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3.중원에 부는 신풍(新風) (2)

조의선인2008.05.23
조회144

양자강(揚子江) 남쪽 진(陳)의 국경을 수비하는 가장 중요한 요새인 신양성(信陽城) 앞 벌판에는 3만명에 달하는 진나라 군사들이 장사진(長蛇陣)을 벌여놓고 있었다. 그들과 대치하는 수나라의 군대는 고작 1천여명에 불과한 기병들이었다.

수나라의 기병들 앞으로 한 사내가 마상(馬上)에 우뚝 서 있었다. 보통 사람보다 머리 세개쯤을 더 붙여놓은 듯한 커다란 키에, 몸집도 두사람을 합쳐놓은 것처럼 엄청난 체격의 사내였다. 제멋대로 휘날리는 장발은 그가 한족(漢族)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크기의 대부월(大斧鉞)을 들고 왼손은 말고삐를 쥔 사내가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우워어...!"

실로 대단한, 그야말로 산이 울리고 땅이 갈라지는 듯한 고함이었다. 사내의 바로 앞에 도열해 있던 병사들이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가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그를 따라 고함을 질렀다.

"와아아!"

이들의 함성이 진정으로 대지를 진동하게 했던지, 갑작스레 뿌연 모래안개가 생기는 듯하더니 거센 돌풍이 불어왔다. 미친 듯 불어닥치는 돌풍 사이에서도 이들은 흔들림 없이 꼿꼿이 서서 숨이 다할 때까지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사내가 손을 허공에 쳐들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병사들은 사내의 얼굴에 온 시선을 집중했다. 이윽고, 사내가 거의 고함을 지르듯 말을 꺼냈다.

"우리는 지금부터 남쪽의 잡배들을 치러 간다. 숫자가 우리보다 몇십배는 많은 놈들이니 아마 우리는 모두 뒈져버릴 것이 분명하다!"

"와아아!"

병사들은 죽는다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듯 함성만 질러댔다.

"하지만 자긍심을 가져라! 우리는 위대한 전사들이다! 나 맥철장(麥鐵杖)이 약속한다! 우리는 우리의 목숨을 가져갈 놈들에게서 최소한 백배의 대가는 받아내고 가리라!"

"와아아!"

병사들은 그의 말에 계속 함성만 질러댔다. 흡사 야만인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자, 이제 적진을 향해 돌격한다. 놈들에게 우리의 무서움을 보여주거라! 가자!"

말머리를 돌린 맥철장이 병사들을 향해 공격 명령을 내리고 먼저 말을 달렸다. 이제까지의 함성이 무색할 만한 고함이었다. 실로 땅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와아아!"

맥철장과 기병들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적진을 향해 뛰쳐나갔다. 야습을 대비하고 있던 적진의 파수꾼은 급히 북을 쳐댔고, 준비를 마친 적군은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달려오는 이들을 향해 비 오듯 화살이 쏟아졌다.

앞서 달리던 수백명의 기병이 적군의 화살에 맞아 거꾸러졌지만 맥철장의 돌격대는 화살 따위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미친 듯이 달려왔다. 진나라 군사들이 쏘아대는 화살은 오히려 이들의 야성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이들과 맞서기 위해 미처 장비를 차리지 못한 병사들이 막사 이곳저곳에서 뛰어나왔으나 이미 적군의 진문을 부수고 들어온 맥철장의 기병들은 흡사 야수처럼 날뛰며 적병들을 마구 베고 찌르며 살육을 일삼았다.

늦게나마 뛰어나온 적군의 비장이 어떻게든 병사들을 독려하고 정리해보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었으나, 그는 이내 맥철장의 먹이감이 되고 말았다. 맥철장은 적장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미친 듯이 뛰어와 말과 함께 엄청난 높이로 도약해서 대부월로 내리쳐 적장의 몸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말을 탄 상태에서 행동반경이 좁아 움직이지 못하자 그는 아예 말에서 뛰어내려 두발로 달리며 적병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야수였다. 미친 듯이 날뛰는 맥철장과 그의 부하들은 적군에게 커다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한명의 병사에게 쓰러지는 적병의 수가 거의 스물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병사들이었으나 이제 적군은 그들을 포위하고 활이나 쏘아댈 뿐 가까이 다가가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장군, 저걸 보십시오. 1천여명에 불과한 우리 군사가 3만에 달하는 진의 대군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언덕 위에서 우문술(宇文述)의 부장이 맥철장의 광기를 지켜보다가 자신의 상관에게 말했다. 우문술도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르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구나. 맥철장 저 자는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로다. 거의 혼자서 적군 만명을 도살하고 있지 않느냐?"

우문술의 부대는 야음을 틈타 산길을 따라 움직이며 영안(永安)을 거쳐 건강(建康)으로 향하는 지름길인 무수관(茂樹關)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곳인가?"

"예."

