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하게 잠들어있던 산사(山寺)의 새벽은 풍경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도시의 온갖 소음과는 달리, 맑고 청아한 그 소리는 태초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듣는 사람의 영혼을 씻어주는 것 같았다. 한정아는 간밤에 모처럼 깊은 잠에 빠졌었다. 이혼을 한 여자가 천연덕스럽게 깊은 잠을 잤다는 사실이 우습기도 했지만 그녀가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잔 것은 사실이었다. 기자들을 피해 친정집에도 못들어가고 이곳 절로 들어와 요사채에서 하루를 묵게된 한정아는 모든 것에서 해방됐다는 느낌에 편안한 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7년 7개월의 결혼생활을 통해서 참으로 많은 마음고생을 했던 한정아는 이제 비로소 자유라는 것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자신의 이혼이 대단한 후폭풍을 몰고왔을 것이라는 사실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지만 어제 하루만큼은 안락한 잠을 즐긴 건 사실이었다. 재벌가의 며느리도 아니고 인기탤런트도 아닌 자연인 한정아로 돌아온 상태에서, 그녀는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해방감에 젖어 있었다. 그 시각 서울에서는 기자들이 한정아의 행방을 쫓느라고 법석을 떨고 있었다. 전날 오후 청담동 집을 나간 이후 그녀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대치동의 친정집 앞에서 새벽까지 진을 치던 기자들은 허탕을 쳤고 청담동 집으로 몰려가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하기도 했지만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정아가 양평에 있는 한 절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아는 기자는 없었다. 그 절은 한정아의 어머니가 신도로 다니는 곳이었고 이혼후 당분간 그녀가 요사채에 묵을 것에 대비해 두달 전 주지스님의 양해를 얻어 공사를 해놓았었다. 모녀는 실로 오랜만에 함께 잠을 자면서 눈물겨운 정을 느꼈다. 그동안 친정나들이를 해도 하룻밤도 묵지 못하고 바로 청담동으로 돌아가곤 하던 딸과 함께 비록 산 속의 요사채일망정 함께 잠잘 수 있다는 사실이 최여사에게는 감사했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딸이 처음에는 자랑스러웠던 최여사는 그러나 어느 순간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속박에 매어 자유롭지 못하게 사는 것같은 딸이 최여사의 눈에는 안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친정에 와서도 시집살이에 대해 그냥 "좋아요"라고만 하던 딸이 사실은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 최여사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속모르는 사람들은 재벌가와 사돈을 맺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최여사는 억장이 무너졌다. 어쩌면 이제라도 딸이 그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먹고사는데 지장만 없다면 돈은 굳이 많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최여사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러한 깨달음은 한정아의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한 것이었다. 재벌가의 며느리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자리인가 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던 지난 세월이었다. 화려한 스포트를 받는 유명탤런트에서 하루아침에 재벌가의 며느리로 변신한 이후 그녀의 생활은 360도 달라졌다. 삶의 콘텐츠 자체가 달라진 생활은 그녀에게 너무 벅찬 하중을 느끼게 했다. 재벌가의 며느리만 되면 모든 걸 차지하고 성취하고 이룰 수 있을 것같았던 믿음이 "이게 아니구나"하는 실망감으로 치환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연예계에서는 그녀의 결혼을 두고 신데렐라의 꿈을 이룬 것이라고 치켜세웠었지만 감옥 속에 갇힌 신데렐라는 더 이상 행복하지 못했다. 재벌의 성(城)에 갇힌 신데렐라는 외로웠고 때로는 슬펐다. 그녀가 늘 외롭고 슬펐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외로움과 슬픔은 가끔씩 그녀를 사채업자처럼 엄습하곤 했다. 돈많은 남자와 결혼한 연예인들이 언젠가는 파경을 겪게 되는 징크스로부터 자신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한정아의 가슴 한켠에서 자라고 있었다. 특히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선배탤런트 손현혜가 굴지의 건설회사 상무와 결혼했다가 1년도 못돼 헤어지는 것을 보고 한정아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었다. 