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왕(漢王) 양량(楊諒)은 군사들에게 쉴 틈도 주지 않고 행군을 계속하도록 했다. 더위에 지치고 땀에 절은 군사들의 모습이 완연해 보였다. 양량도 지친 모습으로 땀을 닦으며 불평한다.
"이번 길은 도무지 너무 멀구먼. 겨울에는 단숨에 가지 않았는가? 이 폭염이 아주 우리를 삶아 죽일 작정이구먼."
그때 저만큼 앞쪽에서 척후병들이 달려와서 군례를 올리며 두루마리를 전했다. 왕세적이 받아 보고는 양량에게 말했다.
"전하, 요택에 나가있던 세작(細作)들의 보고입니다. 고구려군이 요택 안에 있던 몇몇 샘물을 모조리 찾아내어 독을 풀고 흙과 돌로 메워 버렸다 하옵니다."
고경(高經)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뭐? 독을 풀고 샘물을 메워?"
"예, 군사..."
고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양량에게 건의했다.
"전하, 요택은 계속된 뻘 길이고 대부분 먹을 수 없는 죽은 물입니다. 그나마 몇군데 있던 샘까지 찾아서 막았다는 것은 특별히 노리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양량은 고경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미련한 놈들이 아니오? 그까짓 물이 뭐가 그리 중요하오? 지난 겨울에는 사흘만에 건너간 곳이올시다. 서두르면 됩니다."
"지금은 한여름입니다. 계속되는 뻘 길에 발이 빠져 군사들의 걸음이 결코 빠를 수 없습니다. 마실 물마저 어려워진다면 낭패일 것입니다."
"뒤에 있는 우리 병참선은 놀고 있단 말이오? 물이야 실어오면 되지."
"길이 험하다고 하였습니다. 병참선 또한 그만큼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유념하소서. 재고하실 필요가 있사옵니다."
"재고가 아니라 삼고를 한다 해도 기필코 건너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이 요택이오. 그리 몸만 사려서야 어찌 저곳을 넘어 가겠소이까? 왕 총관! 요택이 가까워지고 있어. 정신들 바짝 차리라고 해. 그리고 병참부대에 연락해서 식수가 충분히 공급되도록 전하라."
"알겠습니다. 전하!"
"겨울에는 사흘을 넘은 곳이야. 지금은 여름이라 해도 닷새면 건너야 해. 장작감(將作監)은 휘하 부대를 이끌고 앞서 가서 대군이 지날 길을 살펴서 닦도록 하라. 요택에서는 우문 장군이 선봉을 서시오. 아무래도 조만간 비가 올 것 같은데, 큰 비를 만나기 전에 요택을 넘어야 하오."
"예, 전하!"
왕세적(王世績)과 우문술(宇文述)이 양량의 명령을 받고 대오를 정비하며 군사들을 독려했다. 그때 천둥이 크게 울고 지나가면서 하늘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전하, 이대로는 무리가 따르옵니다. 군사들이 강행군을 하느라 지쳐 있사옵니다. 이삼일 후에 출발해도 늦지 않으니 군사들을 편히 쉬게 하시오소서. 늪지대로 들어서면 쉬고 싶어도 쉴 곳이 없사옵니다."
고경이 크게 걱정하며 조언했지만 양량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늘을 보시오. 그동안 더위를 퍼붓다가 이제 흐려지고 있어요. 여기서 주저앉으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소. 한달, 두달, 아니 석달을 발이 묶일 수도 있단 말이오!"
양량과 그의 군사들이 이렇게 고생을 하며 요택으로 행군하는 동안, 임유관의 병참기지에서는 진왕(晉王) 양광(楊廣)이 군무(軍務)를 보지 않고 커다란 항아리 속에서 찬물을 끼얹으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어허, 정말 시원하다. 부어라. 마구 부어라. 이제야 좀 살 것 같구나."
기녀들이 양광의 머리 위로 물을 부었다. 양소(楊蘇)는 그 옆에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정말 지독한 날씨입니다, 전하."
"그러게 말이오. 고구려인들이 참 희한한 족속들인 것만은 분명한 듯 하외다. 아니 어디서 그런 뱃심들이 나와서 우리 수나라를 대적한단 말이오? 아우가 이번에 땀 깨나 흘리겠구먼. 어린 것이 공명심만 불타가지고는... 이보시오, 우복야(右僕射). 우복야는 지난번에 나에게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오르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소이다."
"예, 그랬었지요."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진부인(陳夫人) 일이올시다."
양소가 잠시 당황하며 말을 이었다.
"진부인이라면... 폐하의 후궁이 아니옵니까?"
"천만에, 내가 진(陳)을 정벌하면서 손에 넣은 전리품이올시다. 그걸 아바마마께서 빼앗아가셨소."
"허허허... 이미 늦으셨사옵니다."
"나는 말이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꼭 하고 마는 사람이오."
"그 다음엔 무엇을 하고 싶으시옵니까?"
