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찌~~잉 하게 적시는 글.

녹두장군2008.06.19
조회586

저만치서,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 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나서 베란다 청소즘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있어."

 

해외 출장가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 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는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올거야?"

"나가 봐야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때까지,그렇게 노는동안,

아내 에게서 몇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냈다.

 

그리고 새벽1시쯤 나는 조심,조심 현관 문을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쇼파에서,웅크리고 누워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갔다 이제와?"

"어,친구랑 술 한잔했어,어디아파?"

"낯에 비빔밥 먹은게,얹혔나 약좀사오라고 전화 했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손이리 내봐."

 

여러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 투성이었다.

 

"어,이거 왜이래,?당신이 손 땄어?"

"어,너무 답답해서."

"이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때 같으면,마누라 한테 미련하다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아내는 그럴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채 가쁜숨을 몰아 쉬기만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시작 했다.

 

하지만 아내는,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 졌다고 애써 웃어보이며,

검사 받으라는 내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 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때

친정 부터 가고싶다는 말을 끄냈다.

노발 대발하실 어머니 이야기를 끄내며 안된다고 했더니

"30 년동안,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됐잖아.

그럼,당신은 당신집가.나는 우리집 갈테니까."

 

큰소리 친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싸서 친정으로 가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네려가자

어머니는 세상 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지금 제정신이야?"

"......."

"여보,만약 내가 지금없어져도

당신도,애들도,어머님도,사는데 아무 지장없을거야.

나 명절때,친정에 가있었던거 아냐.

병원에 입원해서,정밀 검사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금방 알수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랬어."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엄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사람이,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가 될대로 전이가 돼서

더이상 손쓸수가 없다고?

삼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지금,그렇게 말하고 있지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동안 서로에게 말한마디 할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어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문을 열었을대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 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좀 그만마시라고 잔소리 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가자고 했다.

아이 들에게는 아무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찿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 않은 모양이엇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 하지도않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건강에 관해,수없이 해온말들을 하고잇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 스럽게 바라 보고만있다.

난 더이상,그얼굴을 보고 있을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여보,집에네려 가기전에

어디 코스모스 펴있는데 들렸다갈까?"

"코스모스?"

"그냥,그러고 싶네,꽃많이 펴있는데 가서

꽃도보고,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얼마 남지않은 시간에 이런걸 해보고 싶었나 보다.

비싼거 먹고 비싼거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보고.

꽃이 피어있는길을 나와 함께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가고."

"아니야,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히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터운 쉐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나 당신한테 할말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말에 타는거말고 또있어.

3년 부은거야.통장 씽크대 두번째 서랍안에 있어.

그리구....나,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친구가 하두 들라고해서 들었는데.

잘했지뭐. 그거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그래?"

"그리고,부탁하나만 할께.올해 적금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만 드려.

엄마,이가 안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되잖아,부탁해."

 

난 그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 하는것을 알면서도.소리내어...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들어 아내는 내손을 잡는걸 좋아한다.

 

"여보, 30년전에 당신이 프러포즈 하면서,했던말 생각나?"

"내가,뭐라고 했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말,닭살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전에도 그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적 한번도 없는데 그거알지?

어떨땐 그런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빡 잠이들었다.

일어나 보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오늘 장모님 뵈러갈까?"

"장모님,틀니...년말까지 미룰것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장모님이 나가면 좋아하실 텐데....

여보,안일어나면 나 안간다! 여보!....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할 아내가 꿈적도 하지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기뻐하지도,잔소리도 하지않을 것이다.

난,아내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이얘기를 해주지못해서 미안하다고....

 

ㅡ 예순이 다된나이에 너무나도 가슴이 찡하고

철렁 내려앉는 묘한 기분이 드는구료..

나,자신을 뒤돌아 보게되고 아내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게하는 좋은글 같아 담아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