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일기(5)

씨애틀댁2003.11.13
조회17,874

오늘아침 제법 차가운 날씨속에 종종 걸음치며
학교를 가는 작은 아이에 뒷모습이 안스럽다
다들 차로 데려다 주지만,난 운동이라는 핑게로 15분 넘는 거리를
아침마다 얼르고 달레고 그야말로 끌고간다
추운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자박자박 걷는 모습이 오늘도 내 마음을 아린다


자식이 무언지...........
작은아이는 Elementary School 2학년이다
한국학교에선 1학년을 다니다 생일이 빠르다는 이유로 2학년에 입학했다
첫 등교날
과연 잘할수 있을까,,영어 한마디도 못하는데 울면 어쩌나,안절부절하며
기다린 기역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행히 울지도 않고 런치가 햄버거 나온다고 유쾌하게 적응하는 녀석이
참 고맙고 기특하게 느껴졌다


한달이 조금 자나자 슬슬 학교 가기를 두려워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수업이 너무길어 힘들단다.....(8시40분에 시작해서 3시20분에 끝난다)
처음엔 진짜 힘들어 그런줄만 알았다

어느날.......
"엄마,,,나 ....영어 잘해서 애나랑 잉글리쉬 선생님 혼내줄꺼야."
"음...그게 무슨말이야? 누가 영어 못한다고 놀려?"
"미국아이들 정말 나뻐..변덕장이들만 있어"
그냥 장난말이 아닌거 같어 자세히 물어보았다


이유인즉.
작은아이가 런치 시간이며,조별 학습시간에 줄을 서서 이동을 한단다
눈치껏 따라서 줄을 서는데 애나라는 한 아이가 자꾸 선동을 해서
"너 자리가 아니다..여긴 내자리다"라며 눈치를 주고 선생님에게 이른다는 것이다
며칠 계속 그래서 "여긴 내 포지션이다 애나..너가 저리로 가라"로 했지만
가지않고 영어로 계속 놀려댄단다
그 영어를 알아 들을수 없어 그냥 뒤로 가서 다시 줄을 선 모양이다
성격좋은 작은아이가 속으로는 무척 당황스럽고 속상했는지 말하면서 훌쩍인다
또.
개별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 시간에는 영어 선생님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화를 내신다고 한다 큰 한숨을 쉬시면서,고개를 막 흔들면서 화를 내신단다
물론 칭찬도 하지만 화를 내시는 횟수가 더 많어 그 선생님이 무섭단다
.................
듣는순간 난 아무말도 나오질 않았다



"혜인아..애나가 그러면 너..한국말로 욕해!!!!
너 영어 못하듯이 애나 한국말 못하잖어..왜 바보같이 뒤로가!!"
"너가 아무말없이 당하니 더 재미있어서 놀리는거야..아니면 조용히 끌고가 때려줘..너 천하장사잖어."
"엄마..나 아이들 때리면 감옥가고, 엄마는 한국으로 가야한데..훌쩍 훌쩍..ㅠㅠ"
"애나..소련아이야 너보다 발음 더 엉망이고 영어도 못해 기죽지 말고 한국말로 단호하게 뭐라고그래..으구..바보야.""
"그리고 선생님이 무슨 단어를 이야기하나 잘듣지..화내시면 스마일~이라고해..그말도 못해?"
"너가 너무 작게 대답해서 못들으신거 아니야? "
"엄마가 영어가 안되면 한국말이라도 해서 선생님에게 말해줄께..영어 못하는게 무슨 죄야...."
너무 속상해서 아이에게 소리치고 자리를 피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저 작은 마음이 얼마나 상처가 됐을까....
얼마나 답답하고,힘들었을까...
부모가 한국으로 되돌아 갈까봐 어린 마음에 아무소리 못하고 양보해야 하는 마음이
얼마나 서러웠을까..
날개잃은 작은 새처럼 기한번 펴지 못하고 숨죽이고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니
다 내 잘못같고 부모욕심 때문에 아이를 바보로 만든건 아닌가..
마음이 갈갈이 찢기운다

다들 초기에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고생 한다고는 하나,
아이가 받을 상처가 앞으로도 많을거라 생각하니 더욱 안스럽고 측은하니 미얀하다
영어를 못하는 엄마인게 더 미얀하고,앞장서서 변호해 주지 못하는게 미얀하고,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엄마인게 미얀하다

극한 환경속에서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철이 빨리 드는지
쪼르르 달려와 기분을 풀어 준다고 하는말.....
"엄마 ..나 요즘은 그래도 안졸아..처음에는 선생님이 책 읽어주시면 졸았거든..
요즘은 아주 쪼끔만 졸아...나 이쁘지?"
"그래 우리 혜인이 참 이쁘다..혜인아..졸리면 자도되..엄마도 영어방송 보면서 잠자고 하잖어.........ㅠㅠ"

울 작은아이 참 이쁘다
요즘 덜 잔다니 이쁘고,안졸려고 눈 부릅뜬다니 이쁘고,엄마 속상할까 미주알 고주알 고자질 안해서 이쁘고 ,비유가 상해도 엄마가 만들어준 고기라고 잘먹어 이쁘고,
아이들과 싸우지 않고 양보해서 이쁘다


오늘아침 아이에게 속옷만 몇겹 껴 입혔다
힘든 학교생활 몸이라도 따듯하라고.......
지금 내가 해줄수 있는건 따듯하게 옷입혀 주는것과.....학교 가는동안 외롭지 않게 꼭 손잡고 가는것..
손안에 따듯한 온기처럼 오늘 하루도 따듯하고 기운찬 하루이길 바란다


"혜인아..애나가 오늘또 뭐라고 그러면....무조건....노우~노우~하고 짝 재려봐~알지?"
"엄마..이렇케?..."
나를 한번 째려보더니.....까르르 웃으며 교실로 뛰여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