"이 중원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천자(天子)가 된 자는 진(秦)의 시황제(始皇帝)요. 나는 그 시황제가 이루지 못한 일을 할 것이오. 시황제가 쌓은 만리장성보다 더 길고 웅장한 장성을 쌓아 중원의 방책으로 삼을 것이고, 동서남북 대륙에 운하를 팔 것이오. 나는 그 운하에서 이제껏 어느 황제도 타 본적이 없는 거대하고 호화로운 용선을 탈 것이오. 그리고 나의 영토를 돌아볼 것이오. 또한 명실공히 수(隨) 제국을 지금보다도 더 크고 완벽한 천하 열국 중 최강대국으로 만들 것이오."
"......"
"그리고 저 고구려만큼은 반드시 내 손으로 정복할 것이오. 아우 정도로는 절대로 고구려를 이길 수 없소이다. 나는 이미 고구려를 읽었소이다. 1만의 병력으로 10만을 부순 자들이올시다. 지금 10만이 요하에 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100만이 가야 합니다. 내 아우는 안 됩니다. 그 일은 내가 할 것이오. 아시겠소이까, 우복야? 내가 훗날 고구려를 멸망시킨다, 이 말이오."
양광이 자신의 포부를 밝히자 양소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기대가 되옵니다. 전하라면 꼭 그리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반드시 기억해두겠사옵니다. 허허허..."
그때 부관 한명이 양광의 막사에 들어왔다.
"우복야 어른, 전선에서 전령이 왔사옵니다. 대군이 마실 식수를 미리 준비해달라고 하옵니다."
"뭐라고? 물을...?"
"예, 고구려군이 요택 일대에 있는 모든 샘물에 독을 뿌리고 샘이란 샘은 철저히 막았다 하옵니다."
"마실 물을 모조리 막았단 말이냐? 이거 예삿일이 아니로구나."
양소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자 양광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허허허... 우복야, 물이야 천지에 있는 것이고 어디서든 구해다가 마시면 되는 일인데 뭐가 그리 걱정이오?"
"아니옵니다. 그곳이 바로 요택입니다. 2백리나 되는 진창길이옵니다. 곧 비가 온다고 해도 아군이 만나는 곳은 쓸모없는 황톳물뿐이옵니다. 게다가 그 늪지대에서는 대군의 취사 또한 어려울 것이옵니다. 일이 급하게 돌아가는 것 같사옵니다."
양소는 급히 부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는 지금 당장 한왕 전하께 가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진군을 못하게 막아야 한다. 이건 진왕 전하의 명령이라 전하라. 급하다. 어서 가라."
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6.장산군도해전(長山群島海戰) (5)
"이번 길은 도무지 너무 멀구먼. 겨울에는 단숨에 가지 않았는가? 이 폭염이 아주 우리를 삶아 죽일 작정이구먼."
그때 저만큼 앞쪽에서 척후병들이 달려와서 군례를 올리며 두루마리를 전했다. 왕세적이 받아 보고는 양량에게 말했다.
"전하, 요택에 나가있던 세작(細作)들의 보고입니다. 고구려군이 요택 안에 있던 몇몇 샘물을 모조리 찾아내어 독을 풀고 흙과 돌로 메워 버렸다 하옵니다."
고경(高經)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뭐? 독을 풀고 샘물을 메워?"
"예, 군사..."
고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양량에게 건의했다.
"전하, 요택은 계속된 뻘 길이고 대부분 먹을 수 없는 죽은 물입니다. 그나마 몇군데 있던 샘까지 찾아서 막았다는 것은 특별히 노리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양량은 고경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미련한 놈들이 아니오? 그까짓 물이 뭐가 그리 중요하오? 지난 겨울에는 사흘만에 건너간 곳이올시다. 서두르면 됩니다."
"지금은 한여름입니다. 계속되는 뻘 길에 발이 빠져 군사들의 걸음이 결코 빠를 수 없습니다. 마실 물마저 어려워진다면 낭패일 것입니다."
"뒤에 있는 우리 병참선은 놀고 있단 말이오? 물이야 실어오면 되지."
"길이 험하다고 하였습니다. 병참선 또한 그만큼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유념하소서. 재고하실 필요가 있사옵니다."
"재고가 아니라 삼고를 한다 해도 기필코 건너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이 요택이오. 그리 몸만 사려서야 어찌 저곳을 넘어 가겠소이까? 왕 총관! 요택이 가까워지고 있어. 정신들 바짝 차리라고 해. 그리고 병참부대에 연락해서 식수가 충분히 공급되도록 전하라."
"알겠습니다. 전하!"
"겨울에는 사흘을 넘은 곳이야. 지금은 여름이라 해도 닷새면 건너야 해. 장작감(將作監)은 휘하 부대를 이끌고 앞서 가서 대군이 지날 길을 살펴서 닦도록 하라. 요택에서는 우문 장군이 선봉을 서시오. 아무래도 조만간 비가 올 것 같은데, 큰 비를 만나기 전에 요택을 넘어야 하오."