선두에서 말을 몰던 부장이 손을 들어 가리킨 곳에 수백개의 불빛과 목책이 드러났다.

육안으로 적의 막사가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지자, 우문술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와아아!"

별안간 터져나오는 북소리와 함께 우문술 휘하 수천의 병사들은 무서운 기세로 적진을 덮쳤다. 순식간에 목책이 무너져 내리고 막사에서 막 기어나오기 시작하던 진의 병사들은 무참하게 살해당하기 시작했다. 기습작전의 달인이라 일컫는 우문술은 오직 군사를 물리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다.

"잠시도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최대한 신속히 떠나도록 한다!"

1만이 넘는 진나라 군사들이 무기조차 쥐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사방에서 불이 치솟고 그 사이마다 수나라 군사들이 무서운 기세로 도주하는 적병을 베어넘겼다.

"과연...!"

양광이 보낸 감군장은 우문술의 기습작전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적진에 잔류하는 군사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던 양광의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우문술과 맥철장이 이렇게 적군의 진영을 무너뜨릴 즈음, 양광의 주력부대는 행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10만 군사를 제한 40만 군사가 네 갈래로 나뉘어 행군하는 광경은 장관이라 할 만했다.

양광의 옆에서 말을 몰던 우중문이 걱정스럽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토록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행군하는 것은 병법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적은 병력을 나누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적의 기습을 앞뒤로 받는다면 동요가 클 것 같습니다."

"중문의 눈이 정확하다. 하지만 이것은 적의 허를 거꾸로 찌르는 작전이니라."

"지리에 밝지 못한 상태에서 매복과 기습을 당할까 우려됩니다."

"군사는 다만 전투에 싸워 이기는 것이 있고 전투에는 지더라도 전쟁에 이기는 것이 있음이라. 지금 우리 군사는 뭉쳐 있지만 맥철장의 파괴력과 우문술의 기습이 적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어 적은 작전을 펴기가 용이하지 않다. 내가 이렇게 군사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은 적의 의지를 꺾기 위함이다. 전쟁은 다만 10만의 병력이 할 뿐이고 나머지 40만은 그냥 걷기만 하면 되느니라."

우중문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은 분명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군사를 모아 군세를 보이는 것은 바로 적의 후방을 노리는 작전이었다. 지금은 대군의 위용을 보임으로써 맞서고자 하는 의지를 꺾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우중문은 급히 말에서 내려 양광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라, 중문. 그대는 수의 앞날을 지고 나갈 최고의 장수가 아니냐?"

양광은 미소를 보였다. 오로지 전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크하하핫!"

양광(楊廣)이 일전에 평가했던 대로 수나라 최고의 맹장(猛將)답게 무서운 용력을 발휘하여 순식간에 신양성 부근의 전투에서 진나라의 3만 대군을 격멸한 맥철장(麥鐵杖)은 전사한 진병(陳兵)들의 시체를 깔고 앉아서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는 병사들이 애초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싸워주었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병졸들 따위에 의해 자신이 죽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지만 부하들까지 이처럼 대부분 살아남을 거라는 생각 역시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전공(戰功)을 세웠지만 철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그는 흥분한 마음으로 전장 한바닥에 주저앉아 병사들에게 술을 가져오고 밥을 지을 것을 명했다. 그의 부하들도 덩달아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병사들 역시 개개인이 적을 벤 숫자가 수십 수백에 이르렀다. 기쁘지 않을 턱이 없었다. 그의 부하들은 시체로 즐비한 적진 한가운데에 막사를 치고는 웃고 떠들었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촉 하나가 병사들을 유유히 지나 맥철장과 마주 앉아 있던 한 병사의 등을 궤뚫었다.

"아악...!"

맥철장과 그의 부하들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맥철장의 눈앞에는 새까맣게 몰려오는 진나라의 군사들이 있었다. 대충 어림잡아도 2, 3만에 이르는 대군이었다. 고작 1천여명 남짓한 군사를 향해 몰려드는 3만 대군. 잠시 말이 없던 맥철장은 갑옷을 챙겨입는 자신의 부하들을 힐끗 바라보고는 옆의 대부월(大斧鉞)을 잡아들었다. 그러고는 무서운 속도로 적진 한가운데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달려가는 그의 뒤에는 1천명도 채 안 되는 기병이 함께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저들을 포위하고 모조리 섬멸하라!"

남진의 3만 군사는 좌장군 장보(蔣寶)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맥철장의 군사들을 포위해 나갔다. 잘 훈련된 병사들은 창을 세운 채 넓게 퍼져 이 야만인들을 몰아댔고, 아무리 일당백의 그들이라지만 수만 병력의 포위에는 조금씩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그렇게 포위하다 보니 진나라 군사들의 피해 역시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저 괴수놈을 잡아라!"

"우아아아!"

