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6.장산군도해전(長山群島海戰) (1)

조의선인200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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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라의 수도 장안성(長安城)은 사람들이 활기를 잃어 매우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영양태왕(嬰陽太王)이 친히 이끄는 고구려, 말갈 연합군을 토벌하기 위해 출정한 한왕(漢王) 양량(楊諒)의 군대가 패퇴하고 영주총관(營州總管) 위충(韋沖)마저 전사했다는 소식이 이미 전해져 수나라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게다가 양량과 진왕(晉王) 양광(楊廣)이 패잔병을 수습하여 황궁에 돌아오자 문제(文帝) 양견(楊堅)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런 뻔뻔한 놈들을 봤나?"

대전(大殿) 안에는 황제의 진노한 음성이 요동치고 있었다.

양량과 양광, 왕세적(王世績)과 고경(高經), 양소(楊蘇) 등이 부복한 가운데 문제가 대노한 표정으로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이놈들아, 팔만이나 되는 짐의 군사를 모조리 요하(遼河)의 물 속에 집어넣어 버리고 어찌 네놈들은 멀쩡히 살아 돌아왔단 말이냐? 군사들만 전장에 보내고 네놈들은 군막 속에서 낮잠만 자고 있었느냐?"

문제는 등채(藤綵)를 손바닥에 툭툭 치며 장수들을 질책했다.

양량이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용서해 주시오소서, 폐하."

"용서? 너희들 목숨만 중요하고 10만명에 가까운 장졸들의 목숨은 파리만도 못한 것인줄 알았더냐? 한왕, 네 이놈! 제대로 싸워나 보고 왔다면 분통이나 안 터지지, 어떻게 팔만이나 되는 병력을 하룻밤 사이에 잃을 수 있단 말이더냐?"

"아바마마, 이 모든게 좌복야(左僕射) 때문이옵니다. 좌복야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소자의 지휘권에 간섭을 하며 작전을 진행하는데 차질을 주었사옵니다. 요택에서부터 일거에 적을 추격했더라면 요하에서 이렇게까지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문제는 양량의 말에 기가 막히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며 등채로 양량의 어깨와 등을 후려쳤다.

"이놈아,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패전(敗戰)의 책임은 작고 사소한 실수까지 모두 주장(主將)이 져야 하는 법임을 모르느냐? 그리고 아바마마라니... 제신(諸臣)과 함께 있을 때는 아비와 아들의 사이가 아니니라. 여기서도 어리광을 부릴 참이냐? 이 못난 놈...!"

양광이 문제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 소자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아우를 보살피지 못한 죄가 더 크옵니다. 모든 잘못은 소자에게 있사옵니다."

문제가 도끼눈을 뜨고 양광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아주 바른 말을 하는구나. 너는 무엇 하는 놈이었느냐? 어린 동생을 앞세웠으면 뒤를 살펴 헤아려 줌이 당연한 형의 도리가 아니었느냐? 한때 진나라를 멸망시킨 공이 있어 칭찬 좀 해주었더니 벌써 교만해진 게야?"

"폐하, 신들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두 분 전하들의 잘못이 아니옵니다."

"그렇사옵니다. 모든 종군의 책임은 선봉을 선 소신에게 있나이다."

양소와 고경이 창대를 매고 나섰다. 문제는 한참 장수들을 바라보다가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너희 두사람은 상서 우복야와 좌복야다. 신료들 중 으뜸이 아니더냐? 그런데 그까짓 고구려 오랑캐들에게 망신을 당해? 어이구, 복장이야... 황후만 아니었더라면 너희들 모두 목을 베어 도성 문에 내걸었을 것이다."

"폐하, 기왕에 소자가 맡았던 전장이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오늘의 실수를 되갚아 보이겠사옵니다."

패기는 넘치지만 생각이 깊지 못한 양량은 다시 고구려를 공격하자고 부황에게 제안했다.

