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끝까지 할머니께 자리 양보안하던 두 놈팽이

..2008.07.17
조회276

매일 아침 지하철 5호선 타고 다니는 23살 학생입니다.

5호선 타고 강서구쪽에서 출근하시는 분들 아시겠지만 출근시간에 화곡역에서부터 공덕까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항상 낑겨서 다니곤 하죠 ;;

오늘은 운이 좋아서 그런지 출입문 바로 앞쪽 자리를 먹었습니다. 쿄쿄.

타고 내리는 분들과 상관없이 봉에 기대어 편한자세를 취함은 물론

제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유리함을

한껏 만끽하며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한참 책에 빠져있는데 누군가가 바로 뒤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혹시 이쁜 여자분인가 싶었는데 (여자손 잡아본지 오래되서 ㅜㅜ)

출입문에 비쳐보이는 모습이 구부정한 할머니신 겁니다.

처음엔 그러려니 누가 곧 자리 비켜주겠지 하고 다시 책에 집중하고 있었는데요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도 계속 서계시더군요.

그래서 서있던 자리 바로 옆 쪽에 앉아있는 사람을 봤죠.

왠 남자가 머리 푹 숙이고 자고있더군요. (그땐 자고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옆의 사람은 몸 꼿꼿이 서서 지긋이 눈감고 계시더군요

(무슨 지하철에서 명상하는 거냐!!!!!!!!!!!-.,-)

사람이 많이 서있기는 했지만 할머니가 사람에 가려서 안보이거나 하진 않았거든요??

 

아무튼 할머니가 그러고 계신 것이 마음에 걸렸던지 아주머니 한분께서 할머니께

어디까지 가시냐고 말씀하시더군요 바로 앞에서 앉아있던 두 놈팽이더러 들으라고 말씀하신 것 같았습니다.^^; 종로3가까지 가신다고 대답하시고 할머니께서 힘이 좀 드셨는지 봉에 기대시더군요.(그때가 양평인가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 두 남성분 꼼짝도 안하셨습니다. 제가 계속 쳐다봤는데 고개 푹 숙이고 계신 분 분명히 손 계속 꼼지락 꼼지락 했었거든요. 그 자세 유지하려니 목이 겁나 뻑뻑했겠죠.. 명상하시던 분도 고개 절대 안흔들리고 끝까지 꼿꼿하게 계시더군요.

 

점점 뭔가가 올라오더군요;; 와... 저사람들은 할머니도 안계시나.. 조는 척까지 하면서 자리에 앉아있고 싶나??이런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소심한 저. 말할까 말까 계속 고민했더랍니다.

그러다가 집에계신 우리 할머니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제 바로 옆에 계신 분을 툭툭 쳤습니다. 처음엔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시한번 툭툭 치면서 '저기요' 하고 불렀습니다.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쳐다보길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정말 죄송한데요... 여기 계신 할머니께서 종로3가까지 가신다고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자리 좀 양보해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라고 정중하게 물어봤죠. 주위사람들 다 쳐다보고 하니까 차마 뭐라하지는 못하고 말없이 일어나시더군요. 할머니께서 손사래치시는 걸 앉으시라고 아직 오래가셔야한다고 말씀드리니 고맙다고 그러시며 앉으시더군요.

 

공덕역에서 내리면서 종로3가까지 그래도 편안히 앉아가실 할머니 생각에 굉장히 뿌듯하긴 했는데 뭔가 좀 씁쓸하더군요;; 연세 지긋하신 분이 바로 앞에 서계시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두 남자분들.

그 할머니께서 막 들이대고 자리앉을라고 군침흘리고 그런 분이 아니라 정말 조용히 아무말씀도 안하시고 서계셨거든요..

 

아주 피곤한 일이 있었는지 어떤지는 제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몸도 좋아보이고 꽤나 젊어 보였던 두 남자분!!!

다음부터는 치사하게 조는 척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