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향숙의 고음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 때 덜커덩거리는 불쾌한 마찰음이 들렸다. 그것은 방문을 급하게 열려는 소리와 흡사했 다. "꺄악! 저길 봐요!" 소리를 지른 여인은 이유미였다. 유미는 기절할 듯한 얼굴로 방문을 가리켰다. 방문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쳤다. 방안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창호지가 찢어지며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손은 문을 더듬거리며 밖에서 관건 된 장치 를 풀었다. 이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외쳤다. '보살님이 말씀하신 또 하나가 바로 저 것인가?!' 스르륵 문이 열렸다. 누군가가 비틀비틀 걸어나왔다. 흰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였다. 사자의 갈기 같은 머리카락이 그의 얼 굴에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다. "겨, 경훈아! 정경훈……! 너 어떻게 된 거야?" 조진선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소리쳤다. 정경훈은 혼이 나가버린 사람 마냥 흐리멍덩한 눈으로 조진선을 흘끗 바라볼 뿐 아무런 대 답이 없었다. 그는 살아있는 시체처럼 흐느적거리며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모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낯선 남자의 등장에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박철준만은 그 얼굴이 낯익었다. 몇 번인가 교수실을 들락거린 적이 있던 졸업생이자 자신의 후배였다. "넌, 정경훈! 네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박철준이 입을 열자 이유미가 그의 팔을 흔들며 물었다. "뭐야? 오빠 아는 사람이야? 그럼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응?" 그녀는 박철준의 팔을 뽑을 듯이 흔들어댔다. "몰라 나도! 옆에서 빽빽거리지 말고 저리 좀 꺼져!" 박철준은 귀찮다는 듯 소리질렀다. 그 역시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유미는 끈 질기게 그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는 사이 정경훈은 여섯 걸음 정도를 비틀비틀 걷다가 힘없이 꼬꾸라졌다. 그리고 더 이 상 숨을 쉬지 않았다. 정경훈이 죽자 기이한 웃음소리는 다시 들렸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고막을 찢어 놓을 것만 같았다. "교수님, 저 남자는 누구입니까? 그리고 저 소리, 저 소리는 대체 뭡니까! 예?! 교수님, 저 소리 좀 어떻게 해 봐요!" 강주민이 일그러진 얼굴로 호소했다. 조진선은 두 손으로 귀를 단단히 막고 있었다. 그녀는 고통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정경훈의 비참한 죽음은 모두 자신의 탓이었다. 자신이 그를 귀신의 방으로 밀어 넣은 것이 다! "어째서지? 왜 죽은 거냐고?!" 조진선은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질렀다. 그녀는 이 끔찍한 상황을 몸소 체감하고 있으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강주민은 그녀가 울고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크게 놀랐다. 유령을 다스릴 것이라 믿었던 그 녀가 이렇게 무너진다면 이 끔찍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날카로운 웃음소리는 이어서 들고양이의 울부짖음으로 변해갔다. 그것은 그아앙, 하는 괴상 한 악마의 웃음소리로 바뀌더니 마침내 사라졌다.
