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나라의 황태자궁 연무장에서는 수많은 신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자 양용(楊勇)이 위사들의 열병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제1대는 우향하라! 태자(太子) 전하(殿下)께 집검(集劍)!"
위사장 한영(韓榮)의 외침에 위사들이 일제히 창과 칼을 바로 세우고 구호를 외쳤다.
"충(忠)!"
태자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래. 너희들의 소임은 오로지 충성이다. 나에게 충성하는 것이 황실에 충성하는 것이다. 계속하라!"
"제2대는 우향하라! 태자 전하께 집검!"
"충!"
태자가 제신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과연 위용이 넘치는구나. 공들은 어찌 보시었소? 이 태자궁의 군사들을 말이오?"
병부상서(兵府尙書) 왕민(王玟)이 태자의 말을 받는다.
"참으로 대단하옵니다. 소신은 일찌기 이처럼 충용스러운 군사들을 본 적이 없사옵니다."
태자의 눈길이 황문시랑(黃門侍郞) 배구(裵構)에게 향했다.
"황문시랑은 어찌 보았소?"
"참으로 좋은 구경을 하였사옵니다, 전하."
배구는 황제가 태자의 군사 훈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형식적인 대답만 하였다.
"그것뿐인가? 우문 장군이 보기에는 어떠하오?"
"군기가 엄정한 것이 위엄이 살아있는 것 같사옵니다."
우문술(宇文述)의 대답에 태자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우문 장군이 보기에도 그런가? 그동안 조정 신료들의 절반이 이곳에서 열병식을 구경하였네. 내일은 누구의 차례인가?"
한영이 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 전하. 상서령(尙書令)의 대소 신료들이 준비되어 있사옵니다."
"되도록 많은 신료를 부르도록 하라. 태자궁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아우들도 부르고."
"예, 태자 전하!"
"요즘 황실의 체면이 말이 아니란 말씀이야. 고구려 놈들이 우리 군사들의 시체로 산을 쌓고 거기다 전승탑을 세우는 데도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어. 이럴 때일수록 태자인 내가 위엄을 보여야 황실이 체통을 설 것이야."
"....."
태자 양용을 바라보는 배구와 우문술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 다시 한번 열병을 할 것이다. 진군의 북을 울려라! 위사장은 군사들을 통제하라."
북소리와 함께 군사들의 구호가 계속되었다.
태자궁의 이런 움직임에 박장대소하고 있는 것은 진왕(晉王) 양광(楊廣)이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우복야(右僕射) 양소(楊蘇)와 차를 마시며 태자의 군사 훈련에 대한 황궁의 시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태자궁에서 계속 군사 조련이 있는 모양이오? 각 관부의 신료들이 돌아가며 구경을 한다지요?"
"예, 전하. 아무래도 반(半)강제로 동원이 되는 모양이옵니다. 하온데 아직까지 대전에서 아무 말씀이 없으시니 이상합니다. 태자궁이 소란스러우면 분명 어떤 하교가 있을 터인데..."
"그렇지가 않을 겝니다. 이미 모종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을 겝니다. 아버님께서는 늘 하시는 방법이 있으시지요. 늘 어머님 눈치를 보시고 다음은 원로 대신들을 부르고..."
양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조로 말했다.
"참으로 용하시옵니다. 태자 전하를 어떻게 저리 바꿔놓으셨습니까?"
"형님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합니다. 나로서는 참으로 혼신을 다해서 힘든 연기를 보여준 것뿐이올시다. 아마 형님은 우리가 판 함정을 빠져나가지 못하실 겝니다. 황궁 한쪽에 군사들을 모으는 것은 반역과 관계될 수 있고, 신료들이 태자궁에 모여드는 것은 황제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입니다. 앞으로 볼만 할 겝니다. 불쌍한 우리 형님 말입니다. 허허허..."
양광은 껄껄 웃으며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한편, 수나라 황제가 국정을 살펴보고 신료들과 회의를 하는 조양전에서는 좌복야(左僕射) 고경(高經)이 문제(文帝)를 알현하고 있었다.
