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친구에 대한 넋두리. 스크롤 압박 짤없음.

25세 직장인남.2008.07.16
조회839

저는 서울 사는 직장인 25세 남자입니다.

친구는 저랑 중1때 알게 되어서 지금 친구로 지낸지 대략 만으로 11년정도 되었는데요.

지금은 같이 방 얻어서 살게 된지 만 8개월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는 2006년 10월에 전역해서 취직해서 일하고 있었고

친구는 이듬해 10월에 전역해서 올해 초 복학한 대학생인데

그 친구 군대 있을때 부모님이 고향으로 내려가시는 바람에 서울에 집이 없어지고

저도 독립해서 살고 싶던 차에 방을 구해서 같이 살게 된것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고등학교때부터도 정말 최고로 게을러서

명절이나 되어야 부모님 성화에 못이겨 겨우겨우 방한번 치우고

하고다니는 행색 역시 좀 추레하긴 했습니다.

물론 행색을 보고 친구하게 된건 아니지만..

 

여튼 그런 모습을 같이 봐온 친구들이

저한테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더군요

 

"너 분명 같이 살면 의 상한다."

"분명 대판 싸울껄."

"걔 하고 다니는 꼴을 가장 많이 봐온 놈이 그런 소릴 하냐?"

등등.

 

그런말 들으면서 사실인건 알지만,

아니 사실이기에 더욱 기분이 나빴죠.

그래서 같이 살기로 한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너 평소 하고 다니는 꼬라지가 도저히 어떻길래 애들한테 그 딴 소리나 듣고다니냐?

네가 나 때문에 그딴소리 남한테 듣고 있으면 기분 좋겠냐?"

이런 식의 얘기들을 술마시면서 했죠.

그러니 친구가 미안하다고 안그렇게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속으로

'그래.. 군대도 갔다온 놈이 자기방 하나 안치울까'

라고 생각하고 일단은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급하게 정한거고 딱히 보증금도 계획도 없었기에

저희 건물(다세대주택)에 한세대가 이사나가면서

그 집에서 집에다 월세만 주고 방 나가기 전까지만 살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저희집에 월세를 내고 저희 건물에 들어가 산거죠.

집에서 안받겠다고 했는데 저희집도 그렇게 좋은 형편은 아닌데다

보증금도 없었고 다른집들은 다 전세 살기 때문에

그냥 월세 주기로 하고 그렇게 서너달을 지냈는데..

 

여기서 문제가 슬슬 보이기 시작합니다.

 

집 구조가 큰방 하나 작은방 하나 좁은 거실이 있는 구조인데

가구가 없다보니 큰방은 방한가운데 이불만 깔고 자고

작은방은 옷과 집을 두는 방으로 썼습니다.

큰방에 이불을 깔고 남는 ㅁ자모양의 부분에 먼지가 슬슬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은방은 말할것도 없었구요.

저도 깨끗하고 바지런히 정리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공간정도는 치우고 살거든요.

물론 밖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처음엔 제가 치웠습니다.

'그래 둘다 피곤한데 청소같은거는 그냥 시간있는 사람이 하자.'

라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그게 하루.. 이틀.. 한주.. 보름..

그 친구가 전혀 안하는건 아니었죠.

하지만 제가 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그 친구 나중엔 거의 손을 안대는 겁니다.

 

일단 술이나 한잔 마시자고 데리고 나갔습니다.

"야 너 점점 실망스러워 질려고 그래. (집안일)좀 분담 좀 하자."

라고 했더니

"아. 내가 별말 안해서 신경 못쓰고 있었다고 미안해."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래. 이제 알았으면 됐다.."

하고 넘어갔죠.

 

그런데 처음에만 깨작 하는듯 싶더니

다시 또 원래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같이 저희 건물 지내면서 위에 했던 얘기들 술마시면서 한달에 한번씩은 한것같네요.

짜증이 났지만 그냥 같이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저희 사는 집에 세가 빠지면서

정말 저렴한 월세방을 얻어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죠.

 

한동안 제가 일이 좀 바빠서 집에 오면 거의 잠만 잤거든요

처음에는  제 옷 빌려 입는다는거

그러라고 했더니 입고선 빨지도 않고

배고프다고 라면 끓여 먹은거 설겆이 언제하나 두고 봤더니

보름을 그냥 두더군요.

주말에 집에서 배는고픈데 말하기도 귀찮아서 제가 그냥 설겆이 했습니다.

또 집은 어찌나 안치우는지 빵 사먹으면서 빵가루 흘리고는 치우지도 않아서

개미가 들끓어서 잠을 설친적도 있습니다.

 

한번은 제가 물었습니다.

 

나    "너 군대에서 청소 안했냐?"

 

친구 "아 운전병은 차량 정비 떄문에 내무생활 거의 안해 ㅋ

        게다가 군번도 좀 풀려서 상병때는 침상에서 굴러다녔어 ㅋ"

 

나   '.... 운전병인건 알았지만...'

      "너 어디가서 군생황 힘들었다는 소리하면 죽는다"

 

친구 "왜~? 운전병 ㅈㄴ빡쎈데.