"이럴 게 아니라 당장 이 곳을 빠져나갑시다." 박철준이 넋 나간 교수를 대신해서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 상태를 보이며 아무도 철준의 말에 대꾸를 해주지 않았다. "이런 미친 짓거리는 처음부터 하는 게 아니었어!" 장건영이 벼려왔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몹시 흥분해 있었다. 주먹으로 벽을 두드리고 벽에 걸린 각종 기구들을 과격하게 걷어냈다. 그러다가 강주민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애초에 이 따위 미친 짓은 하지 않았어야 했어." 그가 주먹을 쥐며 강주민에게 다가가자 강주민은 창백한 얼굴로 그에게 손을 뻗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저지했다. "이것 보게 장기사, 자네 지금 왜 그러나?" "반말하지마, 이 자식아!" 장건영이 대뜸 소리쳤다. "내가 네 아버지하고 일할 때 너는 중학생이었어. 내가 주는 용돈에 멍청한 웃음이나 흘릴 줄 아는 햇병아리였다고!" "그, 그게 무슨 소린가!" 장건영의 얼굴이 술 취한 사람처럼 붉어졌다. 그는 강주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동자가 기름진 것 마냥 번들거렸다. "오늘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알면서 일부러 날 골탕먹였어. 이런 미친 짓에 나를 가 담시켰어. 네 녀석 때문에 아들 생일이 몽땅 날아가 버렸어. 무엇으로 보상할 거야?" "우웁! 누, 누가 이 사람 좀 말려요……!" 강주민이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황사장이 달려와 그들을 간신히 떼어놓았다. 강주민은 바닥에 구부리고 앉아 헛기침을 계속 했다. 그런 모습을 장건영은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강주민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장건영을 올려다보았다. "이 자식…… 넌 해고야! 그리고…… 감방에 처넣고 말 거야! 최고의 변호사를 사서라도 널 나락으로 밀어 넣고 말겠어!" "뭐야? 네 마음대로 해봐 어디! 돈 좀 있다고 세상일이 다 그렇게 네 마음대로 되는 줄 아 는가 보군! 착각하지마! 세상일이 그렇게 네 맘대로 호락호락 되는 게 아냐! 잘난 척 떠들어 봤자 네 녀석은 아버지가 피땀 흘려서 벌어놓은 재산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탱자탱 자 까먹기만 하는 인간 쓰레기에 불과해!" 장인하는 기차화통처럼 사납게 고함을 지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이장의 품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이제!" 황사장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고함을 질렀다. 그 소리에 장건영은 흠칫 놀랐다가 이내 경멸의 눈초리로 황사장을 보았다. "당신도 그러는 게 아니오! 저 자식이 돈이 있다면 얼마나 있다고 그렇게 굽신대는 거요? 그깟 푼돈 얼마나 챙길 수 있을까봐 저 자식 비위맞추기에 급급한 거냐고요! 그렇게 비굴하 게 살지 마시오!" 싸움은 황사장과 장건영의 사이로 번져갔다. 장건영의 비난에 황사장은 이제껏 참아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열렸다. "그러는 당신은 뭐가 그렇게 대단합니까? 지금 이 사회가 정해놓은 관념의 테두리 밖에서 자유롭게 세속인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습니까? 당신은 공자나 맹자라도 됩니까? 아니면 그 런 것들을 초월하고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배짱을 가지신 분입니까? 불행히도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적 관념들을 과감히 깨부술 포부도 배짱도 없는 사 람입니다. 빚을 갚아야 하고 아내를 되찾아 와야 하는 지극히 물질에 지배당해 살아가는 속 물일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생각하는 바, 속에 담아둔 바를 거리낌없이 내뱉을 수 있는지요? 누군들 그렇고 싶지 않겠느냐 마는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 구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당신의 그 용기는 대체 어디에서 나 오는 겁니까?" 마치 평소부터 준비해 두었던 말처럼 황사장은 한 박자도 쉬지 않고 말했다. 그의 말은 장건영의 폐부를 송곳처럼 깊숙이 찔렀다. 정말로 심장을 찔리기라도 한 사람처 럼 장건영은 고통스런 표정을 지을 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과연 자신의 용기는 어디에 서 기인하는가! 그건 제 살을 깎아 코를 세운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허풍에서 나온 것에 불 과했다. 그는 황사장과 다른 무엇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와 똑같은 세속인이다. 지금이라 도 강회장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지독한 세속인!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모든 것은 다 저년이 벌인 일이야!" 