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의눈으로 북미를 보다 제7일

황소의눈200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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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9. 12(목)

  아침 식사를 가장 높은 전망대 Minolta Tower에서 한다기에 기대를 안고 호텔 문을 나섰는데 먼저 나온 이들이 나이아가라의 일출이 장관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아차! 오늘따라 아침 산책도 잊었구나! 하지만 폭포가 보이는 곳으로 걸어가니 물안개를 투과하는 아침 햇살과 폭포 역시 장관이었다. 전망대에 올라 둘러보니 일망무제. 지평선은 말이 없다. 한 패션하는 ㅇㅈ의 말처럼 나는 원의 중심에 있다. 지평선으로 이루어진 원의...

  식후 다시 폭포의 난간에 기대어 폭포를 보니 어제 미국 폭포보다 위용이  대단하다. 이 위용을 보니 나이아가라에서 처녀를 신께 제물도 바쳤다는 인디언 전설이 생겨날 법도 하다. 가이드에 의하면 나이아가라 강물의 대부분은 캐나다 쪽 폭포인 Horseshoe 폭포에서 떨어진다. 미국과 캐나다 양국은 막대한 전기를 이 폭포에서 얻는데 이제 보니 물막이 제방 같은 것이 폭포 위의 수면 일부에 보인다. 미국이 얻는 전기는 뉴욕시의 1년 반 사용량이라는데 이 작은 제방으로 인해 폭포의 침식이 완화되고 있다. ‘나이야! 가라!’는 광고가 있던데 정말 나이도 날짜도 요일 감각이 없어져 버렸다...다른 세상? 

  다시 Toronto로 돌아간다. 얼마 후 오른쪽으로 포도 밭과 체리 밭 너머로 Ontario호 수면이 보이고 물가에 May Flower호의 실물크기 모형 선박이 보이더니, 왼쪽으로 두 호수를 잇는 운하도 보인다. 이 호수의 만을 다리로 건널 때 왼쪽에 항만과 공장 지대가 보인다. 5대호 부근이 미국?캐나다의 중심 공업지대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관광 지역만 다녀 공업 지대는 못 보았는데 이것도 진면목의 하나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욕심은 끝이 없다. 이 속세의 인간에게는... 

  Toronto 시내로 가면서 여기에서 근무하는 친구 ㅅㅅ을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가이드가 자기 핸드폰 아니 cellular phone을 빌려 준다. 회의 중이라 직접 통하지 못하고 13:00까지 한인촌 물레방아 식당에서 만나자고 전해 달라고 했다. 키에 비해 육중한 가이드 ㄱㅅ은 우리 나라에서 유학 와서  학우인 교민 여학생과 결혼하여 어린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단다. 그는 재치와 박식으로 우리 단원, 특히 여성들로부터 인기 짱이다.   

  설립 당시 세계 최고 Toronto CN Tower는 Canada National Railway사가 세운 것으로 기대대로 명물 역할을 하고 있어, 인디안 말로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의 Toronto를 더욱 Toronto답게 만든다. 보안 검색대에 서니 로봇 팔 여러 개가 뻗어 나와 몸의 각 부분의 냄새를 맡는지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마치 카센터에서 타이아에 공기 주입할 때 나는 소리 같다. 그러나 저러나  친구 ㅅㅅ이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될까봐 조마조마하다. 올라가니 역시

                ‘전망대는 전망이 좋다’ <필자 발견>

넓은 시가지 끝에 지평선이 3면에 열리고 남쪽으로 Ontario호의 수평선이 시원하다. 이 땅에서는 지평선 아니면 수평선이다. Toronto 항구는 석호처럼 천연의 방파제로 둘러싸인 양항이다. 크고 작은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약속 시간에 늦어 나는 마음이 바쁜데, 남들은 Ontario 주 의사당 광장에서 사진들을 찍고 여유롭다.    

  버스가 서자마다 허겁지겁 물레방아 식당에 가니 기다리던 사람은 밖에서 기다리겠다며 나갔단다. 순대국이 있다기에 그걸로 주문하고 기다리니 ㅅㅅ이 들어온다. 반갑게 악수하고 일행에게 소개한 후 함께 순대국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맛은 서울과 다름이 없다. 자기는 직위는 높지만 부하 직원은 1명 뿐이어서 직접 뛰어 다녀야 하지만 본국에서의 야근과 시간 쫓김으로부터 벗어난 것만 해도 다행이란다. 그러나 3년하고도 여섯달을 넘기니 향수가 일어난단다. 식후 나도 잘 아는 부인과 통화를 하니 아까 남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하루쯤 묵고 갈 줄 알았는데 그냥 간다니 섭섭하다고... 가이드에 의하면 해외 동포들은 고국과 달리 동포를 만날 기회가 적어 손님을 반가워한단다. 이 부부에게 미안하다.

