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들, '남녀공학' 피해 전학 늘어

아아200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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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들, '남녀공학' 피해 전학 늘어 기사입력 2008-06-27 02:43 |최종수정2008-06-27 08:02
남학생들, '남녀공학' 피해 전학 늘어 서울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의 교실 모습. 여학생들에게 성적에서 밀리는 남학 생들이 남녀공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여학생들한테 내신 밀려… 일단 "피하고 보자"

대구 덕원고는 "男高로 다시 바꾸겠다" 신청도

대구의 8학군'으로 불리던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모(여·44)씨는 하나뿐인 아들을 올해 남학교인 K중학교에 보내느라 "한바탕 난리를 쳤다"고 한다.

김씨는 작년 이맘때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위해 '두 집 살림'을 했다. 멀쩡한 집을 놔두고 K중학교 교문 바로 옆에 있는 5평짜리 원룸을 얻었던 것. 김씨는 "집 주변이 수성구 내에서도 '황금학군'에 속하지만 인근 중학교 2곳이 모두 남녀공학이라, 학교가 조금 안 좋아도 남중인 K중에 보냈다"고 말했다.

김씨가 아들을 남녀공학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는 학교 성적 때문이었다. 남녀공학 학교에 가면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이 많아 내신성적이 나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남녀공학시대가 출범한 지 10년. 하지만 남학생들은 '공학'이 두렵다. 남녀공학은 1990년대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 출범 이후 공론화됐다. 학생들의 인성(人性)교육에 유익하다는 이유였다. 1998년 무렵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남녀공학 전환이 적극 추진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던 학교가 다시 남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나선 곳도 있다. 지난 2003년 남고에서 공학으로 전환했던 대구 덕원고는 지난 10일 대구시교육청에 '남고 전환'을 신청했다. 성별 내신성적과 수능성적의 불일치로 우수대학 진학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남학생들 "남녀공학이 싫어요"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7년 4월 기준으로 전국 2731개 중학교 가운데 남녀공학은 81.7%(2231개), 전국 고등학교(2159개) 가운데 남녀공학은 61.1%(1320개)다. 서울지역의 경우도 남녀공학 중학교는 273개교로 지난 2000년(203개교)에 비해 70개교나 늘었다.

전국적으로 남녀공학이 늘어나면서 남학생과 여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특목고 입시와 대입(大入)에서 내신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여학생들이 성적에서 남학생보다 높은 성취도를 보인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초 발표한 '학업성취도 2006년 결과'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의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과목 평균성적은 모두 남학생보다 높았다. 이런 현상은 상위권 학생 비율에서 더욱 두드러져, 초등학교 6학년과 중3, 고1 학생의 경우 여학생의 국어과목 우수학생 비율이 남학생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여학생들은 내신성적에서 평균 30∼40%를 차지하는 수행평가에서 강세를 보인다. 남학생들은 지금의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볼멘소리다. 음악, 미술 등 여학생들이 강한 과목은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체육 평가는 남녀의 기준에 차이를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구 C중학교의 경우 지난해 2학기 3학년 472명의 학생들에 대한 성적을 분석한 결과 상위 50등 중 여학생이 26명, 남학생은 24명이었다. 하지만 이 학교 3학년은 남자학급은 9개, 여자학급은 3개 학급으로 남학생 수가 여학생보다 3배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학생 학부모들은 어떻게든 공학을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한 학부모(47)는 현재 고1인 아들을 집 근처 10분 거리인 영훈고(공학)에 보내지 않고 버스 타고 50분 넘게 걸리는 성북구의 경동고(남고)에 보냈다. 이 학부모는 "중학교 때 내신 성적에서 여학생들한테 밀리는 걸 보고 고등학교는 무조건 남고로 보내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남녀 분리 수업"

남녀 학생의 학력 차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중등학교 남녀 학생들을 분리 수업할 것을 학교에 제안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학습 성과가 뒤떨어진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조치다. 실제로 2005년 영국 대입자격시험(GCSE)에서 여학생의 영어과목 평균성적이 남학생보다 15점이나 높았다.

미국에서도 남녀 학생들을 분리해 각각 교육하는 '따로 수업'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남녀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남녀를 구분하는 '따로 수업'이 남녀 합반보다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연구에 따른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 15일자에서 "연방정부가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남녀 분리수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