소리를 지른 것은 그 때까지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던 안향숙이었다. 그녀는 아직까지 고풍스러운 모자를 쓰고 있었다. "교순지 뭔지 명함만 거창할 뿐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년이야! 내 남편한테 꼬리나 칠 줄 아는 형편없는 년이야, 저년은!" 안향숙은 욕설을 섞어가며 거침없이 얘기했다. "당신, 그만 두지 못하겠어." 듣다못해 강회장이 돌아보며 아내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아내는 더욱 날뛰었다. "당신은 모르면 가만히 있어요! 저년이 괴상한 짓거리를 하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된 거잖 아요! 저 마녀 같은 년이 귀신을 불러 내놓고선 뒷감당을 못하고 있는 거라고!" "맞아요. 화근은 바로 저 여자예요. 교수랍시고 실력은 하나도 없는 사기꾼 같은 여자예요!" 이유미가 안향숙의 말을 이어 받아 조진선을 공격했다. "이제 알 것 같네요. 저 사기꾼이 죽어 있는 저 남자와 짜고 연극을 한 거예요. 그렇다가 일 이 틀어져서 진짜 유령을 불러낸 거예요. 아주 사악한 뱀 같은 여자예요. 아는 거라곤 남자 와 돈밖에 모르는 저질 중의 저질이에요, 저 여잔!" 평소하고 싶었던 말까지 유미는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러나 조진선은 아무런 변명도 늘어놓 지 않았다. 다만 자신을 비난하는 두 여자를 슬픔과 저주의 눈으로 보고만 있었다. 안향숙이 느닷없이 튀어 나와 조진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것은 정말 뜻밖의 상황이 었다. "이 미친년! 내 그런 년일 줄 알았어! 한눈에 척 알아봤다고! 여기 자빠져 죽은 사람은 도대 체 뭐야? 어서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해!" 조진선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자 안향숙은 그녀의 몸을 짓누르며 계속해서 머리카락을 움 켜쥐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가까스로 안향숙을 떼어 낸 박철준은 조교수의 안위를 살폈다. 고고한 삼십대 여교수의 몰 골은 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터진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교수님 괜찮습니까?" 박철준이 그녀를 일으켜 세우자 조진선은 그를 매몰차게 밀어냈다. "꺼져! 손대지마!" "옛?!" 박철준의 눈이 커졌다. 그는 놀란 듯이 물었다. "교수님, 왜 그러세요?" 조진선은 박철준에게 모든 원망을 돌렸다. 그녀는 이유미를 힐끗 쳐다본 후 차갑게 소리쳤 다. "저 년 하고 보통 사이가 아니지? 당장 꺼져! 내 눈앞에서 영영 사라져!" 그 때 이유미가 끼여들었다. "그래, 우린 보통 사이가 아냐! 오빤 내가 없으면 죽고 못살아! 우린 깊은 애인 사이야! 너 하고 학장사이 만큼이나 깊은 관계지! 안 그래, 오빠?" "이유미 너 미쳤어?" 박철준이 소리질렀다. 그의 고함소리에 이유미는 더욱 흥분했다. "미친 건 오빠야! 마음은 나에게 있으면서 몸만 저 여자에게 바치는 거야? 그 대가로 저 여 자에게 뭘 뜯어 낼 거야? 그런 더러운 술수로 출세하려 하지마!" 짝, 하는 마찰음과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같이 들렸다. 이유미의 한쪽 볼이 벌겋게 부어 올랐다. 박철준의 얼굴도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포악 한 불곰처럼 이유미의 뺨을 때린 후 격렬하게 소리쳤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이지마! 누가 너에게 마음이 있다고 그래? 정작 더러운 년은 네 년이면서 지금 누굴 책망하려 들어! 그래, 난 출세하려고 안달이 난 녀석이야. 그게 어때서? 그렇게 안달하지 않고서 출세할 수 있어? 할 수 있냐고? 더럽게 빌붙어서라도 출세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세상이 그런 세상 아니냐고? 대신 출세만 하면 인간답게 살수 있잖아? 그러 는 넌 뭐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남자들에게 둘러 쌓여서 제 멋대로 인생을 낭비하는 주제에 감히 나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있어? 도대체 넌 그러는 이유가 뭐야? 네 말대로 난 출세하려고 그런다. 출세해서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넌 그런 이유조차 없잖아? 그저 감정 닿 는 대로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몸뚱어리를 흘리고 다닐 뿐이잖아? 어때? 네가 생각해도 네 가 더 더러운 년이지?" 말을 마치자 이번에는 이유미가 박철준의 뺨을 갈겼다. 그녀는 분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 고 계속해서 손을 휘두르며 박철준을 공격했다. 그녀의 손톱이 박철준의 눈 밑을 찢어놓자 박철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이유미를 공격하려 했다. "진정들 하시오. 모두들 진정들 하시오! 지금이 싸울 땝니까!" 이장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토하듯이 숨가쁘게 소리쳤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시 한번 직시해 주셨으면 하오! 