미친 듯이 날뛰는 맥철장을 둘러싼 진군(陳軍)의 포위망이 조금씩 좁혀졌다.

화살이 하나 날아와 맥철장의 어깨에 박혔다. 맥철장은 그 통증이 심한 듯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날뛰었다. 화살에 맞은 부상은 오히려 그의 분노를 축진시켰다. 적군의 편장(偏將)이 자신을 향해 뛰어들자 맥철장은 들고 있던 대부월을 들어 그의 머리통을 향해 던져 버렸다. 적장은 이마에 도끼날이 박힌 채 머리가 갈라져 즉사하고 말았다. 무기가 없자 말을 타고 달려드는 자들은 그냥 손으로 잡아 던져 버리고 땅에 붙어 창으로 찌르는 자들은 그의 거대한 야생마로 밟아 죽였다. 빈손이 되자 창이나 칼을 몇개 빼앗아 휘둘러 보았지만 너무 가벼워 그마저도 다 던져 버리고는 손에 잡히는 적병의 신체를 잡아 이러저리 휘둘렀다. 물론 그다지 만족스러운 무기는 아니었다. 어느덧 맥철장의 몸에는 하나 둘 작은 상처가 늘어갔고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맥철장의 모습이 적병들에게는 마치 역신과도 같아 보이는지라, 감히 가까이 달려드는 적병이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멀찍이서 찔러대는 창과 날아오는 화살은 방심할 수 없었다. 꽤나 많은 상처를 입은 후에야 정신이 돌아온 듯, 그는 부하들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대부분 이미 바닥에 누워 있었다. 죽음의 기운이 그에게도 찾아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도주란 그에게 죽음과도 같은 것. 그의 눈은 오히려 적군의 수장을 찾아 적병 사이를 헤집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어디선가 적군의 편장처럼 보이는 자가 달려나와 맥철장을 향해 소리쳤다.

"적장은 그만 날뛰고 나의 검을 받으라!"

그러나 맥철장은 공명심에 불타오르는 적장을 무심한 눈빛으로 힐끗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가 한순간, 달려오는 적장의 안면을 향해 적병의 투구를 벗겨 무시무시한 힘으로 던져버렸다. 달려오던 적장의 머리에서 터져나온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맥철장은 머리가 터진 적장의 손에서 장검(長劍)을 받아쥐었다.

"악마다! 저 자는 악마다!"

진의 병사들은 두려운 기색으로 맥철장을 서서히 피하기 시작했다. 맥철장은 적병들에게 달려들어 닥치는 대로 장검을 휘둘렀다. 아무리 무수한 적병을 베고 찔러도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온몸에 통증과 피로가 겹쳐오면서 맥철장은 짜증스러워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그는 작심한 듯 적병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적은 하나다! 이 무슨 망신이냐! 어서 저 자를 잡으라!"

맥철장의 눈에 화려한 복장을 하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병사들을 독려하는 사내가 보였다. 저 자가 적군의 대장일 것이 분명했다. 맥철장은 가로막는 적병들을 미친 듯이 베어넘기며 그 자에게 돌격해갔다. 누구도 맥철장을 제지할 수 없었다.

병사들을 독려하던 진의 좌장군 장보의 눈에 맥철장의 야수같은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위기를 느낀 듯, 뒤로 돌아 맥철장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그러나 맥철장은 주위의 병사들을 마구 쳐 죽이면서 순식간에 그의 앞까지 도약했다.

"흐아압!"

말과 함께 뛰어오른 맥철장이 적장의 머리 위에 장검을 내려치기 직전, 사방에서 그물이 날아왔다. 맥철장은 재빨리 장검을 잡지 않은 손으로 그물을 잡아 관성을 이용해 날아오던 방향 그대로 휩쓸어 던져 버렸다. 그야말로 놀랄 일이었다. 진나라 병사들은 그물마저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점점 더 두려움을 느꼈다. 맥철장은 다시 적장을 향해 장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적장 대신 한 병사가 뛰어들어 대신 몸이 반으로 갈라진 채 죽어갔다.

다시 맥철장을 향해 화살과 함께 서너 개의 그물이 날아왔다. 동시에 적병 하나가 창을 겨누며 맥철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맥철장은 잠시 멈칫하다가 일단 적병을 칼로 베어 죽였다. 적병은 사방으로 피를 뿌리며 절명했지만, 이번에는 그물이 피할 길 없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 순간 맥철장은 거대한 고함을 지르며 온몸의 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다.

그물을 통째로 휘어감으며 날아든 맥철장의 칼은 서너명의 병사와 한 장수를 동시에 베어 버렸다.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남진의 좌장군 장보를 눈앞에 둔 채, 결국 그물에 싸여 바닥에 널브러진 맥철장은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물은 점점 강하게 그를 옥죄어왔고, 그물을 쥐어뜯던 그는 수십번이나 창과 칼에 찔리고 나서야 비로소 조용해졌다.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