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육아는 임신에서부터 시작한다. 먹을 것을 가리고, 보는 것을 가리고, 말을 가리고, 행동을 가린다. 태교도 하고 태담도 하면서 아기와 호흡을 맞춘다. 엄마와 아기는 일심동체. 한 몸 한 마음이다.
그런데 아빠는 아니다. 아빠는 아기를 느낄 수 없다. 단지 아내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몸매가 변하며, 배가 나온다는 것.
내 남편도 갑자기 새침해지고 눈물도 많아진 나의 비위를 맞추느라 고생했지만, 아기를 가진 나의 설렘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유는 하나. 실감이 안 나기 때문.
나는 임신기간 동안, 아빠와 아기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당사자는 실감조차 못 하고 있으니, 아무리 말로만 좀 적극적으로 태교에 나서보라 해도 그저 멀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두 개.
첫째, 아빠가 읽어주는 책 엄마는 하루 종일 아기와 태담이 가능하다. 엄마가 굳이 아기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아기는 엄마의 목소리를 모두 듣는다. 어디 듣다 뿐인가. 온몸으로 느낀다.
그런데 아빠와 만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아내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무뚝뚝한 남편이라면, 아기는 아빠 목소리 듣기도 쉽지 않다. 다정한 남편이라 해도, 부른 배를 앞에 두고 살갑게 말을 걸기란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책.
여기 저기 뒤져보면 그림이 예쁜 동화책류를 읽어주라 하지만, 나는 사실 아무 책이나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충격을 받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아무 책이나 아빠가 즐겨 읽는 것으로 소리 내어 읽는다. 엄마와 아빠가 나란히 큰 베개나 쿠션에 기대앉아서, 아빠가 크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읽기 전에, “○○야, 오늘은 □□□에 관한 이야기란다.”, 읽은 후에, “재밌었니? 다음에 또 읽어줄게” 등의 말을 덧붙이면 금상첨화.
하지만 막상 해보면 알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 30분만 소리 내어 책을 읽어도 입이 쩍쩍 마르기 마련. 그래도 불가피한 일이 없는 한, 빼놓지 않으려 노력했으니, 아빠와 아기의 시작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아빠의 태아 마사지 배가 불러오자 다리가 붓고 자다가도 쥐가 나 깨어 우는 일이 잦아졌다. 몸무게도 부쩍부쩍 늘어서 언제 살이 트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7개월 정도부터인가? 남편이 자기 전에 마사지를 해주기 시작했다. 클래식을 틀어놓고, 나는 옆으로 기우뚱 누워 기분 좋게 졸면, 남편이 허벅지-종아리-발 순으로 자근자근 주물러주었다.
확실히 마사지를 해준 날은 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밤늦게 들어와 그냥 곯아떨어진다거나 해서 마사지를 거르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그 날 새벽에 나는 다리를 주무르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남편은 이 다리 마사지가 끝나면 손이 얼얼했다고 한다. 피곤한 일이기는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다리 마사지와 함께 시작한 것이 태아 마사지였다.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일을 바른 손으로 배꼽부터 시작해서 배 전체로 원을 그려 나가 듯 오일을 바른다. 그렇게 몇 분. 다음엔 손바닥을 가볍게 오무려, 손바닥 안의 공기로 안마하듯 살짝살짝 두드린다. 역시 배꼽에서부터 배 전체로 원을 그리듯. 그렇게 몇 분. 도합 오 분 정도의 마시지이지만, 난 우리 아기가 이 시간을 굉장히 좋아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빠에게도 이 마사지는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때만큼 아기가 실감나게 느껴진 적은 없으니 말이다. 오일을 바른 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면, 아기의 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한다. 머리며 팔다리, 가끔 아빠의 손에 화답하듯 튀어나오는 발바닥. 뱃속의 아기는 아빠가 음악에 맞추어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 함께 춤을 추듯 꼼지락거렸다.
여담인데, 매일 저녁 마사지 시간에는 언제나 같은 음악을 들었다. 나중에 도연이가 태어난 뒤, 아기가 밤에 영아산통으로 심하게 운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 신기하게도 그 음악을 들려주면 아기가 진정이 되곤 했다. 우리 부부가 매우 신기해했던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2. 진통과 분만은 함께
당연히도 분만대기실과 분만실에서 남편은 내내 나의 곁을 지켰다. 나야 진통을 견디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남편은 그 일곱 시간이 마치 며칠은 되는 것처럼 길고도 괴로웠다고 한다. 가끔씩 신음을 하다 눈을 떠보면, 남편의 눈이 토끼눈이 되어 있는 게 보였다.