"예, 전하!"
왕세적(王世績)과 우문술(宇文述)이 양량의 명령을 받고 대오를 정비하며 군사들을 독려했다. 그때 천둥이 크게 울고 지나가면서 하늘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전하, 이대로는 무리가 따르옵니다. 군사들이 강행군을 하느라 지쳐 있사옵니다. 이삼일 후에 출발해도 늦지 않으니 군사들을 편히 쉬게 하시오소서. 늪지대로 들어서면 쉬고 싶어도 쉴 곳이 없사옵니다."
고경이 크게 걱정하며 조언했지만 양량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늘을 보시오. 그동안 더위를 퍼붓다가 이제 흐려지고 있어요. 여기서 주저앉으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소. 한달, 두달, 아니 석달을 발이 묶일 수도 있단 말이오!"
양량과 그의 군사들이 이렇게 고생을 하며 요택으로 행군하는 동안, 임유관의 병참기지에서는 진왕(晉王) 양광(楊廣)이 군무(軍務)를 보지 않고 커다란 항아리 속에서 찬물을 끼얹으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어허, 정말 시원하다. 부어라. 마구 부어라. 이제야 좀 살 것 같구나."
기녀들이 양광의 머리 위로 물을 부었다. 양소(楊蘇)는 그 옆에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정말 지독한 날씨입니다, 전하."
"그러게 말이오. 고구려인들이 참 희한한 족속들인 것만은 분명한 듯 하외다. 아니 어디서 그런 뱃심들이 나와서 우리 수나라를 대적한단 말이오? 아우가 이번에 땀 깨나 흘리겠구먼. 어린 것이 공명심만 불타가지고는... 이보시오, 우복야(右僕射). 우복야는 지난번에 나에게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오르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소이다."
"예, 그랬었지요."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진부인(陳夫人) 일이올시다."
양소가 잠시 당황하며 말을 이었다.
"진부인이라면... 폐하의 후궁이 아니옵니까?"
"천만에, 내가 진(陳)을 정벌하면서 손에 넣은 전리품이올시다. 그걸 아바마마께서 빼앗아가셨소."
"허허허... 이미 늦으셨사옵니다."
"나는 말이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꼭 하고 마는 사람이오."
"그 다음엔 무엇을 하고 싶으시옵니까?"
"이 중원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천자(天子)가 된 자는 진(秦)의 시황제(始皇帝)요. 나는 그 시황제가 이루지 못한 일을 할 것이오. 시황제가 쌓은 만리장성보다 더 길고 웅장한 장성을 쌓아 중원의 방책으로 삼을 것이고, 동서남북 대륙에 운하를 팔 것이오. 나는 그 운하에서 이제껏 어느 황제도 타 본적이 없는 거대하고 호화로운 용선을 탈 것이오. 그리고 나의 영토를 돌아볼 것이오. 또한 명실공히 수(隨) 제국을 지금보다도 더 크고 완벽한 천하 열국 중 최강대국으로 만들 것이오."
"......"
"그리고 저 고구려만큼은 반드시 내 손으로 정복할 것이오. 아우 정도로는 절대로 고구려를 이길 수 없소이다. 나는 이미 고구려를 읽었소이다. 1만의 병력으로 10만을 부순 자들이올시다. 지금 10만이 요하에 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100만이 가야 합니다. 내 아우는 안 됩니다. 그 일은 내가 할 것이오. 아시겠소이까, 우복야? 내가 훗날 고구려를 멸망시킨다, 이 말이오."
양광이 자신의 포부를 밝히자 양소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기대가 되옵니다. 전하라면 꼭 그리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반드시 기억해두겠사옵니다. 허허허..."
그때 부관 한명이 양광의 막사에 들어왔다.
"우복야 어른, 전선에서 전령이 왔사옵니다. 대군이 마실 식수를 미리 준비해달라고 하옵니다."
"뭐라고? 물을...?"
"예, 고구려군이 요택 일대에 있는 모든 샘물에 독을 뿌리고 샘이란 샘은 철저히 막았다 하옵니다."
"마실 물을 모조리 막았단 말이냐? 이거 예삿일이 아니로구나."
양소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자 양광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허허허... 우복야, 물이야 천지에 있는 것이고 어디서든 구해다가 마시면 되는 일인데 뭐가 그리 걱정이오?"
"아니옵니다. 그곳이 바로 요택입니다. 2백리나 되는 진창길이옵니다. 곧 비가 온다고 해도 아군이 만나는 곳은 쓸모없는 황톳물뿐이옵니다. 게다가 그 늪지대에서는 대군의 취사 또한 어려울 것이옵니다. 일이 급하게 돌아가는 것 같사옵니다."
양소는 급히 부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는 지금 당장 한왕 전하께 가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진군을 못하게 막아야 한다. 이건 진왕 전하의 명령이라 전하라. 급하다. 어서 가라."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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