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단테 1-1

Rhodanthe200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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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찾아온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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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때아닌 눈발이 창밖에서 무질서하게 바람에 실려 흩날리고 있다고 그가 전해준다. 가끔 창문이 덜컹 거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밖에 세찬 눈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변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의 숨가쁜 소리도 세찬 겨울바람에 파뭍혀 들려오지 않음을 그는 알고 있다. 이따금 들려오는 창문의 덜컹거리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실내는 정적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고양이 짱구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트리고 청각을 자극한다. 12월의 오전은 그렇게 조용하기만 했다.

"임 실장님, 지금 눈이 많이 오나요?"

오랜 침묵을 깨고 임실장에게 던진 말이 었다.

"조금전부터 눈발이 굵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눈이 꽤 올거 같은데요. 오늘 어머님과 동생분께서 오신다고 하셨는데 눈 때문에 오시기 힘드신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얼른 그쳐야 할텐데......"

그가 말끝을 흐트리며 가는 한숨을 길게 내어 뱉는다.

"지금이 몇 시지요?"

다시 그에게 건낸 말,

"10시 15분입니다"

짧막한 그의 말.....

"8시 40분에 출발했다고 했죠? 이제 추풍령을 지났겠네요"

"네 그정도 됐을 겁니다"

또다시 이어지는 지루한 침묵.

임 실장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끔 부시럭 거리며 서류 넘기는 소리를 내곤 한다.

그런가 싶더니 방으로 들어가 전화통화를 하곤 한다.

잠시후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쇼파옆에 다가와 말을 건낸다.

"사장님, 김천땅 문제 말입니다. 매입하시는 방향으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잔뜩 가라앉은 그러나 무척이나 경직된 어투의 그의 말.

"지난번에 그 땅 보고 왔지? 인근에 택지개발예정 된다는거 제대로 알아보았습니까?"

낮게 깔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네, 인근 지역 주민들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서울 큰 손들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정보인거 같습니다. 아직 시세 변동은 없는데 서교동 김 회장님도 매입으로 방향을 잡으신거 같습니다. 제 정보에 의해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에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제법 또박 또박한 어조로 대답을 한다.

"김회장님이랑 김천같이 가기로 한 날이 사흘뒤가 맞나요? 요즘 정신이 통 없네요"

가느다란 한숨 소리와 섞여 흘러나온 말.

"아닙니다. 나흘뒤입니다. 벌써 치매 걸리신거예요?"

대답과 함께 나온 질문속에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글쎄요, 아무래도 치매가 아닌가 싶네요. 살 날이 창창한 나인데....... 거참, 하하하"

마지못해 흘려보는 어색한 웃음, 이내 긴 한숨이 흘러나온다.

여전히 세찬 눈보라가 날리고 있음을 창문의 덜컹거리는 소리로 알 수 있었다.

한치의 빈틈도 없을것 같은 견고한 거실 섀시가 흔들리는 신음소리를 듣고서야 상당한 강풍이 불고 있을거라고, 시야조차 확보하기 힘든 눈보라가 지금 밖을 뒤덮고 있을거라고 지제짐작해본다.

다시금 서울로 오고 있을 가족들 걱정이 앞선다. 눈보라가 그만 그쳐주길 내내 바라고 있다.

"사장님, 눈이 너무 많이 와서 63빌딩도 안 보일정도네요"

마치 처음 안 사실인양 제법 높은 어조로 말한다.

"그럴만도하죠. 1킬로미터나 되는 거린데 눈이 많이 온다면서 보이면 오히려 이상하죠"

"강 건너편까지 그렇게나 멉니까? 700미터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임실장이 말끝을 흐리자,

"원효대교 연장이 1킬로미터나 돼. 여태 몰랐어요?"

정말 쓸데없는 지극히 사사로운 문제로 언성을 높인다.

속이 넓은 임 실장, 그냥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여지껏 그것도 몰랐다는듯.........

 

세월은 이다지도 부질없는 것이었던가?

어린시절, 아니 순수했던 시절 사랑이 전부였던 시절, 세월이 사랑마저 만들어줄거라 믿었던 순수했던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이토록 때로는 현실적인 사랑은 순정마저 철없는 철부지의 가슴앓이쯤으로 치부시키곤 한다.

그게 아니었음에도, 분명 그것이 아님에도 몇 번을 재차 확인하고 부정해봐도 현실적인 사랑은 비웃고만 있다.현실적인 사랑....... 빛좋은 개살구와도 같은, 허나 결코 사랑은 아닌 그래서 물질적인 사랑이라고 비아냥거림에 시달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