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매듭

알콜중독200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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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 풀어지지않는 매듭

 

 

#1

눈이 부시다. 오랜만에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여름이 다가오나보다.."
나는 겨울이지나 봄이 다 지날때까지 이렇게 꼼짝않고 이방.. 이방.. 에서 지낸것이다. 누구한명 찾아와주지 않았고 나의 존재는 이렇게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는듯싶다. 나조차도 나의 존재가 의심스럽다..
오랜시간이 지났것만 창밖의 세상은 큰덩어리만 바뀌었을뿐 그덩어리를 이루는 내용물들은 변하지 않은것같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유치원버스에서 내리는 병아리같은 아이들, 남색교복의 학생들, 간간히 지나가는 고급승용차들.. 그리고 그 뒤로 멀리 보이는 교회십자가..
교회.. "그래 저 교회에서 난 그애를 보았지.."

#2

"일어나 학교가야지~ 너오늘도 수업빼먹을래?"
"응~~ 알겠어요 일어났어요~ 아휴~~"
"밤마다 뭘하길래 아침마다 엄말 이렇게 힘들게 하니? 아침마다. 응?"
"예예 일어났다구요~"
아침마다 엄마의 잔소리를 알람으로 일어나는 나는 꿈많은 여대생이다.
나는 요즘 밤마다 이상한 꿈을 꾼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꾸는 그런꿈은 아니다.
친구들에게 꿈얘길 들려줄때마다 친구들은 끝까지 듣지도 않고는 손사래를 치며 "개꿈이야 개꿈~"을 연발한다..
그러나 나는 그 개꿈때문에.. 아니 정확히는 그 아이 때문에 밤마다 잠을 설치며 힘들어 한다..
오늘도 나는 잠을 못잔덕에 입안이 까칠해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학교에 갔다.

#3

"기연아 안녕?"
"어~ 혜연아~"
"나 지금 집에 빨리 가봐야 하거든 교수님이 과제내주시면 이따 전화로 알려줄래?"
"어 그래 근데 집에는 왜? 무슨일 있어? 혹시 어머니 또 안좋으시니?"
"어.. 모르겠어 아무튼 이따 전화할께"
"어.. 어..그래"
혜연이 어머니는 원래 지병이 있으셔서 병원에 입원중이시다. 이럴때 병원에 같이 가줄수없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이번수업도 빠지면 난 F를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제발 아무일도 없어야 할텐데..'
그나저나 요즘 주변에 안좋은일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진것 같아 마음이 좋질 않다.. 내가 너무 예민해 있는것일까..
수업이 끝나면 혜연이 어머니께 가봐야할것같다..

#4

혜연이 어머니는 병새가 더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지셨다고 했다.
나는 면회시간이 지나 몇시간사이 수척해진 혜연이에게 위로의 말을 애써 찾아가며 해주곤 무겁게 발을 돌려야만 했다..
"엄마가 옆병실에 아이를 그렇게 예뻐하셨는데.. 그아이가 어젯밤에 숨을 거뒀데..같이 인형놀이도 하고 우리엄마를 친엄마보다도 좋아했다는데..그래서 엄마가 충격이 크신가봐.."
혜연인 울먹울먹이면서 내게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말도 더불어 해주었다..
아이.. 인형..
"정말 그아이말이 맞는건가..."
혜연이의 말을 듣는순간 난 간밤의 꿈이 생각났다..
"어? 머라고?"
"아..아니..아무것도 아니야..어머니 간호 잘해드려.. 나 내일 또 올게.."
"아니야..면회도 잘 안되는데 뭣하러 와.."
"에그~ 친구좋다는게 머냐? 내일은 와서 같이 밤세줄게.."
"그래.. 고마워 기연아..흑흑"
혜연이의 눈물바람을 겨우 달래주고 난 마음만큼이나 무거운 발걸음을 돌릴수 있었다.


#5

병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희에게 만나자는 전화가 왔지만,난 오늘만큼은 흥청망청 놀수있는 기분이 아니라고 뿌리치고 집으로 곧바로 향하였다.
내일 준비해가야할 과제가 밀려있었지만 나는 책을 읽을수가 없었다.
머릿속엔 온통 아이와 인형이라는 두 단어가 꽉차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렇게 책상에 앉아 멍하니 벽만 응시 하고 있다 문득,이상한 기운을 느껴 문쪽을 돌아보는순간 난 너무도 순식간에 그아이를 보고말았다.
잠시 아주 잠시..2초 아니 1초동안 날 쳐다보며 서있던 그아이.. 예쁜계집아이인형을 품에 안은체 날 조용히 쳐다보는 그아이..
그아이에 입에 웃음이 번져갈쯔음 난 정신을 잃었다..