나중에 분만실로 옮겨 갈 때는, 남편은 벌써 아이를 본 것처럼 기뻐했다. 이 긴 진통이 끝나간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분만은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랜 고통 끝에 드디어 품 안에 안아본 우리의 아기. 장담컨대, 남편의 감격 또한 나 못지않았으리라.
남편과 분만실에 함께 들어가 본 아기 엄마들은 누구나 말한다. 꼭 함께 하라고. 아내의 산고와 탄생의 기쁨을 함께 맛보지 않으면, 반의 반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이다. 나도 그 생각엔 절대 동감이다. 탯줄을 자르자마자 품에 안은 새파란 아기는, 우리 부부가 눈물을 쏟을 만큼 예뻤다.
또 나는 누워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힘을 주던 끝에 아기를 품에 안은 게 다였지만, 옆에서 손을 잡고 같이 힘을 주던 남편은 그렇지 않았다. 남편은, 아기의 머리가 나오는가 싶더니 몸이 쑤욱 빠져나오던 장면, 배가 꺼져 내려가던 모습, 탯줄을 자르던 모습(그 병원에서는 남편에게 탯줄을 자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던 모습, 아기를 씻기고는 엄마의 품에 안겨주던 모습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종종 입에 올릴 정도이다.
3. 출산휴가
남편의 직장에서도 출산휴가는 유래가 없던 일이었다. 출산휴가를 주는 게 원칙인 다른 직장에서도 출산휴가 대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일상적이기도 했다. 남편의 직장에서도 처음엔 그런 제의가 들어왔던 게 사실이었다. 보조금으로 산후조리원에서 조리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기를 갖기 전부터 어떻게 해서는 출산휴가를 받기로 다짐을 해왔던 터였기 때문에, 보조금의 제의를 거절하고 유급출산휴가를 신청했다.
쉽지 않았지만, 사회운동을 하는 단체라 다르긴 달랐다. 유래가 없던 일이었음에도 적극적으로 안건을 통과시켜 주었다. 게다가 아기가 태어난 날이, 설연휴 직전이었기 때문에, 남편은 설연휴를 포함하여 한달반 동안이나 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순전히 남편의 직장에서 그만큼이나 더 배려해 준 덕분이었다.
출산휴가기간 동안, 남편은 대부분의 산후조리를 도맡아했다. 양가에서 어머님들이 잠시 다녀가시긴 했지만, 어머님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은 뒤로는 남편이 홀로 우리 모녀를 돌봤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자고 먹고 아기 젖 주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모든 살림을 남편이 하다시피 한 것이었다. 사실 산후조리와 살림을 혼자서 해내는 것은, 살림에 웬만큼 이력이 붙은 어머니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남편은 슈퍼맨과도 같았다. 그만큼 그것이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반면에, 순전히 산모와 아기를 위한 산후조리라면, 그것은 남편밖에는 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친정어머니는 친정어머니대로,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불편한 게 많다. 나의 경우에는, 시어머니한테는 응석을 부리지 못해 불편했고, 친정어머니와는 걸핏하면 싸우게 되었다. 게다가 남편도, 어머니들께 산후조리를 떠맡기는 건 엄밀한 노령노동력의 착취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낯선 도우미에게서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어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우리 세 식구만이 남게 되자 훨씬 몸과 마음이 편했다.
남편에게는 고생스러운 한달반이었겠지만, 남편은 출산휴가를 받기를 너무도 잘했다고 말한다. 출산휴가가 아니었으면 아기와 아빠의 관계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출산휴가가 끝나고 보고차 직장 소식지에 올린 글을 일부 인용하겠다.
소식지에 실린 남편의 출산휴가 보고담 아내와 아이를 돌본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산휴가는 나에게 새로운 가족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시작하고 아내의 수고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 선배가 전에, '아이가 말을 하게 되면서부터 아이에게 정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아버지가 출산과 육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비록 힘이 들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아이를 직접 돌보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즐거움들이 분명히 있다. 잠들 때나 깨어날 때 보이는 온갖 표정 퍼레이드나 젖꼭지를 애타게 찾는 안타까움, 마침내 찾아서 물었을 때의 환희, 똥대포 발사, 시원하게 똥을 싸고 난 후의 능청스러움 등 아이의 행동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은 비록 사소하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을 두텁고 풍부하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빼앗긴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와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는 첫 기회를 빼앗기는 것일 수 있다.
가족이 사회의 기초적인 단위이고 아이들이 그 사회의 미래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사회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을 부모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것에도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도 '아버지 출산휴가'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4. 아빠의 적극 육아
육아는 부모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권리이기도 하다는 게 우리 부부의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아이는 태어나서 3년간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는데, 그 효도를 제대로 못 받아 보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가. 아빠들은 더욱 그렇다. 또한 육아에 온 몸과 마음을 다하는 아내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일이, 역시 육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임을 아빠들이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우리 아이와 아내를 위해, 아빠가 조금만 더 도와주면 되는 일들.
