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피 막 - 7

살인교수200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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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막

 

피막(避幕) : 예전에 사람이 죽기 직전에 잠시 안치해 두는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집

 

 

황사장이 천천히 그녀의 말을 되뇌었다. 그의 손에는 쇠스랑이 쥐어져 있었다.
"우리 중 한 사람의 몸 속으로 원귀가 들어온다…… 원귀에게 점령당한 이는 나머지 모두를
죽일 것이다……!"
쇠스랑을 든 그의 손이 알코올 중독자처럼 심하게 떨렸다.
"그게 무슨 소리죠? 우리 중에 귀신이 들어올 거라니……?!"
안향숙이 거의 울먹이는 투로 말했다.
"말도 안돼는 소리야!"
커다란 망치를 손에 든 강주민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는 처녀 보살을 올려다보며 호통
치듯 얘기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겁에 질려 있었다. 그는 자신이 겁에 질려 있음을 애
써 부인하려는 듯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말도 안돼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저 괴상한 여자 처음부터 이상했어. 정작 귀신은 저 여
자였어!"
그의 말에 조진선이 동의했다. 그녀는 녹슨 식칼 하나를 주워 들고 있었다.
"맞아요! 귀신은 지금 저 여자의 몸 속에 들어가 있어요."
"그렇다면 얼른 저 귀신같은 여자부터 없애도록 합시다!"
박철준이 그녀의 말을 받아 이었다. 그의 손에는 곡괭이가 쥐어져 있었다.
"잠깐만요! 그럴 게 아니라 당장 이 재수 없는 곳부터 나가고 봅시다!"
커다란 삽을 든 장건영이 소리쳤다.
"그러는 게 좋겠어요. 전 이 끔찍한 곳에 더 못 있겠어요!"
이유미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계속해서 중얼거리던 처녀 보살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멈추었다. 그녀의 육신이 줄
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어서 뚝, 하고 목뼈 부러지
는 소리가 들렸다.
"꺄아악!"
이유미가 비명을 지르며 박철준에게 기댔다. 박철준은 그녀를 밀쳐내며 곡괭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황사장이 조심스레 처녀 보살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몸을 흔들어보았다. 몸은 반응이 없었다.
"죽은 것 같군요!"
그가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계속 말했다.
"만약 처녀 보살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떡하죠?"
그 말은 모두를 공포와 불안으로 떨게 하기엔 충분했다.
"사실이라니…… 그런 터무니없는 말이 어디 있어요? 우리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
예요."
안향숙이 몸서리를 치며 애써 괜찮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 생각엔……."
조진선이 침을 삼키며 불안하게 얘기했다.
"지금쯤 수련의 원혼이 처녀 보살의 육신을 떠나 있을 겁니다. 그녀의 육신이 죽은 육신이
기 때문입니다. 원혼은 맨 처음 정경훈의 몸을 점령했고, 그가 죽자 그의 몸을 빠져 나와 처
녀 보살의 몸을 점령했던 겁니다. 그리고 처녀 보살이 죽자 다시 그녀의 몸을 떠났을 테죠.
원혼은 지금쯤 살아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몸을 원하고 있을 겁니다."
"뭐요? 그렇다면 아까 처녀 보살이 했던 말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단 말이오?"
강주민이 말했다. 그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조진선이 눈빛을 반짝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우리들
중 누군가 한 명의 몸 속으로 귀신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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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분위기는 음침하고 살벌해져갔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 속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
꾸 빠져나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몸을 움츠렸다. 그들은 말없이
주위를 경계했다. 어둠의 공기 중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도 떠다니고 있을 것만 같아 기분이 불쾌했다. 그들은 호흡하기조차 곤란했다.
"아냐, 이건……!"
안향숙이 소리쳤다.
"저 미친년이 또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이제 보니 그런 괴상한 말이나 지껄이고 있는 네
가 귀신인가 보구나?"
그녀는 성난 암캐처럼 사납게 조진선을 몰아 부쳤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몇 번이나 스턴건을 누르며 흥분했다. 지지직거리는 전기 불꽃은 모두에게 위협적이었다.
