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의 꿈

럽이2006.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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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의 꿈
- 볼프강 보르헤르트

죽는다 하더라도 나는

한 개의 등불이 되고 싶네.

그리하여 내 문 앞에서

잿빛 저녁을

비춰 밝혀주리.

 

혹은 커다란 기선이 잠자며

처녀들의 웃음소리 요란한

어느 항구에서

더럽고 좁은 물 골목 옆,

그리고 외로이 걸어가는 맹인 옆에서

나는 깨어 있으리.

 

어느 비좁은

골목에서 나는 붉은,

그러나 양철 등불로

선술집 앞에 걸려 있고 싶네.

그리고 생각하면서

밤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등불의 노래를 부르리.

 

그렇거나, 놀라운 것을 볼 때엔

큰 눈이 되는 아이를 가진

여인이 되어, 홀로 앉아, 바람이 무서운 소리로

창문을 두드려대니

밖에선 귀신이 꿈을 꾸나.

 

그렇다니까. 나는

죽더라도

한 개 등불이 되고 싶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잠자는

밤이면 혼자서

달과 속삭이지.

물론 <그대>라고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