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피 막 - 5

살인교수200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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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막

 

피막(避幕) : 예전에 사람이 죽기 직전에 잠시 안치해 두는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집

 

 

"그만 두지 못하겠니!"
조교수의 성화가 피막 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박철준은 흠칫 놀라며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다.
조교수는 성큼성큼 철준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거칠게 흔들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게 지금 무슨 꼴이냐고?"
"예……엣?"
철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조교수를 응시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묘한 감정의 응어
리들이 복받쳐 있었다.
"너 지금 날 망신시키려고 작정 한 거니? 그럴 거면 당장 돌아가! 너에게 환심사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난 저 애도 같이 데리고 가버려!"
그녀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몹시 흥분해 있었다. 철준은 그녀가 자신에게 굉
장히 화가 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에게 뭔가 큰 실수를 했다고 느꼈지만 그것이 구
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교, 교수님……."
조진선은 철준을 향해 매서운 눈길을 쏜 후 그가 들고 있던 촛불을 빼앗았다.
"여러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제 제자가 아직 강신술에 서툴러서요."
그녀는 뒤돌아보며 나긋하고 상냥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마와 목덜미에서 연신 땀이 흘러내
렸다.
"이 방은 귀기(鬼氣)가 상당히 세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범상한 사람들이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더구나 강신술을 앞두고 그런 행동을 하다가는 흔히들 말하는 부정을 타기 쉽습
니다. 제 제자들이 잠깐 실수를 한 것 같은데 널리 이해해 주십시오. 자, 뭐 특별한 일이 없다면 곧바로 강신술을 시작하도록 하죠."
빠르게 말을 마친 조진선은 강회장에게로 다가가 그에게 지금 바로 강신술을 해도 괜찮겠냐
고 의중을 물었다. 강회장은 잇따른 소동들에 잠시 장건영과의 다툼은 잊고 있었다. 그는 그
녀에게 곧바로 강신술을 할 것을 부탁했다.
분위기는 서둘러 강신술을 하는 쪽으로 빠르게 전환되어갔다.
장건영은 아들이 이장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황사장과 함께 한쪽 벽에 기대어 서서 이제
부터 펼쳐질 우스꽝스러운 씻김굿을 구경할 태세였다. 황사장이 간간이 그에게 말을 건네며
그의 마음을 풀어주고 있었다. 장건영은 강주민에게 느꼈던 분노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막막한 좌절감도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이제까지 강씨 집안을 위
해 쏟아 부은 자신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판국이었다. 강주민에게 그렇게 사납
게 굴지 말았어야 했다. 화를 다스리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어차피 인내하고 견뎌내
지 못하면 살 수 없는 세상이 아니었던가. 자기만 뭐가 특별하다고 성질을 부리는가!
"자, 지금부터 모두 정숙해주세요! 령(靈)을 불러내고자 합니다."
조진선이 엄숙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모두들 암묵적 동의를 보였다.
박철준은 조교수의 곁에 애매하게 서서 모두를 향해 조용히 해 달라는 제스처만 열심히 취
했다. 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유미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낚싯
대를 잃어버린 낚시꾼의 모습 같았다. 커다란 눈만 둥그렇게 뜬 채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
르고 있었다.
이윽고 의식이 시작되었다.
조진선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며 무어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흥얼거렸다. 그녀는 이
유미가 두려움에 떨었던 그 방 앞으로 다가갔다. 방문 앞에는 촛불 세 개가 위태롭게 흔들
