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촛불[픽션]

이경우2008.06.08
조회186

-이글은 픽션입니다.- www.cyworld.com/thuggz

 

인터넷 티비 라디오

그밖에 잡다한 모든 매스미디어는 촛불이라는 홍수에 허우적대고 있다.

내나이 스물다섯

적게 살았다면 적게 살았고

많이 살았다면 많이 살았고

그렇게 이꼴 저꼴 보며 세상에 치이기도 하면서 주관이라는게 형성되었다.

욕이 나온다.

대한민국은 지랄같은 님비와 대중에 기생해 한몫챙기려는 언론플레이어들과

그들에게 건더기를 던져준 자들로 붉게 얼룩졌다.

 

종로를 걸었다.

청계천도 걸었고 시청앞 분수에서 흩뿌려지는 물알갱이들도 보고

발장난, 물장구, 아이들의 웃음같은 것들도.

넋을 잃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서울은 밤이라는 천막에 휩싸였다.

카메라를 목에 건 외국인 둘이 이순신장군동상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where?" 이라며 길을 물어왔다.

짧은 영어에 바디랭귀지 섞어가며 진땀빼며 설명해주었다.

"코맙숩니타." 어눌한 억양이었지만 왠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인사를

답례로 받았다.

 

서울은 연신 촛불로 들끓었다. 어수선하고 축제같기도 하고

그리고 전의경들은 여전히 호구를 쓰고 방패를 들고.

종로쪽에 사는 친구가 죽을상을 하고 하소연하던 일이 생각났다.

그놈의 촛불땜에 어디 한번 나가기도 쉽지 않다고

그리고 그렇게 작지만 피해보는 사람도 있다고 이런일이 빨리 잘 해결되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인터넷에 글을 게시했다가 부모욕까지 들었다고.

대를 위해선 소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들은 그 수많은 전쟁을 아무렇지도 않게 치루나 보다.

멍하니 모니터를 보며 리플들을 하나하나 읽다가

전의경은 다 강아지들이라고 하던 악플들이 생각났다.

친한 동생중에 하나가 특수기동대에서 복무했었다.

한번은 휴가 나와서 잘 놀다가 무심코 손을 봤는데 오른손 손가락이 좀 이상해서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봤다.

고참에게 방패로 찍혔다고 했다. 쳐 죽일놈의 강아지들이라고 했더니 동생 왈

"물론 잘못된거지만 근데 이렇게 가끔 군기 잡고 하는 일 없으면 우린 현장 나가서 뒤져.

화염병 날라다니고 쇠파이프는 또 어디서 튀어나오고 고함소리에 물대포에

돌맹이, 주먹, 발 정신없어. 동기 놈 하나 쇠파이프 맞고 무릎 나간 적 있는데

옆에 있던 녀석이 이성 잃고 방패로 찍더라 여튼 그런게 비일비재한 곳이니까."

라며 털털하게 웃던 모습이 생각난다.

여자친구가 며칠째 연락도 안되고 해서 어찌 어찌 연락했더니

촛불 집회에 나간다고 한다. 힘들게 편입해서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한다고 좋아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촛불집회도 좋지만

여태 고생한것도 있는데 시간도 빠듯할텐데 그리고 위험한 곳인데

좀 더 생각해보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난

광우병이 뭔지도 모르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나라걱정도 안하는 매국노가 되어 버렸다.

난 그냥 여자친구가 걱정되서 한 말인데...

매일 같이 어떤 사람들은 잡혀들어갔다가 풀려나고

어떤 사람들은 피범벅이 되고 어떤 사람들은 욕과 고함에 휩쓸리고

세상을 향한 발길질, 정부를 향한 발길질, 다시 정부가 국민에게 하는 발길질,

미국이 대한민국에게 하는 발길질, 대한민국이 미국에게 하는 발길질,

소고기 수입업자, 자동차 수입업자, 사는 사람들, 파는 사람들

학회, 지식인 계층, 정치인, 국민, 부자, 서민, 남녀노소.

불길은 일파만파 퍼져가고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야당은 쇠고기파문이 제대로 해결될때까지 국회개원에 참여를 안한대고

여당은 야당이 참여안하니 개원을 안한다고 한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난 그사람들이 원래 그런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다만,

현 시대의 국가조직구조를 가진 사회에서

국제무역협상때문에 국회가 개원을 안하는 나라도 있구나 라는걸 알게되었을 뿐.

 

진중권 교수의 미학 오디세이를 읽었다.

미학이라는 장르로 국내에서는 참 지식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얼마 뒤 디워와 심형래 감독을 비평했다가 엄청 욕을 먹고

다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비평했다가 엄청 칭찬을 받는걸 인터넷에서 보았다.

난 그냥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구나 싶어서 마음에 들었었는데

디워를 재밌게 보고나서 진중권 교수의 비평을 접하고 비평은 저래야 한다고 했다가

친구와 싸웠고 다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평한걸 접하고 그 친구와 자연스레 화해하였다.

어릴때 서희의 위인전기를 읽으며 문인은 세치 혀로도 칼을 내리게 할수 있어야 한다던

생각이 들어서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명언이 생각나서 입맛이 씁쓸했다.

생물학이나 축산업에 특별한 관심이 없던 나같은 사람도

광우병에 대해서만큼은 대화가 통하고 젤라틴이라던지 하는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국사에 대한 강의중에 민족주의는 집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배타적이지만

편리한 정책이였다는 논리가 있었다는 것을 설명했던 사람이 그러한 의견을

펼쳤다가 뭇매를 얻어맞았던게 기억난다.

 

갑자기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생각나는건 왜 일까.

김두한은 주먹하나로 조폭계를 통일하고 국회의원까지 돼서 똥물을 끼얹고

사형을 당했더랬지.

 

이번에 실시한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20%도 안된다는걸 뉴스에서 접했다.

운수업계 사람들은 유가폭등으로 먹고 살기가 어려워져

촛불집회보다 무서운 사태를 자신들이 벌일수도 있다고 선포했다는 뉴스도.

 

아이들이 웃는다.

그냥 분수의 물알갱이가 이쁘다고.

 

저 아이들도 자라면 중우정치와 서민경제와 유가폭등과 다우지수, 나스닥, 코스닥,

북해산 브렌트유, 경제성장률, 국제무역협상, 파업, 님비,  GDP, 민족, 혁명, 집회

수출, 수입, 공기업, 민영화, 로펌 등등의 용어를 접하게 되고

서민도 되고 부자도 되고 전의경도 되고 시위대도 되고 경찰도 되고 범죄자도 되고

군인도 되고 민간인도 되고 교수도 되고 학생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고 국민도 되고

수출입 업자도 되고 소비자도 되고 기업인도 되고 노조도 되고

어른이 되겠지.

 

아이들이 웃는다.

그냥 분수의 물알갱이다 이쁘다고.

 

국가는,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그리고 그곳의 끝엔 과연 정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