"폐하, 소신 좌복야가 폐하의 부르심을 받잡고 왔사옵니다."
"어서 오게. 내 좌복야와 술이나 한잔 하자고 불렀어."
문제가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고경과 마주 앉았다. 고경이 문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용안(龍顔)이 너무 어두워 보이시옵니다."
"허허... 안으로는 마누라에게 채이고 밖으로는 제후국에게 멸시당하고 있으니 내 얼굴이 밝아질 리가 있겠는가? 요즘은 내 의지대로 뭐 하나 할 수가 없어. 게다가 태자는 인물이 모자라고... 자네 요즘 태자에 대한 얘기는 듣고 있는가?"
"예, 폐하..."
"정신이 어떻게 된 것 같아. 갑자기 군사를 모르고 하루 종일 훈련이네, 열병식이네,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어."
"태자 전하 나름대로 황궁 안의 위엄을 세우기 위해 그리하시는 것 아니겠사옵니까?"
"강한 놈이 강한 척을 해야 이치가 맞는 법이지. 약하고 물러 터진 놈이 소란을 떠니까 꼴불견 아닌가? 황궁 안에서 군사를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건 대역죄일세."
"폐하?"
"자고로, 황궁 안에서는 아비 자식을 논할 수 없다고 들었네. 사내들끼리의 권력 다툼만 존재한다고 했어. 태자 저 놈이 지금 자신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야. 나도 힘이 있다. 보아라... 하고 말이야."
"폐하... 설마 그럴리가요?"
"머리가 아프다. 아무래도 위인이 좀 모자라는 것 같지 않은가? 한 나라를 맡기기에는 말일세."
"폐하..."
고경은 황제가 하는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태자를 바꾸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내비친 것이었다. 그러나 정말 태자 양용을 폐위한다면 현재 황제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형제들끼리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고경은 자신의 마음 속에 불안감이 업습하는 것을 느꼈다.
"얼마 전부터는 속알머리 없는 신료 놈들이 태자궁의 군사 훈련에 모습을 보였다는구먼. 좌복야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 이건 내 권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야."
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7.양광의 음모 (5)
"제1대는 우향하라! 태자(太子) 전하(殿下)께 집검(集劍)!"
위사장 한영(韓榮)의 외침에 위사들이 일제히 창과 칼을 바로 세우고 구호를 외쳤다.
"충(忠)!"
태자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래. 너희들의 소임은 오로지 충성이다. 나에게 충성하는 것이 황실에 충성하는 것이다. 계속하라!"
"제2대는 우향하라! 태자 전하께 집검!"
"충!"
태자가 제신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과연 위용이 넘치는구나. 공들은 어찌 보시었소? 이 태자궁의 군사들을 말이오?"
병부상서(兵府尙書) 왕민(王玟)이 태자의 말을 받는다.
"참으로 대단하옵니다. 소신은 일찌기 이처럼 충용스러운 군사들을 본 적이 없사옵니다."
태자의 눈길이 황문시랑(黃門侍郞) 배구(裵構)에게 향했다.
"황문시랑은 어찌 보았소?"
"참으로 좋은 구경을 하였사옵니다, 전하."
배구는 황제가 태자의 군사 훈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형식적인 대답만 하였다.
"그것뿐인가? 우문 장군이 보기에는 어떠하오?"
"군기가 엄정한 것이 위엄이 살아있는 것 같사옵니다."
우문술(宇文述)의 대답에 태자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우문 장군이 보기에도 그런가? 그동안 조정 신료들의 절반이 이곳에서 열병식을 구경하였네. 내일은 누구의 차례인가?"
한영이 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 전하. 상서령(尙書令)의 대소 신료들이 준비되어 있사옵니다."
"되도록 많은 신료를 부르도록 하라. 태자궁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아우들도 부르고."
"예, 태자 전하!"
"요즘 황실의 체면이 말이 아니란 말씀이야. 고구려 놈들이 우리 군사들의 시체로 산을 쌓고 거기다 전승탑을 세우는 데도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어. 이럴 때일수록 태자인 내가 위엄을 보여야 황실이 체통을 설 것이야."