"기회를 더 달라? 좋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이대로 끝난다면 네 장래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황후가 그러더구나.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던가...? 그 말을 믿기로 하겠다. 군의 편제는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할 것이다. 모두가 함께 지은 죄를 만회하라는 것이다."

문제의 명령에 장수들은 모두 입을 모아 대답하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애초에 30만의 군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10만중 8만을 잃었다 하니 남은 20만을 가지고 살추된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라. 새로운 군대가 편성되기까지는 유월 중순 정도가 걸린다고 들었다. 그동안 근신들 하고 다음 준비를 철저히 하라!"

"예, 폐하!"

장수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대전을 물러나왔다. 착잡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숙소를 향해 발길을 옮기는 양량에게 시녀 한 사람이 다가와 말했다.

"황후 폐하께서 한왕 전하를 찾으시옵니다."

갑옷 차림으로 황후전(皇后殿)으로 이동한 양량은 독고황후(獨孤皇后)와 마주앉아 차를 마셨다.

황후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양량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쩌자고 그리 큰 실수를 저질렀느냐? 그나마 간신히 폐하의 진노를 막아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어떻게 하다가 그리 많은 군사를 상하게 했어?"

양량은 이를 갈며 말했다.

"다 그 고경이란 늙은이 때문이옵니다. 그처럼 완고하고 못된 늙은이는 처음이옵니다."

"무슨 소리냐? 국가의 기초를 세우는데 크게 공헌한 이 나라 제일의 중신이다."

"아니옵니다. 그 늙은이가 글쎄..."

황후는 혀를 차며 어린 아들의 변명을 차단했다.

"쯧쯧쯧... 그만 되었어. 폐하께 그런 말을 올렸다가는 더 혼이 난다. 자신의 잘못은 자신이 껴안아야지. 네 형을 보아라. 너를 위해서 매를 자초해 맞았다지? 네 형 광이만 생각하면 그나마 세상사 위안이 된다."

양량은 양광에 대한 견제와 시기심이 강한 터라 황후의 말이 달갑지 않았다.

"또 진왕 형님을 칭찬하시는 것이옵니까?"

"이것아, 지금부터라도 형을 잘 의지해라. 형을 불편하게 하지 말고..."

"그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태자가 저리 불민하니 혹여 훗날 무슨 일이 생길 줄 아느냐? 그 점을 잘 생각해 두라는 게야. 미움 같은 거 사지 말고... 한 제국의 황실이라는 것은 동기간의 우애가 없으면 남보다도 못하게 되는 게야. 그 점을 잘 살피라는 것이다."

황후의 의미심장한 말에 양량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꼈다.

"하오면... 큰 형님이신 태자(太子) 전하(殿下)께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옵니까?"

황후가 손가락을 입에 대며 말했다.

"쉬이... 남들이 들을라. 그저, 나중을 염려하는 게다. 무엇을 그리 겁먹은 눈이야? 이런 철부지 하고는... 쯧쯧..."

한편, 양광은 역시 갑옷 차림으로 진부인(陳夫人)의 처소를 방문했다. 지난날 자신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속전속결전법(速戰速決戰法)으로 진나라를 정복한 뒤 진황(陳皇) 후주(後主) 진숙보(陳淑寶)의 누이동생인 진부인을 포로로 삼아 자신의 여인으로 삼고자 했으나 여색(女色)을 유달리 탐했던 부황이 후궁(後宮)으로 삼았었다. 양광은 진부인에 대한 욕망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단 부황의 여자가 되었으므로 자신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한때의 욕망을 참지 못하면 장차 천자(天子)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자신의 야망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진부인은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이 차지해야 할 대상 중의 하나였다.

"이게 무엇인가요?"

양광이 건네는 그림 족자를 펴보고 진부인이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서역에서 만금을 주고 데려온 화공(畵工)이 그린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화공의 재주가 참으로 대단하오. 눈이 부실 지경이구려. 아니, 인물을 그리려면 몇날, 며칠을 앞에서 보아가며 그리는 것으로 아는데 어찌 나를 한번도 보지 않고 이토록 판에 박은 듯이 그릴 수 있단 말이오? 세상에..."