 

...-_-

 

물론 자기 있던 부대가 제일 빡센곳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90%이상일거고 남들이 편하다는 공익 상근도

나름대로의 고충은 충분히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저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틈만나면 "나 군대나온 남자야" 따위의 시덥잖은 농담이나 지껄이면서

하는 꼬라지는... 이 뭐...

 

저도 군대 어디 나온게 중요하고 군생활 힘들게 한게 중요한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어디를 나왔든 이제 20대 중반의 성인남자면 사람답게 좀 하고 살아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참고로 저는 전방에 GOP에 있었습니다. 남들 다하는 빡쎘다는말.

저는 말도 꺼내기 싫습니다. 지금은 그냥 추억이지만.)

 

 

여튼, 각설하고.

 

오래 알고 지낸 정이 있으니

'그래 도 좀 닦는다 셈 치자' 하고 참고 지낸지 거의 만 8개월.

 

지금은 제 옷, 모자, 가방 말도 없이 쓰고 빨지도 않고.

여자 만나러 나갈일 있으면 머리 만져달라고 하고.

집안일 하나도 안하고.

자기 가지고 노는 게임기 소프트도 제가 받은것만 하고

노래도 제가 받은것만 듣고.

 

제 손으로 하는 일은 제 몸 씻는일 먹는일 말고 단 한가지도 없네요. 

 

 

옷도 잘 못 입어서 여자 만나거나 어디 나갈때는

제 옷이 예뻐보이는지 제 옷 입거나, 자기 옷 입어도 골라달라고 조릅니다.

머리도 만져달라고 하고, 모자도 빌려쓴다고 하고, 가방도 빌려간다고 합니다.

 

한번은 제가 자주입는 카고바지 입고 나가서 밑단에 빵꾸냈더군요.

기장이 좀 길긴 했지만 발목에 끈이 있어서 완전 X싼바지같이 입지 않으면 안끌리거든요.

그런데 그 바지를...

끝단도 아니고 끝단에서 7센치쯤 위에...

주먹이 들어갈만큼... 

제가 좋아해서 자주 입는 바지라 ㅈㄴ 빡쳤지만

얼마 안남았으니 참았습니다.

수선 하라고 했죠.

그 말한지 보름 넘었습니다. 그냥 제가 하려고요.

 

제가 다음주부터 지방에서 일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이젠 이생활도 이번주면 정리하니까 그래 그냥 두자.

혼자 있으면 앞으로 개판으로 살텐데 그냥 조금만 참자"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생각 하다보니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나  "야 진짜 양심적으로 집안일 안하냐?"

 

친구  "학생이잖아. 바빠. 피곤해." 

         "레폿 써야돼."  

         "과제 해야돼."

 

나  "학생만 바쁘고 피곤하냐? 직장인은 뭐 쳐 놀면서 돈버는 줄 아냐?"

 

친구  "네가 대학생활을 아냐?"

 

여기서 좀 빡쳐서 그냥 나오는대로 지껄였습니다.

 

나  "아~ 그 꼴난 P대생. 그렇게 바쁘셔? 난 안가봐서 모르겠다."

 

친구  "안간게 아니라 못간거겠지. 가보고서나 얘기해." 

 

나  "..."

 

네. 저 대학 안나왔습니다. 아니 못갔죠. 공부도 못해서 그냥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했습니다.

친구들처럼 지방대라도 다니고 싶었죠. 미팅이네 MT네 뭐네. 그런거 한번도 안해봤거든요.

그냥 대학생활자체가 안해본 경험이기에 단순히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친구들이랑 성적들도 고만고만해서 비슷한데 가려면 갈 수도 있었지만,

생각 없는 대학생들처럼

(대학생이 생각없다는게 아닙니다. 그런 몇몇 애들을 말하는겁니다) 

등록금도 내고 술먹을 바에 그냥 안쓰는게 버는거지 싶어서 그냥 일했죠.

어차피 일해서 부모님께 다 갚아야 할 돈이니까요.

 

그 친구도 제가 그런것이 컴플렉스 라는거 분명 알고 있습니다.

저런 소리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친구한테 들을 줄은 몰랐네요.

청소 빨래 뭐 이런것보다 저게 제일 화났었습니다.

그래도 어영부영 지나갔지만.

 

 

쓰다보니까 글이 뒤죽박죽이네요.

 

여튼 그냥 답답해서 쓴 넋두리였습니다.

 

이제 이 게으른 친구와의 동거도 4일남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조금 선선하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p.s 1혹시 친구나 애인과의 동거를 생각하고 계신분, 게다가 지저분한거 못참는 분은.

       같이 살기전에 친구 또는 애인 집 한번 가보세요.

 

       그 집의 상태가 나중에 같이 사는 집의 상태가 될겁니다.

       내가 한번 더 치우고 말지도 한두번이죠.

      

       그리고 겉만 멀끔하게 하고 다닌다고 괜찮겠거니 생각하지 마세요.

       집에서 손하나 까딱 안하는 애들 넘쳐납니다. 남자든 여자든.

       뭐 이런건 진짜 살아봐야 알 수 있는거지만.

 

 

 

p.s2 저는 절대 외동아들, 놀고먹대생, 운전병 이런거에 원한 있어서 쓴 글은 아니니

        외동아들이시거나 운전병 나오셨거나 놀고먹대생 분들은 열받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