첫째, 분유를 먹이는 경우라면, 밤중수유를 도와주세요. 갓난아기들은 한 시간이 멀다 하고 먹어야 한다. 낮이고 밤이고 매한가지이다. 제 한 몸 추스리기도 힘든 아내를 위해 밤에 한두 번은 아빠가 젖병을 물려주는 게 좋다. 아빠가 한 아홉 시부터 세 시 정도까지는 책임을 진다던가, 아니면 먼저 일찍 자고 세 시경부터 책임을 진다던가 하는 식으로 밤 시간을 나누면 아내는 하루 중 가장 편안하게 쉴 시간이 생길 것이다. 아기의 수유 간격이 늘어날수록 엄마아빠가 잘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둘째, 모유를 먹이는 경우라면,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세요. 모유를 먹이는 경우에는 밤중수유를 아빠가 도와줄 방법이 없다. 젖을 짜서 먹이는 방법이 있기도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이럴 때는 차라리 남편이 아침식사를 맡는 것이 좋다.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전날 저녁 아내가 준비한 걸 차려주기만 해도 좋다. 혹은 자취시절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아기가 좀 크더라도, 아내가 밤잠이 부족한 건 변함이 없기 때문에, 아침에 아기 돌보기도 겸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셋째, 힘쓰는 일은 맡아주세요. 수시로 빨래를 삶고 목욕물을 끓이는 커다란 물통을 들고 나르는 것은 아빠가 해주는 게 좋다. 아내는 아마도 산후 6개월이 지날 때까지 온몸의 뼈마디가 아프다고 투덜댈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장보는 것도 힘쓰는 일에 포함된다. 매일 장을 보지 못하는 터라, 한 번 장을 보면 장바구니가 상당히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보기도 아빠 담당.
넷째, 식사는 꼭 집에서 함께. 돌 전 아니 최소 6, 7개월 정도 된 아기를 키우는 집에서는, 많은 엄마들이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아기들이 움직이지를 못하니, 계속 엄마가 안아주고 업어주고 흔들어주길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밥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자리를 비웠다가는 잠시를 못 참고 울어대기 일쑤이다. 엄마는 그렇게 쫄쫄 굶는데, 저녁 늦게 전화한 남편은, 아내를 도와준다는 핑계로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내는 저녁도 굶으란 소리? 남편들이 저녁식사 전에 서둘러 들어와 아기와 놀아준다면 아빠와 아기의 관계도 더 돈독해지고 엄마도 모처럼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아기 목욕도 항상 함께 해요. 아빠와 함께 목욕을 해온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지능과 감성 지수가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아빠와의 스킨십도 잦은 아기가 정서적으로도 더 안정되어 있기 마련일 테고, 그것이 두뇌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아닌가. 두뇌 발달뿐 아니라, 아기의 가치관이나 성격, 인성 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5. 엄마의 아빠 도와주기
아기에게 가장 익숙한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엄마일 것이다. 엄마는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주는 걸 가장 좋아하는지 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엄마가 보기에 아빠는 너무나 미숙하기만 할 것이다. 설거지를 시켜도, 세탁기 돌리는 걸 시켜도, 꼭 뭔가 성에 차지 않게 해놓는다.
그러나 아빠가 모처럼 나서서 도운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가 쫓아다니며 간섭하거나 일일이 다시 제 손으로 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남편은 다시는 아내의 일을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며, 아내는 결국 모든 일을 제 손으로 떠맡은 것이나 다름없다. 남편에게서 도움을 받고 싶다면, 아내 스스로 남편을 도와야하기도 하는 것이다.
첫째, 분유를 먹이는 경우라면, 밤중수유를 도와주세요. 애 키우는 집은 지저분하기 마련이다. 비덜프는 그런 조언을 하기도 한다. 청소기는 현관 앞에 두라고. 그러면 손님이 오셔도, “앗, 지금 막 청소하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렇듯, 칭찬은 의욕을 생기게 하고, 면박은 성의마저 꺾는 것이다. 남편이 돕는답시고 일을 만들고 다니더라도, 칭찬해 주고 감동해 주며 조심스럽게 조언을 한다면, 남편은 더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훨씬 노력할 것임에 틀림없다.
둘째, 아빠의 놀이 영역을 침범하지 마세요.