"....."
태자 양용을 바라보는 배구와 우문술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 다시 한번 열병을 할 것이다. 진군의 북을 울려라! 위사장은 군사들을 통제하라."
북소리와 함께 군사들의 구호가 계속되었다.
태자궁의 이런 움직임에 박장대소하고 있는 것은 진왕(晉王) 양광(楊廣)이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우복야(右僕射) 양소(楊蘇)와 차를 마시며 태자의 군사 훈련에 대한 황궁의 시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태자궁에서 계속 군사 조련이 있는 모양이오? 각 관부의 신료들이 돌아가며 구경을 한다지요?"
"예, 전하. 아무래도 반(半)강제로 동원이 되는 모양이옵니다. 하온데 아직까지 대전에서 아무 말씀이 없으시니 이상합니다. 태자궁이 소란스러우면 분명 어떤 하교가 있을 터인데..."
"그렇지가 않을 겝니다. 이미 모종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을 겝니다. 아버님께서는 늘 하시는 방법이 있으시지요. 늘 어머님 눈치를 보시고 다음은 원로 대신들을 부르고..."
양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조로 말했다.
"참으로 용하시옵니다. 태자 전하를 어떻게 저리 바꿔놓으셨습니까?"
"형님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합니다. 나로서는 참으로 혼신을 다해서 힘든 연기를 보여준 것뿐이올시다. 아마 형님은 우리가 판 함정을 빠져나가지 못하실 겝니다. 황궁 한쪽에 군사들을 모으는 것은 반역과 관계될 수 있고, 신료들이 태자궁에 모여드는 것은 황제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입니다. 앞으로 볼만 할 겝니다. 불쌍한 우리 형님 말입니다. 허허허..."
양광은 껄껄 웃으며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한편, 수나라 황제가 국정을 살펴보고 신료들과 회의를 하는 조양전에서는 좌복야(左僕射) 고경(高經)이 문제(文帝)를 알현하고 있었다.
"폐하, 소신 좌복야가 폐하의 부르심을 받잡고 왔사옵니다."
"어서 오게. 내 좌복야와 술이나 한잔 하자고 불렀어."
문제가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고경과 마주 앉았다. 고경이 문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용안(龍顔)이 너무 어두워 보이시옵니다."
"허허... 안으로는 마누라에게 채이고 밖으로는 제후국에게 멸시당하고 있으니 내 얼굴이 밝아질 리가 있겠는가? 요즘은 내 의지대로 뭐 하나 할 수가 없어. 게다가 태자는 인물이 모자라고... 자네 요즘 태자에 대한 얘기는 듣고 있는가?"
"예, 폐하..."
"정신이 어떻게 된 것 같아. 갑자기 군사를 모르고 하루 종일 훈련이네, 열병식이네,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어."
"태자 전하 나름대로 황궁 안의 위엄을 세우기 위해 그리하시는 것 아니겠사옵니까?"
"강한 놈이 강한 척을 해야 이치가 맞는 법이지. 약하고 물러 터진 놈이 소란을 떠니까 꼴불견 아닌가? 황궁 안에서 군사를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건 대역죄일세."
"폐하?"
"자고로, 황궁 안에서는 아비 자식을 논할 수 없다고 들었네. 사내들끼리의 권력 다툼만 존재한다고 했어. 태자 저 놈이 지금 자신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야. 나도 힘이 있다. 보아라... 하고 말이야."
"폐하... 설마 그럴리가요?"
"머리가 아프다. 아무래도 위인이 좀 모자라는 것 같지 않은가? 한 나라를 맡기기에는 말일세."
"폐하..."
고경은 황제가 하는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태자를 바꾸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내비친 것이었다. 그러나 정말 태자 양용을 폐위한다면 현재 황제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형제들끼리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고경은 자신의 마음 속에 불안감이 업습하는 것을 느꼈다.
"얼마 전부터는 속알머리 없는 신료 놈들이 태자궁의 군사 훈련에 모습을 보였다는구먼. 좌복야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 이건 내 권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야."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