 

 

#6

"연아~기연아~ 아니 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여기서 왜 잠들어있는거야?"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눈을 번쩍뜨고 재빨리 일어나 앉았다.
'내가 왜 여기 누워있지..?'
나는 책상옆구석진곳에 나갔다 돌아온 의상 그대로 누워있었다.
'아...맞다'
난 허둥지둥 일어나 방문쪽을 살피기시작했다'
"어...이상하다 내가 헛것을 본건가.."
분명 그아이가 여기서 날보고 웃고 있었는데..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너는 일찍들어왔으면 방청소좀 하고 있지 방꼴이 이게 뭐니?"
"아..알았어요.."
나는 차마 엄마한테 꿈속에서만 보던 아이를 진짜로 봤다고 말하지 못하였다.
"내가 잘못봤나보다..요즘 너무 피곤한가..."

샤워를 하고 나는 아까의 긴장이 다시 밀려오는것 같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였다.
"그래..내가 잘못본거야... 그런데.."
그런데.. 헛것을 본것치곤 너무나도 생생한 그아이의 웃음띤 입가가 마음에 남는다..감은 눈위로 그애의 얼굴이 나를 들여다 보고 있을것만 같다..
오늘밤은 제발 편히 잘수 있었으면...

#7

방문이 빠꼼히 열린다.. 오늘도 역시 작은 손이 먼저 들어온다..
작지만 창백한손..
난 문을 바라보며 말한다..
"누.. 누구야.."
너덜너덜해진 계집아이 인형이 먼저 내 눈에 들어오고 그뒤로 그아이가 보인다..
"언니 나야.."
"......."
"언니 동생이 아야해~ 언니가 빨리.."
"......."
"응? 언니~"
"...."
"언니.."
"화... 화진아...."

헉-
나는 눈을 떴다. 식은땀으로 이불이 축축해져 있고 그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고 있다.. 화진이.. 내 귀엽던 아가 화진이..



#8

"언니! 언니가 엄마하고 내가 또 아가하는거야?"
"그럼~ 내가 언니니깐 엄마하는거야.."
"싫어 싫어 왜 맨날 내가 아가해~"
"내가 아가하면 엄마보다 아가가 더 키가 크잖아"
"..."
그제서야 심술났던 얼굴이 조용해지는 화진이다..
"화진아 화진이가 언니보다 더 크면 그땐 화진이가 엄마하는거야~ 약속해~"
배시시 이제 웃기까지 한다.. 화진이는 잘울기도 잘토라지기도 잘 웃기도 하는 귀여운아이이다..
화진이와 나는 친자매처럼 허물없이 지내며 늘 어울려 놀았다.
우리사이엔 그 누구도 낄 자리가 없었다.
화진이는 할머니와 둘이 사는 탓에 정이 늘 모자랐으며 나에게 엄마의정을 가족의정을 느끼고 싶어했던것 같다.
"화진아 엄마가 밥상차려놨으니깐 동생이랑 싸우지 말고 밥잘먹고 있어야한다~"
"네 엄마"
화진이는 늘 품에 앉고 다니는 인형을 동생이냥 옆으로 끌어당겨 앉혀놓고는 내가 정성스럽게 준비해 놓은 풀입이며 돌맹이를 밥삼아 먹는시늉을 한다.
그렇게 우리의 소꼽놀이는 끝이날줄을 모르고 해가질무렵까지 놀다가 화진이는 할머니의 부름에 난 엄마의 부름에 안탑깝게 헤어지곤 하였다.
"화진아 이불 꼭 덮고 자고 낼 아침먹고 만나자~"
"응 알았떠 언니도 내꿈꿔~"
"그래~"
우리는 밤사이 못만나는것도 아쉬워 헤어질때마다 서럽게 울기도 하였다. 화진이의 정말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한것도 그때쯤이었을것이다..
세월이 흘러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고 내가 학교에 가있는사이 화진이는 혼자서 소꼽놀이를 할수밖에 없게되었다.
"나는 너보다 키가 크니깐, 내가 엄마하는거야 알았지?"
"니가 나보다 키가 커지면 그땐 너 엄마시켜줄게.."
화진이는 인형을 상대로 엄마놀이를 하며 무료함을 달래면서 나를 기다리는게 하루 일과였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로 화진이가 찾아왔다
"와~ 쟤봐라~"
"하하하하 지나가던 거지가 형님하자 하겠다~"
짖궂은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서있는 아이가 궁금해 슬며시 들여다보니 화진이었다.
"화진아~"
"어,..언니~~~"
화진이는 나를 보자마자 울음보를 터트렸고 난 화진이의 그런 모습에 당황해했다.
"언니~언니~"
"어 그래 말해봐 무슨일이야~"
"언니 내동생이 내동생이~"
그제서야 난 화진이의 인형으로 눈길을 돌리고 이유를 알수있었다.
화진이의 인형이 갈기갈기 튿어져 있었던 것이다.
"화진아 이거 누가 그랬어?"
"하..하.. 할머니가.."
화진이는 말도 더 잊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나는 그런 화진이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향하였다.
집에 도착한 화진이는 어느덧 진정이 되어있는지 조용히 나의 행동을 바라볼뿐이었다.
나는 엄마의 바늘쌈지를 내와 서툴은 솜씨로 인형의 찢어진 부위를 꿰매고 부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한참이 지난후에야 인형은 겨우 인형같은 모습을 가질수 있게 되었다.
옆에서 바라보던 화진이는 팔짝팔짝뛰더니 너무 기쁜나머지 울음을 터트렸다.
"화진아 이제 됐지?"
"어~ 언니 너무 좋아"
"이제 울지마~"
"어 언니"
좋아하는 화진이를 돌려보내고 나는 엄마에게 손가락의 상처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저녁밥을 먹고 잠을 잤다.
그게 화진이의 마지막 기억이다..
내가 본 화진이의 마지막 모습이다..