사람이 한 명 죽어 있소! 우선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하고 또 지금 당장 이 피막에서 나가는 것이 급선무요! 아무리 폭우 가 쏟아지고 있다지만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공간에는 일분이라도 더 있기 싫소? 나는 그 렇게 생각하오. 그게 옳을 것 같소!" 이장의 말에 모든 사람들은 침묵을 지켰다. 박철준과 이유미도 붉게 상기된 얼굴로 이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폭우는 다시 거칠게 피막을 때렸고 천둥과 번개는 한층 더 요란해졌다. 피막 안은 음울하고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 차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정체를 분명히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응어리들이 공기 중에 섞여 있다는 것을 감지 할 수 있었 다. 그것은 대단히 사악한 기운이었다. 그들은 그 기운에 부응하여 자신들도 모르게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내놓고 있었다. "잠깐만,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침묵을 깨고 황사장이 외쳤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소리가 나는 쪽을 살폈다. "흐흐흐흐." 여자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입구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사람들은 입구쪽으로 다가가 촛불을 비추었다. 선봉에 선 황사장의 촛불에 드러난 것은 처 녀 보살의 하얀 얼굴이었다. "앗, 보살님, 여기서 뭐 하세요?" 황사장이 놀라며 가까이 가려하자 급히 그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박철준이었다. "가까이 가지 마세요! 저건 처녀 보살이 아니에요. 저 몰골을 보세요!" 그의 말에 황사장은 한 걸음 물러선 후 처녀 보살을 찬찬히 살폈다. 처녀 보살은 분을 바른 듯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은 하얗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입가에는 서늘한 미소를 띄우며 나직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더 소름끼치는 것은 그 녀의 몸이 바닥에서부터 삼십 센티미터 가량 떠 있다는 것이다. 조진선이 날카롭게 외쳤다. "빙령이예요. 저 여자에게 귀신이 붙었어요. 수련의 혼이 저 여자 몸 속으로 들어간 거예 요." "우와아앗!" 사람들은 저마다 공포의 탄성을 지르며 뒷걸음질쳤다. 그들은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손에 쥐기 시작했다. 안향숙은 자신의 손가방에서 호신용 스턴건을 꺼냈다. 이유미는 벽에 걸린 낫을 손에 들었다. 모두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고는 있지만 아득하게 밀려드는 불안과 공포에 한없이 떨고 있었 다. "앗, 저걸 봐요!"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로 강주민이 고함을 질렀다. 처녀 보살은 천천히 공중으로 부양하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가 바닥에서 오십 센티미터, 팔 십 센티미터, 일 미터, 이 미터, 삼 미터 높이까지 치솟아 올랐다. 처녀 보살은 머리가 천장 에 닿자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며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그 기이한 모습에 사람들은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처녀 보살의 입술이 구더기처럼 꿈틀대며 끽끽,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모두…… 죽게 될 테다…… 이제 곧…… 사악한 원귀가…… 너희 중…… 한 명의 몸 속으 로…… 들어가…… 그를 점령할 것이다…… 원귀에게 점령당한 그는…… 나머지 모두를…… 처참하게 짓이겨놓을 것이다…… 목을 자르고…… 몸통은 아그작아그작 씹어 먹을 것이 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빠뜨리지 안고 모두 다…… 모두…… 죽게 될 테다…… 이 제 곧…… 사악한 원귀가…… 너희 중…… 한 명의 몸 속으로…… 들어가…… 그를 점령할 것이다……." 처녀 보살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분명치 않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 지는 모두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
<공포소설>피 막 - 6
피막
피막(避幕) : 예전에 사람이 죽기 직전에 잠시 안치해 두는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집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향숙의 고음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 때 덜커덩거리는 불쾌한 마찰음이 들렸다. 그것은 방문을 급하게 열려는 소리와 흡사했
다.
