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2.운명적인 조우(遭遇) (1)

조의선인200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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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2.운명적인 조우(遭遇) (1)

"막아랏!"

"이얍!"

"으앗..."

보기만 해도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은 넓은 초원지대에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송화강(松花江) 인근 평원에 있는 말갈(靺鞨)의 부락에 갑자기 수많은 기병들이 들이닥 쳐 마음대로 휘젓고 짓밟고 있었다.

말갈족(靺鞨族)은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않고 여러 군데를 유랑하며 때에 따라서는 필요한 식량을 얻기 위해 중원 국가의 변경을 노략질하기도 하는 수많은 유목민족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기마전(騎馬戰)에 관한 한 어느 누구보다도 뒤 질 수 없는 뛰어난 기동력을 갖춘 무리였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난데없이 나타난 중원의 기병부대에게 비참하게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놈들... 용서하지 않겠다!"

분노에 찬 얼굴로 이를 갈며 적병들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호리호리한 몸매의 여전사(女戰士)... 그녀는 말갈족 속말부(粟末部)의 부족장 아소친(牙素親)의 딸인 아예신(牙譽申)이었다. 그녀를 에워싼 적병들의 눈빛은 음탕한 기색이 드러났다. 아예신을 사로잡아 옷을 벗기고 겁탈하여 자신들의 음욕(淫慾)을 채우고 말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할 아예신이 아니었다.

"이야앗!"

"으악...!"

아예신의 신형(身形)이 솟구치며 그녀의 칼날이 바람을 끊었다. 순간, 그녀 주위에 있던 두서너명의 적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거꾸러졌다. 어렸을 때부터 직접 아버지에게서 무예를 배우며 궁술(弓術)과 검술(劍術)로 자신의 몸을 단련해온 아예신이었다. 그녀는 적병들을 베어 넘기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버지, 어디 계세요?'

순간 그녀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아소친이 적장으로 보이는 거한과 싸우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아버지는 적장과 맞서면서 상당히 힘겨워 보였다. 그대로 있다가는 적장의 칼에 목을 내줄 것이다. 그녀는 쏜살같이 달려가며 적장을 향해 비수(匕首)를 날렸다.

'휘익~!'

'챙!'

적장은 비호 같은 동작으로 칼을 세워들며 여전사의 비수를 막아냈다. 아예신은 아버지 곁으로 와서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아예신..."

딸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아소친의 얼굴에 안도감이 이는 듯 했더니, 다시 흙빛으로 변했다.

엄청난 힘을 과시하며 자신을 압박하던 적장의 옆에 또 다른 적장이 군사들을 데리고 달려온 것을 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에 냉기가 흐르는 눈빛... 아소친은 직감적으로 그 청년이 매우 뛰어난 무예의 고수란 것을 알았다.

"그대가 말갈의 족장인가?"

청년이 일말의 감정도 섞여 있지 않은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그렇다. 나는 속말부의 부족장 아소친이다. 그대는 누구인데, 우리 말갈의 부락을 공격하는 건가?"

"나는 주(周), 아니 수(隨)의 대장군 양광(楊廣)이다."

아소친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청년의 이름이 양광이든, 양광 할아버지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가 수나라의 대장군이라는 데에 있었다. 수나라가 어째서 많은 군사를 보내어 말갈 부락을 공격하도록 했는지 그 의중이 중요했다.

"나의 부친이신 상주국공(上柱國公) 양견(楊堅) 대인께서 주(周)의 우문찬(宇文瓚)으로부터 제위를 물려받아 수(隨) 제국을 창업하신 뒤 주변의 번국(蕃國)과 여러 종족들이 축하사절을 보내와 조공을 바쳤지만 말갈 가운데서도 특히 속말부와 백산부는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황상(皇上)께서는 진노하시어 나로 하여금 속말말갈(粟末靺鞨)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으라고 군사를 보내셨다."

양광의 말에 아소친은 눈을 부릅뜨고 맞받아쳤다.

"우리 말갈이 너희 수나라의 신민(臣民)이 되겠다고 맹세한 적도 없고, 또 개국(開國)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수나라가 복속을 요구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새로운 황제의 즉위식에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고 느닷없이 군대를 보내 기습을 하다니, 이게 문명의 민족이라 말하는 너희 중원 사람들의 도의(道義)란 말인가?"

"하하하하!"

양광은 양천대소(陽天大笑)를 하면서 아소친의 반박을 누그러뜨렸다.

"너희 변방의 오랑캐들이 중원의 천자(天子)에게 조공을 바치고 머리를 숙이는 것은 과거부터 있었던 관례였고, 당연지사인데 그걸 꼭 말로 해줘야 안단 말인가? 말갈의 속말부족장은 참으로 머리가 아둔하구나."

"닥 쳐라!"

여인의 날카로운 옥음(玉音)이 허공에 메아리쳤다. 아소친의 딸인 아예신의 목소리였다.

"너희 중원인들은 스스로를 문명의 민족이라 하면서 우리 말갈과 같은 유목민족을 오랑캐라 부르고 멸시하니 그것이 과연 어디에 근거가 있단 말이냐? 북방의 흉노(匈奴)가 두려워서 오래 전부터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느라 백성들의 고역을 짜던 너희 중원 국가가 아니었더냐? 그런데 지금 와서 우리를 오랑캐라 하다니, 참으로 낯이 간지럽구나."

"맹랑한 계집이로구나. 기개를 보아하니 사람 죽이는 솜씨가 뛰어난 듯 한데, 어디 실력을 좀 보자꾸나."

양광은 천천히 사인검(四寅劍)을 뽑아 아예신에게 겨누었다. 곁에 있던 맥철장(麥鐵杖)이 나섰다.

"대장군, 소장이 저 계집을 상대하겠습니다. 대장군께서 직접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물러서라. 내 심기를 건드리면 너를 베어 버릴 것이다."

양광의 차가운 음성이었다.

"받아랏!"

아예신이 기합을 지르며 양광을 향해 칼을 내뻗었다. 그러나 양광은 이미 그녀의 동작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

'챙!'

"앗...!"

양광의 칼날이 번개처럼 그녀의 공격을 받아냈다. 아예신은 양광과 칼을 마주치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고 중심을 잃었다. 순간 양광이 그녀의 발뒤꿈치를 걷어차 뒤로 넘어뜨리면서 그녀의 가슴팍을 팔꿈치로 가격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숨이 멈추는 듯한 타격을 받은 아예신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아예신...!"

딸이 양광과의 싸움에서 단 일합에 쉽게 제압당하자 아소친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러나 그에게는 더 이상 딸의 걱정을 하고 있을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양광의 부하 장수인 맥철장이 장검(長劍)을 휘두르며 공격해오고 있었다.

맥철장과 칼날을 주고 받으면서 아소친은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싸움에서 적을 무수히 베었던 무사였지만 맥철장은 지금까지 아소친 자신이 상대했던 적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엄청난 용력과 무예를 갖춘 맥철장은 상당한 고수였다. 그리고 그를 부하로 거느린 저 수나라의 대장군 양광이란 자는 더 강한 무사였다. 아소친은 그들에게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챙!'

"으음..."

아소친은 결국 10여합을 싸운 끝에 칼을 떨어뜨렸고, 맥철장은 아소친의 목에 칼을 들이대었다. 곧이어 양광의 군사들이 몰려와 아소친을 꿇어앉히고 밧줄로 결박했다. 말갈 속말부는 그렇게 수나라 군사들에 의해 폐허로 변하고 있었다.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