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주문 같은 것을 중얼거리며 신들린 듯한 무아의 경지로 빠져들
어 갔다.
그녀가 외우는 주문은 그 피막에서 삼 백년 동안 전해지고 있는 귀신을 불러내는 주문이었
다. 소문에 의하면 오래 전 한 주술사에 의해 그 주문이 만들어졌고 그는 피막의 귀신을 불
러내어 원혼을 달래고자 했다. 그러나 그가 불러낸 귀신은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였다.
귀신은 저주와 원한으로 가득 찬 악귀였고 그것은 주술사의 기(氣)를 훨씬 압도했다. 귀신은
주술사의 몸 속으로 들어가 그를 점령해버렸다. 주술사의 몸이 된 귀신은 같이 온 일행들을
하나 씩 죽여나갔는데 그 방법이 너무도 끔찍했다. 먼저 목을 잘라낸 후 몸통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일행들 모두를 잡아먹은 귀신은 마지막으로 주술사의 목을 잘라버린 후 피막
밖으로 던져버렸다. 잘려나간 주술사의 목은 언덕 아래까지 데굴데굴 굴러와 냇가에 처박혔
고 이후 수십 년간 그 냇물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간간이 담력이 센 사내들이 모여 피막의 귀신을 불러내고자 그 주문을 외우곤 했으나 하나
같이 목은 잘리고 몸통은 귀신에게 먹혀버렸다.
그후 마을에서는 오래도록 그 주문을 금기 시 했고 피막을 인간이 범접해서는 안될 금단의
장소로 지정했다. 그러나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인간의 호기심과 어리석음은 변치 않았다.
귀신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자신의 목숨을 가차없이 담보로 거는 치기 어린 사람들은 꼭 있
었다.
이장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의 움푹 패인 눈과 눈가의 주름살들에서 세월의 풍파와 희로애락의 여정이 묻어 났다.
이장은 자신의 아들을 떠올렸다. 그의 아들은 외아들이었다. 어릴 적부터 용감하고 자신감이
가득한 아이였다. 아들은 스물 두 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나 연수를 앞두고 자원 입대하
여 이라크 파병을 지원했다. 의기양양했던 아들은 사막의 땅에서 발목지뢰를 밟아 하반신을
몽땅 잃고 귀국했다. 총명했던 눈빛은 사라지고 이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의지를 너무 과대히 포장하며 고상한 명분들을 앞세운다. 자신이
하는 일이 과학의 발전이며 문명의 진보이며 인류의 화합이라고 어려운 단어들을 쓰며 떠들
어댄다.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덫을 향해 미련하게 돌진하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자만과 자기도식에 빠져 무기력한 죽음을 재촉한다.
이장의 아들은 결국 귀국한지 두 달 째 되던 어느 오후, 마당 감나무에 목을 매고 숨졌다.
스물 넷에 맞이한 그의 무기력한 죽음은 다부졌던 그의 열정에 대한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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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어둠과 촛불의 미로 사이로 위태로운 얼굴들이 보였다. 그는 처녀 보살이 있던 쪽을 살폈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장은 고개를 숙여 묘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는 소년을 보았다. 소년으로선 이처럼 해괴
한 광경을 보긴 처음일 테다. 소년의 작은 어깨가 숨을 쉴 때마다 크게 들썩였다. 이장은 손
을 뻗어 소년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주었다.
"할아버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소년이 물었다.
"저기 방문 앞에 앉아 계신 분 보이지?"
이장은 조진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 설명했다.
"저 분이 지금 저 방안에 귀신이 있나 없나 살피고 계신 거야."
"그런 걸 왜 하는 거예요?"
"귀신이 정말로 있다면 귀신과 대화를 시도하실 거야."
"정말요?!"
소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저 분은 유령들을 다스릴 줄 아는 분이거든. 귀신과 대화를 해서 귀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를 듣고 귀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는 거지. 그 다음에 귀신을 잘 달래서 이 곳을 떠나게
하려는 거야."
이장은 잔뜩 굳어 있는 소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고 나면 더 이상 이 곳에 유령이나 귀신이 안 나오는 거야!"
