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언니가 청각장애인과 결혼하려 해요.

언니미안2008.06.15
조회1,142

 

 우선 말씀드립니다. 절대로, 절대로 장애인을 비하하는 글이 아닙니다.

저도 특수교육과를 나와서 장애 아동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꿈인 사람입니다.

 

 울 언니는 굉장히 평범하고 착한 여자입니다. 키도 저보다 작고 여성스러워서

살집도 있고, 힘도 쎈 저보다는...;; 남자들한테 인기도 많았습니다.

언니는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평범한 회사에서 평범한 월급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제가 장애아동을 돌보는 시설에 실습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청각장애인이면서도 장애아동들을 성실히 돌보는 한 사회복지가를 알게 됬습니다.

소리가 안들리니까 당연히 말도 못하고 늘 목에는 수첩을 걸고 다니며 수화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글로 대화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장애아동들을 다루는데 능숙하고

선한 분이어서 싫어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가명으로 철수씨라고 하겠습니다.

 

 실습은 두달 반동안 계속 되었기 때문에 저는 일주일에 이틀은 그 시설에 가게 되었는데

자주 언니가 저를 태워다 주고, 태우러 와 줬습니다. 그러다 보니 철수씨를 소개시켜주게 되었고

철수씨는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친절하게 우리 언니를 대해 줬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언니가 월차를 냈다면서 같이 복지시설에 가서 애들을 돌보고 싶다고 했고

저야 워낙 언니랑 사이가 좋았으니까 흥쾌히 좋다고 했지요.

 

 그렇게 실습을 나간지 두달 쯤 되었을까요? 언니는 제가 데리러 와달라고 하는 시간보다 늘 일찍 왔고, 일찍 와서 철수씨와 함께 있었습니다. 심지어 수화도 점점 늘더라구요.

그때부터 이상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언니가 철수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할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워낙에 공주처럼 귀하게 큰 우리 언니였기 때문에 그런 어려운 연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실상 너무 힘들잖아요.

 

 저는 아직 23살이지만, 언니는 벌써 28살입니다. 결국 철수씨와 연인이 된 언니는 실습이 끝나고

1년 반이나 된 지금까지 철수씨와 잘 사귀고 있습니다. 저도 얼마전까지는 왠지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게 왜인지 몰랐는데, 언니가 어떤 사람이랑 만나고 있는지 아버지 귀에

들어가던 날.. 왜 그렇게 마음이 불안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셔서 당장 헤어지라고 소리를 치셨고, 그렇게 고분고분하던 언니는 왠일로

아버지, 엄마에게 대들면서 인연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한달여를 부모님과 싸우던 언니는 끝내 회사 근처로 원룸을 얻어서 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연락도 드문드문 하면서 지내던 어느날, 언니가 철수씨와 함께 우리 식구가 저녁 먹을

시간 즈음에 집으로 들어와서는 결혼 승락을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아버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방으로 들어가셔서 나오지도 않으셨습니다. 엄마는 꼭 모자란 사람에게

설명하듯이 온 몸으로 "밥이나 먹고 가라"는 제스쳐를 철수씨에게 취하시며 한숨을 쉬시더라구요.

거의 엄마 손에 끌려가다 싶이 해서 밥을 먹던 철수씨는 끝내 눈물을 보이더라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은... 저도 언니가 철수씨랑 결혼하는건 정말 반대입니다.

제가 언니를 과소 평가 하는지도는 모르겠지만, 언니는 정말 곱게 자랐습니다. 험하게 못살아요.

능력도 있고, 매력도 있어서 돈 잘벌고 문제 없는 사람 충분히 만나 잘 살수 있는 우리 언니에요.

그런데 철수씨는, 청각장애인 인건 둘째 치더라도.. 사회복지사 봉급이 얼마나 박봉인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정말 적습니다. 공과금 내기에도 힘이 부치는 지경이랍니다.

 

 하지만 언니가.... 언니가 그렇게 사랑하고, 같이 있으면 행복해 하는거 보면..

아.. 머리가 복잡합니다. 언니를 도와서 부모님을 설득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부모님 편에 서서 언니를 말릴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

 

 우리 언니.. 어쩌면 좋을까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