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의 공포 2부

ㅡ.ㅡ;;2008.06.10
조회1,095

시간이 꽤 지나버렸네요..

 

갑자기 일이 많아지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그럼 바로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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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묻지마 훈련을 안나가도 된다는 안도감에 푹 빠져 있을 때.

 

한주 근무자 일지가 나왔다는 전달이 있더군요.

 

전 본부소대라 이미 타중대 초소에 투입된다는 일은 알고 있었지만

 

항상 불침번만 하던터라 아무 생각없이 있었지요.

 

헌데 초소가 3개 더 늘어난 효과인지 외각초소 근무가 하나 잡혀있더군요. 수요일(23~24시)

 

하지만 타 중대초소가 아니라 우리중대 초소였기에 약간 안심하고

(결코 소문 때문에.. 그런건 아니고..ㅡ.ㅡ;; 뭐... 흠.. 무섭긴 했지요....^^*)

 

행정병한테 물어보니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가용인원이 너무 적어서 어쩔 수 없이 넣었다고..

 

대신 불침번 이틀 빼주겠다고 딜~~을 하더군요.. 물론 OK했지요.. ^^

 

월요일이 시작되고 훈련나간 중대 초소 근무가 시작 되는 그날 23시 ~ 24시, 24시 ~ 01시..

 

두 타임때 근무자들에게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초소 지붕에 솔방울이 자꾸 떨어진다고...

(초소 지붕은 공사 당시.. 자제 부족으로 인해. ㅡ.ㅡ; 큰 나무 판으로 만들었지요..)

 

첨엔 바람이 부니.. 떨어지겠지라고 말하고 생각했지만. 

 

문득 다시 생각해보니 그 초소와 소나무 사이는

 

폭 4M정도의 길이 나 있었고.. 소나무와 초소 사이도 족히 5~6M정도 거리가 있었지요..

 

소나무의 가장 긴 가지도 초소와 2M정도 차이가 날 정도이니.. 웬만한 바람이 아니고서야..

 

초소 위로 솔방울이 떨어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또한 월요일날 밤은 희안하게도 미풍도 안불던 밤이었다고 합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몇번이나 누군가 던진듯이.. 떨어지던 솔방울에

 

두 타임, 네명의 근무자들은 혼비백산 했다더군요... 바로 옆에 위병소가 있다지만..

 

초소 뒷편.. 즉 길 건너 작은 야산..(아니 동산이라고 해야 겠군요..)에는 부대가 들어오기전

 

부터 있던 주인 없는 무덤들이 있었고 초소 자체도 이전부터 이상한 이야기가 나돌던 곳이라..

 

더더욱 무서웠을 겁니다.

 

화요일이 되고..점점 근무자들에게서 이상한 소리가 나오고 ..

(솔방울은 예사고,, 초소 입구쪽 - 10월이라 비닐로 만든 문- 문에 흰게 왔다 갔다 하고 등등)

 

짬이 되던 고참 근무자들이 행정병 갈궈서 근무를 바꾸는 경우도 생겼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별 신경 안쓰고 있었습니다..

 

수요일.. 밤 11시 부터 근무라 미리 옷 갈아 입고 잠깐 누워 있었지요..

 

10시 반쯤 불침번이 근무 교대의 이유로 불러서 장구류 착용하고

 

야간 당직 사관에게 신고하려 갔을 때였습니다.

 

분명.. 같이 가는(2인 1초소) 후임병이 1소대 이등병 M군이었는데..

 

같은소대 이등병인 P군이 근무자 신고하러 나왔더군요..

 

이상해서 물어보니.. 당직사관 왈..

 

P군과 같이 근무서기로한 K 상병이 도저히 자기는 문제의.. 그 초소에서 근무 못선다고..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말했다고 하더군요... (당직 사관 1소대장..ㅡ.ㅡ;;)

 

속으로 "이런 미친... 이게 짬을...XX멍으로 쳐먹었나...내일 보면 죽었어.."라고 생각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K상병은.. 원래 제 근무지였던 곳으로 이미 내뺐던 후고..

 

저야.. 하라는 데로 할 수밖에..

 

어쨌던.. 당직 사관 및 사령에 보고하고 초소에 갔지요..

 

거기 근무하던 애들..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후닥닥.. 나가더군요..

 

초반부터.. 공포분위기라.. 교대 후 초소에 들어가서도.. P군과 저는 아무말도 없이 그저

 

앞만보고 있었지요.. 만약 뒤를 돌아봤다가 .. 이상한거라도 보게 되면.. 1시간의 근무시간..

 

도저히 견딜 수 없을듯하여서...

 

10분정도.. 침묵이 흘렀지요.. 바람이 꽤 불어서.. 적막한 가운데 바람 소리만 들리고...

 

분위기는 참..묘하고..