더구나 손현혜의 파경이유가 남자의 외도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그 충격이 더욱 깊어졌다. 사실 손현혜가 에덴건설 이재우상무와 결혼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을 때,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재우상무가 소문난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 소문은 손현혜의 부모한테도 전달됐다. 그래서 손현혜의 부모는 결혼을 극구 반대했지만 손현혜의 뜻을 꺽지는 못했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강행했던 손현혜는 그러나 웨딩마치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남편의 외도를 감지하기에 이르렀고 참고 또 참는 8개월을 보낸 끝에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손현혜는 한동안 칩거생활을 하다가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인기의 정점에서 결혼했던 탓에 아직 시청자들은 손현혜를 사랑하고 있었는지 그녀는 예전의 인기를 회복했다. 이혼을 하고 나서 언젠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손현혜는 한정아에게 "그때는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었었나봐"라고 말했다. "그 사람이 소문난 바람둥이라는 소문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굳이 결혼을 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스워. 더구나 부모님이 결사적으로 반대하시는데도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렸었는지---. 꼭 돈을 보고 결혼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더라구. 아무튼 지금은 홀가분해. 너네 신랑은 성실하지?" 그날 손현혜가 그렇게 물었을 때 한정아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선뜻 남편에 대한 호의적인 답변을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것이다. 한정아는 왜 남편이 잘해준다고 얘기하지 못했을까? 가식적으로라도 "잘해준다"고 말할 수 있었을텐데도 그녀는 굳이 그런 가식을 부리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의 남편은 자기에게 진심으로 잘 대해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부부라는 틀에 얽매어 적당한 애정과 의무감으로 대해줄 뿐, 곰살맞은 구석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처음 1년간은 참으로 행복하게 지냈었다. 남편은 원래 좀 무뚝뚝한 스타일이었지만 나름대로 자상함과 부드러움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시부모 역시 한정아가 연예인답지 않게 조신하고 가정교육이 잘돼있다는 점을 평가해 잘 대해주는 편이었다. 연애시절 "연예인 며느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던 시어머니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며느리를 데리고 모임에도 나갈 정도로 한정아를 챙겨주었고, 늘 근엄한 태도로 거리감을 느끼게 하던 시아버지 신정환회장 역시 점차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결혼 초 무엇보다도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재벌가의 신부수업이었다. 시집에서는 연예인 며느리가 튈 것에 대비해 몹시 조이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재벌순위 20위 권에 랭크돼있는 월드그룹의 장손인 신경재전무는 장차 계열사가 15개인 월드그룹의 총수가 될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아내 한정아 역시 막중한 위치에 있었다. 시어머니는 아예 과외교사를 붙여서 그녀로 하여금 재벌가 며느리로서의 예절교육이나 가풍(家風)학습을 받게 했다. 상당한 기간동안 두 명의 시누이와 여러 명의 사촌동서들은 한정아를 무슨 외계인 취급하며 의도적으로 왕따를 시켰다. 아마 남편의 애틋한 보살핌이 없었다면 그녀는 한달도 버티지 못하고 '인형의 집'을 뛰쳐나오고 말았을 것이다. 한정아는 특히 시집에 관련된 얘기는 밖에서 일체 함구할 것을 요구받았다. 심지어 가끔 친정에 들러 가족과 얘기를 나눌 때도 시집과 관련된 코멘트는 전혀 하지 않을 정도였다.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날, 하염없는 기다림 속에서 그녀는 서서히 "내가 지금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과 맞닥뜨리곤 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한정아'는 얼마전 이혼한 탤런트 K를 모델로 했다는데--- 맞나여? 또 소설 속에 나오는 '손현혜'는 혹시 탤런트 황XX?
