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에 버린나무,

녹두장군200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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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록도에서 거주하고 있는 K 신부앞에 일흔이 넘어 보이는

노인이 다가와 섰습니다.

"저를 이섬에서 살게해 주실수 없습니까?"

느닷없는 노인의 요청에 K신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니" 노인장 께서는 정상인 으로 보이는데

나환자 들과 같이 살다니요?

"제발"

그저 해본 소리는 아닌듯.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노인을 바라보며 K신부는 무언가 모를 감정에

사로 잡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모두 열명의 자녀가 있었지요.

자리를 권하여 앉자 노인은 한숨을 쉬더니 입을 떼기시작 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아이가 문등병에 걸렸습니다".

"언제 이야기 입니까?"

"지금으로 부터40년전,그아이가 열한살때 였지요."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가 할수있는 행동은 그아이를 다른

가족이나 동내로 부터 격리 시키는 것이 었습니다."

"여기로 왔겠군요".

"그렇 습니다".

 

소록도에 나환자 촌이 있다는 말만듣고 우리 부자가 길을 떠난건

어느 늧 여름 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교통이 매우 불편해서 서울을 떠나 소록도 까지오는

여정은 멀고도 힘든길 이었지요.

하루,이틀,사흘....

더운 여름날 먼지나는 신작로를 걷고 타고가는 도중에

우린 함께 지쳐버리고 만겁니다.

그러다 어느 산속 그늘밑에서 쉬는 중이었는데

나는 문득 잠에골아 떨어진 그아이를 죽이고 싶었습니다.

바위를 들었지요.

맘에 내키진 않았지만 잠든 아이를 향해 힘껏던져 버렸습니다.

그런데,그만 바윗돌이 빗나가고 만거예요.

이를 악물고 다시돌을 들었지만

차마 또다시 그런짓을 할수는 없었어요.

 

아이를 깨워 가던길을 재촉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소록도에 다왔을때 일어 났습니다.

배를타고 몰려든 사람들 중에 눈섭이 빠지거나

손가락이며 코가 달아난 문등병 환자를 정면으로 보게된 것입니다

그들을 만나자.

아직은 멀쩡한 내아들을 소록도에 선뜻 맡길수가 없었습니다.

멈칫 거리다가 배를 놓치고 만 나는

마주 서있는 아들에게 내 심경을 이야기 했지요.

 

고맙게도 아이가 이해를 하더군요.

"저런 모습으로 살아서 무엇 하겠니?"

몹쓸 운명이려니,생각하고 차라리 너하고 나하고 함께

죽는길을 택하자".

우리는 나루터를 돌아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갔습니다.

신발을 벗어두고 물속으로 들어 가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오던지....

한발 두발 깊은 곳으로 들어 가다가 거의 내가슴높이 까지물이

깊어 졌을때 였습니다.

갑자기 아들 녀석이 소리를 지르지 않겠어요.?

내게는 가슴높이 였지만.

아들에게는 턱밑까지 차올라 한걸음만 삐끗하면

물에빠져 죽을 판인데.

갑자기 돌아 서더니 내 가슴을 떠밀며 악을 써대는 거예요.

문둥이가 된건난데 왜 아버지 까지 죽어야 하느냐는 거지요.

형이나 누나들이 아버지만 믿고 사는판에.

아버지가 죽으면 그들은 어떻게 살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완강한 힘으로 자기 혼자 죽을테니

아버지는 어서 나가라고 떠미는 아들 녀석을 보는 순간.

나는그만 그애를 와락 껴안고 말았습니다.

참죽는 것도 쉽지 많은 않더군요.

 

그후 "소록도!" 아들을 떠나 보내고.

서울로 돌아와 서로 잊은채 정신없이 세월을 보냈습니다.

아홉명의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을 나오고 결혼을 하고 손자 손녀를 낳고....

 

얼마전에 큰아들이 시골의 땅을 다팔아서 함께 올라와 살자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했지요.

처음 아들네 집은 참 편했습니다.

주는대로 받아 먹으면 되고 이불 펴주면 드러누워 자면그만이고...

가끔씩 먼저죽은 마누라가 생가이 났지만,

얼마 동안은 참 편했습니다.

 

그런데 날이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 눈치가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그애들은 아무말도 없는데 말입니다.

어느날 인가는 드디어 큰아이가 입을 엽디다.

큰 아들만 아들 이냐고요...그날로 말없이 짐을 꾸렸죠.

그런데 사정은 그 후로도 마찬가지 였어요.

 

둘째,셋째,넷째날도....

허탈한 심정으로 예전에 살던 시골집에 왔을때.

문득 40년전에 헤어진 그아이가 생각나는 겁니다.

열한살에 문둥이가 되어 소록도라는 섬에 내다버린 아이.

내손으로 죽이려고 까지 했으나.

끝내는 문둥이 마을에 내팽개치고 40년을 잊고 살아왔던 아이.

다른 아홉명의 아이들 에게는 온갗 정성을 쏟아 힘겨운 대학까지

마쳐 놓았지만 내다 버리고 까마득 하게 잊어버렸던 아이....

다시또 먼길을 떠나 그아이를 찿았을때

그아이는 이미 아이가 아니 었습니다.

 

쉰이 넘은데다 그동안 겪은 병고로 인해 나보다 더 늙어보이는.

그러나 눈빛만은 예전과 다름없이 투명하고 맑은 내아들이.

울면서 반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나를 껴안으며 이렇게 말했지요.

"아버지를 한시도 잊은 날이 없습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40년이나 기도해 왔는데.

이제서야 기도가 응답 되었군요.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여유도 없이 물었죠.

어째서 이못난 애비를 그렇게 기다렸는가를 ....

자식이 문둥병에 걸렸다고 무정하게 내다 버린채.

한번도 찿지않은 애비를 원망 하고.

저주해도 모자랄 텐데.무얼그리 기다렸냐고.....

그러자 아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와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모든것을 용서하게 되었노라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비참한 운명까지 감사하게 만들었노라고.

그러면서 그는 다시한번.

자기의 기도가 응답된것에 감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그때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의 힘으로 온정성을 쏟아 가꾼 아홉개의 화초보다.

쓸모 없다고 내다버린 하나의 나무가 더싱싱하고 푸르게 자라

있었다는 것을.....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내아들을 변화시킨 분이라면.

나또한 마음을 다해 받아들이 겠노라고.난 다짐 했습니다.

 

신부님.

이제 내아들은 병이 완쾌되어 여기 나환자촌에 살고 있습니다.

그애는 내가 여기와서 함께살아 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애와,며느리,그리고 그애의 아이들을 보는 순간.

바람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눈빛에는 지금껏 내가 구경도 못했던

그무엇이 들어 있었습니다.

공들여 키운 아홉명의 아이들 에게선 한번도 발견 하지못한

사랑의 언어 라고나 할까요.

 

나는 그에게 잃어버린 40년의 세월을 보상해 주어야 합니다.

함께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그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는 기꺼이 그요청을 받아들일 작정 입니다.

그러니 신부님! 저를 여기서 살게해 주십시요...

 

 

ㅡ 생각하게 하는글 같아 올려봅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