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에 먼저 오른 사람들이 부러웠다

바라미2003.11.24
조회1,492

(월요일의 객원지기를 맡아주신 바라미님 입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바라미님의 멋진 글 기대할께요~산봉우리에 먼저 오른 사람들이 부러웠다)

산봉우리에 먼저 오른 사람들이 부러웠다 바라미 님의 한마디~

 

 

한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바라님이 올리시는 글들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은데.. 왜 그러시는 지 궁금하네여... 물론 그 글들이 현재 힘들어 하고 있는 분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겠지만...어떤 이들에겐 오히려 반감이 들수도 있지 않을까요...이곳처럼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곳에 쓸 필요가 있을 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써주셨지만...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 메일을 읽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올리는 글들이 그럴까... 물론 반감이 드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이런 글을 쓰는 당신은 그렇게 살고 있냐.. 배부른 놈의 헛소리 아니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 됩니다.


하지만 저도 그렇게 살지 못했고, 살지 못하고 있고, 배부르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제기 그런 글들을 쓰는 이유는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런 상황을 겪었고, 느꼈고, 힘들게 살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다보니.. 변명처럼 얘기가 시작되었네여....


지난 주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디 나가지도 않고 철 지난 옷을 정리하고 겨울옷들을 꺼내기 위한 대청소를 감행했습니다.

먼지가 날리고, 생전 처음보는 옷들과 상자들을 생소해 하며.. 이틀의 시간을 보냈지요.. 덕분에 주말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오래된 상자 하나. 전 거기서 아주 소중한 것들을 찾아냈습니다. 무려 10년여의 시간이 담겨있는 상자. 나의 과거가 묻혀있는 상자 였지요.


제가 일기를 접고 다이어리에 제 일상에 관한 것들을 정리 한것이 중2때부터 였습니다.(일기에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는 것이 싫어서 안쓰다가 다이어리에 간략하게 적어 놓으니.. 편해서 그랬지요~!)

그날 그날 있었던 일들, 만난 사람들, 했던 일들, 고민들등 정말 엄청난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별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학창시절을 이렇게 보냈구나... 군대에 있을대는 이런 생각들을 했었구나... 정말 오르락 내리락 왔다 갔다 하며 살아왔었구나. 하는 감상에 젖었습니다.


그러다 불현 듯 나도 힘들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구나. 나도 걱정이 없을때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또 오르더군요.
힘들게 올라가고 정상에 올라서서 쉬고, 다시 내려오고 또 올라가고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구나. 그래 난 지금 내려가는 뿐이야. 내려가자.. 다시 올라가면 되지 하는 생각이.....

 


저 높은 산봉우리를 동경했습니다. 아니 그곳에 올라서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내가 저길 올라갈 수 있을까? 나한테는 무리겠지.... 그냥 그렇게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너도 할 수 있어. 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니. 한번해봐!"


힘을 냈습니다.
한발 한발 그렇게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봉우리는 너무 멀게만 느껴 졌습니다.
내가 가기에는 너무 높이 있었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에는 점점 힘이 빠졌습니다. 이를 악 물고 버텼습니다. 그래도 가야한다. 난 꼭 가야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지만 결국 주저 앉았습니다. 내가 가기에 봉우리는 너무 높이 있었습니다.
눈물이 나고 내 자신이 너무 초라했습니다.
겨우 이것밖에 오지 못한 나를 증오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힘들지. 그런 조금 쉬었다가 가는거야.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가 아니라 올라간다는 것이 중요하거든. 천천히 한발한발, 힘들면 쉬었다가... 그렇게 올라가면 되는 거야. 포기하지는 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다리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난 그렇게 쉬었습니다. 푹 쉬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한발자욱씩 올라갔습니다.
저 봉우리위에서 누군가 소리쳐도 난 그냥 올라갔습니다. 힘들면 쉬었다가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렇게 봉우리에 올라섰을때 난 환희에 함성을 질렀습니다.
난 해냈다고, 못할 줄 알았지만 난 나혼자의 힘으로 해내었다고... 그렇게 외쳤습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그냥 이대로 이 봉우리에서 편하게 쉬었으면 했습니다.


"여기에 만족하니? 그럼 넌 영원히 이 자리에만 있어야해. 힘들게 올라왔지만 올라왔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


주위를 둘러보니 더 높은 봉우리가 보였습니다. 순간 욕심이 났습니다.
여기도 올라왔는데.... 저기도 올라가야지... 여기서 보니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겠는데.... 다시 올라가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주먹을 불끈쥐고 외쳤습니다. 난 할 수 있다고....


"다시 올라갈꺼니... 하지만 저기를 올라가려면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올라온 만큼이 될지 아니면 더 내려가야 될지는 모르지만 내려가야 되는데..."


잠시 걱정이 되었습니다.
힘들게 올라왔는데... 여기까지 오려고 얼마나 힘이 들었었는데.... 다시 내려가야 한다니... 올라올때의 일을 생각하니... 다시 내려가기가 싫었습니다.
뛰어 넘으면 갈 수 있을까? 난 다시 주저앉았습니다.


"내려가기가 싫겠지. 하지만 내려가지 않고는 더 높은 곳을 갈 수 없단다. 더 높은 곳을 가려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가야해.. 뛰어 넘을 수는 없는 거잖아."


난 욕심을 부렸던 것입니다.
뛰어 넘기에는 너무 멀었습니다. 그렇게 욕심을 부렸다면 그냥 떨어졌을 것입니다.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다리도 부러졌을 겁니다.
난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 내려가자. 일단은 내려가자 어디까지 내려갈지는 모르지만 내려가자.
저 밑바닥까지 매려가서 다시 더 높게 올라가자. 그러면 언젠가는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겠지.


"힘내. 천천히 한발씩.. 알지. 잊지마. 지름길은 없어. 그냥 그렇게 걷는 거야.. 그렇게 올라가는 거지.. 내려간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마. 올라가면 내려가듯.. 내려가면 반드시 다시 올라올수 있어!"


그래. 가는겁니다.
천천히 한발자욱씩... 나의 흔적을 남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지금은 내려가지만 다시 올라갈 그때를 생각하며... 내려가는 나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