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저는 웬만한 공포영화를 보고도 잘 놀래지 않습니다. 베스트로 꼽는 공포 영화가 있다면 단연 '셔터', 그 외에 링이나 주온같은 영화는 한밤중에 헤드폰 끼고 볼 정도고요. 가위에 눌린적은 있어도 헛것을 보거나 한적 없고요, 흔히 남들이 말하는 귀신얘기도 잘 믿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다가 바로 오늘 아침, 정말 소스라치게 무서운 일을 겪었던 건데요.
현재 독일에 있는 한 소도시에서 악기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유학나온지는 어느 새 2년 가량 되었네요,
지난주 사랑니를 뽑는 수술을 한 관계로 제대로 뭐 요리해먹기가 그래서, 요근래 거의 1주일간을 대부분 식당에서 사먹거나, 여자친구가 해주는 요리만 먹고 지냈습니다. 밖에서 돈 쓰는 것도 싫어하고, 또 워낙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터라 집에서 주로 해먹는 편이거든요.
바로 오늘 아침 사랑니 뽑았던 자리에 있던 실밥을 제거하고, 집에와서 대충 끓인국에 밥이나 말아먹을 요량으로 요리를 하러 부엌에 들어갔을 때 창문에 왠일인지 왕파리들이 대략 20~25마리가 붙어있는 겁니다.
보통 독일 창문이 외출할때 기울여서 세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거든요 (보통 키펜한다고들 합니다만), 공기는 잘 통하지만 그 사이로 파리나 벌, 나방들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학교갈때 그렇게 조금 열어두고 가면 한두마리 파리나 벌, 나방 들어오는 건 예사로운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든요. 벌레를 무서워하진 않지만,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뜬금없이 스무마리정도나 되서 조금 이상하기는 싶었지만, 암튼 창문을 완전 크게 열고 나서 박스쪼가리 끝으로 녀석들을 유인해서 밖으로 몰아내고 다시 굳게 창문을 닫았습니다.
냄비에 물 올려놓고 잠시간 방에 다녀와서 부엌을 보니, 마치 데쟈부현상처럼 방금 전 상황 그대로! 파리 스무마리가 부엌 창문에 또 붙어있는 겁니다. 청소기로 빨아들여버렸습니다.
그런데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나서 생각해보니, 웬지 이상한 겁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제가 잠시간 방에 갔던 사이 부엌은 곤충이 들어올만한 작은 구멍이라곤 전혀 없는 즉, 절대로 파리가 들어올 수 없는 완벽한 '밀실' 상태였다는 겁니다.
불길한 예감에 식탁밑에 있던 오래된 싹난 양파랑, 예전에 까다남은 마늘 봉지를 들어내는 순간 -
저도 모르게 자동으로 쌍욕을 하게 되었습니다.
양파 봉지 밑에 자그마치 40마리 쯤 되는 구데기들이 굼뱅이 춤을 추고 있는 겁니다. 어미나, 아비로 추측되는 10마리 정도의 성충 파리도 봉지를 들어내는 타이밍에 부엌 여기저기로 날아갔고요.
저도모르게 놀이기구 탈 때 지르는 괴성이랑 종류가 한참이나 다른, 뱃 속 깊은곳에서 부터 우러나오는
우워어어어어! 하는 묘한 괴성을 질렀습니다.
눈에 보이는 파리, 구데기, 그리고 구데기들이 뚫고 나와 성충이 됐던건지 아니면 알에서 까고나온 흔적인지 마치 흑미랑 비슷하게 생긴 알껍질이며 모두 청소기로 처리해버리고는, 구데기들이 조금이라도 닿았던 음식은 모두다 버렸습니다. 국물내는 멸치랑, 다시마, 미역이며 할 거없이 모두 다.
녀석들 처리하면서 살아오면서 배워온 온 갖 욕이랑 욕은 다 했나봅니다.
그렇게 한시간 가량 지났을까, 녀석들이 박멸 됐나 싶었는데, 독일에서 가스렌지처럼 쓰는 '헤어트' (편의상 가스렌지라고 하겠습니다.) 안쪽에서 성충 파리들이 한 두마리씩 계속 나오는 겁니다. 슬슬 불길한 예상은 모두 했지만 사실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가스렌지를 무거워서 들수가 없어서, 오븐 손잡이 잡고 질질끌어내는데,
빠지지직, 빠지지직 - 빠직, 틱, 티틱, 빠지직
하는 알껍질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혼자서 악에받쳐 열내면서
히발! 개색히들!! 죽여버릴 놈들!! 아우썅!