아빠만이 아기와 놀아주는 방식을 정해 놓고, 엄마는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아기를 거꾸로 들어준다거나, 아기를 비행기처럼 들고 집안을 뛰어다닌다거나, 아기를 위로 던졌다 받는다거나, 자이로드롭을 태우듯 하는 것. 엄마가 하기는 힘들면서 아기는 너무나 좋아하는 놀이들이 있다. 이런 놀이들은 아빠하고만 하는 것으로 정해두는 것이다. 애를 쓰면 엄마가 할 수도 있지만 그리 무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기는 하루 종일 엄마하고 책도 읽고,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노래도 부르며 노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저녁이 되어감에 따라 아빠의 퇴근시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지난 10월, KBS 라디오에서 남편을 인터뷰하러 왔었다. 모성보호법 제정과 관련해서 특집 방송을 하는데, 그 중 하루는 남편들의 출산휴가에 관한 내용이란다. 방송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자기네들의 기획이 있어서 실제 사실과는 달리 기획에 맞추어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등의 포장을 하기 마련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당하고 보면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
이때의 문제는, 남편들이 육아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아내가 직장맘일 경우에만 국한시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도, 꼭 ‘직장에 다니는 아내를 위해’라는 말을 요구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 본인이 직장맘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우리 부부는, 아직도 사회 현실이 여성에게 너무도 가혹하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가사 노동을 사회의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풍토, 아이를 키우는 것을 온전히 가정의 몫으로만 돌리는 분위기, 가정을 화목하게 유지하고 가꾸는 것은 오로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 등.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든 전업주부이든 간에 남편은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남편의 권위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정에 보다 충실하려는 남편의 노력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것은, 이 사회의 남편들을 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 일찍 퇴근하는 남자를 경시하는 풍조가 분명히 존재한다. 아내와 아이 때문에 활동에 제약을 받는 남자를 못마땅해 하는 풍조가 수많은 사려 깊은 남편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은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며, 우리의 가정은 사회가 함께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뱃속 10달이 생후 10년 교육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여 태교를 중요시 하였습니다.
당연히 남자들의 태교도 중요시 하였습니다.
태아는 5개월이 되면 청각능력이 발달하고 7개월이 되면 엄마와 아빠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괜히 나중에 아기가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너는 누구 닮아서 머리가 나쁘냐' 이런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출산휴가 얘기가 나왔는데 세종대왕 때 여자 관노비에게 출산휴가(산전 1개월, 산후 3개월)를 주면서 남편에게도 한달을 주었다고 합니다. 어느 분은 세계 최초라고 하더군요. 전에 여성단체에서 아빠들에게도 출산휴가(1개월)를 주자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자들이 산후 휴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하는 경우는 미미하죠. 일반회사의 경우 복직이 힘들다고 합니다.
그나마 작년에 남자 공무원의 출산 휴가는 증가했다고 합니다. 공무원들도 마음대로 출산휴가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작년에 여성들의 법적 출산휴가(3개월)를 모두 사용한 비율이 재작년에 비해 감소했다고 합니다.
남자들에게도 출산휴가(유급) 주었으면 합니다. 스웨덴의 경우 시행 첫해 신청율은 10%정도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시행한다면 언젠가는 스웬덴과 같은 비율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출산을 여자들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성보호법 얘기가 나왔는데 저는 왜 모성보호법인지 모르겠습니다. 모성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텐데 말이죠. 모성을 보호해야 하다니.
일부 아줌마들 중에 아기가 자신보다 아빠를 더 좋아한다고 해서 자신은 엄마 자격이 없다라고 자책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그런데 이것은 걱정할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모성애보다 부성애를 더 많이 받은 아이들의 정서발달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더군요. 전에 F킬러님이 부성애에 대한 글을 썼었지만 부성애는 모성애 못지 않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기 목욕에 관한 얘기가 있는데 아기 목욕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물은 끓여서 식힌 물을 사용하고 적정 온도는 40도. 목욕을 할 때는 머리와 발을 먼저 물에 적시고 아기가 물에 적응한 다음 옷을 벗기더군요. 배꼽이 떨어지기 전까지 목욕후 에틸알코올(또는 베타딘 용액. 그런데 베타딘은 옷에 묻기 때문에 에틸알코올이 좋다고 하더군요)로 소독하고 배꼽이 떨어진 후 3일 정도는 물에 젖으면 안된다고 합니다.
'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배들이 그러더군요. 아이가 컸을 때 좋은 아빠가 되어야 겠다고 한다면 그 때는 늦었다고. 아이는 혼자 낳고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아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 임산부가 있다면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즐태하세요*^^*
뱀다리: 게시판지기 여러분! 나중에 '어디다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다휜이 아빠. 아내에게 만점을 받은 다휜이 아빠의 적극 육아를 공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 오늘의 톡에 뽑아 주세요.
예비 아빠들에게 고함
1. 태교부터 함께
엄마의 육아는 임신에서부터 시작한다. 먹을 것을 가리고, 보는 것을 가리고, 말을 가리고, 행동을 가린다. 태교도 하고 태담도 하면서 아기와 호흡을 맞춘다. 엄마와 아기는 일심동체. 한 몸 한 마음이다.
