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

안나2003.11.06
조회157

얼마 전 깨달았다. 내가 어리석었다는 걸...

 

어릴 적 부터 난 선생님들에게 소위' 얌전한 모범생 ' 이였다. 비록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에게 문제아로는 낙인찍힌 적 없는 아이였다. 하지만 난 문제아였던 것 같다.

 

겉으로 확 드러나진 않지만 언젠가부터 행동의 신중함은 고려하지 않고 상대방을 대했다.

 

'나라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너무 순진해서일까.

 

겉으론 모두 웃고 있지만 속사정은 아무도 모를 일인데..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자유자재로 행동했다.

 

 

수능을 가지고 모두 난리들이다. 나 또한 요번에 봤다. 결과는 비극이였다.

 

그래도 되돌릴 수 없는 일. 내 주위에 어떤 친구는 그 날 아파서 수능을 못봤다고 한다.

 

세상엔 많은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수능이라는 제도가 한심스럽지만 결국 볼 수 밖에 없는 시험이 되고 말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수험생이니까. 가끔은 가슴이 답답하다. 수시로 붙었다는 그 수많은 아이들도 부럽고 어떻게 하면

 

붙을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그 아이들의 결과일 뿐.

 

지방대도 생각해봤지만 '다음날 가면 문닫는 학교'라고 한다. 또 지방대에 다니는 '듯'보이는 수많은

 

학생들은 하나같이 편입을 준비한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후, 학생 수 미달로 문을 닫는다.

 

그러면 이 대한민국의 수많은 수험생들이 가야할 곳은 인서울대학이란 말인가?

 

인서울의 대학은 한정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 많은 수험생들이 인서울대학을 갈까.

 

한순간의 뒤집기로 인생이 좌우되는 이런 현실이 짜증난다. 찍기실력은 어디다 써먹으려고..

 

내가 받은 많은 초콜렛들이 한심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끊임없는 전화들도..

 

모두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일기예보에 나오는 '수능전날 날씨'라는 말도 어색해 보인다.

 

학교 앞 경찰차도.. 후배들의 격려도..  결국 우리의 도달점은 어디인지.

 

수능시험장에 가서 별로 떨지 않았다. 내 친구들도 평상심으로 시험을 봤다. 날씨가 훈훈해서일까.

 

맨 처음엔 엄마에게 미안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 밖에 없는데.

 

내가 외동딸인게 싫어졌다. 그리고 좀 시간이 지나니 앞으로 있을 일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기대하고 있었던 할머니에게 미안했다. 전화로 솔직히 못본거 같다고 말했는데 그런 내가 웃겨 보였다.

 

할머니는 겉으로는 웃으신다. 할말이 없었다. 잘봤으면 떠들 말도 많았을텐데...

 

결국 푹 쉬라는 말을 듣고 전화를 놓았다. 마음이 찜찜했다.

 

맛있는 초콜렛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난 초콜렛을 안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