  ㄱㅎ은 밤늦게 Toronto 공항에 도착했음에도 사전에 연락한 형이 공항에 마중 나와 형의 집에서 자고 아침 일찍 호텔로 나와 우리 일행과 합류했었다. 그의 형이 출발에 즈음하여 식당으로 왔다가, 우리와 함께 있는 ㅅㅅ을 보고 반가워한다. 알고 보니 ㅅㅅ이 그의 딸 혼사에 참석하였었다고... ㅅㅅ이 우리 청청회 옛 친구에게 줄 선물 준비하겠다는 걸 애써 만류하고 미안해 하는 그를 두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 출발 후 총무가 ㄱㅎ의 형이 준 선물이라며 단풍시럽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그의 형은 여기에서 20년을 살았단다.  

  Toronto 시내를 빠져 나와 401번 고속도로를 따라 동진한다. 좌우에 보이는 것은 거의 숲의 벽이고 가끔 벽에 틈이 나면 옥수수 밭이나 수확한 건초더미들이 놓인 경작지가 보인다. 도로 연변에는 마을조차 보이지 않고 어쩌다가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 표지판만 몇 백 미터 간격으로 끊임없이 반복해 도로 정보를 알린다. 넓다 못해 지루하다. 몇 시간 달린 후 휴게소에 멈췄는데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레크리에이션 차량(RV)이 눈에 띈다. 어떤 RV 차량은 승용차를 끌고 가고 또 다른 것은 승용차가 RV 차량을 끌고 간다. 자동차 번호판엔 Ontario주의 구호가 보인다 :

                        ‘Yours to Discover’   

                    (발견하는 것은 너의 것이다)

  Ottawa에 가는 중간 관광지, Thound Islands(천섬)에 섰다. 지도상으론 우리가 호숫가를 달려온 것이지만 토론토를 떠난 후 처음 강물을 본다. 물은 여전히 하늘빛보다 짙푸른 빛, 마셔도 좋을 것 같이 맑다. 5대호가 끝나고 St. Lawrence강이 시작되는 이 넓은 강 일대에 1,80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유람선을 타고 섬들 사이를 일주하는데 섬들이 앙징맞게 작아 집 한 채 들어가면 꽉 찬다. 

  어떤 섬은 이웃 섬과 가까이 있으면서 다리가 없어 보기 싫은 장모를 그 작은 섬 집에 살게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미국의 어느 장군이 퇴역 후 저택을 섬에 짓고 이웃 작은 섬과 작은 다리로 이었는데 새로 정해진 국경선이 이 다리를 지나가는 바람에 세계 최소의 국경 다리가 되었다나... 또 어떤 섬은 너무 작아 집도 못 짓고 옆 섬 집의 바비큐 장소로 쓰였는지 큰 석쇠만 보인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작은 섬에는 집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택들도 겨울이면 강물이 얼어붙어 배가 다니지 못해 빈 집들이 되고 만다.              

  얼마를 더 가다 진로를 북북서로 돌렸다. Ottawa에 접근할 수록 농장이 많이 눈에 띈다. Rideau강을 건널 무렵 대륙의 노을이 타는 듯이 물든다. 그런가 싶다할 무렵 어둠이 내린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미국 독립전쟁 당시 미국 독립군이 영국의 뉴잉글랜드 공격을 완화, 분산시키기 위해 Montreal, Quebec을 침입했다. 이에 놀란 영국 지배하의 캐나다인들은 전후, 이제 국경이 되어버린 Montreal-Ontario호 구간 St. Lawrence강의 교통이 차단될 것에 대비해, Montreal에서 Ottawa강을 거쳐  Ontario호를 이을 수 잇도록 그 사이에 있는 Rideau강을 이용하여 운하를 파서 연결시켰다. 이 Rideau강 운하는 지금은 철도 및 고속도로의 발달로 쓸모가 적어져 유람선 크루즈용으로 변모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경인운하에 대한 논쟁이 있는데 독일 같은 환경 선진국이 최근 운하를 건설한 것을 보면 산업용 운하는 아직도 효용가치가 있다. 우리 나라에도 18Km 짜리지만 최초의 운하가 건설되었으면 한다. 이 말을 했더니 색소폰을 살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움을 토하던 ㄱㄷ이 ‘우리 나라 최초의 운하는 조선 중기에 건설된 안면도 운하야. 안면도는 원래 반도였는데 운하 개설로 섬이 되어 버렸어. 내가 그 쪽에서 살아봐서 잘 알지’. 그렇다! 큰 소리로 떠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어둠 속에 Canada의 수도 Ottawa에 들어 왔다. 지금까지 호텔들이 도심에서 벗어나 있었던데 반해 Novotel 호텔은 중심가에 있다. 저녁 식사시 ㅅㅎ, ㅈㄱ이 한식당 비원 Korea Garden에서 양주병을 사들고 순시를 한다. ㅅㅎ은 원로로서 순시로서 일행을 위무한다.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음식도 가리지 않는 강건함을 지녔다. 원로 학구파 ㅈㄱ은 지도 연구 뿐 아니라 틈틈이 차중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적정 수준에서 유지시켜 주는 분위기 메이커다.