조진선은 손에 쥔 녹슨 식칼을 앞세우며 고함을 질렀다.
"미친 건 네 년이야! 모르면 잠자코 있어! 원혼은 지금 우리 곁을 맴돌고 있어! 어쩌면 이미
네 년 몸 속으로 귀신이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지. 실성한 듯이 치켜 뜬 네 눈은 틀림없이
귀신의 눈이야! 아마도 몸 속의 귀신이, 나를 죽이라고 열심히 명령하고 있겠지!"
"뭐, 뭐야?! 말 도 안돼!"
안향숙은 얼빠진 표정으로 오징어처럼 흐물흐물 뒷걸음질 쳤다. 그녀의 오른 손 엄지손가락은 계속해서 스턴건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내 몸에…… 귀신이 들어가 있다니……! 난, 아니라고! 저 마녀 같은 년이, 날 모함하려 들
고 있어……."
그녀는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바닥의 촛불 몇 개를 발로 밟아 꺼뜨렸다. 스턴건은 여
전히 그녀의 손안에서 파지직거리며 불꽃을 튀겼다.
"여보, 그 스턴건 좀 조심해!"
강주민이 흥분한 안향숙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강주민이 가까이 다가서기가 무섭게 안
향숙의 스턴건이 그의 목을 향해 뻗쳐왔다.
"다가오지마!"
안향숙은 노여움에 찬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이 상황에서도 저 교수 편을 들다니…… 당신은 정말 형편없는 남자야……. 내 인생 최대
의 비극이야, 당신하고 결혼한 것은……!"
안향숙의 흐느낌은 귀신의 곡소리같이 어둠을 타고 울렸다. 그녀의 큰 모자는 어느새 바닥
에 떨어져 초라하게 짓밟혀 있었다.
강주민은 안향숙이 내민 스턴건을 피해 옆으로 비껴 섰다. 그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손에 쥔 망치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안향숙의 시선이 그 망치로 향했다.
"왜? 그 망치로 날 죽이려고? 그래놓고서 저 교수와 결혼이라도 할 속셈인가? 어림없어! 어
림없다고! 내가 먼저 죽여버릴 거야!"
히스테릭한 안향숙의 외침에 강주민은 섬뜩한 두려움을 느끼며 물러섰다.  
"여보, 당신 왜 그래? 미쳤어? 날 못 믿어서 그래?"
"닥쳐! 당신이 날 믿게 해 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어? 가까이 오지마! 누구든 가까이 오면 전기통닭구이를 만들어 버릴 테야!"
저주에 찬 그녀의 외침에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장건영은 문득 어떤 생각이 미쳐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는 아들을 찾고 있었다. 아들은 한
쪽 구석에서 이장의 품에 다소곳이 안겨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장건영이 삽을 휘두르며 소
리쳤다.
"인하야! 어서 이 쪽으로 와!"
그는 마치 아들이 낭떠러지 끝에 매달려 있기라도 한 것처럼 급박하게 말했다.
"그 영감이 귀신일지도 모르는 일이야! 위험하니, 어서 이쪽으로 와!"
소년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의 목에 핏대가 서는 것을 보고는 두려움과 혼
란에 빠졌다. 이장이 망설이는 소년의 어깨를 잡았다. 이장은 시선은 장건영이 미친 듯이 휘
두르는 삽 끝으로 가 있었다.
"꼬마야! 그냥 그대로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네 아버지의 몸 속에 귀신이 들어가 있을 수
도 있으니!"
이장의 말에 장건영과 그의 아들은 동시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장건영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경고했다.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요? 내 아들을 당장 놔주지 못하겠소? 내 아들을 잡은 그 손을
어서 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오!"
그는 삽을 휘두르며 조금씩 이장에게 다가왔다. 위협적인 삽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이장이
천천히 말했다. 그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 했으나 커다란 복숭아씨를 입에 물고 말하는
것처럼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이보시오 젊은이…… 우선 그 삽부터 놓고 말하시오. 그 삽을 놓는다면 아들을 보내 주겠
소.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르는 불상사 때문에 그러는 것이니 부디 이 늙은이의 마음을 이해
해주기 바라오……."
"닥쳐! 지금 무슨 헛소릴 지껄이는 거야! 당장 그 손, 놓지 못해! 설마하니 아버지가 제 자
식을 죽일까봐 걱정이야? 그런 말도 안돼는 노파심 따윈 집어치우고 어서 아들을 이쪽으로
보내!"
이장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더욱 강하게 소년을 끌어안았다.
"내 말부터 들으시오. 그 삽은 충분히 위협적인 흉기로 돌변할 수 있소. 아들이 다칠까봐 염
려된다면 당장 삽부터 내려놓으시오."
"뭐야, 그 말은? 지금 내가 귀신이라도 된 단 말이야? 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쟁이 영감 같으
니라고! 난 아들과 당장 이 곳을 떠나겠어. 그러니 어서 내 아들을 내놓으란 말야! 인하야,
어서 그 영감에게서 뛰쳐나와! 그 영감이 귀신이야. 널 잡아먹으려 하고 있어!"
아버지의 말에 소년은 크게 동요했다. 소년은 몸을 비틀며 이장에게서 빠져나가려 했다. 이
장은 가까스로 소년의 옷자락을 붙들고 있었다. 노쇠한 그의 몸이 땀으로 뒤범벅되어 있었