 

문득 P군이 저에게 L병장님 뒤가 땡기지 않습니까? 라고 물어보더군요..

 

저 역시.. 누군가 자꾸 뒤통수를 쳐다 보는 듯해서 뒤를 돌아볼까 말까 심각한 고민 중이었는데..

 

이등병이 그렇게 물어보니.. 병장 짬에 땡기긴한데..무서워서 못본다는 말은.. 못다겠더군요..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아니 별로.."라고 말해놓고.. 그 때부터 P군 가정환경 및 애인에 대한

 

정보수집에 들어갔지요.. 말이라도 하다보면 덜 무서울까 해서..

 

그러던중.. 말로만 듣던.. 솔방울이.. 초소 윗부분에 떨어지기 시작 하더군요..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 적으로..

 

톡.. 톡.....톡.. 톡.....톡톡.. 뭐 이런식으로..

 

순간 얼어붙은  P군과 저는.. 우연하게도.. 무의식적으로 동시에 뒤를 돌아봤습니다...

 

순간..흰색의 물체가.. 오른쪽에서 .. 왼쪽으로 휙 하고 지나가더군요...

 

떨림도 없었고.. 두려움도.. 없어지더군요.. 정말 무덤덤한 상태가 찾아 왔습니다.

 

P군도 마찮가지로 보였지요..

 

말 없이 담담하게 서로를 쳐다보다..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흰색의 큰 비닐 봉지 겠지?"

 

라는 저의 물음에..

 

"제가 볼 때도 봉지 처럼 보였는데 말입니다. 괜히 쫀거 같습니다. ㅋㅋ"

 

참 웃기더군요.. 서로 얼굴은 ..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는데... 그와중에 웃는 표정..

 

"그렇지? 별거 아니네.."

 

다시 침묵...

 

근무 시간.. 30분이 막 지나가고 있을 때..

 

P군이 저에게 물어보더군요... 정말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그런데.. L병장님..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아까 봉지 날아갈 때.. 바람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지 않았습니까?"

 

순간.. 심장이 멈춘듯한 적막감과.. 찌르르 울리는 척추의 감각.. 뒤죽박죽..엉키기 시작하는

 

머리...

 

겨울 초입이라.. 초소는 비닐(좀 굵은거)로 창문을 만들었는데..(여름에는 걍 구멍 ㅋ)

(정면은.. 걍 뚫어 놓고.. 양 사이드 창문은 비닐)

 

오른쪽에서 바람이 불었다면.. 오른쪽 창의 비닐이 파르르 떨렸을 터인데..

 

분명..흰봉지가 날아갈 당시.. 왼쪽 창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흰봉지가 아니라 무엇인가 다른것이었다는 느낌.. 분명히 다른것을

 

봤다는 생각..

 

비닐 봉지라고 생각했던것은.. 그저 그랬으면 하는 제 바람이었을 뿐이었지요..

 

정신이 없었습니다.. 패닉상태였지요..

 

그렇게 다시 10분이 지나고 20분이지나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지도 모를정도로.. 둘다 얼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음 교대 근무자들이 오고..

 

P군과 저는 전번 근무자들과 마찮가지로 파랗게 질린 얼굴로 근무 교대를 했지요..

 

그날 밤은 참 길었습니다. 한숨도 못잤으니까요..

 

금요일날.. 그 초소에 대한 소문이 극에 달하였을 쯤..

 

초소 근무자 및 순찰자들의 강한 거부로 대대장의 귀까지 그 초소에 대한 말이 들어갔나 봅니다.

 

토요일날 부랴 부랴.. 고사를 지냈지요..

 

그 후로는 완전히 없어진건 아니지만.. 그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타중대의 말을 들어보면)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그 날 근무는.. 정말 최악이었지요..

 

거의 1주일간.. 눈을 감을 수 없었으니까요..

 

눈을 감으면 눈 앞에서 흰색의 물체가 왔다 갔다 했으니..

 

잠을 잘 수가 없더군요.. P군도 마찮가지였구요..

 

이상 초소의 공포 끝...

 

PS..

 

추석이 다가올 쯤.. 부대에 연고 없는 무덤이 있으면.. 벌초를 해줍니다.

 

대부분 본부중대에서 한명 차출해서 벌초를 하는데.. 일과에 벗어나서 하는 일이라..

 

다들 서로 하려고 난리였지요.

(삽질 보다야.. 나으니..고참들 눈치도 안보고, PX도 맘대러 갈 수 있고..ㅋ)

 

대부분 하루면 끝나는데..

 

이틀이 걸렸다고 하더군요.. 문제의 그 무덤 때문에..

 

분명 양지 바른 곳이 었는데..... 무덤 부근에 무수하게 낀 이끼와..

 

어디서 시작 되었는지도 모르는 덩쿨들 때문에.. 거의 반나절이 걸렸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