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에서 노가다하다 신입사원되기...

깐돌이2003.11.27
조회8,984

어느새 아침이 쌀쌀합니다

신랑없이 아홉달 살다가 ...다시 둘이 살기 시작한지 두달째...

 

현관에서 오리처럼 입술을 뒤집어 갖구

꽥...꽥..대는 신랑에게 입맞춰 주고 내보내고..나선

뒤뚱뒤뚱...잰 걸음으로 걸어가는 ...신랑의 뒷모습을 보니

맘이 왠지 찡~해보네요 ...

 

결혼전 부터 함께 아주작은 사업을 하던 신랑과 나...

소위말해 신랑은 사장님 이었습니다

(구멍가게 사장도 사장이니까요 ^^;;; )

 

그러다 좋은 기회를 만나

신랑은 지방에 사업체를 늘리고 그곳으로 내려가

주말 마다 만나는 주말 부부가 되었었지요

그런데 ...

일이 잘 안되고 말았어요

첨엔....재미좋았는데 ...오래가진 못했어요 ^^;;;

 

그런데 ...신랑...쉽사리 포기 못하고 올라오지 못하더라구요

첨에 욕심내지 말라고 반대했던 저를 의식했던건지...휴우~

그래도 ...

미루면 미룰수록..더 손해라고 ...

"자기야 ..괜찮다 ...거기서 맘 고생말고 올라와라..."해서

모두 정리하고 올라왔습니다 ...

 

몸도 맘도 모두 지친 신랑...

마침..추석연휴와 맞물려 ...있었던지라

그냥...편하게 쉬게 했습니다 ...

 

전 원래 하던 장사를 계속 했구요

너무 경기가 안 좋아 힘들었지만...그래도

집에 가면 하루종일...쉬던 신랑이 집안 다 치워놓고

늘 현관에 서서 90도로 ..인사하며

"어서오세요 ~ 마님~" 하며 맞아주었지요 ...

 

그리곤..며칠 쉬던 신랑이

아는 건축 하는 사람 소개로

지방에 일을 간다며...다시 짐을 꾸렸습니다 ...ㅜㅜ

 

"임시로 ...그냥 하는거야 별로 어렵지 않대 ..." 하면서

내려갔습니다

일명..노가다 지요 ....

일주일 만에 올라왔는데

옷은 다 흙투성이였습니다 ...

샤워하고 ...내 앞에 엎드리며 ...

"자기야 미안한데 ...등좀..봐줘 약있음 발라줘..."

하는데 ....정말 아내인 저도 보는 순간..소름이 쫙..끼쳤습니다

 

피부가 원래 좋지 않고 알러지 까지 있는 신랑이

톱밥이랑..독한 본드로 인해서 온몸에 .....

두드러기가 돋아나있더군요

정말...빈틈이 없을정도 였어요 ㅠㅠ

군데군데 긁다가 피가나 상처도 있대요 ......

 

암말도 못하고 ..그저 연고만...발라주면서 ...'에이~씨..에이~씨..."그랬었습니다 ...

 

그리고 그랬던 울 신랑이

아무 경력도 없고

아무 전문 기술도 없는 신랑이 ...

"취직자리 알아보고 오께 ..."하고 나가더니

담날 면접보고

담날 부터 출근하기 시작한지 ...벌써 두달째가 되어갑니다

석달동안은...임시직일꺼라고 기대하지 말라던 신랑이

이주 채 못되서 의료보험증 나왔다고 좋아하더니 ....

열심히 열심히 ...다니고 있네요 ...

 

게으르기 짝이 없는 신랑...

잠도 많고 늦게 까지 봤던 영화라도 또보고 또보고 ...

 

제발 침대에서 제대로 자라고 하면

소파에서 그냥 잠들어 아침에 목이 그대로 굳어 ...마네킹같이 되서

목 결렸다고 한의원 가서 침맞고 쌩돈 날라가게 하던 신랑....

제발...마누라 말좀 들으라고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해도 ...

제때 약 안먹고 안바르고 또 탈나면...아프다고 우는 소리 하던 신랑...

걸레질만은 하기 싫다고 ...나랑 싸우고 집까지 뛰쳐 나갔다가 들어올땐...

창문으로 들어왔던...울 신랑...

 

오늘은 그런 신랑이

일하는곳이 너무 춥다며....

"자기야 ..나 ..와이셔츠 위에 ..막..이렇게 (목있는곳을 V자로 그어대며 ^^;; )

되있는 쉐타 같은거 입어도 안 이상하지? " 하네요 ...

거추장스러운거 싫어해서 겹쳐 입지 않는 신랑이 정말 추웠나봐요 ...

 

그리고 ..옷장을 보니

한가득..내옷만...있네요 ㅠㅠ

결혼전부터 ..많았다 해도 ...그래도 신랑옷이 너무 없는거 같아서

갑자기 많이 많이 미안해 집니다

 

늘 큰애기라고 늘 ..나보다 정신연령이 너무 어린거 아니냐고 ....했었는데

그런 신랑이 ...정말 가장이 된거 같습니다

생전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으면서도 늘 나에겐..후한 신랑...

그리고 ....

험한일 궂은일 가리지 않고 ...가족을 (나랑 자기.ㅋㅋㅋ) 위해

용기있게 나서준 신랑...

당연한일인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왠지 이 사실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

 

들어가는 길에

목이 일케 (V자 ㅋㅋ) 되어있는 옷...사다 줄래요 ...

돈은 없지만...비싸지 않고 이쁜거 ...사다 입혀줄래요 ...

 

그리고 ....신입사원이 ...다시 백수가 된다해도

늘....사랑하며 용기주는...그런 마누라가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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