#9

밤사이 까칠해진 내 모습에 엄마는 보약이라도 먹어야지 안되겠다며 부산을 떠신다.
나는 엄마에게 어렵게 화진이의 얘기를 꺼냈다.
"엄마"
"어?"
"엄마 화진이 기억나?"
"화진이?"
"어.. 화진이.."
"화진이는 갑자기 왜?"
"아니 요즘 꿈에 자주 보여서..."
"아이고 몹쓸 할망구.. 죽을려면 당신혼자 죽을것이지..어린애 앞길은 뭐하러 잘러놔.."
"...."
"화진이 그게 살았있으면 지금 얼마나 이쁠까.. 애가 똘똘하고 야무지고 그랬는데..쯧쯧쯧"
"그러게...휴~"
"그런데 화진이가 꿈에 나온다고?"
"어? 아..아니야..나 학교 다녀올게.."
"그래.. 오늘은 빨리와서 엄마랑 보약지러 가자~"
학교에 도착해서도 내 머릿속은 온통 화진이 생각뿐이다.
그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내가 보고시펐을까...

#10

"엉엉엉~ 놔~ 놔~ 나 화진이만나러 가야돼~"
"기연아 엄마말 잘들어 화진인 인제 하늘나라에 있어"
"거짓말이야~ 화진이 나 기달린단 말야~"
"애가 정말.. 아휴~ 어쩌나.. 기연아~ 얘 기연아~"
나는 화진이의 죽음 소식을 접하고 기절했다고 한다.
끊어져가는 의식너머로 소방차소리와 사람들의 통곡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화진이의 할머니는 정신이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고 들었다.
그런할머니 밑에서 화진이처럼 밝게 자라기도 힘들다고 동네 어른들은 화진이를 기특해하셨다.
할머니는 화진이에게 너무나도 잘해주시다가도 갑자기 화를 내시기도 하셨는데 화진이가 죽은 엄마와 함께 다닌다고 했다.
화진이의 엄마는 시집온지 얼마되지 않아 화진이만 남겨놓은체 돌연 돌아가셨다고 했다. 화진이의 아빠도 아내를 잊지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그래서 화진이 할머니는 화진이의 엄마얘기를 입밖에도 내지 않으셨다고 한다..당신의 아들을 잡아먹었다고 생각하신것이다..
나이가 드실수록 할머니의 정신병은 심해졌는데 할머니는 화진이가 늘 품에 안고 다니는 인형까지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다고 한다.
"저년이 내앞에서 이젠 지애미를 안고 다니네.."
알수없는 말을 하며 할머니는 인형을 갈기갈기 찢어놓으시기도 하셨다..
그러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화진이네 집에서 불길이 솟았다고 한다. 소방차가 여러대 오고 불길을 잡았을때는 이미 늦었다고 했다.
할머니와 화진이는 이미 목을 매달고 죽은 상태였다고 했다..

