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엔 시간이 흐른다. 처음 의도했던 그림과 이후에 지워나간 그림의 흔적들. 두 그림의 사이에 놓여 있는 시간이 아주 천천히, 아직도 덜 마른 느낌으로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위로 아물지 않은 작가의 상처가 스민다. 처음 화폭을 앞에 두고 작가는 세상의 환희를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우고 싶은 순간이 된것일까. 큰 붓질로 덮어버리거나 물감을 부어버리지도 못한 채 추억을 곱씻듯 작은 붓으로 지워나간 흔적. 어쩌면 지우려는 의지 안에는 안타까움의 눈물이 희석되어 넘치는 것도 같다.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로 차마 지울 수 없는 선명한 선을 남겨도 본다. 내가 왜 이리 약한가 싶어 그 선조차 지워보지만 끝내 지우지 못한 채 붓을 내렸다. 마음 속에 간직한 얼굴이 있다. 운명의 시간이 되어 이별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어 혼자만의 언어로 박제된 얼굴. 언젠가 그 얼굴 지우려 마음속 붓을 들어도 보았지만, 차마 눈빛마저 지워버리지는 못한...... 아픔은 아픔인 채로 둘 것. 아픔이 흐르는 시간을 만나 그대로 곰삭고 희석되도록 아픔은 아픔인 채로 둘 것. 그림이 내게 속삭인다. -한젬마 <그림 읽어주는 여자> 中 한젬마가 이 글을 쓰면서 바라본 그림은 아르실 고르끼의 <까맣게 타버린 연인>이다.. 강렬한 색의 그림 위에 하얀 붓으로 조금씩 조금씩 지워나가 이제 바탕의 색만 흘깃흘깃 보일 뿐인.. 세상의 환희였지만 언젠가 두 그림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추억을 곱씹으며 조금씩 지워나간 듯한 아픈 그림.. 이별 뒤의 아픔.. 나는 사실 이별 뒤의 아픔을 모른다. 지칠대로 지쳐 더 이상 아픔도 느껴지지 않을때까지 가버린 후에 헤어짐을 요구했다. 그걸 막을 수 있는 힘이 전혀 없던 그 사람에게.. 모질게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돌아선 후 한꺼번에 큰 붓질로 난 다 지워버렸는데.. 그 사람은 2년이 지나도록 작은 붓을 들고 우리가 함께 그렸던 그림을 곱씹으며 지워나가고 있나보다. 늘 받으면 화만 나던 그의 메일..이었건만 오늘 처음으로 그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을 그가 이제 그만 그 기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이제 다른 사랑을 찾아 날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금 내 곁에 있는 또다른 사랑이.. 그가 이전 3년동안 내 가슴에 내었던 생채기를 모두 아물게 했나보다. 이제 그의 아픔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걸 보면.. 첫사랑이었는데 이별 후에 아프지도 않을 정도로 지쳐버린 독한 사랑을 했다는 게 더 가슴 아픈 시절이 있었다.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괴로움이 더 낫지 않을까.. 그러면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내가 한 사랑에 대하여 떳떳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그에 대한 원망과 나에 대한 원망, 그 사랑에 대한 후회로 괴로워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들이 그 아픔이 다 지나고 이제.. 드디어 첫사랑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해서 정말.. 다..행..이..다.. 그만큼 성숙한 내가 기특하다..
지울 수 없는 얼굴
그림 속엔 시간이 흐른다. 처음 의도했던 그림과 이후에 지워나간 그림의 흔적들.
두 그림의 사이에 놓여 있는 시간이 아주 천천히, 아직도 덜 마른 느낌으로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위로 아물지 않은 작가의 상처가 스민다. 처음 화폭을 앞에 두고 작가는
세상의 환희를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우고 싶은 순간이 된것일까. 큰 붓질로
덮어버리거나 물감을 부어버리지도 못한 채 추억을 곱씻듯 작은 붓으로 지워나간 흔적.
어쩌면 지우려는 의지 안에는 안타까움의 눈물이 희석되어 넘치는 것도 같다.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로 차마 지울 수 없는 선명한 선을 남겨도 본다. 내가 왜 이리 약한가
싶어 그 선조차 지워보지만 끝내 지우지 못한 채 붓을 내렸다. 마음 속에 간직한 얼굴이 있다.
운명의 시간이 되어 이별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어 혼자만의 언어로 박제된 얼굴. 언젠가
그 얼굴 지우려 마음속 붓을 들어도 보았지만, 차마 눈빛마저 지워버리지는 못한......
아픔은 아픔인 채로 둘 것.
아픔이 흐르는 시간을 만나 그대로 곰삭고 희석되도록 아픔은 아픔인 채로 둘 것.
그림이 내게 속삭인다.
-한젬마 <그림 읽어주는 여자> 中
한젬마가 이 글을 쓰면서 바라본 그림은
아르실 고르끼의 <까맣게 타버린 연인>이다..
강렬한 색의 그림 위에 하얀 붓으로 조금씩 조금씩 지워나가
이제 바탕의 색만 흘깃흘깃 보일 뿐인..
세상의 환희였지만 언젠가 두 그림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추억을 곱씹으며 조금씩 지워나간 듯한 아픈 그림..
이별 뒤의 아픔..
나는 사실 이별 뒤의 아픔을 모른다.
지칠대로 지쳐 더 이상 아픔도 느껴지지 않을때까지
가버린 후에 헤어짐을 요구했다.
그걸 막을 수 있는 힘이 전혀 없던 그 사람에게..
모질게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돌아선 후
한꺼번에 큰 붓질로 난 다 지워버렸는데..
그 사람은 2년이 지나도록 작은 붓을 들고
우리가 함께 그렸던 그림을
곱씹으며 지워나가고 있나보다.
늘 받으면 화만 나던 그의 메일..이었건만
오늘 처음으로 그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을 그가
이제 그만 그 기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이제 다른 사랑을 찾아 날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금 내 곁에 있는 또다른 사랑이..
그가 이전 3년동안 내 가슴에 내었던 생채기를 모두 아물게 했나보다.
이제 그의 아픔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걸 보면..
첫사랑이었는데 이별 후에 아프지도 않을 정도로 지쳐버린
독한 사랑을 했다는 게 더 가슴 아픈 시절이 있었다.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괴로움이
더 낫지 않을까.. 그러면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내가 한 사랑에 대하여 떳떳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그에 대한 원망과 나에 대한 원망,
그 사랑에 대한 후회로 괴로워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들이 그 아픔이 다 지나고 이제..
드디어 첫사랑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해서
정말.. 다..행..이..다..
그만큼 성숙한 내가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