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기에 버림받은 여자...

한심녀2003.11.08
조회1,443

저는 지금 30살의 미혼 여성입니다.

얼마전  헤어진 첫남자의 소식을 듣고서는 참을 수 없는 복수심에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당시 난 24살 식품회사의 관리부 신입사원이며 그는 29살  조그만 제빵회사의 영업사원이였습니다.

작은 회사이기에 영업사원이면서 거래처에 빵을 납품하는 배달업무도 보는 그를 저는 처음에 허접하게

봤습니다.  신입사원으로써 모든 일에 의욕이 넘쳤고 패기 있어보인 저를보고 그가  호감을 가졌나봐요

홀로 자취하며 정에 메말라있던 자신에게 말한마디도 따뜻하게 한다며 감사의 뜻에서 퇴근후 저녁을 사준다하더군요. 몇 번 거절했지만 매일 보는 사람이며, 거래처 사람이라 호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약속을 했죠.  그날 그가 그러더군요.  첫눈에 반했다, 데이트 신청이였는데 내가 받아줬다 등 등 ... 아시죠 어떤

식의 대화가 오갔는지. 흔히 TV에서 많이 보고 듣던 그런 말들.

그는 내가 너무 맘에 든다 사귀어 보자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남자들은 내 여자다 싶은 마음이

드는 여자에게만 지나온 자신의 과거의 이야기를 한다며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고향은 서울이며 집안의 장손으로 학교는 S대를 나왔으며(학과는 끝까지 이야기 하지 않더군요)

아버지는 의사이셨는데 그가 20대 초반에 돌아가셨고 홀어머니에 K모 방송국의 PD로 있는 노처녀 누나가 있고 세무공무원인 여동생, 대학생 막둥이...  재력이 있는 집안이지만 부모님의 뜻을 져버리고 의대를 중간에 포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학과도 맘대로 정하고 그 일로 인해서 집안에서 버린 자식 취급을 받았다나 그러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일종의 아르바이트다 본업은 카메라에 관련된 일이다  누나가 방송국 PD고 집안의 어른이 방송국 국장이다면서 자신도 곧 방송국에서 카메라맨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등등.. 어쨋든 혼자의 힘으로  성공해서 집안의 장손 역활을 꼭 해낼꺼라며 무척 자신있는 모습을 제게 보여줬죠 그날.

그 후로 그는 매일 전화하고 매일 만나자고 하며 저를 귀찮게 했죠.

첨엔 그가 처해진 환경과 그의 이야기가 도무지 맞지 않는 것 같아 사기꾼으로 느끼고 그를 멀리 했는데

그럴 수록 그는 더욱 집요하게 나에게 다가 왔고 믿지 못하는 저를 이해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썼죠.

K모 방송국에 관련된 것, 자신의 어머니께 인사드리러 가자며 공항으로 나오라는 둥.

첨엔 그가 너무 너무 저에게 잘해주었습니다. 그런 정성으로 인해 어느새 저도 그 남자에게 넘어가 버렸죠. 아니 그땐 이미 그에게서 제가 헤어 나오질 못하게 됐습니다. 그럴 때 조심했어야 하는건데 ㅡ.ㅡ

사랑이라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단점도 장점으로 보여지잖아요. 암튼 처음으로 저는 사랑이란 걸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남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고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과묵한 사람이라 그럴려니 했어요. 둘이 사랑을 할때도 그는 내가 모든 것을 해주길 원했구요. 그 때만 해도 남녀가 사랑을 할때는 여자가 그렇게 하는 걸로 알았습니다. 여기서 사랑이란... 아시죠^^;

순진한 나는 그에게 나의 몸을 허락했기에 그는 나를 버리지 않고 영원히 함께할 껄라고 생각했죠.

그는 이런 나의 마음을 알고 차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한달 적금을 300만원씩 넣는데 요새 카메라 일거리가 많지 않아 수입이 줄었다 그러니 니가 와서 차 기름 좀 넣어달라. 회사에서 스트레서 받았다 술 사내라. 계절이 바뀌었는데 옷이 없다. 일이 바빠 밥도 못먹었다. 그럴 때면 그는 뭐든 고급으로만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게 사랑이라 느끼며 아낌없이 뭐든 그에게 다 해주었죠. 그래서 저는 월급을 모을 수가 없었어요 ㅡ.ㅡ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전혀 되질 않지만 그 땐 그랬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열받고 한심하고 후회스럽고 남들이 욕한다 해도 아무말 못하죠....

아무튼 그렇게 시간은 흘러 5개월 후쯤 그가 나에게서 왠지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였어요.