그 기분나쁜 사운드들을 참아가며 들어냈던 헤어트 밑에는 최소 100마리는 되어보이는 구데기랑, 30마리정도의 성충 파리, 그리고 그 껍질들은 도저히 셀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제 눈에 띄었던 것이 부엌 구석에 있던 음식쓰레기용 쓰레기통.
독일이 분리수거가 엄격하고 벌금이 쎈 관계로, 나름 철저하게 분리수거를 해왔는데
지난주에 삼겹살 먹다 남아서 좀 상했던거랑, 곰팡이 핀 토마토, 역시 곰팡이 핀 식빵등이 들어있는 음식 쓰레기통 뚜껑이 4분의 1쯤 열려있는 겁니다. 그 안에서 밀려나오는 향기는 저는 싫었지만, 아마 파리들은 그 냄새에 환장을 했겠지 싶었습니다. 이미 예상한 일이지만, 다시한번 심호흡을 크게 하고, 이악물고 쓰레기통을 여는 순간
우와, 정말 바글바글 하더군요. 마치, 쌀포대를 열었는데 쌀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상상 - 그것과 꼭 같은 거였습니다. 그리고 구데기들이 그렇게 왕성하고 또 스피드가 빠른녀석들인지 태어나서 처음 알았습니다.
다시 한번 온갖 육두문자를 날려가며 청소기로 모두 처리해버리고는
가스렌지 밑에처럼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냉장고도 끌어내서 모두 몰살시켜버리고 나서, 걸레질도 하고, 집에 남아있던 에프킬라로 싱크대 밑에 모두 뿌려서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조그만 녀석들까지 죽였나봅니다.
쓰레기통에서 밀려오던 기분좋은 냄새, 충분한 식량자원하며
제가 제대로 신경쓰지 못한 1주일간의 부엌은 그야말로 파리가 양육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겁니다.
밥 먹으려고 연 밥통에 있던 쌀들을 보니, 아까봤던 구데기들이 생각나 도저히 먹을수가 없어. 허기 달랠양으로 끓였던 국만 먹고 말았습니다.
5시간 가량 지난 지금, 아직도 몸에서 구데기가 기어다니는 것 같습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귀신담, 귀신목격담, 공포영화등등 온갖 무서운 얘기에도 별로 움찔하지 않았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안녕하세요, 자주는 아니지만 톡을 즐겨보는 26세의 청년입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저는 웬만한 공포영화를 보고도 잘 놀래지 않습니다. 베스트로 꼽는 공포 영화가 있다면 단연 '셔터', 그 외에 링이나 주온같은 영화는 한밤중에 헤드폰 끼고 볼 정도고요. 가위에 눌린적은 있어도 헛것을 보거나 한적 없고요, 흔히 남들이 말하는 귀신얘기도 잘 믿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다가 바로 오늘 아침, 정말 소스라치게 무서운 일을 겪었던 건데요.
현재 독일에 있는 한 소도시에서 악기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유학나온지는 어느 새 2년 가량 되었네요,
지난주 사랑니를 뽑는 수술을 한 관계로 제대로 뭐 요리해먹기가 그래서, 요근래 거의 1주일간을 대부분 식당에서 사먹거나, 여자친구가 해주는 요리만 먹고 지냈습니다. 밖에서 돈 쓰는 것도 싫어하고, 또 워낙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터라 집에서 주로 해먹는 편이거든요.
바로 오늘 아침 사랑니 뽑았던 자리에 있던 실밥을 제거하고, 집에와서 대충 끓인국에 밥이나 말아먹을 요량으로 요리를 하러 부엌에 들어갔을 때 창문에 왠일인지 왕파리들이 대략 20~25마리가 붙어있는 겁니다.
보통 독일 창문이 외출할때 기울여서 세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거든요 (보통 키펜한다고들 합니다만), 공기는 잘 통하지만 그 사이로 파리나 벌, 나방들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학교갈때 그렇게 조금 열어두고 가면 한두마리 파리나 벌, 나방 들어오는 건 예사로운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든요. 벌레를 무서워하진 않지만,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뜬금없이 스무마리정도나 되서 조금 이상하기는 싶었지만, 암튼 창문을 완전 크게 열고 나서 박스쪼가리 끝으로 녀석들을 유인해서 밖으로 몰아내고 다시 굳게 창문을 닫았습니다.
냄비에 물 올려놓고 잠시간 방에 다녀와서 부엌을 보니, 마치 데쟈부현상처럼 방금 전 상황 그대로! 파리 스무마리가 부엌 창문에 또 붙어있는 겁니다. 청소기로 빨아들여버렸습니다.
