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바 [100%실화]

해바라기2008.06.17
조회2,685

1996년 여름.

기말고사를 보기 전날로 기억한다.

 

도서관도 하나밖에 없던 시골에서의 시험공부는 언제나 학교였다.

친구들끼리 모여 간식도 마음껏먹고 자유롭고 또 지루할땐 수다도 떨면서.

학창시절 내내 시험공부는 학교에서 했다.

 

당시 분신사바가 유행이었다.

펜을 서로 마주잡고 하는것과 동전으로 그림을 그려서 하는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 역시 펜으로 하는걸 좋아했다.

 

11시가 넘고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공부도 마무리되어가고

그냥 집에가기는 아쉽고해서 나와 친구4명은 분신사바를 하기로했다.

 

몰려다니는 친구중에 똑똑하고 이쁘고 기가 쎈? 흔히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대가 쎈 그런 친구. 귀신이나 미신을 전혀 믿지않는 그 친구와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내가 두손을 빨간 펜 하나에 의지하며 그렇게 시작했다.

 

주문을 외우고 오셨으면 동그라미를 쳐달라는 물음에 그 아이와 내가 잡은 펜은

삐뚤삐뚤 동그라미를 크게 그렸다.

놀라는 친구는 없었다. 할때마다 거기까진 뭐 순조로웠고 별로 무섭지도 않았으니까.

 

쓸데없는 이것저것을 물어본 우리들.

하지만 어두운 밤에 하는 분신사바는 낮에할때와 사뭇 기분이 달랐다.

우리의 물음에 대답해주는 귀신의 위치가 궁금한 친구가 어디있는지를 물어봤다.

펜은 천천히 그리고 정확히 나와 분신사바를 하고 있는 친구쪽으로 선을 그렸다.

 

그 친구 옆에 있다는 뜻이었다.

순간 두명정도의 아이들이 새삼스럽게 짧은 비명을 질렀고

나와 펜을 마주잡은 그 친구는 그때부터 욕을 하기시작했다.

 

그렇게 이쁜 아이가 이쁜입에서 쉴새없이  욕이 나오는걸 처음봤다.

이제까지 살면서 난 지금도 그아이처럼 욕을 잘하는 여자를 본적이없다.

그런데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그 아이와 난 손을 놓지않았고

그 펜은 우리가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원을 그리고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크고 삐뚤삐뚤한 힘없는 원이 아니었다.

빠르고 그리고 힘있게 그 펜은  계속 그렇게 원을 그려갔고

원을 그리다가 그 친구쪽으로 쭉 하고 선이 그려졌다.

반복이었다. 원을 빠르게 여러번.. 화가 난 사람처럼 막 그리다가 그친구 쪽으로 쭉 ㅡ

 

그쯤되니 솔직히 무서웠다. 욕을 하던 그 친구는 끝까지 욕을했고

귀신을 돌려보내는 주문을 외웠는지 그냥 관뒀는지는 기억이 나질않는다.

 

무서워진 우리들은 서둘러 가방을 싸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나와 분신사바를 했던 J는 후다닥 먼저 나가있었고

난 당시 나랑 제일 친했던친구(그렇게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날 따라한다고

이온음료에 신경안정제 40알을 먹었던 친구L ㅡ 귀신은 이름을 세번부른다에 나오는 친구임)

와 J의 뒤를 따라 내려왔는데

J가 허공에서 빗질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거울을 보듯이..빗질을 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걸어가는 J를보고

같이 걸어가던 우리는 물었다.

"너 뭐보고 빗질한거야? 왜 허공에대고 빗질을 하고있어..?"

"응? 봉고차 유리보고 머리빗은건데?"

"......."

"봉고차가 있었어?....."

"....................."

 

J는 뒤를 돌아 그 자리에 가보았지만 차 옆유리를 보고 머리를 빗었다는 봉고차는

당연히 없었다.

진짜 무서웠다. 절대 그런 거짓말 할 아이도 아니고 그 상황이 장난칠 상황도 아니었기에

더 무서웠다.

 

뒤에 따라나오던 친구 두명은 그 광경을 못봤지만  L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금전에 상황은 기억하지않으려 하듯이 우린 빠른걸음으로 학교에서 도로로 내려왔고

방향이 다른 J와 B를 보내려 도로를 건널때였다.

무단횡단을 하는 우리였고 멀찌감치에서 차가 오고있어서 J의 팔을잡고 뛰었다.

 

그때 갑자기 J가 팔에 힘을주어 멈춰섰고 그 엄청난 힘에 나까지 멈추게되었다.

중앙선에서 멈춘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도로 한가운데 그렇게 J가 내 팔을잡고 멈추었다.

머리가 하얗게됨음 느꼈다.

체구는 작지만 평소 다른 친구들보다 힘이 쎘던 나인데.

J의 힘에 오도가도 못하고 그렇게 서게된것이었다.

 

멀리서 오던 차가 점점 가까워져왔다.

그 순간이 무서웠고 J가 귀신에 씌워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구나

이런 짧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대로 있다가는 정말 둘다 차에 치이게 생겼기에

난 무작정 J를 끌고가다시피 뛰어서 무사히 건너왔다.

그리고 약간 화가난듯 물었다.

 

"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나 붙잡고 멈추면 어떡해!! 뛰다가 왜 섰어?"

" 나도 모르겠어..."

 ...................

 

기가막혔다. 그리고 무서웠다.

그때서야 J도 겁을 먹었는지 무섭다고 데려다달라고 했다.

집앞까지 J를 데려다주고 같은 방향인 B도 집으로 가고

우리셋은 그 상황을 더 이야기하지못하고 그렇게 집으로왔다.

 

그 다음날 J는 완벽하게 시험을 망쳤고 그 날 이후로는 그런증세는 보이지않았다.

 

 

 

 

분신사바가 한창 유행했던 학창시절의 분신사바소동을 써보았습니다.

역시 100%실화에 거짓하나 안보태니 무서웠던 그때의 감정전달이 잘 안되는것같네요.

그때의 그 J는 어디서 무얼하며 사는지 전혀 모릅니다.

그 아이.. 그때일을 아직도 기억이나 할지는 의문입니다.

 

제가 살면서 겪었던 무서웠던 일 중에 하나입니다.

워낙 무서움이 없는 저인데 친구가 그러니까 정말 무섭더라구요.

이제 공포영화의 계절이 왔네요.

그런의미에서 태국영화 "바디" 자막구할곳 좀 없을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