"꺄악! 저길 봐요!"
소리를 지른 여인은 이유미였다. 유미는 기절할 듯한 얼굴로 방문을 가리켰다.
방문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쳤다. 방안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창호지가 찢어지며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손은 문을 더듬거리며 밖에서 관건 된 장치
를 풀었다.
이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외쳤다.
'보살님이 말씀하신 또 하나가 바로 저 것인가?!'
스르륵 문이 열렸다.
누군가가 비틀비틀 걸어나왔다.
흰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였다. 사자의 갈기 같은 머리카락이 그의 얼
굴에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다.
"겨, 경훈아! 정경훈……! 너 어떻게 된 거야?"
조진선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소리쳤다.
정경훈은 혼이 나가버린 사람 마냥 흐리멍덩한 눈으로 조진선을 흘끗 바라볼 뿐 아무런 대
답이 없었다. 그는 살아있는 시체처럼 흐느적거리며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모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낯선 남자의 등장에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박철준만은 그 얼굴이 낯익었다.
몇 번인가 교수실을 들락거린 적이 있던 졸업생이자 자신의 후배였다.
"넌, 정경훈! 네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박철준이 입을 열자 이유미가 그의 팔을 흔들며 물었다.
"뭐야? 오빠 아는 사람이야? 그럼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응?"
그녀는 박철준의 팔을 뽑을 듯이 흔들어댔다.
"몰라 나도! 옆에서 빽빽거리지 말고 저리 좀 꺼져!"
박철준은 귀찮다는 듯 소리질렀다. 그 역시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유미는 끈
질기게 그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는 사이 정경훈은 여섯 걸음 정도를 비틀비틀 걷다가 힘없이 꼬꾸라졌다. 그리고 더 이
상 숨을 쉬지 않았다.
정경훈이 죽자 기이한 웃음소리는 다시 들렸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고막을 찢어
놓을 것만 같았다.
"교수님, 저 남자는 누구입니까? 그리고 저 소리, 저 소리는 대체 뭡니까! 예?! 교수님, 저
소리 좀 어떻게 해 봐요!"
강주민이 일그러진 얼굴로 호소했다.
조진선은 두 손으로 귀를 단단히 막고 있었다. 그녀는 고통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정경훈의 비참한 죽음은 모두 자신의 탓이었다. 자신이 그를 귀신의 방으로 밀어 넣은 것이
다!
"어째서지? 왜 죽은 거냐고?!"
조진선은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질렀다. 그녀는 이 끔찍한 상황을 몸소 체감하고 있으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강주민은 그녀가 울고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크게 놀랐다. 유령을 다스릴 것이라 믿었던 그
녀가 이렇게 무너진다면 이 끔찍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날카로운 웃음소리는 이어서 들고양이의 울부짖음으로 변해갔다. 그것은 그아앙, 하는 괴상
한 악마의 웃음소리로 바뀌더니 마침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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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게 아니라 당장 이 곳을 빠져나갑시다."
박철준이 넋 나간 교수를 대신해서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
상태를 보이며 아무도 철준의 말에 대꾸를 해주지 않았다.
"이런 미친 짓거리는 처음부터 하는 게 아니었어!"
장건영이 벼려왔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몹시 흥분해 있었다. 주먹으로 벽을 두드리고 벽에
걸린 각종 기구들을 과격하게 걷어냈다. 그러다가 강주민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애초에 이 따위 미친 짓은 하지 않았어야 했어."
그가 주먹을 쥐며 강주민에게 다가가자 강주민은 창백한 얼굴로 그에게 손을 뻗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저지했다.
"이것 보게 장기사, 자네 지금 왜 그러나?"
"반말하지마, 이 자식아!"
장건영이 대뜸 소리쳤다.
"내가 네 아버지하고 일할 때 너는 중학생이었어. 내가 주는 용돈에 멍청한 웃음이나 흘릴
줄 아는 햇병아리였다고!"