그런데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나서 생각해보니, 웬지 이상한 겁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제가 잠시간 방에 갔던 사이 부엌은 곤충이 들어올만한 작은 구멍이라곤 전혀 없는 즉, 절대로 파리가 들어올 수 없는 완벽한 '밀실' 상태였다는 겁니다.
불길한 예감에 식탁밑에 있던 오래된 싹난 양파랑, 예전에 까다남은 마늘 봉지를 들어내는 순간 -
저도 모르게 자동으로 쌍욕을 하게 되었습니다.
양파 봉지 밑에 자그마치 40마리 쯤 되는 구데기들이 굼뱅이 춤을 추고 있는 겁니다. 어미나, 아비로 추측되는 10마리 정도의 성충 파리도 봉지를 들어내는 타이밍에 부엌 여기저기로 날아갔고요.
저도모르게 놀이기구 탈 때 지르는 괴성이랑 종류가 한참이나 다른, 뱃 속 깊은곳에서 부터 우러나오는
우워어어어어! 하는 묘한 괴성을 질렀습니다.
눈에 보이는 파리, 구데기, 그리고 구데기들이 뚫고 나와 성충이 됐던건지 아니면 알에서 까고나온 흔적인지 마치 흑미랑 비슷하게 생긴 알껍질이며 모두 청소기로 처리해버리고는, 구데기들이 조금이라도 닿았던 음식은 모두다 버렸습니다. 국물내는 멸치랑, 다시마, 미역이며 할 거없이 모두 다.
녀석들 처리하면서 살아오면서 배워온 온 갖 욕이랑 욕은 다 했나봅니다.
그렇게 한시간 가량 지났을까, 녀석들이 박멸 됐나 싶었는데, 독일에서 가스렌지처럼 쓰는 '헤어트' (편의상 가스렌지라고 하겠습니다.) 안쪽에서 성충 파리들이 한 두마리씩 계속 나오는 겁니다. 슬슬 불길한 예상은 모두 했지만 사실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가스렌지를 무거워서 들수가 없어서, 오븐 손잡이 잡고 질질끌어내는데,
빠지지직, 빠지지직 - 빠직, 틱, 티틱, 빠지직
하는 알껍질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혼자서 악에받쳐 열내면서
히발! 개색히들!! 죽여버릴 놈들!! 아우썅!
그 기분나쁜 사운드들을 참아가며 들어냈던 헤어트 밑에는 최소 100마리는 되어보이는 구데기랑, 30마리정도의 성충 파리, 그리고 그 껍질들은 도저히 셀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제 눈에 띄었던 것이 부엌 구석에 있던 음식쓰레기용 쓰레기통.
독일이 분리수거가 엄격하고 벌금이 쎈 관계로, 나름 철저하게 분리수거를 해왔는데
지난주에 삼겹살 먹다 남아서 좀 상했던거랑, 곰팡이 핀 토마토, 역시 곰팡이 핀 식빵등이 들어있는 음식 쓰레기통 뚜껑이 4분의 1쯤 열려있는 겁니다. 그 안에서 밀려나오는 향기는 저는 싫었지만, 아마 파리들은 그 냄새에 환장을 했겠지 싶었습니다. 이미 예상한 일이지만, 다시한번 심호흡을 크게 하고, 이악물고 쓰레기통을 여는 순간
우와, 정말 바글바글 하더군요. 마치, 쌀포대를 열었는데 쌀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상상 - 그것과 꼭 같은 거였습니다. 그리고 구데기들이 그렇게 왕성하고 또 스피드가 빠른녀석들인지 태어나서 처음 알았습니다.
다시 한번 온갖 육두문자를 날려가며 청소기로 모두 처리해버리고는
가스렌지 밑에처럼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냉장고도 끌어내서 모두 몰살시켜버리고 나서, 걸레질도 하고, 집에 남아있던 에프킬라로 싱크대 밑에 모두 뿌려서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조그만 녀석들까지 죽였나봅니다.
쓰레기통에서 밀려오던 기분좋은 냄새, 충분한 식량자원하며
제가 제대로 신경쓰지 못한 1주일간의 부엌은 그야말로 파리가 양육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겁니다.
밥 먹으려고 연 밥통에 있던 쌀들을 보니, 아까봤던 구데기들이 생각나 도저히 먹을수가 없어. 허기 달랠양으로 끓였던 국만 먹고 말았습니다.
5시간 가량 지난 지금, 아직도 몸에서 구데기가 기어다니는 것 같습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귀신담, 귀신목격담, 공포영화등등 온갖 무서운 얘기에도 별로 움찔하지 않았었는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 바로
파리가 집에 알까는 겁니다
바퀴벌레가 집에 알까셨던 분들은 어땠을까요.
아무튼, 혼자서 자취하시는 분들, 상한 음식 오래두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