  식후 노래방에서 회포를 푼단다. 그러나 이 첫 밤 나들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맞은 편 자리의 거의 언제나 정장 차림인 우리 ㄴㅊ 단장에게 낮으막하게 보고하니 걱정스런 표정... 그러나 그 옆의 당당한 여성 ㄱㅂ도 동행하겠다고 나섰다. 혼자 보다는 둘이 낫다. 여기에 ㅇㅎ이 동참하겠다고 하여 셋이 되는가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나오지 않아 빼놓고 갔다. 그는 무거운 공식선물을 끝까지 들고 다니는 인내력과, 아들에게 줄 장난감을 한아름 장만하는 부정이 각별하다.

  우선 캐나다 돈이 필요한 참에 마침 환전상 아가씨가 이웃에 있어 환전한 후, 몇 블록을 곧바로 걷다가 어느 버스에 무작정 올라 탔다. 요금은 둘이서 5달러 정도 내니 약간 거슬러 준다. 앉아 차창의 풍경을 조심스럽게 살피니 Rideau란 거리명도 보이고 옛 건물도 보이더니 강을 건넌다. 강북으로 온 것 같더니 별안간 프랑스어 천지다. 심지어 8각형의 도로표지 STOP도 ARRET다. ARRET가 정지라는 것, 고속도로 도로번호 표지의 방향을 가리키는 몇 마디 프랑스어도 눈치로 터득한 것이다 : est, qwest, sud, nord

  아파트 지대를 지나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자 돌아올 수단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마침내 앞자리의 흑인 아가씨에게 용감하게 물었다. ‘Excuse me. Can we return by this bus?' 그런데 열심히 뭐라 하는데 아마도 NO!라는 것 같다. 이미 22:00가 가까워 버스가 끊어질 시간도 됐다. 차츰 상가가 사라지면서 버스 주변이 어두워지더니 마침내 우리 두 나그네, 그 흑인 아가씨,  다른 승객해서 네 사람만 남았다. 잠시 후 그녀가 내리려 일어서더니 운전사에게 다가가 우릴 가리키며 뭐라고 한다. 아마 우릴 도우라는 것 같다. She is a good girl & beautiful girl.  

  마침내 우리 둘만 남게 되었을 무렵 운전사가 우릴 부르길래 다가가니 여기서 내려 31번(?) 버스를 타라고 한다. 그래도 불안해 다시 물었다. ‘Can we return to Novotel Hotel by No. 31 bus at this stop??영어가 절로 나온다. ?Yes, you can. Get on No. 31 bus at this stop.’ ?Thank you!?하고 내렸다. 어둠 속에 던져지는 기분으로 내렸는데, 좀 어두운 벌판에 표지판만 있는 정류장에 흑인 소년 2명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신경을 쓰면서 31번 버스가 오길 눈 빠지게 기다리니 오긴 왔다. 버스에 오르니 일단 좀 안심이 된다. 

  그런데 낯익은 창 밖 풍경을 기대하는데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얼마 후 여자의 직감인지 ㄱㅂ이 아까 오던 길이라고 얘기하길래 열심히 창 밖을 보니 과연 아까 건너 왔던 강을 건넌다. 이어 낯익은 상가가 나오길래, 물어 볼 실력도 용기도 없어, 내릴 정류장을 의논하다가 세 번째 정류장에 내렸다. 아직도 불이 환한 슈퍼마켓에 들어가 길을 물으니 거대한 덩치의 경비원에게 우리를 인계한다. 그가 우리를 밖으로 데리고 가더니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50미터쯤 되는 곳에 'No otel Hotel'이란 녹색 네온 글씨가 보이고 그 앞에 우리 일행들이 승합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인다. No otel에서 v자가 빠졌지만 애교로 보인다. 이젠 안심이다. 그에게  'Thank you!에다 very much까지 붙여 주었다. 어쨌든 내릴 버스 정류장은 기가 막히게  잘 찍은 셈이다. 동행 여성 ㄱㅂ은 별로 불안해 보이지 않는다.

  나그네 길은 외롭고 불안하고 고단하다. 그런데 왜 떠나는가? 자유를 위하여...? 그런데 애처가 ㄱㅇ은 벌써 집에 가고 싶단다. 나홀로(?) 밤나들이를 떠나는 나도 때로는 아내 생각이 날 때가 있다. 내일 일찍 일어나면 아내에게 전화를 해야지. 음!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