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이 시위 그 현장을 "무정부상태"라 하더군요.

쌍코미*200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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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에 사과 드립니다..

 

참여자와 참여하지않은 자 두 부류로 나눈다면, 전 참여하지 않은 자입니다..

구차하게 사정이나 이런 건..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5월 31일 토요일. 삼청동에 오후 5시쯤 도착하였습니다.

 

속속들이 자리를 메꾸고 있는 의경들, 닭장차들이 보였습니다.

 

저희 아버지... 경찰 정보과 출신이십니다.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시위, 데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저희 아버지에 대한..악플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입구쪽에 의경들 지나갈 때마다, 욕설이 들립니다.

시위하시는 분들을 욕하는 것이지요.

 

기동대 관련 지휘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개 xx들, 오늘 다 조x버려. 알겠어? 니들 똑바로 못하면 알지?"

 

정말 무서운 것은 전/의 경이 아닌 30대로 명백히 보이는

특공대가 엄청나게 있는 것을 보고

치가 떨렸습니다.. 이런 지시를 한 윗사람들 한테요..

 

분명, 일반시민이 지나가는데 자기네들 끼리 거침없이 말하더군요.

무서웠습니다....

 

또, 의경들 몇명을 착출해서

옷을 갈아입혀 시위현장으로 내보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일명 스파이, 바람잡이죠..

 

밤 10시 반에 경복궁 방향으로 나왔습니다.

기사로 보셨다 시피, 모든 골목 골목은 방패부대와 닭장차로 막혀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살수차가 있었고,,

그 기사와 지휘관이,, 닭장차 너머 시위대를 향하여 욕을 하며 담배를 피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치 앞인데, 차 넘어로 한양대, 성균관대, 등등,,, 한총련으로 예상되는 깃발과

애국가를 부르는 소리 등등이 들렸습니다.

 

발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옆에 한 여성분이 촛불을 주시더군요.

함께 켰습니다.

딸랑 여자 2명이서요...

 

저쪽은 차를 흔들어 댈 정도의 대치중이어서 저희에게 관심도 없었지만,

곧, 이 지역은 시위를 할 수 없으니 끄라는 의경의 엄포에...

소심하지만 끄고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위에 섞일 수도 없는 위치였으니까요...

 

섞여야 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초행인 삼청동 길에.. 섞일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파출소에 갔습니다.

"집에 가고 싶은데 삼청동이 초행이라 안국역 방향으로라도 길을 알려주세요.."

 

다행히 친절히 알려주시더군요..

안국역 방향으로 갔습니다.

 

다시 진압부대를 만났습니다. 길을 물었습니다.

친절하게는 대답해주셨지만 이렇게 말을 합니다.(이분도 잎파리 세개 달았더군요.)

"막히면 지휘관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러나 지금 우리 이곳은 무정부상태 입니다.

알아서들 가십시오"

 

무정부상태라뇨..엄연히 세금을 낸 국민인데, 현재 이곳은 무정부상태라뇨..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아무리 다들 비상이 걸려 힘들겠지만,, 그렇게 무정부상태로 만드는

정부가 미웠습니다.

 

하이힐을 신고, 블라우스를 입었고, 짧은 치마를 입었지만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힘들게, 안국역에 도착... 종로 3가로 갔습니다.

가는 길에 슬리퍼를 파는 곳이 있길래 얼른 구매를 했구요...

시위만은 죽어도 안된다고 소리를 지르시는 아버지 때문에 3시간 밖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제 삼청동에서 느낀 기분은.. 정말 암담했습니다.

 

앞으로 언제 또 시위에 이렇게 참여할 용기가 생길지.. 사실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아시겠지만,, 조심하세요...

 

시위하는 그 순간은 "무정부상태"임을 공공연하게

말하는 지휘관을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제 그자리서 느낀 점은,

우리에겐 화염병도, 쇠파이프도 없었습니다.

농민들이 심히 항쟁할 때 들고 나오던 트랙터도 없었습니다.(일전에 한 의경이 트랙터에 다리를 절단당했지요..)

약하디 약한 종이 쪼가리와 촛불만이 있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정부는 특공대를 들이댔고,

살수차를 들이댔습니다. 총이 아니니 감사해야 하나요?

 

살수차도, 곤봉도, 방패도, 우리 국민의 세금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청와대는 뚫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겠죠.

국가의 힘이 흔들린다고 생각했겠죠.

자신의 국권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이명박, 당신이 얼마나 지금 오만한지 알고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이렇게 무모하게 밀어붙이는

말도 안되는 정책으로

후세에 칭송받는 박정희가 될꺼라고 오해 및 착각하고 있습니다.

 

불법을 비일비재하게 일삼던 대통령이,

어제 시위 현장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여러분 현재 여러분들은 불법을 행하고 있습니다...blah blah"

 

웃기지요. 아무리 논리적이지 못해도 당신이 자행한 불법은 불법같지도 않게 여기면서

국민들이 불법이라뇨...

 

그리고, 시위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 조심하세요..

두서없는 글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럼,

다음에 또 그 자리서 뵙길 바라면서.. 제가 다시 한번 용기를 내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