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휴일

풀내음200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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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입시생들에겐 생사가 오가는 날이겠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는 상당수의 학생들과 교사들에겐 신나는 휴일이다.

만추의 절정에 휴가가 주어지니 어이 나들이를 안할소냐...

아침을 먹고 오랜만에 돌아온 애마를 몰고 집을 나섰다.

 

항상 막히던 집앞이 공사가 끝나서 차가 잘 빠지고...

구리까지 이어지는 길이 개통이 되었다길래 강북도로로 길을 잡았다.

국도에서 120을 밟아도 과속이 아닌 분위기..@_@

아직 채 정비가 되지 않은 곳 때문에 간혹 정체되는 곳이 있긴 했으나 엄첨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평일의 휴일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한강의 여울은 얼마나 예쁘던지...

 

목적지를 일단 가시오가피 밭으로 잡았다.

그곳은 나에게 엄청난 행운을 안겨다준 곳이다.

작년.. 그 아리던 시절에 산삼이 자라는 밭을 나에게 안겨준 곳이다.

임신한 산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 산은 나에게 어머님 같은 푸근함과 애인같은 설레임을 안겨준 곳이다.

아마 작년에 그곳에서 100여뿌리의 산삼을 만났었으니까...

최악의 시기에 최상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평일의 휴일

올해 정신이 없는 바람에 그곳엘 들르질 못했었는데...

난초를 선물해준 절친한 친구가 그곳을 개방해주길 원했었다.

남쪽에서 나는 산삼은 흔히 인삼밭 근처에서 나기에 인삼씨의 자연 발아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이지만..

이곳은 근처에 인삼밭이 없기에 흔히 이야기하는 천종삼이 틀림 없는데...

한참을 망설이다... 어차피 다녀와야할 곳이었기에 개방을 했다.

그곳엔 산삼 외에도 희귀한 야생화가 지천으로 자라나는 참으로 보기드문 자연의 보고다.

평일의 휴일

사진은 작년에 이곳에서 캤었던 산삼이다... 놀랍지요?

 

올 여름에 그곳엘 들러서 산삼을 수십뿌리를 캐어 나누어 갖고...

바로 옆에 자라는 가시 오가피를 잘라서 베낭 한가득씩 챙겨 넣었다.

그 가시오가피를 지인에게 선물했기에 겨울내 끓여먹을 약물을 챙기러 오늘 들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장소엔 가시오가피가 없었다.

매우 큰 덩이로 두세곳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였는데...

모두 파내고 흙을 메꾸어 놓았더군...

그자리에 마일드세븐 담배꽁초가 누군가가 파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설마 그 친구들이 그러진 않았겠지만...

2년여를 손끝 하나 타지 않던 나무가 사라지고 말았음에 정말 얼떨떨했다.

 

결국 그곳에서 영지버섯 두개를 챙기고 다음장소를 향하기로 했다.

하산하는 길에는 다락논에 베어놓은 탈곡한 볏단들이 가을이 깊었음을 알려 주더군...

평일의 휴일

 

허탈한 마음에 돌아 나오는 길에는...

텅빈 논바닥이 내마음을 알아주는양 허허롭게 누워있었고...

그를 배경으로 산국이 활짝 피어 마음을 달래 주더군...

결국 감기에 좋다는 산국으로 술이나 담글 요량으로 가방에 뜯어 모았다.

평일의 휴일

 

거리의 은행은 더할 수 없는 색에 겨워 잎을 토해내고...

평일의 휴일

 

산에는 더할 수 없는 색상들이 어우러져 마음을 달래 주더군...

평일의 휴일

 

나는 간혹 새로난 길을 피해 익숙한 옛길로 다니길 좋아한다.

그곳엔 번잡한 길에서 볼 수 없는 한가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평일의 휴일

 

작년에 산삼을 두뿌리 캤던 곳에 닿았다.

평일의 휴일

 

이곳은 내가 친히 답사를 하고 많은 인원을 데리고 산삼찾기에 나섰던 곳이다.

문제는 내가 찾은 삼 이외에는 찾지를 못했기에 너무 미안했던 곳이지만...

산삼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곳엔 삼지구엽초가 아주 많은 곳이다.

 

삼지구엽초는 흔히 음양곽이라고 부르는 약초다.

다시 말하면 남자에게 무진장 좋다는 약초다.

평일의 휴일

 

삼지구엽초는 매우 가늘고 탄력있는 가지가 세번 갈라지고 그 끝이 다시 세번갈라지면서 아홉개의 잎을 다는 풀이다.

작년에 회원들에게 절대로 뿌리를 다치지 않게 따라고 누누히 이야길 했건만...

그 많던 잎들이 보이질 않더군...

다행히 내가 삼을 캤던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에만 잎들이 남아 있더군...

오늘 잎만 따려고 아예 전지가위를 들고 오길 정말 잘한듯하다.

풀이란 뿌리만 멀쩡하면 다음해에 다시 또 자라나는 성질들이니 잎은 아무리 뜯어도 무방하다.

특히 가을이면 해가 없을 뿐더러 약효는 잎에 잔뜩 웅크리고 있기에 더욱 좋다.

이놈들을 그래도 한가방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 오늘의 소득이다.

 

이런 삼지구엽초를 따러 나오다 발견한 것...

내 오랜 스틱을 놓고 온 것이다.

첫 산행지에 놓고 왔으니 다시 돌아가야한다....

 

평일의 휴일

돌아가는 길은 이미 해가 기울어 졌더군...

바로 가면 엄청 빠를 길을 삥 다시 돌아가야만하다니..

정신없이 첫 산행지에 도착하고 보니...

이미 해는 떨어졌더라...

 

한참을 걸으며 어디에 두었는지 찾는데 보이질 않더군..

하기야 얻은게 많은 산이니 잃어도 아까울게 없다..고 생각한 순간..

내 스틱이 보이더군...

내 스틱..

흉기에 버금가는 것이다.

비행기만드는 재료인 두랄루민 몸체에 강철 갈퀴가 달려서 얼음벽도 탈 수 있게 만들어진 전문가용이니까...

 

그걸 찾아 들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하는 도중 어두워 지더군...

그래도 평일이니까...

또 길이 잘 뚤렸으니까...

한시간 내에 집에 도착하게 되더군...

 

오늘의 소득은 한가방의 산국화와..

한가방의 삼지구엽초..

이만하면 소득은 있는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