다음 소설은 다른 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는 소설인데, 주인공 한정아는 얼마전 이혼한 탤런트 K를 모델로 한 것같은데 맞나여? (드림위즈 커뮤니티에 가면 '드림칼럼'---<생활의 발견>이 있는데, 그 속에 소설 "여의도별곡"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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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별곡(제1회)
고즈넉하게 잠들어있던 산사(山寺)의 새벽은 풍경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도시의 온갖 소음과는 달리, 맑고 청아한 그 소리는 태초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듣는 사람의 영혼을 씻어주는 것 같았다.
한정아는 간밤에 모처럼 깊은 잠에 빠졌었다. 이혼을 한 여자가 천연덕스럽게 깊은 잠을 잤다는 사실이 우습기도 했지만 그녀가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잔 것은 사실이었다. 기자들을 피해 친정집에도 못들어가고 이곳 절로 들어와 요사채에서 하루를 묵게된 한정아는 모든 것에서 해방됐다는 느낌에 편안한 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7년 7개월의 결혼생활을 통해서 참으로 많은 마음고생을 했던 한정아는 이제 비로소 자유라는 것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자신의 이혼이 대단한 후폭풍을 몰고왔을 것이라는 사실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지만 어제 하루만큼은 안락한 잠을 즐긴 건 사실이었다. 재벌가의 며느리도 아니고 인기탤런트도 아닌 자연인 한정아로 돌아온 상태에서, 그녀는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해방감에 젖어 있었다.
그 시각 서울에서는 기자들이 한정아의 행방을 쫓느라고 법석을 떨고 있었다. 전날 오후 청담동 집을 나간 이후 그녀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대치동의 친정집 앞에서 새벽까지 진을 치던 기자들은 허탕을 쳤고 청담동 집으로 몰려가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하기도 했지만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정아가 양평에 있는 한 절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아는 기자는 없었다. 그 절은 한정아의 어머니가 신도로 다니는 곳이었고 이혼후 당분간 그녀가 요사채에 묵을 것에 대비해 두달 전 주지스님의 양해를 얻어 공사를 해놓았었다. 모녀는 실로 오랜만에 함께 잠을 자면서 눈물겨운 정을 느꼈다. 그동안 친정나들이를 해도 하룻밤도 묵지 못하고 바로 청담동으로 돌아가곤 하던 딸과 함께 비록 산 속의 요사채일망정 함께 잠잘 수 있다는 사실이 최여사에게는 감사했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딸이 처음에는 자랑스러웠던 최여사는 그러나 어느 순간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속박에 매어 자유롭지 못하게 사는 것같은 딸이 최여사의 눈에는 안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친정에 와서도 시집살이에 대해 그냥 "좋아요"라고만 하던 딸이 사실은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 최여사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속모르는 사람들은 재벌가와 사돈을 맺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최여사는 억장이 무너졌다. 어쩌면 이제라도 딸이 그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먹고사는데 지장만 없다면 돈은 굳이 많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최여사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러한 깨달음은 한정아의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한 것이었다. 재벌가의 며느리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자리인가 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던 지난 세월이었다. 화려한 스포트를 받는 유명탤런트에서 하루아침에 재벌가의 며느리로 변신한 이후 그녀의 생활은 360도 달라졌다. 삶의 콘텐츠 자체가 달라진 생활은 그녀에게 너무 벅찬 하중을 느끼게 했다. 재벌가의 며느리만 되면 모든 걸 차지하고 성취하고 이룰 수 있을 것같았던 믿음이 "이게 아니구나"하는 실망감으로 치환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연예계에서는 그녀의 결혼을 두고 신데렐라의 꿈을 이룬 것이라고 치켜세웠었지만 감옥 속에 갇힌 신데렐라는 더 이상 행복하지 못했다. 재벌의 성(城)에 갇힌 신데렐라는 외로웠고 때로는 슬펐다. 그녀가 늘 외롭고 슬펐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외로움과 슬픔은 가끔씩 그녀를 사채업자처럼 엄습하곤 했다.