그런데 아빠는 아니다. 아빠는 아기를 느낄 수 없다. 단지 아내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몸매가 변하며, 배가 나온다는 것.
내 남편도 갑자기 새침해지고 눈물도 많아진 나의 비위를 맞추느라 고생했지만, 아기를 가진 나의 설렘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유는 하나. 실감이 안 나기 때문.
나는 임신기간 동안, 아빠와 아기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당사자는 실감조차 못 하고 있으니, 아무리 말로만 좀 적극적으로 태교에 나서보라 해도 그저 멀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두 개.
첫째, 아빠가 읽어주는 책
엄마는 하루 종일 아기와 태담이 가능하다. 엄마가 굳이 아기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아기는 엄마의 목소리를 모두 듣는다. 어디 듣다 뿐인가. 온몸으로 느낀다.
그런데 아빠와 만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아내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무뚝뚝한 남편이라면, 아기는 아빠 목소리 듣기도 쉽지 않다. 다정한 남편이라 해도, 부른 배를 앞에 두고 살갑게 말을 걸기란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책.
여기 저기 뒤져보면 그림이 예쁜 동화책류를 읽어주라 하지만, 나는 사실 아무 책이나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충격을 받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아무 책이나 아빠가 즐겨 읽는 것으로 소리 내어 읽는다. 엄마와 아빠가 나란히 큰 베개나 쿠션에 기대앉아서, 아빠가 크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읽기 전에, “○○야, 오늘은 □□□에 관한 이야기란다.”, 읽은 후에, “재밌었니? 다음에 또 읽어줄게” 등의 말을 덧붙이면 금상첨화.
하지만 막상 해보면 알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 30분만 소리 내어 책을 읽어도 입이 쩍쩍 마르기 마련. 그래도 불가피한 일이 없는 한, 빼놓지 않으려 노력했으니, 아빠와 아기의 시작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아빠의 태아 마사지
배가 불러오자 다리가 붓고 자다가도 쥐가 나 깨어 우는 일이 잦아졌다. 몸무게도 부쩍부쩍 늘어서 언제 살이 트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7개월 정도부터인가? 남편이 자기 전에 마사지를 해주기 시작했다. 클래식을 틀어놓고, 나는 옆으로 기우뚱 누워 기분 좋게 졸면, 남편이 허벅지-종아리-발 순으로 자근자근 주물러주었다.
확실히 마사지를 해준 날은 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밤늦게 들어와 그냥 곯아떨어진다거나 해서 마사지를 거르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그 날 새벽에 나는 다리를 주무르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남편은 이 다리 마사지가 끝나면 손이 얼얼했다고 한다. 피곤한 일이기는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다리 마사지와 함께 시작한 것이 태아 마사지였다.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일을 바른 손으로 배꼽부터 시작해서 배 전체로 원을 그려 나가 듯 오일을 바른다. 그렇게 몇 분. 다음엔 손바닥을 가볍게 오무려, 손바닥 안의 공기로 안마하듯 살짝살짝 두드린다. 역시 배꼽에서부터 배 전체로 원을 그리듯. 그렇게 몇 분. 도합 오 분 정도의 마시지이지만, 난 우리 아기가 이 시간을 굉장히 좋아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빠에게도 이 마사지는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때만큼 아기가 실감나게 느껴진 적은 없으니 말이다. 오일을 바른 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면, 아기의 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한다. 머리며 팔다리, 가끔 아빠의 손에 화답하듯 튀어나오는 발바닥. 뱃속의 아기는 아빠가 음악에 맞추어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 함께 춤을 추듯 꼼지락거렸다.
여담인데, 매일 저녁 마사지 시간에는 언제나 같은 음악을 들었다. 나중에 도연이가 태어난 뒤, 아기가 밤에 영아산통으로 심하게 운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 신기하게도 그 음악을 들려주면 아기가 진정이 되곤 했다. 우리 부부가 매우 신기해했던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2. 진통과 분만은 함께
당연히도 분만대기실과 분만실에서 남편은 내내 나의 곁을 지켰다. 나야 진통을 견디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남편은 그 일곱 시간이 마치 며칠은 되는 것처럼 길고도 괴로웠다고 한다. 가끔씩 신음을 하다 눈을 떠보면, 남편의 눈이 토끼눈이 되어 있는 게 보였다.
나중에 분만실로 옮겨 갈 때는, 남편은 벌써 아이를 본 것처럼 기뻐했다. 이 긴 진통이 끝나간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분만은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랜 고통 끝에 드디어 품 안에 안아본 우리의 아기. 장담컨대, 남편의 감격 또한 나 못지않았으리라.
