안을 떠들고 .. 그날 학원은 제꼈습니다.

그 날로 학원에 발걸음을 끊어버리게 될 줄이야..헐~ 아직도 학원비가 아깝슴다.우리 사랑 이야기(1)

좀 비쌌거덩여..그리고 6개월치라..

 

술을 마시러 가자는데 친구를 부른다하더군여..

근데..첫 만남에 친구를 부르는게 맘에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만 집에 간다고 했져..그랬더니 안 된다고 붙잡더라구염..

싦음 친구 안 부르겠다구여..음냐..그렇게 붙잡으니 갈 수가 없더라구여..친구도 부르라고 했져..우리 사랑 이야기(1)

 

친구가 나왔는데..ROTC라고 하더군여..

음냐..제가 대학때 ROTC선배 좋아했었는데..갑자기 그 선배가 생각이 나더군여..

그 친구도 첫인상 맘에 안 들었슴다. 음냐..아마 그 친구도 절 맘에 안 들어했던 것 같네염..우리 사랑 이야기(1)

 

근데 지금은 무지 친합니다.

셋이서 술을 마시다 12시가 넘었져..음냐..그렇게 늦게까지 놀아본 적이 없어서리 저도 놀랬져..

집에 가겠다고 하니 데려다 준다고 하더군여..음냐..몇년만에 받아보는 에티켓이란 말이더냐..우리 사랑 이야기(1)

 

택시가 잘 안잡히는지 나중에는 모범을 잡더군여..그때 모범을 첨 타본 것 같네염..

근데..제가 서울에 온지 얼마 안되서리 .. 주로 전철을 타서리.. 길을 잘 몰랐져..

 

제가 그때 왕십리에 살았는데..성동구민회관 근처인데 제가 잘 몰라서 성동구청 근처라고 해버렸죠..

근데 막상 성동구청 근처에 오니 제 동네가 아니더라구여..

그날 전 길치로 찍혔슴다. 우리 사랑 이야기(1)

 

어찌하여 집 근처까지 와서 내리고..나중 말로 택시비 많이 깨졌다고 하더군여..

저는 집으로 들어가고 그는 그 친구랑 걸어서 행당동까지 갔다네여.

그의 친구가 행당동에 살더라구여..불행 중 다행이였져..우리 사랑 이야기(1)

 

저는 그 날 뿌듯한 맘으로 잠자리에 들었슴다.

 

-다음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