돈많은 남자와 결혼한 연예인들이 언젠가는 파경을 겪게 되는 징크스로부터 자신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한정아의 가슴 한켠에서 자라고 있었다. 특히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선배탤런트 손현혜가 굴지의 건설회사 상무와 결혼했다가 1년도 못돼 헤어지는 것을 보고 한정아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었다. 더구나 손현혜의 파경이유가 남자의 외도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그 충격이 더욱 깊어졌다. 사실 손현혜가 에덴건설 이재우상무와 결혼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을 때,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재우상무가 소문난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 소문은 손현혜의 부모한테도 전달됐다. 그래서 손현혜의 부모는 결혼을 극구 반대했지만 손현혜의 뜻을 꺽지는 못했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강행했던 손현혜는 그러나 웨딩마치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남편의 외도를 감지하기에 이르렀고 참고 또 참는 8개월을 보낸 끝에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손현혜는 한동안 칩거생활을 하다가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인기의 정점에서 결혼했던 탓에 아직 시청자들은 손현혜를 사랑하고 있었는지 그녀는 예전의 인기를 회복했다. 이혼을 하고 나서 언젠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손현혜는 한정아에게 "그때는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었었나봐"라고 말했다.
"그 사람이 소문난 바람둥이라는 소문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굳이 결혼을 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스워. 더구나 부모님이 결사적으로 반대하시는데도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렸었는지---. 꼭 돈을 보고 결혼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더라구. 아무튼 지금은 홀가분해. 너네 신랑은 성실하지?"
그날 손현혜가 그렇게 물었을 때 한정아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선뜻 남편에 대한 호의적인 답변을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것이다.
한정아는 왜 남편이 잘해준다고 얘기하지 못했을까? 가식적으로라도 "잘해준다"고 말할 수 있었을텐데도 그녀는 굳이 그런 가식을 부리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의 남편은 자기에게 진심으로 잘 대해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부부라는 틀에 얽매어 적당한 애정과 의무감으로 대해줄 뿐, 곰살맞은 구석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처음 1년간은 참으로 행복하게 지냈었다. 남편은 원래 좀 무뚝뚝한 스타일이었지만 나름대로 자상함과 부드러움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시부모 역시 한정아가 연예인답지 않게 조신하고 가정교육이 잘돼있다는 점을 평가해 잘 대해주는 편이었다. 연애시절 "연예인 며느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던 시어머니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며느리를 데리고 모임에도 나갈 정도로 한정아를 챙겨주었고, 늘 근엄한 태도로 거리감을 느끼게 하던 시아버지 신정환회장 역시 점차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결혼 초 무엇보다도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재벌가의 신부수업이었다. 시집에서는 연예인 며느리가 튈 것에 대비해 몹시 조이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재벌순위 20위 권에 랭크돼있는 월드그룹의 장손인 신경재전무는 장차 계열사가 15개인 월드그룹의 총수가 될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아내 한정아 역시 막중한 위치에 있었다. 시어머니는 아예 과외교사를 붙여서 그녀로 하여금 재벌가 며느리로서의 예절교육이나 가풍(家風)학습을 받게 했다. 상당한 기간동안 두 명의 시누이와 여러 명의 사촌동서들은 한정아를 무슨 외계인 취급하며 의도적으로 왕따를 시켰다. 아마 남편의 애틋한 보살핌이 없었다면 그녀는 한달도 버티지 못하고 '인형의 집'을 뛰쳐나오고 말았을 것이다. 한정아는 특히 시집에 관련된 얘기는 밖에서 일체 함구할 것을 요구받았다. 심지어 가끔 친정에 들러 가족과 얘기를 나눌 때도 시집과 관련된 코멘트는 전혀 하지 않을 정도였다.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날, 하염없는 기다림 속에서 그녀는 서서히 "내가 지금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과 맞닥뜨리곤 했다.
***출처: column.dreamwiz.com/19594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