남편과 분만실에 함께 들어가 본 아기 엄마들은 누구나 말한다. 꼭 함께 하라고. 아내의 산고와 탄생의 기쁨을 함께 맛보지 않으면, 반의 반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이다. 나도 그 생각엔 절대 동감이다. 탯줄을 자르자마자 품에 안은 새파란 아기는, 우리 부부가 눈물을 쏟을 만큼 예뻤다.
또 나는 누워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힘을 주던 끝에 아기를 품에 안은 게 다였지만, 옆에서 손을 잡고 같이 힘을 주던 남편은 그렇지 않았다. 남편은, 아기의 머리가 나오는가 싶더니 몸이 쑤욱 빠져나오던 장면, 배가 꺼져 내려가던 모습, 탯줄을 자르던 모습(그 병원에서는 남편에게 탯줄을 자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던 모습, 아기를 씻기고는 엄마의 품에 안겨주던 모습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종종 입에 올릴 정도이다.
3. 출산휴가
남편의 직장에서도 출산휴가는 유래가 없던 일이었다. 출산휴가를 주는 게 원칙인 다른 직장에서도 출산휴가 대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일상적이기도 했다. 남편의 직장에서도 처음엔 그런 제의가 들어왔던 게 사실이었다. 보조금으로 산후조리원에서 조리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기를 갖기 전부터 어떻게 해서는 출산휴가를 받기로 다짐을 해왔던 터였기 때문에, 보조금의 제의를 거절하고 유급출산휴가를 신청했다.
쉽지 않았지만, 사회운동을 하는 단체라 다르긴 달랐다. 유래가 없던 일이었음에도 적극적으로 안건을 통과시켜 주었다. 게다가 아기가 태어난 날이, 설연휴 직전이었기 때문에, 남편은 설연휴를 포함하여 한달반 동안이나 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순전히 남편의 직장에서 그만큼이나 더 배려해 준 덕분이었다.
출산휴가기간 동안, 남편은 대부분의 산후조리를 도맡아했다. 양가에서 어머님들이 잠시 다녀가시긴 했지만, 어머님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은 뒤로는 남편이 홀로 우리 모녀를 돌봤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자고 먹고 아기 젖 주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모든 살림을 남편이 하다시피 한 것이었다. 사실 산후조리와 살림을 혼자서 해내는 것은, 살림에 웬만큼 이력이 붙은 어머니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남편은 슈퍼맨과도 같았다. 그만큼 그것이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반면에, 순전히 산모와 아기를 위한 산후조리라면, 그것은 남편밖에는 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친정어머니는 친정어머니대로,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불편한 게 많다. 나의 경우에는, 시어머니한테는 응석을 부리지 못해 불편했고, 친정어머니와는 걸핏하면 싸우게 되었다. 게다가 남편도, 어머니들께 산후조리를 떠맡기는 건 엄밀한 노령노동력의 착취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낯선 도우미에게서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어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우리 세 식구만이 남게 되자 훨씬 몸과 마음이 편했다.
남편에게는 고생스러운 한달반이었겠지만, 남편은 출산휴가를 받기를 너무도 잘했다고 말한다. 출산휴가가 아니었으면 아기와 아빠의 관계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출산휴가가 끝나고 보고차 직장 소식지에 올린 글을 일부 인용하겠다.
소식지에 실린 남편의 출산휴가 보고담
아내와 아이를 돌본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산휴가는 나에게 새로운 가족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시작하고 아내의 수고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 선배가 전에, '아이가 말을 하게 되면서부터 아이에게 정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아버지가 출산과 육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비록 힘이 들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아이를 직접 돌보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즐거움들이 분명히 있다. 잠들 때나 깨어날 때 보이는 온갖 표정 퍼레이드나 젖꼭지를 애타게 찾는 안타까움, 마침내 찾아서 물었을 때의 환희, 똥대포 발사, 시원하게 똥을 싸고 난 후의 능청스러움 등 아이의 행동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은 비록 사소하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을 두텁고 풍부하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빼앗긴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와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는 첫 기회를 빼앗기는 것일 수 있다.
가족이 사회의 기초적인 단위이고 아이들이 그 사회의 미래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사회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을 부모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것에도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도 '아버지 출산휴가'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4. 아빠의 적극 육아
육아는 부모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권리이기도 하다는 게 우리 부부의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아이는 태어나서 3년간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는데, 그 효도를 제대로 못 받아 보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가. 아빠들은 더욱 그렇다. 또한 육아에 온 몸과 마음을 다하는 아내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일이, 역시 육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임을 아빠들이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우리 아이와 아내를 위해, 아빠가 조금만 더 도와주면 되는 일들.