다.
"얘야, 가만히 있거라! 네 아버지는 지금 이성을 잃은 상태야. 위험하다고."
"난 귀신이 아니란 말야! 그러니 어서 아들을 내놔, 이 영감탱이야!"
장건영은 사자처럼 포효했다. 장인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반복했다. 이건 꿈이야!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이건 꿈이야!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이장이 소년을 달래며 목청을 높였다.
"아들을 놓아 줄 테니 어서 그 삽을 버리란 말이오! 당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아들이 다칠
수도 있단 말이오!"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 인하야, 어서 이리로 와!"
인하는 주문을 외우듯 무언가를 중얼거릴 뿐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았다. 그는 반쯤 혼이나
가 있었다.
"어서, 무기를 버리시오!"
이장의 외침에 장건영은 미친 사람처럼 발광했다.
"미쳤어, 내가 무기를 버리게? 삽을 버리면 아들과 나 자신을 어떻게 지키라고? 누가 언제
귀신에게 홀려 공격해 올지 모르는데 나 더러 삽을 버리라고? 그렇게는 못해! 먼저 다른 이
들부터 무기를 버리라고 해!"
그의 삽이 이장의 머리 위에서 위압적으로 움직였다.
곁에 있던 황사장이 조심스레 그를 저지했다.
"장기사님, 진정하세요. 여기 아무도 귀신에 홀린 사람은 없어요."
"닥쳐!"
장건영은 삽을 황사장에게로 돌리며 위협했다. 황사장은 멈칫하며 손에 든 쇠스랑을 반사적
으로 들었다. 장건영은 황사장의 쇠스랑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것 봐! 내가 이 삽을 버린다면 네 놈이 그 쇠스랑으로 날 공격 할 테지? 난 누구도 믿을
수 없어! 내 아들 말고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그러는 네 아들 녀석이 귀신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나?"
갑자기 강주민이 끼여들며 말했다. 그는 손에 쥔 망치를 천천히 휘두르며 빈정거리듯 얘기
했다.
"아들 생일날이 초상날이 될 수도 있겠군!"
"뭐야? 저…… 저 자식이……!"
장건영은 삽 끝을 강주민에게로 옮기며 치를 떨었다.
"감히 내 아들에게 그 딴 식으로 막말을 해! 죽여버릴 테다……."
"날 죽인다고? 이런, 정말로 살인귀가 네 놈한테 붙었나 보군! 여러분, 저 사람이 귀신인가
봅니다. 다들 저 사람을 공격합니다!"
강주민은 비열한 말투로 대중에게 호소를 유도했다.
장건영의 눈에는 분노의 감정을 초월한 이글거림이 있었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강
주민을 경멸했다.  
"정작 귀신은 너야! 네 녀석은 너 보다 못 가진 자들의 목줄을 움켜쥐고는 기분 내키는 대
로 잘라버리지. 그건 살인이나 다름없어……! 제 아버지가 이루어 놓은 권세 앞에서 떵떵거
릴 줄이나 알지 다른 사람의 심정은 눈곱만큼도 헤아릴 줄 모르지. 자기밖에 모르는 그게
바로 귀신이야. 귀신은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려고도 이해하려고도 않으니까! 아니, 넌 귀신
만도 못한 녀석이야! 더 악질적인 쓰레기야! 문제는 너 스스로 그런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거야. 너 때문에 목이 잘리고 피가 빨려나가는 많은 이들의 울분을 넌
알면서도 모른 체 묵살하고 있다는 거야. 비열하고 오만한 괴물 같으니라고. 넌 귀신만도 못
한 더러운 악질 쓰레기야!"
장건영의 말이 칼처럼 강주민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못들은 척 고개를
흔들며 딴청을 피웠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듯이.
험악한 분위기는 그들 모두를 쇠사슬처럼 엮어갔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쇠사슬의 굴레에
감겨 끝도 없는 미궁 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이유미가 손에 쥐고 있던 낫을 치켜들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정말로 귀신이 우리들 중 누구 하나의 몸 속으로 들어갔을까요?"
그녀는 짧게 숨을 내쉬며 불안하게 말했다.
"그럼, 도대체 누구의 몸 속으로 들어간 걸까요?"
그녀의 낮은 외침이 모두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피막 내 모든 촛불이 다 꺼진 것은 그 때였다.
피막은 그 자체로 거대한 암흑마왕의 입이 되어 그들을 삼켰다.
어둠이 그들을 덮치자 비명과 소란은 더욱 거세졌다. 피막 안은 일대 난장판이 되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극한의 어둠은 그들에게 있어 귀신보다 더 두려운 존재였다. 아무 것
도 보이지 않았고 어떤 것도 인식할 수 없었다.
그들의 의식을 공통으로 움직이고 있는 단 하나의 생각은 '우리들 중 누군가 한 명은 귀신
이다'라는 것뿐이었다.
'우리들 중 누군가 한 명은 귀신이다! 그는 나머지 모두를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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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막 8(완결편)에서 계속... by 살인교수

 

* 제 글을 읽어주시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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