"이것아, 지금부터라도 형을 잘 의지해라. 형을 불편하게 하지 말고..."

"그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태자가 저리 불민하니 혹여 훗날 무슨 일이 생길 줄 아느냐? 그 점을 잘 생각해 두라는 게야. 미움 같은 거 사지 말고... 한 제국의 황실이라는 것은 동기간의 우애가 없으면 남보다도 못하게 되는 게야. 그 점을 잘 살피라는 것이다."

황후의 의미심장한 말에 양량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꼈다.

"하오면... 큰 형님이신 태자(太子) 전하(殿下)께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옵니까?"

황후가 손가락을 입에 대며 말했다.

"쉬이... 남들이 들을라. 그저, 나중을 염려하는 게다. 무엇을 그리 겁먹은 눈이야? 이런 철부지 하고는... 쯧쯧..."

한편, 양광은 역시 갑옷 차림으로 진부인(陳夫人)의 처소를 방문했다. 지난날 자신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속전속결전법(速戰速決戰法)으로 진나라를 정복한 뒤 진황(陳皇) 후주(後主) 진숙보(陳淑寶)의 누이동생인 진부인을 포로로 삼아 자신의 여인으로 삼고자 했으나 여색(女色)을 유달리 탐했던 부황이 후궁(後宮)으로 삼았었다. 양광은 진부인에 대한 욕망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단 부황의 여자가 되었으므로 자신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한때의 욕망을 참지 못하면 장차 천자(天子)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자신의 야망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진부인은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이 차지해야 할 대상 중의 하나였다.

"이게 무엇인가요?"

양광이 건네는 그림 족자를 펴보고 진부인이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서역에서 만금을 주고 데려온 화공(畵工)이 그린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화공의 재주가 참으로 대단하오. 눈이 부실 지경이구려. 아니, 인물을 그리려면 몇날, 며칠을 앞에서 보아가며 그리는 것으로 아는데 어찌 나를 한번도 보지 않고 이토록 판에 박은 듯이 그릴 수 있단 말이오? 세상에..."

양광이 무릎을 꿇은 채 대답했다.

"소인이 수십, 아니 수백번을 설명해 주었사옵니다."

"그래요? 호호호... 정말 아름답구먼. 어째 살아있는 나보다 움직이지 않는 그림이 더 예쁜 것 같구려?"

"화공이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렸다 한들, 눈앞에 있는 진짜 부인보다야 나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사람들은 먼 거리에서 부인을 뵙고 말하기를 차마 눈이 부셔 보기가 어렵다 한다 하옵니다. 소인도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여자에게 가장 듣기 기분 좋은 칭찬이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사라고 했던가? 진부인은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칭찬이란 역시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안 난다 하더니 그 말이 맞는 듯 하구려. 그러나 매번 이토록 진귀한 물건을 가져다 주시니 진왕의 그 정성에는 탄복할 따름이오. 그런데 나는 왜 아직도 진왕이 이리 내게 특별히 신경을 쓰는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저 해야 할 도리를 할 뿐이옵니다."

"도리라...?  아무튼 고맙소. 참, 황태자께서 점점 어려움이 더해지는 것 같소이다. 황후께서 극비리에 사람을 주변에 붙였다고 들었습니다. 뭔가 계속해 비리를 캐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왕께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진부인의 말에 양광은 잠시 긴장한 눈으로 그녀를 마주보았다. 혹시 태자인 양용(楊勇)을 제거하고 다음 황위를 이어받겠다는 자신의 야망을 진부인이 눈치 챈 것이 아닐까? 하지만 양광은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대답했다.

"그저, 소인은 다른 생각이 없사옵니다. 부인을 지극히 모심으로써 제 정성을 다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럼 쉬시옵소서."

진부인의 처소를 나가려는 양광의 등에 진부인의 웃음 소리가 날아들었다.

"정말 그럴까요? 호호호..."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