첫째, 분유를 먹이는 경우라면, 밤중수유를 도와주세요.
갓난아기들은 한 시간이 멀다 하고 먹어야 한다. 낮이고 밤이고 매한가지이다. 제 한 몸 추스리기도 힘든 아내를 위해 밤에 한두 번은 아빠가 젖병을 물려주는 게 좋다. 아빠가 한 아홉 시부터 세 시 정도까지는 책임을 진다던가, 아니면 먼저 일찍 자고 세 시경부터 책임을 진다던가 하는 식으로 밤 시간을 나누면 아내는 하루 중 가장 편안하게 쉴 시간이 생길 것이다. 아기의 수유 간격이 늘어날수록 엄마아빠가 잘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둘째, 모유를 먹이는 경우라면,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세요.
모유를 먹이는 경우에는 밤중수유를 아빠가 도와줄 방법이 없다. 젖을 짜서 먹이는 방법이 있기도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이럴 때는 차라리 남편이 아침식사를 맡는 것이 좋다.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전날 저녁 아내가 준비한 걸 차려주기만 해도 좋다. 혹은 자취시절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아기가 좀 크더라도, 아내가 밤잠이 부족한 건 변함이 없기 때문에, 아침에 아기 돌보기도 겸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셋째, 힘쓰는 일은 맡아주세요.
수시로 빨래를 삶고 목욕물을 끓이는 커다란 물통을 들고 나르는 것은 아빠가 해주는 게 좋다. 아내는 아마도 산후 6개월이 지날 때까지 온몸의 뼈마디가 아프다고 투덜댈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장보는 것도 힘쓰는 일에 포함된다. 매일 장을 보지 못하는 터라, 한 번 장을 보면 장바구니가 상당히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보기도 아빠 담당.
넷째, 식사는 꼭 집에서 함께.
돌 전 아니 최소 6, 7개월 정도 된 아기를 키우는 집에서는, 많은 엄마들이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아기들이 움직이지를 못하니, 계속 엄마가 안아주고 업어주고 흔들어주길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밥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자리를 비웠다가는 잠시를 못 참고 울어대기 일쑤이다.
엄마는 그렇게 쫄쫄 굶는데, 저녁 늦게 전화한 남편은, 아내를 도와준다는 핑계로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내는 저녁도 굶으란 소리? 남편들이 저녁식사 전에 서둘러 들어와 아기와 놀아준다면 아빠와 아기의 관계도 더 돈독해지고 엄마도 모처럼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아기 목욕도 항상 함께 해요.
아빠와 함께 목욕을 해온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지능과 감성 지수가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아빠와의 스킨십도 잦은 아기가 정서적으로도 더 안정되어 있기 마련일 테고, 그것이 두뇌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아닌가. 두뇌 발달뿐 아니라, 아기의 가치관이나 성격, 인성 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5. 엄마의 아빠 도와주기
아기에게 가장 익숙한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엄마일 것이다. 엄마는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주는 걸 가장 좋아하는지 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엄마가 보기에 아빠는 너무나 미숙하기만 할 것이다. 설거지를 시켜도, 세탁기 돌리는 걸 시켜도, 꼭 뭔가 성에 차지 않게 해놓는다.
그러나 아빠가 모처럼 나서서 도운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가 쫓아다니며 간섭하거나 일일이 다시 제 손으로 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남편은 다시는 아내의 일을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며, 아내는 결국 모든 일을 제 손으로 떠맡은 것이나 다름없다. 남편에게서 도움을 받고 싶다면, 아내 스스로 남편을 도와야하기도 하는 것이다.
첫째, 분유를 먹이는 경우라면, 밤중수유를 도와주세요.
애 키우는 집은 지저분하기 마련이다. 비덜프는 그런 조언을 하기도 한다. 청소기는 현관 앞에 두라고. 그러면 손님이 오셔도, “앗, 지금 막 청소하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렇듯, 칭찬은 의욕을 생기게 하고, 면박은 성의마저 꺾는 것이다. 남편이 돕는답시고 일을 만들고 다니더라도, 칭찬해 주고 감동해 주며 조심스럽게 조언을 한다면, 남편은 더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훨씬 노력할 것임에 틀림없다.
둘째, 아빠의 놀이 영역을 침범하지 마세요.
아빠만이 아기와 놀아주는 방식을 정해 놓고, 엄마는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아기를 거꾸로 들어준다거나, 아기를 비행기처럼 들고 집안을 뛰어다닌다거나, 아기를 위로 던졌다 받는다거나, 자이로드롭을 태우듯 하는 것.
엄마가 하기는 힘들면서 아기는 너무나 좋아하는 놀이들이 있다. 이런 놀이들은 아빠하고만 하는 것으로 정해두는 것이다.