12월 크리스마스 이브날. 날은 당연히 그와 내가 함께 보낼 껄라 생각했는데 그는 회사일이 바뻐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며 미안하다며 대신 연말에 해돋이 보러 가자며 날 달랬죠. 그땐 그 말을 100%

믿었습니다.  그때쯤 그의 친구를 한명 알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넘 멋었는 남자였습니다. 그가 친구를 소개하면서 하는말 멋진 남자여서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는다며 돈도 많고 여자에게 헌신적이라며 관심있으면 자기에게 말 하래요. 어쩜 여자친구에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는지...하지만 그의 말처럼 그 친구는 너무나도 자상하면서 여자를 대하는 게 남친과 넘 비교되었습니다. 그가 바쁘다며 나와 만나지

못할 때 가끔 그 친구와 어울렸습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났어요. 그 동안 별 만남이 없이 그는  돈이 필요하거나 여자가 필요할때만 저를 찾고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리 풍족한 집안이 아니라 제가 번 돈으로만 그 남자의 뒷바라지를 했기에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그는 내게 돈이 없음을 알게 되면서 연락을 서서히 접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저는 그를 믿었습니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 애쓰는 그를 안쓰러워하면서...

또 다시 크리스마스 이브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는 바쁘다며 만남을 뒤로 미루었죠. 그런데 그의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혼자있지말고 나오라며.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분위기상 우린 술 한잔씩했죠. 어느 정도 분위기가 오르자 그가 할 말이 있다며, 충격이 클 줄 아는데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더이상 내가 상처 받는게 싫고 그가 너무 밉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그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돈 많은 여자를 찾고 있었는데 저를 만나기 전에 어느 중견 사업가의 딸과 교제를 하고 있었데요. 하지만 돈 많은 부모밑에서 하나 아쉬울 껏없이 커온 성격에 그 남잘 곧 잘무시하는  여자였나보더라구요. 자존심 쎈 그가 그 하나에 만족하지 못하고 돈 많고 성격좋은 여자로 다시 물색하고 있던 중 제가 걸렸나봐요. 제가 보기에 좀 있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꺼든요.  자신의 여자로 날 만들어 놓고 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못미치게 제가 가진 집안의 딸이 아니여서 저를 버리기로 했나봐요. 그래서 그가 친구에게 내가 맘에들면 적당히 데리고 놀다가 자기처럼 버리면 그만이라며... 그 순간 진짜 피가 거꾸러 솟고 앞이 깜깜하면서 기가 막혀 울음도 나오지 않더라구요. 배신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내게 그 친구는 결정타를 날리더군요. 그가 전에 사귀던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여자측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오늘 갔다구. 날 위해서는 10원 하나 안쓰려던 그가 인사드리러 가는 길에 수백만원하는 양주를 몇 병 사들고 갔다는 말을 듣는데 그대로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당황해하는 저를 보며 그 친구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배신감과 허탈함이 들겠지만 그냥 여기에서 조용히 마무리 지어라는. 그에게 찾아가 따지고 대들면서 나를 책임지라고 해봤자 얻는건 하나 없고 마음만 더욱 다칠꺼라며. 당시 어떻게 할지 몰랐던 나는 그 친구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내가 딴 맘을 먹지 않게 끔 하루에 한번씩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3개월 후 조금씩 조금씩 그를 잊어가고 있는데 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보고싶다며 나에게 꼭 할 말이 있다고. 저는 그의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그 때까지도 저는 그를 잊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이 거짓일 수도 있다며 그에게서 모든 말을 듣지 않은 이상 다 믿을 수는 없었기에

그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는 말에 그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는 초췌한 얼굴로 나에게 미안하다며 너도

알다시피 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약혼했는데 한달 전에 파혼했다. 다시 널 볼 면목이 없었지만 도저히

널 잊을 수가 없었다. 한심스럽고 우습지만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우리 영원히 헤어지지 말자며 서로 맹세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착각이였습니다.

알뜰한 제 성격을 안 그 남자는 제가 돈을 제법 모아났을꺼라 생각했나봐요. 약혼한 그 여자를 잡기위해

그 동안 돈 수백만원 썼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저를 이용하기로 했던거죠.

자신과 관계를 가진 이유로 쉽게 헤어질 수 없을 꺼라 생각하며, 순진한 저의 마음을 또 한번 상처받게

만들었죠. 한달 후 쯤 그는 돈이 필요하다며 나에게 빌려 달라고 하더군요. 결혼할때 혼수품 미리 준비하는 셈치라며 빠른 시일내로 갚겠다고 몇 백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또 한번 그의 말을 믿었고 적금을 해지해서 마련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후 그와는 연락 두절이 되었고  아파트도 이사해 버렸더군요. 직장도 당연히 퇴직하구요. 저 참 한심하죠. 저두 저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4년이 지난 올해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그남자의 집 전화번호와 아파트 호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번호가 적혀진 쪽지를 손에 부여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당장이라도 그 집에 찾아 가야하나 결혼은 했나 전화를 해봐야하나 결혼을 했으면 이 모든 사실을 그 부인에게 알려야 하나 아님 이대로 나혼자만 가슴에 묻어 둔채 모든 걸 지워야 하나.... 이런 생각에

오늘도 쉬이 잠못들고 글을 올립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것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