소년은 이장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장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진선을 보았다. 그녀는 이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거칠게 쏟아지던 폭우는 조금 기세가 꺾여 있었다. 하지만 건물의 균열된 틈새로 숭숭 새어
드는 바람과 천장의 틈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여전히 한기를 느끼게 했다.
그 때 조진선의 나직한 음성이 어둠을 뚫고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지금, 왔어요!"
조진선의 낮은 외침은 모두를 두려움의 침묵으로 몰아넣었다.
어둠 속에서 조진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상냥해져 있었다.
"오신 게 느껴집니다. 수련의 혼령인가요?"
그녀는 굳게 닫혀진 방문 너머를 꿰뚫듯 바라보았다.
"오셨다면 방문에 표시를 해주세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불길한 기운이 피막 내를 무겁게 감싸기 시작했다.
조진선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방문을 두드려 주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방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를 위시한 피막 내 모든 사람들이 귀신
의 응답을 기다렸다.
조진선의 바로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 박철준은 마른침을 연신 삼켰다. 그의 옆구리에는 이
유미가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는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강주민도 어깨를 잔뜩 움츠
린 채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의 아내는 강주민과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백치 같은 표정으로
방문만 주시했다. 이장은 특별한 표정의 변화 없이 묵묵히 고개만 저었다.
퉁, 퉁, 퉁!
희미하게 침묵을 깨는 소리가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급박하게 변해갔다.
안쪽에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소리의 여운과 방문의 흔들림이 아직 남아있었다.
조진선은 방문 너머를 응시하며 조용히 말했다.
"과연, 오셨군요!"
그녀는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다시 신경을 집중시키는 척했다.
자신의 등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어리석은 사람들을 혼자서 그려보았다. 그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안개가 유난히 자욱했던 이른 아침의 풍경이 뿌옇게 펼쳐졌다.
오늘 아침 그녀는 친분이 있는 제자 한 명을 바로 이 피막으로 데려 왔다. 그는 그녀가 좋
아할 만한 매력적인 외모와 탐스러운 머릿결을 가진 정경훈이라는 젊은이였다. 그는 담력이
센 남자였으며 학점이 모자라는 졸업생이기도 했다. 그녀는 그가 절실히 원하는 것을 주는
대가로 귀신 행세를 부탁했다. 남자는 교수의 은밀한 거래를 흔쾌히 수락했고 곧바로 피막
안의 그 방으로 들어갔다. 정확히 스물 네 시간 동안 그곳에 들어가 있으면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을뿐더러 교수의 추천장도 얻어 낼 수 있었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도구들로 방의
안쪽에도 관건장치를 했다. 그곳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다가 교수의 귀신 놀음에 적
절히 반응을 해 주면 되는 것이었다. 조금 번거롭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했던
것이다.
조교수는 아무도 눈치 체지 못할 조소를 띄웠다. 절로 나온 웃음이었다. 그녀는 이제 준비된
다음 차례로 들어가려 했다. 그것은 여기 모인 사람들의 심장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쇼
가 될 것이다.
그녀는 허공을 향해 천천히 말을 했다.
"수련의 혼령이 맞으면 자신의 이름을 말해보세요!"
조진선은 곁눈질로 주위상황을 살폈다. 모두들 놀랄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조진선은 외국에서 구입한 성능 좋은 음성 변조기를 떠올렸다. 그녀는 그 음성 변조기를 오
늘 아침 저 방안에 넣어 주었다. 정경훈이 그 기구에 대고 수련이라는 이름을 말하게 되면
그것은 괴상한 귀신 목소리로 변조되어 울릴 것이다.
분위기가 만들어낸 공포감에 이미 취해버린 사람들은 느닷없이 그런 괴상한 귀신 소리가 울
리게 되면 이성적인 사고의 끈을 놓게 된다. 그리고 집단 무의식이 만들어낸 허구의 공포
앞에 힘없이 무너지며 허둥대게 마련이다. 그렇게 그들이 온전한 판단력을 상실해 버리기를
그녀는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조진선은 조금 초조해졌다.