 

#10
수업시간이지만 수업이 통 머리에 들어오질 않는다. 어젯밤 잠을 설쳐서 그런것인지 두눈이 자꾸만 감겨온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교수님이 앞에서 열심히 설명을 하시는데 주책없는 졸음은 쫒기가 힘들다.
난 거의 비몽사몽 상태로 앉아있다가 창문쪽을 바라보니 날씨가 유난히도 맑아보인다.
"아~ 날씨조오타~"
나도모르게 조그맣게 탄성을 질렀다.
다시 칠판쪽으로 눈을 돌리려는 찰나에 난 헛것을 보았다.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교실옆 창문으로 화진이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품에 인형을 안은체..

"어~ 어~"
난 두눈을 비비고 다시 봐라보았다.
아이는 없었다.
그럼그렇지 난 또 내가 헛것을 보았나보라고 안도했다
매일밤 꿈마다 찾아오던 화진이가 이렇게 환한 대낮에 학교로 올일은 절대 없지 않은가..
그리곤 옆에앉아있는 정수에게 무언가 말을 시킬려고 돌아보다 난 숨이 멎는줄 알았다.
화진이가 정수옆에서서 날 쳐다보고 있는것이었다.
눈엔 눈물이 가득한체 언제나처럼 인형을 꼭 안고 말이다..
허억-
난 화진이에게 눈을 떼지못하고 오른손으로만 정수를 툭툭쳤다
"정수야 정수야"
정수가 고개를 돌리자 정수는..정수는.. 정수가 아니였다..
분명 몸은 정수인데 얼굴은 화진이의 얼굴이었다.
헉- 난 소스라치게 놀라 도움을 청할려고 뒤를 돌아보니 뒤에도 화진이의 얼굴을 한 미경이가 앉아있었다..
그 뒤에도 그 옆에도 사방에는 화진이가 앉아있는것이었다.
아--- 아--- 악-----
나는 비명을 길게 지르며 머리를 심하게 흔들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내가 미쳐가고 있는게 분명해~'
"기연아 기연아 왜그러니?"
"기연아~~"
탁탁탁탁 교수님의 구둣소리가 내귓가로 다가온다.
"교수님 여기 화진이가..화진이가.."
"아-----아---악------------------ "
나를 걱정스럽게 내려다 보는 교수님의 얼굴도 화진이의 얼굴이었다

허억-
난 가쁜숨을 몰아쉬면 눈을 떴다. 꿈이었다.
"허억 허억"
아직도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있었으며 몸에는 기운이 빠져 침대속으로 꺼질것만 같다. 꿈이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엔 뭔가 기분이 석연찮다..
꿈속의 화진이는 너무도 슬픈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11

아침이되자 난 다시 학교에 가야했다..아니 아침이니 학교에 가려고 준비를 했다. 학교 근처까지 왔지만 어젯밤 꿈이 난 너무도 생생해서 학교에는 차마 들어갈수가 없었다.
'그래 혜연이한테나 가보자'
혜연이는 아직도 어머니 병간호를 하느라 학교에 통나오질 못하였다.
'그냥가도 병실에 있겠지'
나는 전화를 해볼까말까 하다가 그냥 버스에 올라탔다.
병원에 도착해서 점심도 먹지못하고 있을 혜연이가 생각나 김밥몇줄과 음료수를 사고 중환자실로 향하는데 저멀리서 오열하는 혜연이가 보인다.
"설마~"
나는 불길한 예감을 애써 뿌리치며 혜연이게로 뛰어갔다.
"혜연아~ 혜연아~ "
혜연이는 나의 부름도 듣지 못하고 거의 실성한사람처럼 울기만 했고 곧이어 병실에서 혜연이의 어머니가 침대에 누운체로 나오셨다..머리끝까지 하얀천을 쓰신체로...
"헉"
"혜연아 혜연아"
혜연이는 엄마의 모습을 인정못한다는듯이 기절을 해버렸다.
"혜연아~ 혜연아~"

#12

혜연이가 병실에 누워있다.
스르르 눈을 뜨는걸 보니 정신이 드나보다.
"혜연아 괜찮아?"
아무말도 하지않고 눈물부터 보인다.
"혜연아 정신차려야지..."
울기만 한다 몇일사이 얼굴이 많이 상하였다.
눈물만 흘리더니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
이불을 잘 덮어주고 온도를 맞춰준다음 난 조용히 옆에 앉아 혜연이가 깨어나기만을 기달렸다.
만약 우리엄마였다면..생각만해도 싫타. 가볍게 소름까지 끼친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다가 잠이 들은것 같다.

