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훈 혹은 요시히로 아키야마 3부

더팬200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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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추성훈 혹은 요시히로 아키야마

 

2006년 12월 31일 k-1히어로즈에서는 빅 매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프라이드fc의 간판 스타라 할 수 있는 사쿠라바 카즈시와 한창 그 주가를 높이고 있던 추성훈과의 대결이 성사된 것이었다. 사쿠라바 카즈시는 프라이드 시절 연전연승으로 그 상대를 찾을 수가 없었던 그레이시 가문의 강적들을 연파하면서 일본의 격투기 영웅으로 떠오른 일본 격투기계의 아이콘같은 인물이었다.

 

추성훈 혹은 요시히로 아키야마 3부
이 드림매치가 추성훈에게는 얼마후 나이트매어로 바뀌고 말았다.

 

일본 격투기계의 아이콘과 한참 떠오르는 신예와의 그야말로 신구간의 대결로서 드림매치라 불리우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 경기는 추성훈의 호쾌한 파운딩에 의한 TKO승으로 끝나지만 문제는 경기가 끝난 다음부터 시작되었다.

 

경기중에도 계속해서 심판에게 추성훈의 몸이 미끄럽다는 주장을 했던 사쿠라바측이 추성훈이 몸에 금지된 오일이나 크림등을 발랐다며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조사 결과 추성훈은 실제로 경기 전 보습크림을 바른것으로 밝혀졌으며 추성훈 본인도 이를 인정하고 그러나 고의성은 없었다며 사과를 했다.  히어로즈측은 얼마 후 경기무효를 선언하고 추성훈에게는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다소 과하다 싶은 처분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출장정지보다도 더욱 무서운 것은 극도로 악화되기 시작하는 여론이었다.

 

막상 문제가 터지고 나자 그동안의 일본의 유도영웅의 이미지 대신 정당한 승부에서 비겁한 암수를 사용해서 일본인을 이긴  "일본으로 귀화한 한국인"으로 돌변하고 만 것이다.

 

이 부분이 나를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한다.

결국 추성훈이라는 이 사나이는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한국과 일본 두나라의 미묘한 감정의 골 사이에서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다. 조국은 그가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일본은 그래봐야 결국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어느 한곳에서도 그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곳은 없었던 것이다.

 

추성훈 혹은 요시히로 아키야마 3부
그 어디에도 속할 수가 없었던 사나이. 강인한 육체속에 그는 얼마나 많은 슬픔을 담고 있을까?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온갖 여론의 질타에 시달리던 그는 2007년 12월 31일 마침내 미사키와의 시합을 가지게 되지만 이 시합은 시합이라기보다는 악화된 일본내의 추성훈에 대한 이미지를 환기시키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에 가까웠다. 추성훈의 앞으로의 활동에 상당한 기대(특히나 한국공략에 있어서 추성훈이라는 카드가 가지고 있는 흥행파워를 그들이 간과할리가 없다.)를 가지고 있었던 히어로즈측에서는 어떻게든 그에게 면죄부를 내려 줄 필요가 있었고 이는 또한 추성훈 본인에게도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희대의 공개면죄부를 위한 이벤트의 시나리오였다.

평소와는 전혀다른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다가 맥없이 미사키에게 쓰러진 추성훈에게 미사키는 대뜸 "일본인은 강하다"는 일갈로 시작해서 수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공개 "훈계"를 하기 시작한다. 그 모양새는 그야말로 강하고 정정당당한 일본인이 비겁한 암수를 쓴 한국인에게 한 수 가르쳐 줌으로써 그를 교화시킨다는 그런 그림이었다.

 

일본인들에게는 이 이벤트로 인하여 어느정도 추성훈에 대한 비난여론과 부정적 이미지가 완화됐을지는 몰라도 한국인 입장에서는 참으로 보기 불편한 그림이였고 무엇보다도 귀화까지 해서 자국에 메달까지 안겨준 자를 결국은 낮선 이방인으로 취급하는 그네들의 시각이 무엇보다도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하긴 이런 부분은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추성훈 혹은 요시히로 아키야마 3부
전일본인을 대신해 버릇없는 한국인에게 회초리를 드신 "미사키훈장님"역의 미사키 선수

 

이런 온갖 풍상을 겪으며 묵묵히 정진해오던 추성훈에게 고진감래라 했던가! 비록 본업인 격투기쪽에서가 아니라 다소 쌩뚱맞은 방향으로부터 불어온 열풍이기는 하지만 그토록 갈망했던 수많은 조국의 국민들이 그를 알게되고 관심가져주고 아껴주게 되었으니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변두리를 맴돌던 추성훈 선수 본인의 기쁨이야 이룰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 옆에서 그를 쭈욱 지켜보던 나같은 사람까지도 "그래! 이제야 알아주는건가!!" 하는 마음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정도다.

 

일본이나 한국 양쪽에 모두 속해있으면서도 그 어디에서도 따뜻하게 그를 받아주는 곳에 없기에 추성훈 혹은 요시히로 아키야마로 살아와야 했던 이 사나이! 이 사내의 멋진 근육보다는 그 속에 숨겨진 깊은 한과 슬픔을  이해해주시기를 바라며 이 포스팅을 작성했고 지금의 추성훈에 대한 관심들이  반짝하는 일회성 인기몰이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며 스타 추성훈보다는 인간 추성훈에게 지속적으로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바램을 담으며 두서없이 길기만 했던 이 포스팅을 마무리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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