"그, 그게 무슨 소린가!"
장건영의 얼굴이 술 취한 사람처럼 붉어졌다.
그는 강주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동자가 기름진 것 마냥 번들거렸다.
"오늘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알면서 일부러 날 골탕먹였어. 이런 미친 짓에 나를 가
담시켰어. 네 녀석 때문에 아들 생일이 몽땅 날아가 버렸어. 무엇으로 보상할 거야?"
"우웁! 누, 누가 이 사람 좀 말려요……!"
강주민이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황사장이 달려와 그들을 간신히 떼어놓았다. 강주민은 바닥에 구부리고 앉아 헛기침을 계속
했다. 그런 모습을 장건영은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강주민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장건영을 올려다보았다.
"이 자식…… 넌 해고야! 그리고…… 감방에 처넣고 말 거야! 최고의 변호사를 사서라도 널
나락으로 밀어 넣고 말겠어!"
"뭐야? 네 마음대로 해봐 어디! 돈 좀 있다고 세상일이 다 그렇게 네 마음대로 되는 줄 아
는가 보군! 착각하지마! 세상일이 그렇게 네 맘대로 호락호락 되는 게 아냐! 잘난 척 떠들어
봤자 네 녀석은 아버지가 피땀 흘려서 벌어놓은 재산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탱자탱
자 까먹기만 하는 인간 쓰레기에 불과해!"
장인하는 기차화통처럼 사납게 고함을 지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이장의 품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이제!"
황사장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고함을 질렀다. 그 소리에 장건영은 흠칫 놀랐다가 이내
경멸의 눈초리로 황사장을 보았다.
"당신도 그러는 게 아니오! 저 자식이 돈이 있다면 얼마나 있다고 그렇게 굽신대는 거요?
그깟 푼돈 얼마나 챙길 수 있을까봐 저 자식 비위맞추기에 급급한 거냐고요! 그렇게 비굴하
게 살지 마시오!"
싸움은 황사장과 장건영의 사이로 번져갔다.
장건영의 비난에 황사장은 이제껏 참아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열렸다.
"그러는 당신은 뭐가 그렇게 대단합니까? 지금 이 사회가 정해놓은 관념의 테두리 밖에서
자유롭게 세속인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습니까? 당신은 공자나 맹자라도 됩니까? 아니면 그
런 것들을 초월하고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배짱을 가지신 분입니까? 불행히도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적 관념들을 과감히 깨부술 포부도 배짱도 없는 사
람입니다. 빚을 갚아야 하고 아내를 되찾아 와야 하는 지극히 물질에 지배당해 살아가는 속
물일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생각하는 바, 속에 담아둔 바를 거리낌없이 내뱉을 수
있는지요? 누군들 그렇고 싶지 않겠느냐 마는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
구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당신의 그 용기는 대체 어디에서 나
오는 겁니까?"
마치 평소부터 준비해 두었던 말처럼 황사장은 한 박자도 쉬지 않고 말했다.
그의 말은 장건영의 폐부를 송곳처럼 깊숙이 찔렀다. 정말로 심장을 찔리기라도 한 사람처
럼 장건영은 고통스런 표정을 지을 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과연 자신의 용기는 어디에
서 기인하는가! 그건 제 살을 깎아 코를 세운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허풍에서 나온 것에 불
과했다. 그는 황사장과 다른 무엇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와 똑같은 세속인이다. 지금이라
도 강회장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지독한 세속인!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모든 것은 다 저년이 벌인 일이야!"
소리를 지른 것은 그 때까지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던 안향숙이었다.
그녀는 아직까지 고풍스러운 모자를 쓰고 있었다.
"교순지 뭔지 명함만 거창할 뿐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년이야! 내 남편한테 꼬리나
칠 줄 아는 형편없는 년이야, 저년은!"
안향숙은 욕설을 섞어가며 거침없이 얘기했다.
"당신, 그만 두지 못하겠어."
듣다못해 강회장이 돌아보며 아내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아내는 더욱 날뛰었다.
