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6.장산군도해전(長山群島海戰) (8)

조의선인200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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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장산군도(長山群島) 앞바다에는 수백척의 군선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대성왕(大成王) 고건무(高建武)가 총지휘하는 고구려 수군이 수나라의 수로군을 상대하기 위해 항진하는 모습이었다.

고건무는 자신의 주장선(主將船)에서 갑판에 올라 제장들과 함께 지나쳐 가는 먼 해안을 바라보았다. 아주 옅은 안개가 희미하게 지나쳐 가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대성왕 전하, 지금 저희 전함은 막 장산군도를 지나고 있습니다."

고건무를 보좌하는 소형(小兄) 고웅백(高雄栢)의 말이었다.

"....."

"일찍부터 이르신대로 전 해안과 군도 일대 백여개에 이르는 섬마다 적군의 상륙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놓았습니다."

"비사성(卑沙城) 쪽은 어떠한가?"

"대양왕(大陽王) 전하께서 비사성의 수비군을 지휘하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이번 싸움은 비사성 앞바다가 그 절정이 되지 않겠습니까?"

"고연(高然)이 비사성을 지킨다고? 아우는 문사(文士)로서의 재능은 뛰어나지만 군사를 부리는 일이나 병법에는 능숙하지 못해. 대체 폐하께서는 왜 아우를 비사성으로 보내신 것일까?"

"아마, 대양왕 전하께도 이번 전쟁에 기여한 공로를 세울 기회를 주기 위한 폐하의 배려가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적군이 비사성에 이르게 되면 아군은 앞뒤로 협공을 받게 되네. 절대 저들이 비사성에 가까이 가게 해서는 안 되네."

"아군의 장수와 병사들도 그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사옵니다."

고건무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한동안 비가 오는 듯 하더니만 며칠째 다시 폭염이 쏟아지고 있네. 우리에게 나쁜 조짐은 아닐세. 이 안개 말이야."

"그런 것 같사옵니다."

"무엇보다도 자네가 선봉을 서겠다고 하니 마음이 든든하네. 첫 전투는 매우 위험하고 치열할 것이야."

고웅백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혼신을 다해 전하를 뫼시라 하셨고, 또 기왕에 전선에 나왔으니 누군가는 아군에 희망을 주어야 하옵니다. 소장은 이미 거듭되는 날씨를 보며 승기(勝氣)를 보았사옵니다."

"모두들 걱정이 앞서고 있는 판에 고맙구만. 들어가세."

고건무와 고웅백이 군선 안으로 들어가자 해안지도가 걸려 있는 가운데 제장들이 회의에 임해 있었다.

고건무가 해안지도를 바라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제장들은 들으시오. 바야흐로 우리가 대동강의 기지를 떠난 지 열흘만에 곧 저들과 조우하게 되었소이다. 저들은 지금 막 묘도열도를 벗어나 비사성 앞바다로 향하고 있소이다. 만 하루가 지나고 오전 참이 되면 서로가 첫 출동을 하게 될 것이오. 군사(軍師)가 계속 설명하시오."

고웅백이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예, 전하. 군사의 소임 겸 제1선을 맡은 고웅백이올시다. 확연하게 드러났던 적군의 전력은 그동안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염려스러운 것이올시다. 적함의 총수는 아군의 갑절이 아니라 무려 4배에 이르는 4천여척이올시다."

제장들이 놀라는 가운데 고웅백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저들의 선봉인 전투함은 그 수가 3천척이오. 그 뒤로 상륙함대와 병참함대, 호위함들이 따르고 있소이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전함이 8백여척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가 호위함과 병참선을 합해 1천 3백여척이올시다. 수적인 열세는 분명하지만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우리는 저들과 첫 전투를 벌이게 될 것이오. 정면승부올시다."

문걸(文傑)이 묻는다.

"군사의 입으로 분명히 열세라 하였소이다. 정면승부가 가능하겠소이까?"

"우리는 이번 전투를 준비하면서 많은 전략을 연구하였소. 수나라의 함선들은 우리보다 덩치가 큽니다. 따라서 속력이 느리고 움직임이 둔합니다. 우리 군선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대신에 민첩하고 날렵합니다. 소장이 첫 전투에서 돌격선을 지휘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고승(高勝)이 물었다.

"그것만으로 가능하겠소이까? 수나라의 수로군은 이미 우리를 파악했을 것이오."

