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달리기 밤이면 모두가, 홀린 듯 사라져 버리고 무료한 공기와 홀로 맞닥뜨리게 되면 밖으로 나온다 둥그렷이 뜬 가로등이 내 마음처럼 은밀히 내려다보는 밤길을 달려서 초등학교 운동장에 닿으면 둘셋 짝지어서, 혹은 혼자서 달리는 사람, 걷는 사람들 둔탁한 허리의 무게를 느끼며 그 흙길을 달리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쉽게 쓰러지고 마는 허약한 일상을 향해 일어나라고 발길질을 해대며, 또 별 것 아니면서 새록새록 곱씹히는 하루 하루의 목차들을 넘기며 달리다 보면 으스름 불빛 아래 하얀 길이 운동장을 달리는 내 앞에 나있어 누가 이 밤에 회칠을 하며 길을 그렸나 달리기 좋아라고 어느새 누가 그렸나 하지만 그건 내가 몇 바퀴고 돌면서 흙길을 밟아서 낸 길임을 알게 된다 잘 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언제나 바른 길 찾으려 용쓰지 말아라 무심히 자신이 길임을 느낄 때가 있다
달리기, 밤에
밤에 달리기
밤이면 모두가, 홀린 듯 사라져 버리고
무료한 공기와 홀로 맞닥뜨리게 되면
밖으로 나온다
둥그렷이 뜬 가로등이 내 마음처럼 은밀히 내려다보는
밤길을 달려서 초등학교 운동장에 닿으면
둘셋 짝지어서, 혹은 혼자서 달리는 사람, 걷는 사람들
둔탁한 허리의 무게를 느끼며 그 흙길을 달리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쉽게 쓰러지고 마는 허약한 일상을 향해
일어나라고 발길질을 해대며, 또
별 것 아니면서 새록새록 곱씹히는
하루 하루의 목차들을 넘기며 달리다 보면
으스름 불빛 아래 하얀 길이 운동장을 달리는 내 앞에 나있어
누가 이 밤에 회칠을 하며 길을 그렸나
달리기 좋아라고 어느새 누가 그렸나
하지만 그건
내가 몇 바퀴고 돌면서 흙길을 밟아서 낸 길임을 알게 된다
잘 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언제나 바른 길 찾으려 용쓰지 말아라
무심히 자신이 길임을 느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