"당신은 모르면 가만히 있어요! 저년이 괴상한 짓거리를 하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된 거잖
아요! 저 마녀 같은 년이 귀신을 불러 내놓고선 뒷감당을 못하고 있는 거라고!"
"맞아요. 화근은 바로 저 여자예요. 교수랍시고 실력은 하나도 없는 사기꾼 같은 여자예요!"
이유미가 안향숙의 말을 이어 받아 조진선을 공격했다.
"이제 알 것 같네요. 저 사기꾼이 죽어 있는 저 남자와 짜고 연극을 한 거예요. 그렇다가 일
이 틀어져서 진짜 유령을 불러낸 거예요. 아주 사악한 뱀 같은 여자예요. 아는 거라곤 남자
와 돈밖에 모르는 저질 중의 저질이에요, 저 여잔!"
평소하고 싶었던 말까지 유미는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러나 조진선은 아무런 변명도 늘어놓
지 않았다. 다만 자신을 비난하는 두 여자를 슬픔과 저주의 눈으로 보고만 있었다.
안향숙이 느닷없이 튀어 나와 조진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것은 정말 뜻밖의 상황이
었다.
"이 미친년! 내 그런 년일 줄 알았어! 한눈에 척 알아봤다고! 여기 자빠져 죽은 사람은 도대
체 뭐야? 어서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해!"
조진선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자 안향숙은 그녀의 몸을 짓누르며 계속해서 머리카락을 움
켜쥐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가까스로 안향숙을 떼어 낸 박철준은 조교수의 안위를 살폈다. 고고한 삼십대 여교수의 몰
골은 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터진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교수님 괜찮습니까?"
박철준이 그녀를 일으켜 세우자 조진선은 그를 매몰차게 밀어냈다.
"꺼져! 손대지마!"
"옛?!"
박철준의 눈이 커졌다. 그는 놀란 듯이 물었다.
"교수님, 왜 그러세요?"
조진선은 박철준에게 모든 원망을 돌렸다. 그녀는 이유미를 힐끗 쳐다본 후 차갑게 소리쳤
다.
"저 년 하고 보통 사이가 아니지? 당장 꺼져! 내 눈앞에서 영영 사라져!"
그 때 이유미가 끼여들었다.
"그래, 우린 보통 사이가 아냐! 오빤 내가 없으면 죽고 못살아! 우린 깊은 애인 사이야! 너
하고 학장사이 만큼이나 깊은 관계지! 안 그래, 오빠?"
"이유미 너 미쳤어?"
박철준이 소리질렀다. 그의 고함소리에 이유미는 더욱 흥분했다.
"미친 건 오빠야! 마음은 나에게 있으면서 몸만 저 여자에게 바치는 거야? 그 대가로 저 여
자에게 뭘 뜯어 낼 거야? 그런 더러운 술수로 출세하려 하지마!"
짝, 하는 마찰음과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같이 들렸다.
이유미의 한쪽 볼이 벌겋게 부어 올랐다. 박철준의 얼굴도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포악
한 불곰처럼 이유미의 뺨을 때린 후 격렬하게 소리쳤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이지마! 누가 너에게 마음이 있다고 그래? 정작 더러운 년은 네
년이면서 지금 누굴 책망하려 들어! 그래, 난 출세하려고 안달이 난 녀석이야. 그게 어때서?
그렇게 안달하지 않고서 출세할 수 있어? 할 수 있냐고? 더럽게 빌붙어서라도 출세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세상이 그런 세상 아니냐고? 대신 출세만 하면 인간답게 살수 있잖아? 그러
는 넌 뭐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남자들에게 둘러 쌓여서 제 멋대로 인생을 낭비하는
주제에 감히 나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있어? 도대체 넌 그러는 이유가 뭐야? 네 말대로 난
출세하려고 그런다. 출세해서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넌 그런 이유조차 없잖아? 그저 감정 닿
는 대로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몸뚱어리를 흘리고 다닐 뿐이잖아? 어때? 네가 생각해도 네
가 더 더러운 년이지?"