애를 쓰면 엄마가 할 수도 있지만 그리 무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기는 하루 종일 엄마하고 책도 읽고,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노래도 부르며 노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저녁이 되어감에 따라 아빠의 퇴근시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지난 10월, KBS 라디오에서 남편을 인터뷰하러 왔었다. 모성보호법 제정과 관련해서 특집 방송을 하는데, 그 중 하루는 남편들의 출산휴가에 관한 내용이란다. 방송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자기네들의 기획이 있어서 실제 사실과는 달리 기획에 맞추어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등의 포장을 하기 마련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당하고 보면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
이때의 문제는, 남편들이 육아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아내가 직장맘일 경우에만 국한시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도, 꼭 ‘직장에 다니는 아내를 위해’라는 말을 요구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 본인이 직장맘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우리 부부는, 아직도 사회 현실이 여성에게 너무도 가혹하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가사 노동을 사회의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풍토, 아이를 키우는 것을 온전히 가정의 몫으로만 돌리는 분위기, 가정을 화목하게 유지하고 가꾸는 것은 오로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 등.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든 전업주부이든 간에 남편은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남편의 권위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정에 보다 충실하려는 남편의 노력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것은, 이 사회의 남편들을 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 일찍 퇴근하는 남자를 경시하는 풍조가 분명히 존재한다. 아내와 아이 때문에 활동에 제약을 받는 남자를 못마땅해 하는 풍조가 수많은 사려 깊은 남편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은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며, 우리의 가정은 사회가 함께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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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제가 가입한 카페에 어느 아줌마가 자신이 받아보는 육아지에서 올려주신 겁니다.
며칠전 아이 함께 키우기 게시판에 철없는 아빠에 관한 글을 읽고 이 글을 올립니다.
우리 조상들은 뱃속 10달이 생후 10년 교육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여 태교를 중요시 하였습니다.
당연히 남자들의 태교도 중요시 하였습니다.
태아는 5개월이 되면 청각능력이 발달하고 7개월이 되면 엄마와 아빠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괜히 나중에 아기가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너는 누구 닮아서 머리가 나쁘냐' 이런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출산휴가 얘기가 나왔는데 세종대왕 때 여자 관노비에게 출산휴가(산전 1개월, 산후 3개월)를 주면서 남편에게도 한달을 주었다고 합니다. 어느 분은 세계 최초라고 하더군요. 전에 여성단체에서 아빠들에게도 출산휴가(1개월)를 주자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자들이 산후 휴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하는 경우는 미미하죠. 일반회사의 경우 복직이 힘들다고 합니다.
그나마 작년에 남자 공무원의 출산 휴가는 증가했다고 합니다. 공무원들도 마음대로 출산휴가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작년에 여성들의 법적 출산휴가(3개월)를 모두 사용한 비율이 재작년에 비해 감소했다고 합니다.
남자들에게도 출산휴가(유급) 주었으면 합니다. 스웨덴의 경우 시행 첫해 신청율은 10%정도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시행한다면 언젠가는 스웬덴과 같은 비율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출산을 여자들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성보호법 얘기가 나왔는데 저는 왜 모성보호법인지 모르겠습니다. 모성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텐데 말이죠. 모성을 보호해야 하다니.
일부 아줌마들 중에 아기가 자신보다 아빠를 더 좋아한다고 해서 자신은 엄마 자격이 없다라고 자책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그런데 이것은 걱정할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모성애보다 부성애를 더 많이 받은 아이들의 정서발달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더군요. 전에 F킬러님이 부성애에 대한 글을 썼었지만 부성애는 모성애 못지 않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기 목욕에 관한 얘기가 있는데 아기 목욕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물은 끓여서 식힌 물을 사용하고 적정 온도는 40도. 목욕을 할 때는 머리와 발을 먼저 물에 적시고 아기가 물에 적응한 다음 옷을 벗기더군요. 배꼽이 떨어지기 전까지 목욕후 에틸알코올(또는 베타딘 용액. 그런데 베타딘은 옷에 묻기 때문에 에틸알코올이 좋다고 하더군요)로 소독하고 배꼽이 떨어진 후 3일 정도는 물에 젖으면 안된다고 합니다.
'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배들이 그러더군요. 아이가 컸을 때 좋은 아빠가 되어야 겠다고 한다면 그 때는 늦었다고. 아이는 혼자 낳고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아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 임산부가 있다면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즐태하세요*^^*
뱀다리: 게시판지기 여러분! 나중에 '어디다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다휜이 아빠. 아내에게 만점을 받은 다휜이 아빠의 적극 육아를 공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 오늘의 톡에 뽑아 주세요.
29일 정모 잘 하세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