#13

병실문이 스르르 열린다
"어 바람이 부나~"
일어나서 문을 닫으려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순간 멈칫하는데
문틈으로 너덜너덜해져 심하게 더러운 계집아이 인형이 보인다.
"헉"
나는 꿈에서 깨려고 고개를 저어가며 내 뺨을 때렸다.
꿈이 아니다 깨어나질 않는다.
"언..니.."
화진이다. 화진이가 또 찾아왔다..
나는 두려움에 가득찬 목소리로 화진이를 불렀다.
"화진아..."
"어.. 언니 나야 화진이..."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내게 화진이는 점점 다가온다.
"언니 내동생도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언니 나 엄마 만났어.."
뒤로 조금씩 뒷걸음치는 내게 화진이는 이상하다는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언니 왜 그래? 내가 무서워?"
그제서야 난 조금 안도가 되는것 같다.
적어도 화진이는 나에게 해를 끼치려는 도깨비나 사탄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미 이세상사람이 아닌지는 꽤 되었지만 지금 눈앞의 화진이는 내 기억속의 화진이의 모습 그대로이다.
"언니 우리엄마 기억나?"
"아니.."
"나 엄마 만났어.. 엄마는 자꾸 나한테 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나는 갈수가 없어. 발은 계속 앞으로 가는데 몸은 그자리야.. 나 엄마 한테 가고싶어"
화진이에게 해줄말이 없었다.
"엄마가 그러는데 언니한테 갔다오래..언니가 풀어주면 댄데..이제8일남았데"
"응?...그게 무슨소리야?"
"언니가 내동생.."

"기연아 기연아"
"으...동생이라니.."
"기연아!"
이런.. 또 꿈이었다.
고개를 드니 화진이는 온데간데 없고 혜연이가 헬쑥해진얼굴로 날 들여다 보고 있었다.


#14
어느덧 시간이 지나 혜연이에게 어머니의 장례식을 잘 치루고 서울로 올라오는길이라고 전화가 왔다.
조용히 속으로 어머니의 명복을 빌어드렸다.
요즘밤에는 그런대로 잠을 잘 자는 편이다. 화진이는 병원에서 본후로 다신 보지못하였다. 그동안 내가너무 피곤했나보라고 생각하고 이제는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지만 화진이의 그말이 귓가에 맴도는듯하다.
"언니가 풀어주면된데..8일남았데..8일..."
도대체이게 무슨말일까..
저녁을 먹고 밀린 레포트를 하려고 책상에 앉아 오랜만에 책을 꺼냈다.
그동안 내가 너무 학교 수업에 무심했구나 생각하며 힘겹게 책들을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책상위의 핸드폰이 몸서리를 친다.
액정을 들여다보니 혜연이다.
이제집에 들어왔나보다.
"어 혜연아"
"나야.. 지금 집에 들어왔어"
"어 그래..몸은 좀 괜찮고?"
"어 나야 머 괜찮지..아빠가 걱정이야."
"어.. 그래 니가 잘 보살펴드려.."
"그래야지.. 휴~"
혜연이의 목소리는 많이 담담해진듯 했다. 나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혜연이와 통화를 했다.
"우리엄마 하늘나라로 갔겠지?"
"그럼..당연한걸 뭐하러 물어"
"그랬겠지 우리엄만 평생을 착하게만 살아온분이니깐.."
"그래.."
"그런데..기연아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말야..."
"응"
"우리엄마랑 가깝게 지냈다는 그아이 있잖아"
"응"
"그애의 인형을 가져오라는거야.."
"..어?"
"그냥 그애가 보고싶으셔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너무 심하게 달라고 하셔서 구하러 그애엄마한테 찾아가 봤더니"
"어.. 어떻게됐는데?"
"그애가 너무 아끼는 인형이라 같이 보내줬다고 하더라고.."
"....어..."
"엄마한테도 그렇게 말해드렸더니 엄마 얼굴색이 안좋아지시면서 그 매듭은 내가 풀러줘야 하는데 내가 풀러야 하는건데 하시잖아.."
"......"
"그때는 엄마가 그아일 많이 예뻐하셨구나 했지 별 신경은 쓰지 않았거든..
"....."
"기연아 듣고 잇니?"
"어...그래.."
"근데 자꾸 마음에 걸려 그일이.. 매듭을 풀러야 한다니..무슨말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