타이밍이 늦어지고 있었다. 이쯤에서 '수련'이라고 외치는 정경훈의 귀신 목소리가 들려야
했다.
침묵이 길어지자 불안감은 더해갔다.
다음 순간 피막 안은 극도의 전율에 휩싸였다. 그것은 누구도 예측치 못한 상황이었다. 조진
선 조차도……!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밖에서 쏟아지는 폭우와 천둥소리에 가려 그저 누
군가가 흥얼거리는 소리인가 싶기만 했다. 하지만 소리는 점차 커졌다. 이내 피막 전체에 메
아리까지 울리며 똑똑하게 전달되었다.
그것은 여인의 간드러지는 웃음소리였다.
웃음소리는 사방에 스피커를 달기라도 한 것처럼 입체적으로 들려왔다.
어리석은 인간들을 조롱하는 듯한 웃음소리에는 다가올 끔찍한 어떤 것을 예고하는 불길함
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것은 그곳에 모인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박철준과 이유미는 웃음소리가 내뿜는 광기에 놀라 기겁을 하며 뒤로 넘어졌다. 안향숙도
다리를 몇 번 비틀거리다가 힘없이 주저앉았다. 황사장과 장건영은 어둠을 타고 커졌다 작
아졌다 하는 웃음소리를 피하기라도 하려는 듯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조진선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아무리 들어 봐도 웃음소리는 음성 변조기 따위에서 나는 소
리가 아니었다. 방안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었다. 피막 전체에서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인간
이 아닌 다른 존재의 소리였다.
섬뜩한 생각 하나가 그녀의 머리를 관통했다.
'진짜 혼령이…… !'
그녀는 별안간 피막이 색다르게 보였다. 죽은 자의 넋들로 가득한 무시무시한 무덤 속으로
보였다.  
'그럼, 경훈이는 대체…… ?'
문득 그녀는 방안에 있을 정경훈이 걱정되었다.
무언가 일이 틀어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숨통을 조이는 듯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강주민이 입을 열었다.
"교, 교수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 정말로 귀신이 웃고 있는 겁니까?"
조진선은 그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한기를 느끼면서도 식은땀을 비오듯 흘렸다.
"그만, 그만해!"
그녀는 허공을 향해 발악하듯 소리쳤다.
"정녕 네가 수련의 원귀라면 이제부터 어쩔 작정이냐? 원하는 것을 말해 봐!"
조교수는 냉정을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그녀는 아프리카 탐사 시절을 급히 떠올려 보
았다. 그 때 그녀는 진짜 유령과 조우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당시 리더였던 늙은 주술사는
촛불의 흔들거림으로 귀신의 이동 경로를 파악했다. 또 촛불을 이용해서 귀신과 커뮤니케이
션을 시도했다.
어느새 조교수의 곁으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그들은 이미 반쯤 귀기(鬼氣)에 홀
려 있었다.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타인들에게 의지하려는 나약한 모습들이었다.   
조교수는 크게 소리쳤다.
"우리를 해하려 함이 네 목적이냐? 아니면 다른 원하는 바가 있는 것이냐?"
혼을 빼놓을 것만 같았던 웃음소리가 서서히 그쳤다.
장인하는 이장의 품에 꼭 안겨 거의 울먹이기 직전이었다.  
조교수는 긴박하게 사방을 주시하다가 방문 앞에 놓인 촛불에 시선이 갔다. 그녀는 피가 나
도록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분명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만약 네가 우리에게 호의적이라면 이 촛불 중에서 가운데 촛불을 끄고 호전적이라면 양쪽
두 개의 촛불을 끄도록 해!"
그녀는 스스로 뱉은 말의 결과에 극도의 두려움을 느꼈다. 불안하게 사방을 주시하다가 이
내 시선이 세 개의 촛불에 고정되었다. 다른 이들도 모두 숨을 죽인 채로 그녀와 시선을 같
이했다.
미세한 흔들림을 보이던 세 개의 촛불이 갑자기 크게 일렁거렸다.
하지만 세 개의 촛불은 어느 것도 꺼지지 않았다.
촛불은 차차 일렁임조차도 멈추었다.
조진선은 어째서 촛불이 반응하지 않는지를 생각하다가 어떤 끔찍한 결론에 도달했다. 두
개의 질문 모두 귀신에게는 적절치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른 두려움을 간신히 제어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약 둘 다 아니고 우리 모두를 해하려 함이 그 목적이라면 세 개의 촛불 모두를 끄도록
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개의 촛불 모두가 꺼졌다.

 

피막 6에서 계속... by 살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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