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빌

골룸200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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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

 

복수는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

라는 속담을 화면에 찍고 영화는 시작한다.

모든 복수가 그렇지만, 브라이드(우마 서먼)의 복수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과정이

무협지처럼 지루하고 고단한 양적인 시간을 담보로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타란티노니까.

때문에 브라이드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킬러였고,

그래서 수련따위는 필요없다. 또한 식물인간으로서의 몇 년도

단지 몇 컷으로 가볍게 건너뛴다.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건

이게 아니니까. 그러고 보면 꼭 긴긴 시간 끝에 뭔가를

보여줘야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건 아닌가보다.

 

제아무리 타란티노가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해 있다고

하더라도 격투에서의 관건이 힘과 기교(무공)가 아닌

잘 만든 사무라이 칼(tool)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서양적인

사고방식이다. 꼭 그것이 아니라도 일본 쪽바리들은

이 영화에 열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설마 이 영화가 자기네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착각할리는 없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란티노가

중국이나 일본 아닌 우리나라에 심취해줬으면 좋았을걸

하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젠장...

 

과장된 스타일과 액션을 남발하며 베고 쓰러지고 또 벤다.

그 결과 남는것은 없다. 이것은 그저 약간은 낯선 또다른

팝콘무비일 따름이다. 노란색 트레이닝복과 잘빠진 스니커즈,

그리고 일본도... 영화를 보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봤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다. 혹시 이게 스타일에

대한 불감증은 아닐런지...

 

"아직 목숨이 남아있는 놈은 전부 데리고 돌아가는게

좋을걸. 단 떨어져 있는 팔다리는 남겨놓고 가. 그것들은

이제 내것이야!" 오버도 이쯤되면 경지가 아닐까 한다.

 

아, 그 말은 인상적이더라.

"복수는 곧장 가는 길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