말을 마치자 이번에는 이유미가 박철준의 뺨을 갈겼다. 그녀는 분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
고 계속해서 손을 휘두르며 박철준을 공격했다. 그녀의 손톱이 박철준의 눈 밑을 찢어놓자
박철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이유미를 공격하려 했다.
"진정들 하시오. 모두들 진정들 하시오! 지금이 싸울 땝니까!"
이장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토하듯이 숨가쁘게 소리쳤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시 한번 직시해 주셨으면 하오! 사람이 한 명 죽어 있소! 우선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하고 또 지금 당장 이 피막에서 나가는 것이 급선무요! 아무리 폭우
가 쏟아지고 있다지만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공간에는 일분이라도 더 있기 싫소? 나는 그
렇게 생각하오. 그게 옳을 것 같소!"
이장의 말에 모든 사람들은 침묵을 지켰다. 박철준과 이유미도 붉게 상기된 얼굴로 이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폭우는 다시 거칠게 피막을 때렸고 천둥과 번개는 한층 더 요란해졌다.
피막 안은 음울하고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 차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정체를
분명히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응어리들이 공기 중에 섞여 있다는 것을 감지 할 수 있었
다. 그것은 대단히 사악한 기운이었다. 그들은 그 기운에 부응하여 자신들도 모르게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내놓고 있었다.
"잠깐만,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침묵을 깨고 황사장이 외쳤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소리가 나는 쪽을 살폈다.
"흐흐흐흐."
여자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입구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사람들은 입구쪽으로 다가가 촛불을 비추었다. 선봉에 선 황사장의 촛불에 드러난 것은 처
녀 보살의 하얀 얼굴이었다.
"앗, 보살님, 여기서 뭐 하세요?"
황사장이 놀라며 가까이 가려하자 급히 그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박철준이었다.
"가까이 가지 마세요! 저건 처녀 보살이 아니에요. 저 몰골을 보세요!"
그의 말에 황사장은 한 걸음 물러선 후 처녀 보살을 찬찬히 살폈다.
처녀 보살은 분을 바른 듯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은 하얗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입가에는 서늘한 미소를 띄우며 나직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더 소름끼치는 것은 그
녀의 몸이 바닥에서부터 삼십 센티미터 가량 떠 있다는 것이다.
조진선이 날카롭게 외쳤다.
"빙령이예요. 저 여자에게 귀신이 붙었어요. 수련의 혼이 저 여자 몸 속으로 들어간 거예
요."
"우와아앗!"
사람들은 저마다 공포의 탄성을 지르며 뒷걸음질쳤다. 그들은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손에
쥐기 시작했다. 안향숙은 자신의 손가방에서 호신용 스턴건을 꺼냈다. 이유미는 벽에 걸린
낫을 손에 들었다.
모두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고는 있지만 아득하게 밀려드는 불안과 공포에 한없이 떨고 있었
다.
"앗, 저걸 봐요!"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로 강주민이 고함을 질렀다.
처녀 보살은 천천히 공중으로 부양하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가 바닥에서 오십 센티미터, 팔
십 센티미터, 일 미터, 이 미터, 삼 미터 높이까지 치솟아 올랐다. 처녀 보살은 머리가 천장
에 닿자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며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그 기이한 모습에 사람들은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처녀 보살의 입술이 구더기처럼 꿈틀대며 끽끽,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모두…… 죽게 될 테다…… 이제 곧…… 사악한 원귀가…… 너희 중…… 한 명의 몸 속으
로…… 들어가…… 그를 점령할 것이다…… 원귀에게 점령당한 그는…… 나머지 모두를……
처참하게 짓이겨놓을 것이다…… 목을 자르고…… 몸통은 아그작아그작 씹어 먹을 것이
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빠뜨리지 안고 모두 다…… 모두…… 죽게 될 테다…… 이
제 곧…… 사악한 원귀가…… 너희 중…… 한 명의 몸 속으로…… 들어가…… 그를 점령할
것이다……."
처녀 보살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분명치 않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
지는 모두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
피막 7에서 계속... by 살인교수
http://cafe.daum.net/suttleb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