"그렇겠지요. 그러나 우리의 돌격선은 모두 충각선으로 이루어져 있소이다. 앞부분에 쇠뿔을 달아 적선을 들이받아 뚫는 것이올시다. 저들은 아직 우리 전술을 모르고 있소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리한 것이 하나 더 있소이다. 올해 들어서 장마가 늦었고 이상기후가 계속되고 있어요. 더불어 근래 들어 새벽부터 오전 참까지 계속해 바다 안개가 끼고 있습니다. 첫 전투는 바로 안개의 힘을 빌릴 것입니다."

문걸은 고웅백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 안개라... 그거 일리 있는 말씀 같습니다만....."

그때 고건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군사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이렇소이다. 우리가 수는 적지만 안개 때문에 저들에게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그걸 십분 활용하자는 것이에요. 즉, 저들이 공세를 갖추기 전에 결정적 타격을 주고 기선을 제압하여 빠지는 것이올시다. 알겠소이까?"

"예, 전하!"

"공격함대를 둘로 나누어 제1진은 고웅백 공과 고승 장군이 맡을 것이고, 제2진은 나와 문걸 장군이 맡을 것이오. 제1진은 선제공격에 나서 적과 맞붙을 것이고 제2진은 선단을 우회하여 적의 허리를 치고 들어가 수송선과 상륙선에 공격을 퍼부을 것이오. 모두 숙지하셨소이까?"

"예, 전하!"

"그럼 제장들은 각 함선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소임을 거듭 확인하시오."

제장들이 각자 위치로 돌아가려고 분주히 움직이는 중에 고건무의 눈빛은 군선 안에서 깊게 타고 있었다. 이제 수나라 해군의 비사성 상륙을 저지할 고구려 수군의 목숨을 건 항전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뭐라...? 무엇이 어떻게 됐어?"

수나라의 수도인 장안성(長安城)의 연희궁(延熙宮) 조양전(朝陽殿)에서는 수황(隨皇) 문제(文帝) 양견(楊堅)의 진노한 음성이 가득했다.

황문시랑(黃門侍郞) 배구(裵構)가 전황을 보고하는 상소문을 올리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폐하, 황송하옵게도...  요택 전선에서 괴질이 돌아 10만이 넘는 병사들이 죽었다고 하옵니다."

독고황후(獨孤皇后)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무서운 전염병으로 많은 군사들이 싸워 보기도 전에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죽어갔다면 우리 막내인 한왕(漢王)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말이 아니옵니까?"

문제는 짜증기가 묻은 목소리로 역정을 냈다.

"한왕은 일이 그 지경이 되었으면 당장 회군을 할 일이지 여태 요택에 쳐박혀서 뭘 하고 있는 게야?"

"그것이...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한왕 전하께서 계속 진군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하옵니다. 지금 군사(軍師) 고경(高經)과 우문술(宇文述) 장군이 한왕 전하를 모시고 회군하는 중이온데, 고구려 군사들이 철수하는 우리 군대의 뒤를 밟아 후군 1만여명을 도륙했다고 하옵니다."

배구의 보고를 들은 문제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신음을 흘렸다.

"아이구, 머리야... 안 되는 놈은 어쩔 수가 없어. 도대체 이놈이 가져다가 죽이는 군사가 얼마야? 양량 그놈이 다시 가겠다고 했을때, 말렸어야 했는데... 한번도 아니도 두번씩이나... 황후, 도대체 이런 망신이 어딨소?"

독고황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문제에게 대들었다.

"폐하,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폐하께서는 망신살만 생각하시고 두 아들의 안위는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내 어찌 아들들 걱정을 아니 하겠소이까? 그러나 죽은 군사들을 생각해보시오. 내가 아무리 황제라 해도 거듭 인심을 잃게 되면 그게 다 훗날 우환거리가 되는 게요. 아무튼 큰일이구만."

황제의 넋두리에 황후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까짓 무지렁이들 10만이고 1백만이고 죽는 거야 무엇이 그리 대수이겠습니까? 내 아들만 살아 있으면 되는 것이지요. 황문시랑은 책임을 지고 전의감에 명해 좋은 약재와 용한 의원들을 속히 수소문하여 내려보내시오. 만약 내 아들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날엔 의원들은 물론이고 황문시랑까지 엄히 문책할 것이니 그리 아시오."

"예, 황후마마."

배구가 나가자 문제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한탄했다.

"아이구... 우리 군사들이 10만이 넘게 죽었다니... 저 작은 고구려의 국경도 넘지 못하고 그렇게 많은 군사가 죽다니..."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