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밤에

설산200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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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달리기


밤이면 모두가, 홀린 듯 사라져 버리고

무료한 공기와 홀로 맞닥뜨리게 되면

밖으로 나온다

둥그렷이 뜬 가로등이 내 마음처럼 은밀히 내려다보는

밤길을 달려서 초등학교 운동장에 닿으면

둘셋 짝지어서, 혹은 혼자서 달리는 사람, 걷는 사람들

둔탁한 허리의 무게를 느끼며 그 흙길을 달리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쉽게 쓰러지고 마는 허약한 일상을 향해

일어나라고 발길질을 해대며, 또 

별 것 아니면서 새록새록 곱씹히는

하루 하루의 목차들을 넘기며 달리다 보면

으스름 불빛 아래 하얀 길이 운동장을 달리는 내 앞에 나있어

누가 이 밤에 회칠을 하며 길을 그렸나

달리기 좋아라고 어느새 누가 그렸나

하지만 그건

내가 몇 바퀴고 돌면서 흙길을 밟아서 낸 길임을 알게 된다

잘 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언제나 바른 길 찾으려 용쓰지 말아라

무심히 자신이 길임을 느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