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내 아내는 텔레마케터...

조선화200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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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텔레마케터’

내 아내가 모 카드사 인바운드 텔레마케터이다.

텔레마케터란 직업을 갖고 있는 아내를 둔 덕에 그네들의 생활을 조금은 안다. 그들은 1년 계약직이다. 말그대로 언제 짤려도 어디다가 하소연 할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네들은 항상 칼날위에 선듯이 하루를 긴장속에 보낸다. 회사의 관리자들이 아무때나 불쑥 그네들의 상담내용을 모니터링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전화를 얼마나 친절하게 받는지. 말이 너무 빠르지는 않는지. 전달해야 할 사항을 하나라도 놓치지는 않는지. 꼼꼼하게 모니터링해서 그걸 점수로 환산하여 월말에 반영한다.

당연히 실수가 많거나 지적사항이 많은 텔러들은 관리자와 따로 면담을 한다. 또 점수가 하위권이면 무시당하며 은근히 퇴직을 종용당한다. 직접적으로 나가라곤 하지 않지만 연약한 여자로선 견디기 힘든 과도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준다.

그네들의 출근시간은 8시이다. 정해진 출근시간이 8시가 아니라 그네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정해진 시간이다. 보통 8시 20분에 전화를 받기시작해서 6시 퇴근시간까지 그네들이 받는 상담건수는 150~240콜정도.(참고로 한달 토탈 콜수도 점수로 환산된다) 그 조에서 '콜' 일등하는 사람은 하루에 300콜 정도를 받는다. 그녀는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물론 점심먹고도 바로 자리에 앉아 전화를 받는다.

상담내용은 여러 가지다. 자잘한 문의부터 연체, 분실, 조회 등등. 웃기는건 전화한 사람의 상당수가 반말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체건일 때는 이런 XXX, X랄하고 있네. X팔 등의 욕설을 듣는게 예사이다. 물론 더 심할때도 있고 말도 않돼는 내용으로 상담을 하는 사례도 있다. 상담원에게 욕설을 하는 사람들은 여러 부류이다. 많이 배운 대학교수도 있고, 기업체 사장도 있고, 나이가 60이 넘은 사람도 있고 갓 20살인 것 들도 있다.

그들은 상담원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분이 풀릴때까지 상담원에게 이년 저년하며 욕을 한다. 자신의 친구이자 딸이자 동생, 혹은 제자일수도 있는데…. 회사에 불만이 있으면 그 회사를 욕해야지 왜 애꿋은 상담원에게 이년 저년 하며 욕을 할까? 그것도 얼굴을 마주대하고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그러한 쌍스런 욕설을….

그래서 상담원들 중 대다수가 한번, 혹은 그 이상 울음을 터뜨린적이 있다 한다. 그런데 그렇게 욕을 하는 사람들은 알까? 상담원이 보고 있는 모니터에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직업, 나이 등등이 상세히 떠 있다는 걸? 텔러들은 그런 진상떠는 사람하고 30~40분간의 모욕스런 대화를 끝낼때에도 "죄송합니다" "자세히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상담원 *** 였습니다." 라고 회사에서 정한 깔금한 멘트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끊어야 한다.

아내의 말로는 연체료 30원이 내기 싫어서 진상떠는 경우도 있었다 한다. 그 사람은 50분간을 욕하고 소리지르며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 하더니 나중에 들어보니 30원을 내기 싫으니 대신 내 달라고 하더란다. 부자고(30원이 연체가 된 경우) 많이 배운 사람이라던데, 그래서 대신 내준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곤 조용히 끊더란다.

간혹 상담원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어떤 남자와 상담을 한 후, 그 남자가 상담원의 이름을 회사 홈페이지에 올렸더란다. 그 후 간부들과 몇차례의 면담을 한 후 한가족을 책임지고 있던 31살의 그 여자는 직장을 잃어야 했다.

또 어떤 여자는 시말서를 써야했다. 이런 일이 있었단다. 문제가 될만한 남자의 상담건이었는데 상담원이 아주 친절하게 상담하고 원만하게 해결을 했던 상담건이 있었단다.(그네들은 문제를 일으킬만한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래서 더 친절하게 더 상냥하게 대응을 한다고 한다.)

그날 저녁, 홈페이지에 그 사람이 회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자신의 글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상담원의 이름을 같이 넣었더란다. 다음날 회사는 발칵 뒤집혔고 회사의 간부는 그 상담원을 불러 퇴사할 것을 권유하더란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과함께.

자신이 정당하다는걸 알고있는 상담원은 억울한 마음에 커다란 울음을 터트렸다. 이 일을 전해들은 동료 텔러들은 회사의 처사에 분개하였고 급기야 간부를 성토하기에 이르자 간부는 격려차원에서 충격요법을 쓴 것이라고 변명하곤 없었던 일로 마무리 짓더란다.

여하간에 그 텔러는 지금 없다. 자진퇴사! 오만정이 다 떨어진 상태이니 붙잡아도 그곳에 남아있을까. 쯔~

텔러들은 불쌍하다. 그렇게 고생을 하며 벌어오는 돈은 한달에 고작해야 90만원이 조금 넘는다. 내 아내도 지금 있는 곳이 인바운드니까 버티는 것이지 전에 다니던 회사처럼 아웃바운드였으면 진즉에 그만뒀을꺼다.

카드이든 무엇이든. 치사하게 홈페이지에 이름을 올려 그네들의 인생을 망그러 뜨리지 말자. 그네들은 그게 밥줄이다. 겨우 한달에 90만원 받는 그런직장을 그네들은 죽어라고 다닌다. 밥값 아낀다며 사발면 하나 사들고 그렇게 열심히 일년을 다니면 회사측과 다시 계약을 해야한다. 연봉 1080만원에 말이다.

홈페이지에 그네들 상담원의 이름을 올린 후, 당신은 하루만 지나면 그런일이 언제 있었나 싶게 잊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올린 글로 인해 한 남편의 아내이고 한 아이의 엄마이며 노쇠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녀는 직장을 잃고 울어야 한다.

그러니 제발 한 남자로써 부탁이다. 치사한짓 하지마라.

 

 

퍼온글입니다.

저도 뭐통신사 인바운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많은 부분이 공감되었습니다.

고객은 한번 욕하는 것이겠지만..상담원은 하루종일 욕을 듣고 있다죠..

욕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듣는게 다반사이구요..

어떤 경우는 욕을 다 하고 내가 상담원한테 화가 나서 하는 욕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팔"이 아니고 "*팔년"일까요..--;;

년은 분명 나를 지칭하는 욕인데요..

요즘이야 익숙해지니 욕해도 네~죄송합니다..하고 넘어가는 부분도 있지만 처음에는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한번쯤 고객센터 전화해서 화도 내보시고 도움도 받아보시고 원하시는 업무처리도 하시면서 이용은 한번쯤 다 해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화나는 일 있어서 전화주실 수 있습니다만..자신의 인격을 깍아내리는 일은 자중하시기 거듭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