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일기(7)

씨애틀댁2003.11.24
조회9,201

오늘은 모처럼 바쁜날이였다
개발에 땀난다..딱 그날이다
헥헥~~~헥헥

한국에서는 김장들 한다고 주부들 분주하단다
금방한 김장김치에 돼지고기 보쌈해 먹었다는 자랑 전화다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잘 절구어진 김치조각에 돼지고기 한점을 싸서 먹으면...그 맛이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살이 통통한 굴한조각과 같이 먹으면 더 금상첨화.
으~~~~~~~소름돗을 정도로 먹고싶다


나..대한민국 주부다
미국이라고 김장 못할쏘냐....
샘나는 김에 대책없이 김장을 하기로 하고 움직였다

우선 한국 마켓에 가서 까나리액젓.멸치액젓...굵은소금..생강
배추는 한박스..(큰 통으로 18개 )
토종김치를 담그려니 없는 재료가 많다
굵은 대파도 없고,갓이며.미나리며.잘잘한 굴이며..감칠맛 나는 재료는 모두없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해야지.
넉넉하니 듬뿍,듬뿍 골라 재료를 샀다

아뿔사...
김장김치는 소금에 잘 절여야 제맛인다..절일곳이 없다
한국같으면 아파트라도 배란다나,화장실에 배수구가 있어
철퍼덕 앉어 절이면 되지만 여긴 마땅히 절일 공간이 없다
배란다는 수도 시절 자체가 없고,화장실은 욕조에만 배수가 되니 큰일이다
너무 앞선나?
수북한 배추보니 앞이 캄캄하다

건져놓을 채반도 없고,버무릴 다라이도 없고..일을 저지르고 보니..큰일났다
무식이 용감하단다..나 무식하다 용감이라도 해보자

눈치가 늘면 잔머리도 잘돌아간다
오늘도 잔머리로 선택한 주방기구는 욕조다.
더럽다구?
물론 나도 더러운거 안다..하지만 어쩌랴..김장김치 담군다는데^^
락스로 구석구석 뽀샤시하게 닦어놓고.....
굵은소금 칸칸이 뿌리고..소금물에 배추를 첨벙 띄웠다

무는 채썰고,실파는 총총썰고,미나리 대신.씁쓸한 겨자맛 나는 상추같은 잎사귀
썰고,싱싱한 오징어 썰고(경상도식 김치는 오징어 들어감)..눈에 보이는건 다 썰었다

......................4시간후

문제는 이 배추를 어디에 건져 물을 빼느냐는 것이다
한국식 대소쿠리가 이리 그리울수가..ㅠㅠ
옷걸이에 하나씩 걸을수도 없구..하나,하나,비틀어 짤수도 없구....
뽀송하니 물이 빠져야 김치가 맛나는데 걱정이다
온 집안에 구멍뚫인 물건은 다 찾아보아도 배추 물뺄 소쿠리는 없다.

흐흐흐흐흐흐흐..........
내가 누구냐...마음만 유관순 아닌가
의지가 있으면 길이 있다고 빤짝하고 떠오르는건...그래 탈수기다.!
소형 음식물 탈수기도 있는데 세탁 탈수기에 짠다고 누가 신고하겠냐......
어찌보면 빠른시간에 더 능률적인 방법 아닌가..ㅎㅎㅎ
흐흐흐흐흐..탈수기를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몇번 씻은 배추를 차곡차곡 세탁기에 집어놓고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보턴..쿡!!
빨레든 무엇이든 타임이 중요하다
처음엔 물빠지고 나중에 돈다..그 찬스만 잘 잡는다면 아주 성공적인 일이 될거같다
쏴~~쏴!!!!!!들들.............들르르~~~~~스톱!!!
제발~제발....배추잎이 성하길...........

아쟈!!!화이링!!!!!
눈을 의심할 정도로 아주 촉촉하니 물이 빠졌다
(혹 아직도 김치 안담그신 님들은 한번 해보시길..위생책임은 안짐)
썰어놓은 재료들과..토종 한국산 고추가루..갖은 양념..
비비고~~
비비고~~~
버무리고~~버무리고~~

속이 노란 어린 배추잎에 속을 넣고 사서 먹어보니.
아~~~`이맛이야
젓갈맛이 스며들고 칼칼하니 매운 풋풋한 김치맛이란....
체면이고,교양이고 력셔리 다 집어던지고
철푸덕 앉어 금방한 밥에 쭉쭉 찟어서 걸쳐먹는 이맛이란...
애국가 보다 더 감동적이고,태극기보다 더 감칠맛 나는 이맛이다.


장독대도 없고,항아리도 없어
온갖그릇이란 그릇에 다 담어 창고에 저장하고 보니
온 마음이 이리 부자일수가 없다
맛이야.겨자잎이 들어가든 알수없는 잎사귀가 들어가든 뻘건 고추맛에 녹아나면
토종 김치가 되는법.
와리리 좋노~와이리 좋노~~~~
저절로 콧노래를 부를만큼 기분좋다
적당이 익을때면 냄새 솔솔 풍겨서 밑에집 코쟁이며.인사 잘하는 멕시코 아줌에게 나누어 주어야지
이거 먹으면 불로장생 한다면 아마도 넙죽 먹을것이다


16년을 거르지 않도 담아온 김치이다
허리 아프다며,배추값 비싸다고 투덜거리며 적당히 타협하며 담아온 김치이다
어느해는 맛이들고,어느해는 짓무르고..게으름에 복수를 하듯 예민하게 주부들과 씨름해온 김치이다
이곳에서 담는 김장김치는 잊을수 없는 얄굿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배추 한포기 씻을대도 정성이 들어가고,한켜,한켜,속을 넣을때도 행여
덜 채워질까 염려하며 담아진다
잊지 말어야지..
늙어도 잊지말어야지...
적당히 타협하며 외국음식에 길들여 질까
김치,이맛 잊지말어야지.....
다짐,다짐하며 담았다


잊지 말어야지...........................난 대한민국 주부이니까.....



☞ 클릭, 세번째 오늘의 톡!  정말 결혼하길 잘했네.부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